비도 추적추적 오고 국어 진도도 좀 빠른 편이라서 책 자리에 아이들을 모아 놓고 옛날 이야기를 읽어 주었다. 

바로 이 책 <만복 마을 장똑 새>이다.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둘다 주제가 명확하고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이다. 오늘 읽어 준 이야기는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아이들 스스로 느끼게끔 해 주는 만복 마을 장똑 새 이다. 읽어 주니 마치 내가 변사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만복 마을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콩 한 조각도 나눠 먹는 착하디 착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 마을에도 염치 없고 고약한 사람이 하나 있으니 바로 늘 장독을 이고 다니는 장똑 할멈이다. 혼자 사는 할멈이 가엾다며 이웃은 밥도 주고, 옷도 주고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호통과 욕 뿐이다. 도대체 할머니가 이고 다니는 저 장똑 안에 뭐가 들어 있길래 한 번도 장똑을 내려 놓질 않는 걸까? 장똑 할멈이 며칠 째 바깥에 나오지 않자 개똥이 어멈은 개똥이에게 먹을 걸 갖다 주라고 심부름을 보낸다. 개똥이는 울며 불려 할멈 집에 갔다가 그만 할멈이 땅에 장똑을 묻는 걸 보고, 그 장똑 안에 바로 돈이 그득하단 걸 알게 된다. 집에 돌아와 할멈이 가난한 게 아니라 엄청난 부자라고 말해 보지만 아무도 믿어 주질 않고, 여전히 만복 마을 사람들은 할머니를 가엾다며 옷이며, 먹을 것을 가져다 준다.    

자신의 말을 믿어 주지 않는 어머니와 마을 사람들에게 장똑 할멍의 정체를 밝히려는 개똥이와 쓰는 게 너무 아까워 하나도 쓰지 않고 장똑에 차곡차곡 모아놓은 돈을 지키려는 장똑할멈의 한판 승부가 정말 흥미진진하다. 옛말에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라고 했건만. 장똑할멈은 그렇게 돈을 모아만 놓고 정작 자신은 마을사람들에게 빌어 먹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면서-도와주는 이웃에게 고마워하지도 않는다- 저러다 종국에 벌 받지 하는 생각이 든다. 

입말이 생생해서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특히 할멈이 이웃에게 하는 욕도 종종 나와서 아주 즐거워한다. 중요 한 장면을 읽어 주는 중에 종이 치자 무척 아쉬워 하는 아이들. 먼저 이 책을 읽었던 아이 한 명에게 달려들어 뒷이야기를 알려 달라고 졸라댄다. 궁금한 사람은 직접 읽어라 ,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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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믿음 쿠폰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34
신지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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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된 동화집이다. <우주 최강 문제아>는 익히 명성이 자자하여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이 동화집에 들어 있어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각기 다양한 소재들로 그 속에 약간은 문제아(?) 스런 아이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어른들에게 어른 역할을 잘하고 있나 반문하게 한다.

먼저 <안 믿음 쿠폰>. 믿음이란 이름과는 전혀 딴판으로 안 믿음직스럽게 행동하는 믿음이의 행동들. 사탕발림 같은 말로 가족과 친구들에게 쿠폰을 남발하고는 정작 약속을 지키지 않아 결국은 곤경에 처하게 된다는 내용은 눈앞에 이익만 우선 생각하고 신의는 전혀 생각지 않는 세대를 풍자한 듯하다. 어버이날 즈음해서 만들곤 하는 효도 쿠폰도 이처럼 악용되고 있지는 않나 싶기도 하다. 어린이날은 부모님을 졸라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정작 어버이날에는 효도 쿠폰 몇 장 만들어 와서는 필요할 때만 쓰라고 주고선 믿음이처럼 막상 쿠폰을 사용하려고 하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들어 부도쿠폰을 만들고 있지는 않나 반성을 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처음 이런 쿠폰들을 알았을 때 신선해서 사용해 보긴 했지만 별 효과가 없어 요즘은 사용 안 한다.

<그린맨의 찢어진 슈퍼타이즈>는 환경과 친구 관계를 적절하게 결합시켜 긴장감 있게 잘 만들어낸 이야기였다. 태민이의 관점에서 씌여진 이야기는 그린맨이 자신의 세탁소에 왔다고 뻥치는 준오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준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일기식으로 써져 있다. 준오가 거짓말하고 있음을 밝혀내기 위해 쫓아다니다가 결국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되지만 태민이 자신조차 준오의 창의적 거짓말에 공범자가 되고 만다. 사나이만의 의리 뭐 이런 거를 느낄 수도 있고, 대의를 위해 소의는 잠시 접어둘 수도 있나. 선의의 거짓말은 허용되도 되나 등등 여러 가지 도덕적 가치 들을 토론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되는 이야기였다. 요즘 TV에서 방영하고 있는 <무사 백동수>에서 검선과 천주의 관계가 돋보이곤 한다. 검에 있어서 숙명의 라이벌이지만 그 속에서 지켜지는 신의랄까 뭐 그런 것이 느껴지는데 태민이와 준오도 그런 관계가 된 것 같다. 라이벌인데다 이제 둘 만의 어마어마한 비밀까지 생겼으니 둘은 한 배를 탄 셈이나 마찬가지다.

<우주 최강 문제아>는 제목만 듣고는 엄청난 문제아가 부모 속을 썩이는 내용이구나 싶었는데 아니 웬걸? 오히려 어른의 속물스런 마음을 꼬집는 그런 내용이었다. 어린이들의 눈으로 보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일들도 속물적인 잣대로 재곤 하니 항상 문제가 되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준우의 해결 방식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잘못된 판단을 하고, 좋은 친구인 윤재와 절교하라고 한 엄마의 행동에 맞서 대항하는 준우의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그런 의미의 문제아라면 멋진 문제아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됨됨이를 보고 판단하라고 하면서 정작 어른들은 사람들의 외적 조건을 보고 판단하는 모순을 드러내곤 한다. 작가는 준우를 통해 그런 어른들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스스로 우주 최강 문제아가 될 거라고 선언을 하는 준우의 모습에서 철 없는 호기보다 정당한 분노와 저항을 느끼는 것은 스스로 속물됨을 선언하는 어른들에게 당당하게 맞섰기 때문일 것이다.

나 어릴 적 어린이날 최고의 선물은 바로 종합과자선물세트였었다. 이 책이 바로 종합선물세트 같다. 이것저것 골라 먹는 재미가 솔솔하다. 각 이야기 속에 나오는 어린이들은 나름대로 문제와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거기서 주저앉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더 나아가 어른들에게 어른으로서 제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 반성하게 만든다.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도록 하루하루 잘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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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태와 콩 이야기 - 개정판 사계절 중학년문고 3
송언 지음, 백남원 그림 / 사계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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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 이라는 작가의 이름만 보고 골라 온 책이다. 턱수염난 모습이 마치 이웃집 할아버지를 연상시키는 이 할아버지(?)작가님은 우여곡절 끝에 지금 초등학교에 복직하여 아이들과 함께 지지고 볶으며 생활하고 계신다. 만나 뵌 적은 없지만 멀리서나마 존경하고 응원하고 있는 분이다. 언제나 수업 시간에 구수한 옛이야기를 들려주실 것 같은 인상이시다.

이 책은 다섯 편의 단편 동화로 이뤄진 동화집이다. 송 언 선생님은 재밌고 우스운 이야기도 잘하시는데 가슴 시리고 아린 이야기들도 역시나 잘하시는 것 같다. 이 동화집은 밝은 이야기보다는 가슴 시린 이야기들이 더 많다. 

책 제목인 <병태와 콩 이야기>는 마치 현재 교실에서 반 아이들과 벌어지는 일들을 이야기하듯이 들려 주신다. <물 준 화분>과 < 물 안 준 화분>으로 구별하여 과학 실험을 해야 하는데 병태가 콩을 죽일 수 없다는 굳은 의지로 선생님 몰래 두 화분에 물을 다 주는 바람에 과학 실험이 엉망으로 끝나 버린다. 둘 다 싹이 났으니 말이다. 이 사건의 비밀을 혼자 알고 있는 유리는 일기장에 몰래 병태가 한 짓임을 일러 주고, 선생님은 유리의 신고를 듣고 고민한다. " 병태를 혼내 줄까 말까?" 궁금해진다. 혼내고 끝났다면 보통 선생님이겠지만 병태의 선생님은 병태를 혼내기 보다 오히려 칭찬을 해 주신다. 비록 과학 실험은 망쳤지만 병태의 할머니가 매일 콩나물을 기르는 것을 보고 콩을 죽일 수 없다는 일념에 두 화분 모두에게 물을 준 그 마음에 상처를 주기 싫어서이다. 그리고 콩 하나도 죽일 수 없다는 그 순수한 마음이 이뻤을 것이다.  여기에 나온 선생님이 바로 송언 작가 자신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송언 선생님을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재수 똥 튀겼네>는 제목과는 달리 동화치고는 제법 주제와 분위기가 묵직하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회사의 횡포에 맞서 공장에서 데모를 하고 있고, 바로 그 날 공교롭게도 운동회가 있다. 주인공은 친구와  떡볶기 내기로 달리기 시합을 하게 된다. 달리기를 막 시작한 찰나 근처 공장에서 최루탄이 발사되어 운동회는 엉망진창이 되고 그 속에서도 내기에 이기기 위하여 주인공은 자신에게 주어진 미션 즉 안경 쓰고 청바지 입은 누나를 끝까지 찾아다닌다.  운동회날 최루탄 터진 것만 해도 화나는데 떡볶기 내기도 물 건너 갔지 설상가상으로 그 날 저녁 아버지는 잘못한 일도 없는데 경찰서에 붙잡혀 가신다. 정말 재수 똥 튀긴 날이다.  좋은 일은 겹쳐서 오지 않는데 안 좋은 일은 줄줄이 온다. 아버지는 한창 데모를 하고 있을 때 아들은 운동회를 한다든지, 최루탄을 피해 운동장으로 도망온 아가씨를 주인공은 내기에 이기기 위하여 손을  잡고 뛴다든지 하는 설정은 세상살이가 참 비정하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마치 옆에서는 초상이 났어도 바로 옆에서는 결혼식을 하고 있듯이.  주인공처럼 재수 통 튀긴 사람이 있다면 어쩌면 옆에서는 운수대통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참 비정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오늘이 재수 없는 날이었다면 언젠가는 운수대통한 날도 오겠지? 

<제비야 제비야>는 가장 잔인한 게 인간이 맞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가슴 저린 동화였다.. 제비 둥지를 무너뜨리고, 제비를 쫓아낸 사람들에게 자꾸 " 이 인정머리 없는 인간아! 그 제비 둥지가 얼마나 자리를 차지한다고? 제비가 똥을 싸면 얼마나 싼다고? 그렇게 못 살게 구느냐?" 호통치고 싶은 마음이 샘 솟았다. 저 밑바닥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제비 알이 바닥에 퍼~ 억 하고 퍼질 때는 내 마음도 함께 퍽 소리가 나는 듯하다. 자연을 해치라고 만물의 영장으로 만든 게 아닌데 .... 다같이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하였는데.....

밝은 이야기는 읽을 때 즐거워서 좋고, 이렇게 가슴 시린 이야기들은 읽을 땐 가슴이 먹먹해지곤 하지만 그래도 여운이 남아서 좋다. 가을에는 좀 슬픈 이야기가 어울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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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주니어 독후화 대회에 출품하여 2등 으뜸 생각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원본을 되돌려 주지 않기 때문에 미리 보내기 전에 사진을 찍어 놨었다. 

그림 솜씨보다는 아이디어에 높은 점수를 주신 듯하다.  아이의 절절한 마음 말이다.

여름 방학 동안 누나와 엄마는 중국여행도 다녀왔는데  

자신은 지독한 여름 감기에 걸려 집에 틀어박혀 있었으니 표현은 안 했어도 얼마나 속상했을까?  

이번 여름 비도 지리하게 많이 내려 밖에 나가 놀지도 못하고. 그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못 먹고, 물놀이도 한 번 못 가고....

그 마음을 그림과 글에 표현하였다.

여름 내내 감기로 고생한 것을 보상이라도 해 주듯이 이렇게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누나는 지금까지 심통이 나서 난리다. 

그래도 그림판으로 동생의 그림을 멋지게 액자처럼 꾸며주었다. 

딸아, 너는 이미 큰 상을 2번이나 받았잖아!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기회가 많은데.... 

이제 그만 심통 그만 부리자.  

다음 주 토요일에 시상식에 참가해야 한다.  누나 시상식 때 들러리로 참가하다가 이번엔 아들이 주인공으로 참가하는 거다.

울 아들 멋지게 꾸며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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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9-28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뜸생각~~~~~ 역시 그림 속에 아이의 마음이 잘 녹아있네요.
집 헬리곱터를 그려서 여행가고 싶다는 생각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지요~~ ^^

수퍼남매맘 2011-09-28 02:36   좋아요 0 | URL
찌그러진 눈이 아파보여 수상한 거라고 온 가족이 웃으며 말했답니다.

희망찬샘 2011-10-08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완전 으뜸상감이네요. 대단대단, 감탄의 연속입니다. 멋지네요. 우와~~~~

수퍼남매맘 2011-10-09 22: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제가 본 울 아들 그림 중에 최고로 잘 그린 거예요.
 

나에게 단체전 포기라는 도중 하차의 시련을 안겨 준 바로 그 대회 

<웅진 주니어 독후화 및 독후감 대회>수상자 발표가 있었다. 

원래 어제였는데 하루 연기된 오늘 발표가 났다. 

우리 집에서도 독후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들은 <마술 연필>로 독후화를,  딸은 <학교 영웅 전설>로 독후감을 . 엄마는 단체전 하다가 포기.

 솔직히 아들은 별 기대를 안 하고-워낙 그림에 재주가 없어서리- 

딸은 제법 잘 썼길래 기대를 내심 하고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대상 바로 밑에 울 아들 이름이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이럴 수가 !!!

아이디어가 괜찮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급수 높은 상을 탈 줄은 몰랐다. 

아래로 딸 이름을 찾아 보았다. 없었다. 

큰 일 났네. 동생만 타고 저는 못 타면 심술이 대단할 터인데... 

쓴 경헙도 해 봐야지. 암만 암만. 

하여튼 울 아들 장하다. 

누나 그늘에 가려 그림에 자신 없어 하더니 이제 날개를 달고 훌훌 날아도 되겠다. 

  

활달한 누나에 비해 다소 소심한 셩격의 아들에게 자신감을 찾아 줄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아 기쁘다. 

아들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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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9-28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축하해요,
누나에게 치이지 않고 쭉쭉 뻗어갈 기회가 되었네요.^^

수퍼남매맘 2011-09-28 02:38   좋아요 0 | URL
누나가 저녁까지 심술 부렸어요. 마지막에 동생에게 가서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해 주라고 해서 마지못해 그렇게 했어요.누나가 오히려 동생 때문에 자극 받아 오기가 생겼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