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씨족 소년 사슴뿔이, 사냥꾼이 되다 - 신석기 시대 사계절 역사 일기 1
송호정.조호상 지음, 김병하 그림 / 사계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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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하루 종일 비가 오는 바람에 열심히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지난 번 도서실에서 빌려 놓은 역사 일기가 눈에 들어와  정독을 해 보았다. 

사계절에서 야심차게 시리즈로 출간하고 있는 역사일기 시리즈의 첫 권이다. 지난 번 딸이 역사일기를 출품하느라 함께 읽은 것은 3권 <고구려 평양성 막강 삼총사>였고 이번에는 선사시대와 고조선 시대 시리즈를 읽어 보았다.  막강 삼총사는 내가 좋아하는 송언 님이 일기글을 쓰셔서 유독 애착이 가는 책이다 . 1권과 2권은 다른 분들이 일기글을 쓰셨지만 아마추어인 나는 솔직히 별 다른 점을 못 찾겠다.  3 권을 모두 읽어 본 첫 느낌은 이 역사 일기 시리즈가 잘 기획되었다는 것이다.역사와 일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아주 좋은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10권까지 해서 우리 나라 역사 전체를 아이들의 시각에서 쓴 일기 형식으로 낼 계획이라고 하니 가능하면 이 시리즈를 다 만나보고 싶다. 

우리 집에는 다른 집에 흔한 전집이 없다. 유일하게 있는 전집이 바로 내가 지른 삼국유사와 삼국사기 역사전집이다. 지르고 나서 남편한데 엄청 구박을 맞았다. 그도 그럴 것이 딸이 딱 한 번 읽고 더 이상 거들떠 보질 않는다. 그래서 전집은 사 주면 안된다. 아직도 전집에 목숨 거는 부모들에게 더 이상 전집의 노예가 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전집 사서 나처럼 실패하느니 아이가 좋아하고 사고 싶어하는 단행본을 사 주고 아이가 여러 번 스스로 읽는 게 더 좋다.  

딸 말이 이 역사 일기 시리즈는 마음에 든다고 한다. 마음에 드는 역사 시리즈가 있어서 다행이다. 10권까지 다 나오고, 다 만나본 후 소장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면 그때 사 주려고 한다.  비교하건데 모 출판사에서 나온 삼국유사, 삼국사기 전집에 비하면 이 역사 일기 시리즈가 훨 낫다. 그러니 무조건 전집이라고 혹 하지 않기를..... 매번 도서실 담당 연수에 다녀오면 강사님들 말씀이 우리 나라 30-40대 부모님들(특히 어머니)이 전집에 너무 현혹된다는 것이다. 지금 어머니 세대가 학교 다닐 때 우리 나라에 전집이 나오기 시작하였는데 어릴 때의 그 기억 때문인지 유독 현재 어머니들이 전집 매니아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일단 전집은 책꽂이에 꽂아 놓으면 폼 난다. 서재를 사진으로 찍어 올린 것들 보면 역시 전집이 많은 집들이 서재가 단정해 보인다. 단행본은 폼이 전혀 안 나고 지저분하기만 하다.  그래도 서재가 폼 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아이가 좋아하고 자주 그 책을 읽느냐가 관건 아니겠는가?  유독 우리 나라 부모들만이 책 사주는 취향이 전집 이라는 여러 강사님들의 말씀은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교실에도 어떤 어머니가 바자회에서 사 오신 전집류를 교실에 기증해 주셔서 책꽂이에 꽂혀 있는데 아이들이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있다  .   

1권은 신석기 시대 소년 사슴뿔이의 생활을 담고 있는 일기이다. 이름부터 지금과 아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왼편에는 사슴뿔이의 그날 그날의 일기가 나오고, 오른쪽 책 날개에는 그 당시 생활을 알 수 있는 실제 자료들에 대항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역사라는 것이 아주 오랜 전 일어난 일들이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아주 낯설 수 있는데 왼쪽이 바로 일기 형식으로 쓰여져 있어서 쉽게 읽힌다. 그렇지만 그 일기들은 충분히 고증을 한 내용들이기기에 쉽지만 상상이 아니라 바로 실제로 충분히 일어 날 수 있었던 일들이다. 사슴뿔이의 하루 하루를 읽다 보면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신석기 시대 사람들의 의식주 생활을 저절로 알게 된다.  나와 상관 없는 오래 전에 일어난 일들을 따분하게 외우는 게 아니라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슴뿔이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남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 보듯이 들여다 보면 어느새 역사에 대해 한 걸음 발자국을 떼게 된다.  이게 바로 이 시리즈의 매력인 듯하다. 

아다시피 역사 부문이 5학년으로 내려왔다.  예전에 6학년 가르칠 때 나조차도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게 많아서 열심히 박은봉 님의 <한국사 편지>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지난 번 6학년 후배 교실에 올라가 보니 개정판 <한국사 편지>가 떡하니 있는 걸 보고 반가웠다.  그 책에 비하면 이 책은 중학년 이하의 어린이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역사 부문만큼 배경 지식의 차이가 확 드러나는 부문이 또 있을까? 역사에 대해 미리 책을 통해 알고 있는 어린이들은 수업 시간에 눈이 반짝반짝 빛나지만 반대의 경우(여기에 속하는 아이들이 더 많다)에 해당되는 어린이들이 선생님이 하는 말이 무엇이다냐? 하는 표정으로 아주아주 지루해 한다. 우리네 역사를 우리가 모르면 안 되는데.... 얼마 전 그림책 읽기부 어린이들에게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를 읽어 주는데 읽어 주기 전 한국 전쟁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 책 읽어 주는 시간 보다 더 걸렸다.  아이들이 한국전쟁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으니 그것부터 설명을 해 줘야 제대로 책에 대한 이해를 할 거 아닌가?  역사 부분 가르치는 내내 이런 막막한 기분이 든다.  5학년 가기 전에 역사에 대해 대략적으로 훑어 볼 수 있다면 아주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어린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역사 시리즈가 나온 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주로 역사 전집은 위인들 위주로 설명된 게 대부분인데 이책은 바로 그 시대의 평범한 아이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참 마음에 든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과 똑같이 평범한 아이들이 다른 시대에 살면서 생활하는 모습이 재미 있게 쓰여져 있어서 부담감 없이 읽을 수 있다.  읽다 보면 일기라는 것을 어떻게 써야 맛깔스럽게 쓰는 지도 덤으로 알게 된다.  역사와 일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곧 있으면 여름 방학이다. 방학 동안 아주 오래 전 내 또래 친구들은 어떻게 살았을지 그 친구들의 일기를 몰래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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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7-04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3편까지 읽었는데 리부는 2편까지만 썼군요.ㅜㅜ
이 시리즈 아주 참신한 기획물로 대박을 기원했어요.^^
이 시리즈를 보고 박은봉 선생님 한국사 편지를 보면 더 좋을 듯해요.
 

http://www.sakyejul.co.kr/ 

우리 딸 장하다!!! 

정말 남편이 리뷰대회 일등 먹은 것보다 내가 수상한 것보다 100배 1000배 더 기쁘다.  

미술부문, 어린이 부분, 첫 시상자에 우리 딸 이름이 나와 있다.  

가문의 영광, 학교의 영광이다. 

무려 글쓰기는 1700여편, 미술 분야는 1200여편이 응모하였다고 한다. 

그중 11명에 든 것이니 정말 대견하다.

수상은 확정이고 상 급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토요일에 시상식에 참여하러 온 가족이 나들이 갈 예정이다. 

이번에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시사회도 한다고 했다.  

지난 번 강아지똥 독후화가 떨어져서 딸이 많이 속상해 했었는데 

이번에 큰 상을 받게 되어 자신감이 무지 충전되었다.  

 

두드리라, 그러면 열릴 것이니라. 

 

바로 이 작품이다.
 

 

 

 

  

 

캐릭터 그리기  -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그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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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명재 2011-07-04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앗. 시아야... 정말 정말 축하해...

얼마나 기쁠까... 하나하나 캐릭터 그리느라 정성을 다하는 시아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

훌륭해...^^ 짝짝짝...

김정란 2011-07-04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쁜 이시아, 안녕?
전학가서 얼굴 못보아 많이 보고싶었는데... 이렇게 기쁜 소식과 함께 온 예쁜 시아 모습 반갑기 그지없구나
정말 축하한다~~ 그리고 만화가가 되고 싶어했던 너의 꿈을 꼭 이루기를 소망할게 ♥
더욱더 힘내고 열심히 하렴!! 시아를 사랑하는 김정란 선생님이~~~★

순오기 2011-07-04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축하해요.
이름이 첫번째로 올랐으니 큰상을 받지 않을까요?
부모란 역시 자식이 잘되는 게 최고의 기쁨이고 행복이지요.^^

희망찬샘 2011-07-05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부신 작품이에요. 다시 축하드려요.

,영상부분 2011-07-06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영상부분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시아축하드려요!

수퍼남매맘 2011-07-06 19:35   좋아요 0 | URL
저 시아예요.권명재 선생님,김정란 선생님!감사합니다.저도 보고싶어요.
 
당산 할매와 나
윤구병 지음, 이담 그림 / 휴먼어린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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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빠져 있는 이담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다. 이담 님의 그림책을 다 모을 것 같다. 이담 님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착 가라앉는 기분이 드는데 그게 우울함이 아니라 숙연함이다. 그림을 자꾸 보면 사색을 하게 만든다. 이담 님의 그림이 다른 유화들과 조금 다르다는 느낌만 갖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야 그 비밀을 알게 되었다. 왁스 페인트를 불에 녹여 종이에 바르고 철필로 긁어 내기를 거듭하여 그림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20여년 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데 방법을 바꿔 볼까 하던 차에 이 작품 <당산 할매와 나>를 통하여 아직도 왁스와 더불어 갈 길이 무궁무진함을 알게 되셨다고 한다. 당분간 이담님의 왁스를 녹여 철필로 긁어 내는 방식의 그림을 더 볼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다.
이 작품에서는 다른 작품보다 철필로 긁어 낸 흔적이 훨씬 잘 보인다.

변산공동체학교를 운영하신 윤구병 선생님의 철학적 글과 이담님의 중후한 그림이 잘 어우러진 정말 훌륭한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이런 나무를 마주하게 되면 그 나무가 주는 정기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출 것 같다. 그렇게 그도 이 나무에 이끌려 변산에 자리를 잡게 된다. 그는 이 나무를 당산 할매라 부르고 당산 할매를 볼 수 있는 곳에 지낼 곳을 마련한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좌우 대칭으로 비슷하다.

마지막 장면이다. 첫 장면이 당산할매를 만난 장면이고, 마지막 장면은 당산할매를 떠나는 장면이다. 만날 때가 있으면 떠날 때가 있음을 말해 주는 것도 같다.

이담 님은 특히 초록색을 너무 잘 만드시는 것 같다. <모르는 게 더 많아>에서도 초록색이 가장 끌렸었는데 이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초록색에서 숨이 턱 하니 멎는다.

그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당산 할매의 나이를 물어 보지만 그 어르신들이 이렇게 어린이였을 때조차도 그 나무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는 것을 보아 정말 오랜 시간 그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가 보다. 어르신들이 <당산 나무>는 아니라 하였지만 그는 <당산 할매>로 믿었다.

그렇게 당산 할매가 있는 곳에 공동체를 이루고 공동체 학교 어린이들이 당산 할매 곁에서 고기도 잡고, 나물도 캐고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도 당산 할매에게 오면 비를 다 피할 수 있었다.

가늠할 수 없는 당산 할매의 나이지만 뻗어가는 뿌리를 보면서 그 질긴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당산 할매와 흙은 이렇게 하나가 되어 있었다.

당산 할매에게는 젖꼭지도 있다. 나무에게 젖꼭지라니? 오래 되어 속이 텅 빈 나무는 자기 스스로 아픈 데를 감싸느라 이런 젖꼭지가 생겨난 것이란다. 그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스스로 자신의 아픈 상처를 감싸 안는 당산 할매의 끈질긴 생명력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변산공동체를 찾아 온 손님들이 있으면 으례히 당산 할매를 찾아가 이렇게 절 세 번을 올리게 하였단다. 옆에 보이는 할아버지가 바로 윤구병 선생님일 테이지.
마을 입구에 서서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존재였던 당산 나무. 나도 언젠가 가족들과 나들이를 갔다가 우연히 지나치던 마을에서 이와 비슷한 나무를 본 적이 있었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모진 풍파를 견뎌낸 듯한 그 나무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정겨움 같은 느낌에 뭔가 마음 깊은 곳에서 울컥하던 느낌이 들었었다.
당산 할매를 처음 봤을 때 윤구병 선생님 마음도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내 마음은 더 아래로 아래로 흐르고 싶어 했다.
더는 내려갈 곳 없는 맨 밑바닥에 몸을 눕히고 싶어 했다.
아래로, 아래로, 물이 흐르면서 맑아지듯이
당산 할매 뿌리가 가늘어지면서 드디어 흙과 하나 되듯이.>
내 나이 일흔이 되면 이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윤구병 선생님도, 이담 작가님도 멋진 분들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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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색은 다 달라요 - 다인종.다문화를 이해하는 그림책 I LOVE 그림책
캐런 카츠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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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가장 많이 출간되는 책 종류가 바로 <다문화, 다인종>에 대한 책들이야. 이번에 만나볼 책은 보물창고에서 <샌드위치 바꿔 먹기>에 이어 출간한 다문화, 다인종 책이란다.

얼마 전까지 미술 시간에 살색이란 용어가 흔히 사용되었었지. 근래에 들어서야 우리가 전에 말하던 그 살색은 연주황색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단다. 아마 부모님들은 연주황색이 굉장히 생소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가만 따져 보면 살색이란 말 속에 얼마나 잘못된 편견이 들어있는지 깨달을 수 있단다.

엄마는 일곱 살 레나의 살색을 일컬어 계피색이라고 한단다. 살색을 먹는 것에 비유한 것이 참 기발하지 않니? 갓 구운 식빵색 같은 살색을 가진 레나의 엄마는 노랑, 빨강, 검정, 하양을 적당히 섞으면 다양한 갈색을 만들 수 있다고 레나에게 알려 주셨지. 얼마나 다양한 갈색이 있는지 함께 여행을 떠나볼까?

다양한 살색을 탐구하기 위해 엄마는 레나에게 산책을 제안하셨어. 산책을 나와 처음 만난 친구 소니아의 살색은 땅콩 버터잼 같은 색깔이었어.

이자벨은 진한 초콜릿 빛,즉 지난 번 파티에서 먹은 컵 케이크 같은 색이고,오른쪽 루시의 살색은 잘 익은 복숭아빛 황갈색이었지.

먹는 것과 연결시키니 느낌이 팍팍 잘 다가온다. 그렇지?

레나와 가장 친한 친구 미나의 살색은 벌꿀색.
레나의 사촌 카일의 살색은 나엽과 비슷한 색깔이야.
어때? 이렇게 다양한 살색들이 있다는 게 놀랍지 않니?

사람들의 다리 색깔 좀 봐. 색깔은 다 다르지만 모두 다 살색이지.
연주황색만 살색이 아니라구...
너의 살색은 어떤 색깔이랑 비슷하니?

계피, 초콜릿, 벌꿀, 커피맛 사탕, 캐러멜맛 사탕 기타 등등
가족들의 살색도 먹을 것과 비교해 보면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아. 그렇게 가족들의 살색, 친구들의 살색을 하나하나 비교하다 보면 살색이 아주 다양하단 것도 알게 되고, 먹을 것과 비교하다 보면 창의력도 쑥쑥 자라날 것 같은데...

레나 엄마는 말로만 살색이 다양하단 걸 가르치기 보다 레나와 함께 산책함으로써 레나가 직접 체험하게 만들어 줬지. 그게 살아있는 교육 아니겠어?
집에 돌아온 레나는 자기가 만났던 사람들을 그리기 시작했어. 누가 그리라고 시키지 않았는데도 말이야. 엄마가 가르쳐 준대로 노랑, 빨강, 검정, 하양을 적당히 섞어서 말이야. 레나가 그린 사람들의 살색을 보렴. 같은 색이 하나도 없지?
그래, 살색은 다 다르다는 진실을 우린 정말 오랫동안 잊은 채 연주황색 하나로만 고집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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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샤쓰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29
방정환 지음, 신형건 엮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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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있게 만든 방정환 님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읽어볼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있는데 이번에 네버엔딩에서는 방정환 님의 9개 작품을 묶어서 책을 펴냈다. 

1부는 만년샤쓰, 금시계, 나의 어릴 때 이야기, 삼태성  이 들어있고 2부는 사월 그믐날 밤, 시골 쥐의 서울 구경, 양초 귀신, 호랑이 형님, 노래 주머니 이다.  제목만 봐도 < 어라?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 제목인데? >할지도 모르겠다. 방정환 님의 창작동화, 실제 이야기를 쓴 수필, 우리 옛이야기나 외국 우화를 고쳐 쓴 동화까지 다양한 맛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만년샤쓰>이다.  박물시간(생물시간) " 이 없는 동물이 무엇인가? " 라는 선생님 질문에 " 이 없는 동물은 늙은 영감입니다. "로 응수하는 아이가 바로 창남이다.  반에서 제일 인기 좋고 쾌활한 아이인 창남이는 다 낡아빠진 옷을 입고 다녀도 남의 것을 부러워하지 않는 그런 아이이다.  아주 추운 겨울 날, 웃옷을 벗으라는 체조 선생님 말씀에 머뭇거리는 창남이. 다시 웃옷을 벗으라는 말에 " 만년샤쓰도 좋습니까?" 라고 되묻는 창남이. 만년샤쓰가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는 선생님께 " 맨 몸 "이라는 것을 말하고 옷을 벗는다. 이 추운 겨울에 맨 몸이라니? 이유인즉 며칠 전 창남이 사는 동네에 큰 불이 났다. 창남이는 그 불쌍한 이웃들에게 자신이 입은 옷가지들을 하나하나 나눠 줬다. 그런데 어머니가 자신이 입었던 옷까지 모두 남에게 주어 벌벌 떠는 것을 보고 창남이는 자신의 샤쓰를 어머니에게 벗어 주고 자신은 맨 몸으로 온 것이었다. 여기까지 듣던 선생님이 "니가 맨몸이란 걸 어머니는 모르시냐?" 묻고 그 말에 "실은 어머니는 제가 여덟살 되던 해에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을 듣는 선생님도, 다른 아이들도 훌쩍훌쩍 울었다.  부족함 없이 자라는 요즘 아이들이 이 이야기를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고금을 막론하고 좋은 문학작품은 감동을 준다는 진실이 통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딸도 다른 출판사 책으로 이 이야기를 읽었는데 감동적이었다고 한 마디 했던 게 기억난다. 

그 다음 이야기 <금시계>는 혼자 서울로 와서 돈벌이를 하면서 야학에 다니는 가난한 아이 효남이가 주인공이다. 목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야학에 가서 공부하는 효남이한테 어느 날 여동생으로부터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 편지가 온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공부를 끝마치겠다고 약속한 터라 집으로 내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효남이는 주인어른께 월급을 미리 좀 달라고 두번 사정을 말하지만 거절을 당한다. 때 맞춰 주인집에 금시계가 없어진 사건이 터지고, 자연스레 돈을 꾸러 왔던 효남이가 수사 대상에 오르게 된다. 나쁜 일은 겹쳐서 온다고, 어머니 아프신 것도 서러운데, 도둑으로 누명이나 쓰고, 급기야 효남이 서랍에서 주인 마님의 금반지가 발견되어 영락없이 도둑으로 몰려 매를 두들겨 맞고 쫓겨 나게 된다. 억울한 누명을 쓴 효남이는 야학선생님을 찾아가지만 억울함을 호소하기는 커녕 어머니가 아프셔서 집에 내려가야 하다는 말만 한다. 선생님이  도움을 주신 차비로 기차를 타고 떠나려 할 때 우연히 떨어진 종이 쪽지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진짜 도둑이 금시계를 전당포에 맡긴 영수증이었다.  효남이는 진짜 금시계를 훔친 이가 누군질 알면서도 발고하지 않는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진짜 도둑은 자신 때문에 효남이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쫓겨난 것을 알고 더이상 숨길 수가 없어 결국에 이실직고를 하게 된다. 그제서야 주인은 효남이가 정말 착하고 성실한 아이였음을 깨닫는다. 

만년샤쓰와 금시계 모두 가난하지만 한없이 착한 두 남자 아이가 주인공이다.  까도남이 대세인 요즘에 이렇게 착하디 착한  사람들을 우린 바보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 그래도 아직까지 이런 바보들이 존재하기에 세상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누구다 다 저 밖에 모르고, 이웃은 돌아다 보지도 않고, 남의 일에 관심도 없게 살아간다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 남들에게는 바보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래도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창남이 효남이 같은 사람들이 아직 보석처럼 존재하기에 그나마 세상이 멸망하지 않고 남아 있는 게 아닐런지.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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