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여러 출판사에서 독후감대회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단체전도 있다는 소식에 꼭 한 번 도전하여 수상을 하고픈 욕심 내지는 꿈이 생겼다.
여름 방학 때 웅진 주니어에서 독후감대회가 있음을 전해 듣고
1학년 어린이 수준에 어울릴 만한 책을 살펴 보다 주제가 명확하고 비교적 94쪽으로 짧은 이야기책인 <토끼 앞니>를
골라 놨다.
2학기 개학을 하고 나서 매일 한 꼭지씩 읽어 주었다. 20분 정도 소요되었다. 한 번 읽어 주고 나면 목소리가 갈렸다.
읽어 주고 함께 줄거리를 간추려 보고 돌아가면서 느낌도 나누어 봤다.
중간 중간 시간을 내어 독서감상문 쓰는 법도 설명하여 주었다.
아침독서를 한 후 한 줄 느낌 쓰는 훈련을 통하여 글짓기 연습도 하였다.
6꼭지를 다 읽어 주고 나니 마감 날짜가 바로 코앞이다.
그래서 어제 독서감상문을 쓰게 되었다. 마감일이 9일이라서.... 여유가 없었다.
2시간 정도면 다 쓰겠지? 웬 걸. 4시간이 지났는데도 쓰지 못하고 아무 것도 안하는 친구들이 4-5명 있는 거다.
평소에도 글 쓰는 것을 자신 없어 하는 아이들이었다. 일기도 겨우겨우 쓰는 친구들이었다.
다함께 줄거리도 요약해 보고, 돌아가면서 한 사람씩 무슨 이야기를 쓸 건지 이야기도 해 보고,
브레인 스토밍도 하고 했건만, 책을 읽고 나서의 생각과 느낌을 쓰질 못하는 거였다. 거기서 완전 스톱이었다.
난 혼자만 전전긍긍 애가 탔다. 아무 것도 안하는 아이들은 마냥 즐겁게 떠들고 있다.
지난 번 반쪽이 할 때는 그런대로 하더니만
이번에는 책이 길어서인지 아님 쉬운 편지 형식이 아니라 일기 형식으로 쓰라고 해서 인지
도통 진도가 안 나가고 떠들고만 있는 아이들 보니 정말 속상하고, 급기야는 화가 났다.
그래서 " 얘들아, 선생님 너희들 때문에 포기할 거예요. 이렇게 열심히 최선을 다하지 않는 친구들하고 아무 것도
못하겠어요. 그만 포기할래요." 해버렸다.
집에서 마저 해오라고 할 수도 있지만 부모님 손이 타면 여지 없이 탈락이다.
그리고 시간도 없었다. 어제 등기로 보내야 했으니깐...
그렇게 아무 것도 안하는 아이들 보고 속만 끓고 화만 나느니 차라리 포기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매일 아침독서를 해서 어느 정도 글쓰기를 잘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글 쓰기를 어려워할 줄은 몰랐다. 충격이었다.
일기도 매주 2회 써서 왠만큼 글이 나올 줄 알았다.
역시 독서와 글 짓기는 또 다른 영역이라는 결론을 가지게 되었다.
방학 동안 100권 이상의 책을 읽은 아이들도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것을 보니 확실해졌다.
쓰기는 꾸준한 훈련이란 것을 실감하였다. 많이 써 본 아이들이 역시 잘한다.
4명만 완성을 해서 칭찬을 해 주고, 다른 아이들에게는 집에서 숙제로 해 오라고 했다.
완성한 아이들 중에 잘 쓴 것도 있는데 그냥 사장되고 말아서 아까울 뿐이다.
얼마나 허무한지...
여름 방학부터 책 고르는 것부터 해서 준비해 온 내 노력은 헛수고가 되어 버렸다.
도전도 못 해보고 중간에서 포기하다니...
집에 와서도 내내 안타까워서 기분이 별로였다.
추석 지나고 나면 어느 정도 기분이 회복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