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리

1. 스페인 여행

9박 10일 동안 온가족이 함께한 첫 해외자유여행이었다. 좌충우돌도 많았지만 두고두고 생각날 우리가족의 추억이다.

2. 쭈니와 황금돼지띠 아이들

24년 교육 경력 동안 쭈니 같은 아이는 처음이었다. 지금 4학년 황금돼지띠 애들도 마찬가지다. 거친 날것 같은 느낌의 아이들. 동학년 모두 이 아이들과 살아내느라 정말 고생했다. 아직 2월이 남았지만서도.

3. 술의 세계 입문

술 잘 마시는 동학년 덕분에 새로운 술을 접하게 되었다. 소맥도 마셔보고 말이다. 맥주도 카프리만 마셨는데 수제 맥주도 마셔보고 하여튼 다양한 종류를 맛봤다. 주량이 는 건 아니다.

4. 제주도와 부산 그리고 춘천 여행

제주도 여행은 시댁 식구 모두와 함께한 여행이었다. 부산은 딸이 수상을 해서 갑자기 가게된 2박 3일 가족여행이었고. 마지막 춘천 여행은 내 생일에 스스로에게 준 선물이었다. 처음으로 떠난 혼자만의 여행이었다.

5. 뮤지컬 ˝캣츠 ˝관람

아들과 둘이서 고양시까지 가서 최고로 좋은 젤리클석에서 뮤지컬을 봤다. 1년에 한 번은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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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문 들었어? - 2018 아침독서신문 선정, 2018 오픈키드좋은어린이책목록 추천, 전국학교도서관사서협회 추천 학교종이 땡땡땡 5
하야시 기린 지음, 쇼노 나오코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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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빨간 배경에 금색 갈기를 가진 멋진 사자가 그려진 표지가 매우 인상적이다.

게다가 이 금색 사자는 손에 루비 반지를 끼고 있고 옷도 화려하며 와인잔을 들고 있다.

그림만을 볼 때 사자가 굉장히 잘난 체 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다.

페북에서 지인이 이 책을 소개한 글을 읽고 너무 궁금해 구매해서 읽게 되었다.

책내용 같은 이야기를 가끔 현실에서 목도하기 때문에 (교실도 마찬가지) 정말 공감이 되었다.

 

금색 갈기를 가진 사자는

왕이 얼마 안 있으면 죽을 것이며 따라서

국민들끼리 알아서 후계자를 뽑으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신이 거기에 적합한 존재라고 스스로 생각한 사자는

당연히 다른 동물들이 자신을 왕으로 추대해 줄 거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어디선가 라이벌이 등장한다.

은색사자다.

은색사자는 다른 동물이 위험에 빠질 때마다 열일 제쳐 놓고 도와주며 친절을 베푸는 존재였다.

정말 낮은 곳에서 일하며 이웃을 돌보는 그런 인물이었다.

어느날, 다른 동물들이 은색사자에 대해 칭찬하는 말을 들은 금색 사자는

몰래 은색 사자를 염탐하게되고

저열한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바로 은색사자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리는 것이다.

처음엔 그 이야기를 믿지 않던 동물들도

서서히 믿게되고

급기야 은색 사자에 대한 어마무시한 이야기들이 떠돌게 된다.

한 마디로 "  ~카더라 " 통신이 온나라를 들썩이게 한다.

하루아침에 은색사자는 친절한 사자에서 포악한 사자로 변질된다.

보다못해 은색 사자에게 은총을 입은 정의로운 두 동물이

용감하게 나서 은색 사자를 두둔하지만

이미 다른 동물들의 귀는 듣고 싶은 말만 들을 뿐이다.

 

이런 저열한 방법을 써서 왕위에 오르게 된 금색사자는

왕이 되었으니 이제 정신 차리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잘하였을까?

그럴 리가 없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지만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금색 사자는 후자의 경우였다.

 

책에서는 " 정말로 금색 사자만 잘못한 걸까? " 라고 읊조린다.

당연히 아니지.

금색 사자가 새빨간 거짓말로 다른 국민을 속일 때

사실 확인 조차 하지 않고 믿어버린

그 새빨간 거짓말들을 여과없이

전달한 다른 동물들 또한 "공범자" 지.

인간 세계라고 이들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저급한 언론에 속아 그대로 믿는 우매한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가.

주동자와 공범자가 만들어낸 결과는 너무 참혹하다.

나라가 쑥대밭이 되어버리고 결국 아무도 없게 된다.

 

그림책일 줄 알았는데 얇은 동화책이어서 좀 놀랐다.

하지만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참 좋았다.

애들한테 읽어주고 함께 나누고 싶어진다.

나는 어떤 존재인가?

은색 사자?

금색 사자?

아님 우매한 동물들?

은색 사자를 위해 나서는 올빼미와 작은 새?

 

한 가지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

" 정말로 금색 사자만 잘못한 걸까...?" 로 끝내도 충분한 여운을 주지 않았을까!!!

이어지는 구름의 말은 뭐랄까.

너무 교훈을 주입하는 듯해서 없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 점만 빼고 아주 멋진 동화였다.

 

우리 주변에 이렇게 금색 사자처럼 말을 만들어 내는 자와

거기에 부하뇌동 하는 자들이 존재한다.

그 속에서 은색 사자 같은 죄없는 희생자가 생기기도 하고 말이다.

스스로 깨어 있어야 할 것이다.

항상 "?" 를 갖고 사실 확인을 해야 할 것이다.

직접 듣거나 보지 않은 사실은 함부로 남에게 옮기지 않아야 할 것이다.

늘 아이들에게도 강조하는 바이다.

 

강렬한 표지 색깔은 어쩌면 새빨간 거짓말을 뜻하거나 경고나 위험의 의미를 두고 있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왜 빨강일까 물어보고 대답을 들어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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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7-12-08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강렬하네요. 날이 정말 추워요. 따뜻한 남쪽 도시도 이리 추운데 서울은 얼마나 추울까요? 그래도 즐거운 주말입니당.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

수퍼남매맘 2017-12-11 10:20   좋아요 0 | URL
샘도 잘 지내시죠? 표지가 눈길을 확 잡아끌더라구요. 오늘은 정말 춥네요. 거리가 꽁꽁 얼어붙었어요. 부산도 바람때문에 추울 것 같아요. 감기 조심하세요.

순오기 2017-12-09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 글 읽으며 그림책 ‘감기 걸린 물고기‘가 생각났어요. 똘똘 뭉친 물고기떼를 먹을 수 없으니 빨강 물고기가 감기 걸렸다는 유언비어로 왕따 당하니까 잡아 먹는 아귀. 다음엔 노랑. 파랑. 회색 등. 차례로 물고기가 사라지는 걸 이상히 여긴 물고기들이 퍼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궁금하려나 벌써 봤을지도?^^

수퍼남매맘 2017-12-11 10:2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반갑습니다. 이 책 보신 분들이 더러 <감기 걸린 물고기>와 유사하다고 하더군요. 전 아직 그 책을 읽기 전이라서... 순오기님이 말해 주시니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분홍 문의 기적 일공일삼 67
강정연 지음, 김정은 그림 / 비룡소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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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담임하는 아이들 중에 가족을 잃은 경우를 보곤 한다.

지금 우리 반에도 아주 어릴 때와 바로 작년에 아빠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아이가 둘 있다.

요즘은 가정환경조사서를 예전처럼 자세히 쓰지 않기 때문에

학부모가 담임한테 가정사를 오픈하지 않을 경우,

이런 사정이 있어도 1년이 지나도 모르고 지나간다.

그게 과연 좋은 것인지는 각자 판단에 맡긴다.

난 아이의 가정환경을 알아야 아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주의이지만.

위 아이들은 어떻게 하다보니 가정사를 알게 되었다.

 

아주 어릴 때 아빠를 잃은 아이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해 반 아이들과 매번 갈등이 생긴다.

집중력도 매우 약하고 학습력도 뒤쳐지는 편이다. 특히 국어가.

아이들이 말하는 비호감 캐릭터이다.

 

작년에 아빠를 잃은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긍정적이며 매사에 모범적이다.

 

두 아이의 차이는 무엇일까.

개인적 기질이나 성향도 있겠지만

두 아이가 가족을 잃는 큰 슬픔을 경험했을때

그걸 극복한 과정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해 다른 가족의 관심과 사랑에서 큰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전자의 아이는

아이의 엄마가 남편이 사망했을 때 본인의 나이도 어려 본인의 슬픔 조차 감당하지 못했던 것 같다.

엄마가 우울증이 와서 그 어린 아이를 마음을 다독거려 주지 못했다.

한마디로 자신의 슬픔에 갇혀 아이를 돌볼 여력이 없었다고 한다.

아이를 많이 윽박지르고

아버지 없는 아이라 손가락질 받을까봐 감싸주기보다 매섭게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야 할 시기를 놓쳐 버렸고

산만하고 거칠며 자존감이 낮은 아이가 되어 있었다.

반 아이들과 트러블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절차였을 것이다.

게다가 엄마가 재혼을 하여 동생이 생기면서 또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 동생에게 옮겨가며

아이는 또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

아이의 감정이 회복되기도 전에 아이는 계속 엄마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더 문제행동을 하게 되었고 그게 지금 4학년까지 지속되고 있었다.

학부모 상담을 통해 난 어머니께 더 늦기 전에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 조심스레 건네봤다.

엄마가 보기에도 아이가 많이 집중력이 약하고 친구들과 빈번하게 갈등이 벌어지기 때문에

2학기부터 상담을 받기 시작하였다.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좋아지기를 기대하진 않는다.

그동안 가족과 선생님, 반 친구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던 그 아이가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없다.

다만 상담을 통해 자신의 속 이야기를 꺼내 놓고 아이가 받았던 상처가 조금씩 아물기를 바란다.

그 아인 여전히 교실 내에서 친구들과 물과 기름처럼 지내지만 조금씩 달라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끝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과잉행동을 하곤 한다.

하지만 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고 느끼고 있다.

아빠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을 때, 엄마와 아이가 같이 심리상담을 받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자신의 껍질을 깨고 스스로 나오길 간절히 바란다.

울 반 아이들은 그 아이의 그런 상처와 아픔을 모르고

그 아이가 보여주는 행동으로만 판단하기 때문에

여전히 그 아이를 싫어하고 그 아이가 하는 행동마다 뭐라고 훈수질을 하곤 한다.

그러지 말라고 매번 타이르지만

저학년 때 굳어진 그 아이에 대한 이미지가 쉽게 바뀌어지지 않는가 보다.

친구들도 여전히 어리고 미성숙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담임으로서 매번 강조한다.

너희가 그 아이를 먼저 감싸주라고 말이다.

그러면 그 아이도 감동하여 달라질 거라고.

 

작년에 아빠를 잃은 아이는 너무 티가 안나  전혀 몰랐다.

그런데

한 학기를 함께 지내면서 아이가 전혀 아빠 이야기를 하지 않아

긴가민가 하고 있다 학부모 상담을 통해 사정을 듣게 되었다.

아빠가 아파서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아이는 정말 씩씩하게 잘 자랐다.

엄마와 할머니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았던 탓일 거라 짐작한다.

무엇보다 긍정적이고 씩씩하고 자존감도 높고 집중력도 좋아 모범생이다.

배려심도 많아 친구들과도 전혀 트러블이 없다.

전자의 아이와 너무 대조적이다.

 

두 아이의 예를 보면서 이 책이 정말 가슴 깊이 와 닿았다.

특히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그 아이가 이 책의 주인공과 매우 닮아 있다.

옆반에도 주인공과 똑같은 생활을 하는 아이가 있어 그 아이도 떠올랐다.

아버지가 너무나 사랑했던 아내를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아들을 돌보지 않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살아가니

아들은 어느새 학교의 문제아가 되어 있었다.

좀더 성숙한 아빠였다면 아이를 그리 방치하지 않았을텐데...

자신의 아픔과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니

자녀라 할지라도 짐처럼 느끼고 삶 자체가 고통이었던 것 같다.

 

그런 두 부자에게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다.

교통사고로 죽은 엄마가 엄지 공주 같은 요정으로 나타나 72시간을 함께 살게 된 것이다.

아내와 엄마를 그렇게 별안간 떠나보내고

마지 못해 살았던 두 부자의 지난 1년은 정말 지옥이 따로 없었다.

그런 그들에게 기적처럼 찾아온 72시간.

과연 다시 뭉친 이 가족은 무슨 일을 하며 그 황금 같은 시간을 보낼까.

부자는 엄마가 떠나기 전처럼, 다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난 아직 가까운 가족을 잃어본 경험이 없다.

다만 내가 담임한 아이들이 가족을 떠나보낸 것을 간접적으로 보면서

가족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아프고 슬픈 고통인지 짐작이나마 하고 있다.

내가 담임을 하는 동안에 엄마가 투신 자살하는 경우도 지켜봤고,

엄마가 지병으로 갑자기 돌아가시는 경우도 봤다.

겨우 1학년과 3학년 아이였다.

그 아이들이 엄마의 죽음과 부재를 어떻게 견뎌내는지 한 발 떨어져 볼 수 있었다.

씩씩하게 잘 버티는 아이와 가정이 있는 반면

이 책의 주인공 가정처럼 뿌리째 흔들리는 가정도 있었다.

아이를 가르치는 담임의 입장에서

그래도 어른이 아이보다는 좀더 성숙하니까(어른이니까)

아이를 봐서라도 힘을 내고 용기를 내어 잘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그래야 아이도 엄마(아빠)를 의지하며 힘든 시기를 잘 버텨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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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할까요? 8 - 허영만의 커피만화, 완결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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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패너>

드디어 대장정이 끝났다. 허영만 작가의 ˝커피 한 잔 할까요?˝를 8권까지 모두 읽었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 이 만화 시리즈를 발견하고 갈 때마다 1권씩 읽었더랬다. 소장하고 싶은데 옆지기가 반대해서 이번에 학교 교사용도서에 수서했더니 전8권을 사줬다. 가장 먼저 빌려와 읽었다. ㅎㅎㅎ

8권에는 페이스북에서 알게된 바람 커피, 풍만이를 끌고 전국을 누비시는 이담 님의 에피소드가 드뎌 등장한다. 이담님이 내려준 아주 향긋한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기에 더 반가웠던 에피소드였다.

영하로 뚝 떨어진 오늘같이 추운 날은 더욱 커피가 그리워진다. 눈이 소복히 쌓인듯한 모습의 ˝아인슈패너 ˝라면 더 좋겠다. 아인슈패너란 말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비엔나 커피 ˝의 정식 이름이란 걸. 오스트리아 가서 비엔나 커피 찾으면 안 된다는 것.

내가 아는 아니 접해본 바리스타들은 하나같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다른 직종에서 종사하다 마냥 커피가 좋아 바리스타나 카페 주인이 된 경우 말이다. 이 책의 두 주인공 박석사장과 강고비 직원도 그렇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에게선 좋은 향기가 난다. 이 책 또한 참 향기로웠다.

오늘은 정말 아인슈패너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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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덤더디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80
이향안 지음, 김동성 그림 / 시공주니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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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안 작가와 김동성 작가의 조합이라니!

어떤 포스팅에서 이 책에 관한 리뷰를 읽었던 적이 있어 무척 궁금해서 한달음에 읽었다.

 

이야기는 6.25전쟁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덤더디는 다름 아닌 탁이가 키우는 늙은 소의 이름이다.

한국전쟁이 터지던 그 해 여름.

탁이네 식구를 비롯해 덤더디는 전쟁을 피해 산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전쟁은 산 깊은 곳까지 부지불식간에 잠식해 들어오고

탁이네 가족은 점점 먹을 것이 없어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탁이가 너무나 따르고 좋아하던 형수는 유산을 하고 말고....

형수의 몸을 추스리기 위해 온가족은 덤더디에 형수를 태우고 형수네 친정으로 가게 된다.

형수네 친정은 아직 전쟁이 할퀴고 지나가진 않았지만

식구는 많아지고 식량은 구할 길이 없고...

결국 탁이 아버지는 어렵고 중대한 결단을 내리게 된다.

그 결단이 무엇인고 하면,

덤더디를 잡아 형수네 친정 마을 사람들이 나눠 먹는 것이다.

아버지의 결정을 들은 탁이는 절대로 덤더리를 죽일 수 없다고 난리가 나고....

표지 그림은 덤더디를 잡지 못하도록 탁이가 지켜서고 있는 장면이다.

 

전쟁의 상흔은 너무나 크다.

어린 탁이에게도

뱃 속의 아이를 잃은 형수에게도

자식처럼 키우던 덤더디를 잡아 먹게 결정을 내린 탁이 아버지에게도 말이다.

그리고 전쟁 중 위험한 상황을 두 번이나 넘기고 형수를 기꺼이 친정까지 데려온 덤더디에게도 말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난지 67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그 상처는 아직도 존재한다.

아니 어쩌면 계속 존재할 거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부산에 다녀왔다.

부산역 앞에 이바구길이라는 곳이 있는데

한국전쟁 때 피난민이 모여 살던 곳이라고 한다.

고향을 버리고 남으로 내려온 피난민들이 높은 산꼭대기에 둥지를 틀고 겨우겨우 살아가던 곳이었다.

옛날 자료 사진을 보니 물도 전기도 살 집도 궁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지금은 문화 관광지로 계발되어 외지인이 구경오는 곳이 되어 있지만

거기에 얽힌 우리의 슬픈 역사가 지워지는 건 아니다.

그 곳에서 장기려 박사가 돈 없고 헐벗은 사람들을 위해 치료를 해주기도 하였다고 한다.

부산 곳곳에는 피난민이 모여살던 달동네가 아직 존재하고 있었다.

도심을 가로지르다 보면 산꼭대기마다 빽빽하게 들어선 집들이 자주 보인다.

해운대에 들어선 고층 아파트와는 사못 대조적이어서 놀랍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했다.

(거제도를 가보진 않았지만 그곳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가족, 태어나고 자란 정든 고향,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던 가축들을 버리고

오직 살기 위해 남으로 남으로 내려와야헸던

피난민의 고단한 삶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었고 이바구길이었다.

꼭 이 책을 읽어보고 그 길을 걸어봤으면 좋겠다.

 

한국전쟁을 다룬 동화하면 떠오르는게 바로 "몽실언니" 이다.

그런데 이 책은 두께가 제법 두꺼워 안타깝게도 어린이들이 많이 도전을 안한다.

이 책은 내용이 묵직하지만서도 두께가 얇은 편이라서

아이들이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다 읽고나면 마음이 저릿저릿하며 애잔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전쟁에 대해서, 가축에 대해서, 반려동물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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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7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