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상식날이다.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었다. 가는 길도 오는 길도 말이다.
차가 막히지 않아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였는데 벌써 많은 사람들이 출판사 북카페에 와서 수상작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거기서 딸의 작품을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보는 것도 역시 중요한 공부라서 이것저것을 구경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단체로 응모한 것들도 있었고,
혼자서 잎싹 일보를 꾸민 어린이도 있었다. 공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소나무 화실이란 곳은 엄청 큰 입체작품을 응모했다. 나중에 보니 특별상을 수상하였다.
수상작들을 구경해보니 작품 응모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좌석표를 배정 받고 이채 극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상자는 복도 쪽에 앉히라고 해서 딸은 맨 바깥쪽에 앉혔다.
곧이어 사회자가 시상식 시작을 알렸다.
이번 대회는 상 이름이 등장인물 이름을 따서 등급이 낮은 순서부터 나그네상, 초록머리상, 잎싹상 이렇게 정해졌다.
딸은 일단 초록머리상이라고 알려 주셔서 수상 소감을 준비해 갔다.
딸의 이름과 그림이 커다란 스크린 가득 보이자 마음이 울컥하였다.
초록머리상을 수상한 사람들의 작품을 짧게 편집하여 스크린에 보여 주었는데
다른 작품들도 스크린을 통해 보니 더 멋져 보였다.
특히 영상부문에서 수서초등학교 어머니회 분들이 만드신 빛그림자극은 프로 못지 않게 훌륭했다.
8개월을 공들이셨다고 하니 그 노력이 정말 빛을 발했다.
초록머리상 수상자들을 다 모아놓고 인터뷰를 했다.
사회자가 " 그림을 잘 그리는 노하우가 있나요? " 물어보자
딸 왈 " 없어요"
사회자가 " 무슨 말할 것 있나요?" 하자
딸 왈 " 없는데요 "

장안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수상 소감을 나름대로 준비해 갔는데 사회자의 갑작스런 질문에 " 없다"로 일관해 버린 딸 때문에 모두 웃고 말았다.
언니, 오빠들 틈에 끼어 있으니 더 작아 보였지만 그래도 주눅 들지 않고 무대에 서 있는 우리 아가씨.
딸이 가장 어려서인지 황선미 작가님도 딸만 꼭 안아 주셨다.

시상식이 끝나고 뒤이어 <마당을 나온 암탉 애니메이션 시사회>를 했다.
난 아들 덕분에 화장실을 2번이나 가느라 자꾸 맥이 끊겨 온전한 감상을 하지 못했지만
거의 8년을 준비하셨다는 감독님 말씀대로 공들인 것이 그대로 전해졌다.
분명 대박나실 것이다.
스토리가 일단 좋고, 화면도 무지 아름다우며, 목소리 연기도 훌륭하다.
북카페에 전시된 애니메이션 원화들이다. 특히 수달 역을 맡은 박철민씨 때문에 정말 많이 웃었다.
시사회까지 모두 마치고 집으로 오는데 그만 외곽순환고속도로 타는 길을 지나치고 말아
서울을 관통해서 오니 시간이 배로 걸렸다.
딸이 수상하면 스테이크 사준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늦은 시각이지만 (오후 8시) 빕스에 가 보았다.
30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시아를 꼬드겨서 갈비집으로 바꿨다.
집 근처에 외관이 좀 화려해 보이는 갈비집이 있는데 거기에 가서 맛있게 갈비를 먹었다.
늦은 시각인데도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옷에다, 신발, 갈비까지 상금보다 더 지출이 컸지만 그래도 기쁜 것은 그 큰 무대에서 4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딸이 작가님께 직접 상장을 전해 받고,
영화관 스크린 가득 딸의 이름과 그림을 보는 감동을 선사해 주었기에 부모로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 딸아, 멋진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게 해 줘서 진짜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