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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처와 비단장수 ㅣ 고래고래 (아지랑이) 2
독고박지윤 지음 / 고래뱃속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구수한 입말이 무척 즐거운 옛날이야기이다.
어제 오후 혼자 읽으면서 진짜 재미 있어서 키득득키득 웃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봤다면 아마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 바보와 어머니가 단둘이 살고 있었다.
둘은 누에를 쳐서 비단을 팔아서 먹고 살았다.
어느 날 어머니가 바보에게 비단을 팔아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바보가 어머니 심부름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어머니는 바보에게 " 말 많은 사람은 너를 속이는 것잉께 절대 비단을 팔며 안되야, 알았지 잉"
이렇게 신신당부를 하셨다.
시내 장터에 간 바보 .
" 비단 장수"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 보니 웬 아낙네가 비단을 보며 쫑알쫑알 말을 하는 것이다.
" 안 되유. 댁한테는 비단 안 팔어유" 어머니가 말 많은 사람에게는 절대 비단을 팔지 말란 말을 기억한 것이다.
둘째 번 말을 탄 선비는 더 말이 많아 역시 비단을 팔지 않았다.
셋째 번 여인네들(기생들)은 너무너무너무 말이 많아 비단을 팔지 않고 그만 장터 밖을 나와 버렸다.
비단을 한 필도 팔지 못한 바보가 털썩 주저잖아 신세한탄을 하고 있을 때 가만 옆에 보니 누가 있는 게 아닌가?
" 여보시유" " 비단 좀 사실래유?" " 말 없는 걸 봉께 좋은 분이신가봐유"
이래도 저래도 대답 않는 돌부처를 보고
바보는 어머니가 말한 말 없는 좋은 양반이라 생각하고 비단 모두를 외상으로 넘긴 채 집으로 돌아온다.
바보가 돌부처에게 비단을 몽땅 외상으로 넘기고 왔다는 걸 알고 어머니는 당장 비단값을 받아오라고 입에서 불이 나온다.
바보는 돌부처에게 비단 값을 받아올 수 있으려나?
잭과 콩나무를 연상시키는 우리 옛날 이야기인데
아이들에게 읽어 주니 참 좋아라 한다.
어머니와 바보가 하는 구수한 사투리까지 덧붙여서 정말 재미있다.
오랜만에 나온 햇살만큼 마음을 밝게 해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