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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늙은 5학년 ㅣ 일공일삼 59
조경숙 지음, 정지혜 그림 / 비룡소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먹을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해
아직도 유치가 있고 키는 고작해야 5학년 정도에 이쑤시개 마냥 빼빼 마른
탈북 소년 15세 명우가 있다.
키가 너무 작은 바람에 한국에 와서 한참 어린 5학년에 진학한 명우는
한국에서 초5학년으로 살아가는 것이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다.
먼저 건너온 형과 함께 단칸방에서 사는 명우는 언젠가는 돈을 벌어
누나와 어머니를 모셔오는 것이 꿈이라면 꿈이다.
언젠가부터 탈북한 사람들이 뉴스가 되지 않고 있다.
예전 내가 어렸을 때는 탈북하는 사람이 있으면 하루 종일 뉴스에서 나오곤 했는데 말이다.
뉴스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이들이 탈북을 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탈북하고 있기에 나라에선 예전만큼 그들에 대해 지원을 많이 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목숨을 걸고 탈출한 그들에게
여기서 생활은 생각보다 넉넉지 않고 그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 또한 명우 반의 아이들처럼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힘겹게 생활하는 그들이 어렵게 모은 돈을 훔쳐서 달아나는 명우 형의 애인도 있다.
그 돈은 누나를 데려올 때 브로커에게 줄 돈이였는데...
어렵게 모셔 온 어머니는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돌아가신다.
형제의 삶에 희망이 보이지 않아 보인다.
한 고개를 넘으면 더 높은 고개가 형제를 기다리고 있다.
탈북하기만 하면 잘 살 것 같았던 명우 형제에게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 사람들은 더 넘기 힘든 고개였다.
앞으로 형제가 헤쳐나가야 할 상황들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건 우리가 한국에서 살아봐서 더 잘 알 것이다.
어린이책 치고는 참 암울하다. 마치 <몽실 언니>를 보는 듯하다.
그게 현실이므로 받아들여야 한다.
명우 뿐만이 아니라 이렇게 힘들게 버티고 있는 삶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
명우 형제 같은 사람들이 최소한 "탈북하길 잘했다"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우리의 몫이 아닐까?
겉표지의 장면은 명우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영어를 못하는 명우에게 1주일에 1시간씩 영어를 가르쳐주시던 원어민 선생님이
할로윈 데이를 맞이하여 각자 분장을 하고 오라고 한다.
명우에게는 그런 분장준비마저 힘든 처지다. 그때
명우를 항상 괴롭히던 아이가 펜으로 즉석에서 분장을 하는 모습이다.
이 날 명우는 구경만 하였지만 그래도 행복한 날이었다.
더 이상은 우리에게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는 탈북자의 이야기.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그들의 이야기.
목숨을 걸고, 가족을 등지고 탈북한 그들이
이곳에서 좀 더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으면 한다.
다문화 이야기가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가운데
탈북자들의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이 책이 정말 소중하다.
우리 어린이들에게, 아니 어른들에게도 그들의 삶을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다양한 형태로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