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개학하려고 하니 날씨가 맑은 거야?
파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하늘에 군데군데 솜뭉치처럼 몽글몽글한 구름이
" 와! 멋지다"를 연발하게 만드는 하늘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가을 향기가 묻어나는 찬바람이 불더니
하늘도 멀리 달아나 있었다.
이런 날 나들이 가면 딱인데....
방학 내내 감기 때문에 아무 데도 못간 아들이 너무 불쌍해서
가까운 수락산 계곡이라도 다녀올까 싶어서
자료를 찾아 보았다.
하지만 딸아이 다니는 소아과에서 의사 샘이
외출을 하지 말고 집에 있어라고 하셨다.
그 말에 급 실망하는 딸을 달래고 달래
그럼 맛있는 거라도 먹으러 가자고 제안하여 갈비집을 가게 되었다.
갈비집 바로 옆이 수락산인데
혹시 입구까지 주차장이 있는지 답사차 가보자고 하여
가보니 주차장이 있어서
" 산 입구가 어딘지 잠깐 보고만 오자" 하였다.
얼마 안 걸어갔는데 바로 산으로 향하는 가파른 길이 보였다.
그냥 Go
아무래도 길을 잘못 접어든 것 같은데 되돌아가는 것이 더 어려워 보여 그냥 계속 갔다.
아들은 슬리퍼, 딸은 쪼리, 나는 샌들
불량 복장임에도 불구하고 합류지점까지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했다. 내려가는 게 더 위험해 보였다.
하산하는 사람이 하나도 안 보이니 더 불안불안하였다.
'이러다 조난당하는 거 아니야?'
드디어 사람 발견
물어 보니 길을 잘못 든 게 맞긴 한데 쭉 가다보면 광장이 있다는 말에 한숨 돌렸다.
산길 따라 가니 갑자기 <수락산 정상>이라는 이정표가 보이자
아이들은 여기가 정상이라면서 스스로를 대견해 한다.
내가 아니라고 해도 여기가 제일 높으니 정상이란다.
급경사여서 그런지 얼마 안 올라갔는데도 상계동 일대가 다 보였다.
내리막길이 시작되고 또 사람이 보여 수락산역 가는 방향을 물어 보니
이쪽 길이 맞단다.
" 휴우~"
" 물 소리 들린다"
졸졸졸 계곡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법 넓은 바위도 있어서 신발 벗고 발을 담가 보았다.
" 아~ 차가워!!!"
물을 만난 아이들은 신 나서 신발을 배처럼 둥둥 띄우기도 하고
퐁당퐁당 돌을 던지기도 하면서 놀았다.
급작스레 하게 된 산행이었지만
계곡물에 발 한 번이라도 담갔으니
개학 후에 할 말이 있겠다 싶었다.
천상병 시인의 시가 쭉 늘어서 있는 광장에 오자
아들이
" 어? 이거 우리 유치원에서 왔던 데랑 똑같다" 한다.
전에 유치원에서 숲 체험을 왔던 곳임을 그제야 기억해 내고
갑자기 가이드처럼 안내를 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올챙이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꽃 치료하는 것도 보고, 주차는 저기서 하고.....
이렇게 가까운 곳에 계곡이 있었는데도 한 번도 안왔다니...
'단풍 들면 아이들 데리고 와 봐야지. '
그때는 당연히 운동화 신고, 돗자리도 준비하고, 도시락도 싸서 말이다.
이제 개학하면
수락산 계곡에 갔다는 이야기를 친구들과 선생님께 해 줄 수 있겠지?
그나마 계곡물에 발이라도 담가봐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