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구 삼촌 산하작은아이들 18
권정생 지음, 허구 그림 / 산하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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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겉표지를 처음 대하면 회칠을 한 듯 한 얼굴에 다 늘어진 윗도리와 헐렁한 바지, 

검정 고무신을 신은 광대 같아 보이기도 한  남자가 있다. 바로 용구 삼촌이다. 

첫 느낌은 굉장히 강렬하다.  조금 섬짓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어디선가 낯이 익은 이 모습. 그러고보니 심형래씨가 연기한 영구와 꽤 닮은 것도 같다. 후후...

지난 겨울 딸아이와 함께 극장에서 God father를 봐서 더 그런 것 같다. 

그 때문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용구란 이름을 볼 때마다 자꾸 영구라고 들리는 것 같았다.   

 

용구 삼촌은 서른 살이 넘었는데도 하는 행동은 거의 다섯 살 정도 밖엔 안 된다. 

밥 먹고, 똥 누고, 겨우 고양이 세수 정도 할 줄 아는 용구 삼촌을 남들은 바보라고 한다. 

그런 삼촌이 어느 날 누렁이 소를 꼴 먹이러 갔다가 누렁이 소만 돌아오고 삼촌은 행방불명이 된다.  

누렁이 소는 집에 돌아올 줄 아는데 삼촌은 그것도 못하나 보다. 

(그림을 보면 언제 오나 애달아 하는 할머니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담배만 피워대는 아버지는 사뭇 대조적이다. 

유달리 아버지만 크게 그린 이 장면에서 작가는 무관심한 아버지를 강조한 것 같다.  

아버지의 무관심이 바로 우리 자신들의 무관심임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

점점 어둠이 깊어지자 집 안 식구들은 바보 삼촌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아버지, 누나, 나는 삼촌을 찾아 나선다. 아버지가 찾아 나섰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 삼촌~" 서서히 걱정과 불안에 휩싸인 우리들은 못물에 손전등을 비춰 본다. 

설마 삼촌이 거기 빠지진 않았겠지? 

평소에도 " 용구 삼촌" 하며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삼촌이 지금 이렇게 애타게 부른다고 대답이나 할까? 

안되겠다 싶은 아버지가 동네 사람들에게 부탁하여 세 팀으로 나눠 삼촌을 샅샅이 찾기 시작한다. 

삼촌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어디에 있는 걸까?

'죽으면 안돼 삼촌~' 어느새 내 눈에 눈물이 맺혀 흘러 내린다.   

삼촌을 떠올려 본다.

바보여서 그런지 삼촌은 새처럼 깨끗하고 착한 마음씨를 가졌습니다. 

특별한 먹을 것이 있으면 우리들 조카들에게 나눠 주고 언제나 삼촌은 나머지만 먹었습니다. 

그것이 버릇처럼 되어 으레 삼촌은 찌꺼기만 먹는 사람으로 길들여졌는지도 모릅니다. 

새 옷 한 벌 입지 못한 삼촌은 항상 헐렁하고 기워진 바지만 입었고 머리가 덥수룩했습니다. 

까만 고무신만 신고 삼촌은 그래도 언제나 웃었습니다. (본문 인용)

 

함께일 때는 모르다가 

막상 그 존재가 사라졌을 때 우린 뒤늦게 그 존재의 고마움을 알게 된다.  

베스트셀러가 된 신경숙 님의 <엄마를 부탁해>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용구 삼촌이 행방불명된 사건으로 인하여 

용구 삼촌 가족에게 용구 삼촌은 우리 집에 없어서는 안 되는 그런 존재임이 드러나게 된다.  

그건 경식이가 용구 삼촌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드러난다.  

그 장면은 읽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다. 어린 경식이가 바보 삼촌을 떠올려 보자 

바보이지만 그런 삼촌이 새처럼 깨끗하고 착한 마음씨를 가진 존재라는 것을 고백하는 장면은  

쥐어짜지 않으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준다.

 

바보 삼촌이  창피하기도 했을 경식이 남매 

동생이 바보라서 뒷치닥거리 하느라 힘들고 조금은 귀찮기도 하였을  형과 형수님

자나깨나 바보 아들 걱정에 허리가 굽었는데도 연신 지팡이를 짚고 나와 아들 걱정을 하는 어머니.  

이 가족들의 심리가 소설이 아닌 그림책임에도 독자에게 잘 전달되어진다.

용구 삼촌이 사라진 날 

가족은 비로소 용구 삼촌의 소중함을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엄마를 부탁해>에서 어느 날 엄마가 실종되자 

엄마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가족들처럼 말이다.  

사라지고 난 후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아야 할 터인데 

항상 그 어리석음을 답습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얼마 남지 않은 5월 가정의 달에 어울리는 그런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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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6-01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구삼촌 같은 순수한 사람의 가치를 알아주는 세상이 되어야 하는데...
 
비나리 달이네집 낮은산 어린이 1
권정생 지음, 김동성 그림 / 낮은산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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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그림이  김동성 님인 줄 몰랐다니... 

내가 무지 좋아하는 그림 작가인데... 

김동성 님의 그림은 정겹고, 따뜻하고, 맑고, 순수하다. 

특히 님이 그리신 나무는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들꽃 아이> < 메아리 ><책과 노니는 집>등의 작품의 그림 또한 정말 기가 막히다. 

 

하여튼 책은 한 번 읽으면 절대 안 된다. 

여러 번 읽으면 읽을 수록 그 깊은 맛이 더해진다. 

 

비나리 달이네 집도 예전에 읽었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읽어 보았다.  

리뷰를 안 쓴 책들은 확실히 금방 기억에서 사라진다.

비나리라는 마을에 아저씨와 다리가 하나 없는 즉 세 다리로 사는 달이라는 강아지가 외딴 통나무집에서 살고 있다. 

아저씨는 왜 식구도 없이 달랑 장애를 안고 있는 개와 살고 있는 것일까? 

달이는 왜 한 다리가 없는 것일까? 

 

이 책은 사람과 동물이 한 식구가 되어 서로의 아픔과 외로움을 보듬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들려 준다.  

권작가님이 평생 혼자 사셨지만 그의 곁에는 항상 동물 친구들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 나오는 아저씨의 모습은 최불암 씨와 많이 닮았다. 사람 좋아 보이는 모습이 영락 없이 비슷하다.

 

아저씨는 원래 성당의 신부님이었다. 

어떤 이유로 신부님을 그만 두고 이 곳에 와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지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추리해 보건대  

사람들은 아무리 가르치고 타일러도 하나도 착해지지 않으니까요 (본문 인용)  

이런 이유로  성당을 나와 지내는 것 같다.

달이는 왜 한 다리가 없냐 하면 

아저씨가 통나무 집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어 달이와 놀아 주지 못할 때 

달이가 혼자 놀러 나갔다가 그만 사고를 당해 다리 하나를 잃게 된다. 

아저씨는 얼마나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을까?  

잠시 일 접어 두고 달이와 놀아 주었더라면 그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

얼마나 자책하고, 후회를 했을까? 

아저씨는 달이와 대화를 한다고 한다.  아니, 개가 말을 하다니?  미친 거 아니야?

예전에 신부님이었으니 거짓말은 안 하겠지 하며 마을 사람들은 아저씨의 말을 믿는다.  

마을과 약간 떨어진 그 곳 통나무집에서 아저씨와 달이는 그렇게 식구로 살아간다.   

아저씨는 가끔 달이 눈에 눈물 방울이 맺힌 것도 봤다고 한다.  

달이가 우는 이유는 사람들이 가엾고 불쌍해서가 아닐까 싶다. 

강아지나 토끼나 산에 사는 노루나 늑대나 호랑이나 

모든 짐승들은 사람들이 벌이는 그 무시무시한 전쟁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잖아요. 

총칼도 안 만들고, 핵폭탄도 안 만들고, 거짓말도 안 하고, 화도 안 내고, 몰래 카메라가 없어도 도둑질도 안 하고, 

술 주정뱅이도 없고, 가짜 참기름도 안 만들고, 덫을 놓아 약한 짐승도 안 잡고, 쓰레기도 안 버리고요.(본문 인용)  

겉표지에 보이는 달이가 왜 그리 슬픈 눈을 하고 있는 지 이 내용을 보면 짐작이 간다.

 

이 책에 나오는 아저씨는 권 작가님 자신처럼 보인다. 

세상을 등지고 혼자 외딴 곳에서 사는 것과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 

어려서 전쟁을 경험한 상처 등 작가님 자신이다. 

마지막 부분 네 다리가 있는 달이와 아저씨가 

아름다운 들판에서 행복해 하는 모습은  

작가님이 바라는 세상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전쟁 없는 세상 

고통 없는 세상 

다같이 행복한 세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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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6-01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정생 선생님 유언에 나오는 정호경 신부님을 그린 책이지요~
 

강아지똥 누적 판매 부수 100만부 기념 북 콘서트에 당첨되어 다녀 왔습니다. 

딸은 엄마를 배신하고 친구 생일 잔치에 간다고 하여 보내 주고  

아들은 아무래도 체력이 약하여 집에 남편과 함께 놔둔 채로

혼자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마포아트센터를 향해 갔습니다. 

이대 입구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게 번화가가 아닌 시골 같은 길이 계속 나와 길을 잘못 온 것 같아 불안불안했습니다. 

다행이 콘서트장에 잘 도착하였습니다. 

 

권정생 작가님이 살아계셔서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사인도 해 주셨음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 북 콘서트에 만났던 백창우와 굴렁쇠가 나와서 신 나는 노래를 해주었습니다. 

지난 번에 한번 들었다고 좀 아는 노래가 있어 따라 부르기도 했어요.  

그중 한 명이 심한 목감기에 걸린 듯 보이는데도 끝까지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습니다. 

어린데도 불구하고 프로의식이 철저한 그 어린이의 모습에 감동받았습니다. 

집에 와서 울 딸에게도 그 어린이의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역사 일기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 딸이 좀 더 의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입니다.

 

정승각님을 모시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어떻게 권정생님과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중요한 이야기를 하시는데 옆에 있는 꼬마가 칭얼대는 바람에 잘 듣지 못했습니다.  

백창우 님은 아이가 자꾸 울자 위트 있게 숲에 와 있다고 생각하고, 아이의 울음 소리는 새 소리라고 생각하라고 하셨습니다.  

순발력이 대단하신 분 같았습니다.  

정승각님은 강아지똥의 원문인 산문을 읽어 보고 이 작품의 그림은 꼭 자신이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처음 똥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그리는 삼층 짜리 아이스크림 같은 모습이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나중에 권정생님이 직접 원고를 수정하시어 하나하나 장면 번호를 붙이셔서 화가에게 보내셨다고 하네요. 

그걸 읽고 나서  "아! 이런 똥의 모습이 아니구나! " 하시며 다시 똥개들의 똥을 자세히 관찰하셨답니다. 

개들의 눈 똥의 모습에서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떠올라 그걸 찰흙으로 빚고 다시 데생을 하셨다고 하네요.   

그렇게 하여 지금과 같은 귀엽고 앙증맞은 강아지똥의 모습이 나왔다고 합니다.

강아지똥의 번개 같은 머리 모양은 참새가 콕콕 쪼아서 상처 받은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덧붙여 주셨어요. 

(축구 선수 베컴 같은 머리 모양 말이에요) 

가장 그리기 힘들었던 장면은 

강아지똥이 잘디잘게 부서져 민들레의 거름이 되는 장면이었다고 합니다. (마치 무지개 알갱이처럼 표현된 장면 말이에요) 

그 장면은 도저히 이성으로는 표현이 안 되고 해결이 안 되어 그냥 무작정 주무셨다고 합니다. 

그러다 꿈 속에서 힌트를 받아 얼른 잠에서 깨어 스케치를 하였다고 합니다. 영감이 날아가 버리기 전에 말이죠.

이성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은 그렇게 일단 포기한 것 처럼 잠을 자면 다른 방법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우리네 인생사가 모두 그렇지 않나 공감하는 부분이었어요. 

 

기쁜 소식은 권정생님이 정승각님께 맡기고 가신 이야기 한 편이 남아 있다고 하네요. 

아직 그 그림 작업을 완성하지 못하고 숙제로 남아 있다고 하시면서 내년쯤 출간 예정이라고 하셨습니다. 

기대됩니다. (솔직히 어제서야 오소리네 집 꽃밭도 정승각님 작품이란 걸 알았습니다. ) 

권정생님이 한꺼번에 세 작품 강아지똥, 황소 아저씨, 오소리네 집 꽃밭을 정승각님께 맡기셨다고 하네요. 

그림 스타일이 작가님의 글과 맞다고 판단하셨나 봅니다. 

화가님의 말씀 중에서 기억에 남았던 것 또 하나는 

권정생님께서 본인이 글을 쓰실 때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쓰신다고 하셨다고 하네요.  

그 이야기를 듣고 강아지똥을 다시 읽어 보니 정말 그림 그리듯이 한 줄 한 줄 장면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그림 작업을 할 때 무엇을 그려야 할 지 잘 떠오른다고 하셨어요. 

권정생 문화재단에서 마련한 권작가님의 육성이 담긴 동영상도 볼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권정생님이 남기신 유산 12억과 해마다 인세로 들어오는 1억 5천만원 상당의 돈을 이 재단에서 투명하게 관리하여 

권 작가님의 유지를 받들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생각해도 대단한 분이십니다. 

 

 

다음 무대는 

백창우와 굴렁쇠가 <노래하는 강아지똥>을 들려주었습니다. 

백창우님이 지난 겨울 힘들게 보내고 있을 때 지인이 한번 <강아지똥>을 노래로 만들어 보라고 권유하여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노래로 재탄생한 강아지똥도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이번 수요일에 공개수업을 할 때 이 CD를 이용할 생각입니다.  

특히 강아지똥 주제가는 그림책 내용이 한 곡에 다 들어가 있어요. 한 번 사서 들어 보세요.  

백창우 님의 약력을 보니 우리가 익히 아는 가요들의 작곡도 하셨더군요. 특히 김광석 님의 <부치치 않은 편지> 도 있더군요. 

백창우님도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시길 빕니다. 

<노래하는 강아지똥> 작업을 하시면서 몸도 마음도 많이 회복되신 듯 하여 다행입니다. 

 

이 땅의 보잘것 없는 모든 강아지똥들 !!! 

(보통 사람 모두가 강아지똥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하나님은 쓸모 없는 것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다는 것을 믿고 

나 자신을 사랑하며 

남도 나 자신처럼 사랑하며 

그렇게 그렇게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정성스럽게 사인에 그림까지 그려주신 정승각님과  

힘든 시기를 이겨내시고 멋진 사회와 노래를 들려 주신 백창우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두 분 모두 내내 건강하시고 좋은 작품으로 다시 만났으면 합니다. 

 

 

 

  

 

  

  

길벗어린이에서 준 선물들

책 목록표, 강아지똥 순서지, 손 세정제, 뱃지들, 엽서, 책갈피  

 

 

 

 

 

 

 

 

 

 

사인이 정말 

멋집니다. 

 

 

 

 

 

 

 

 

 

 

이번엔 새앙쥐를 그려주셨어요. 

 

 

 

 

 

 

 

 

 

 

웃는 모습의 사인  

아들이 " 작가 사인이 누나는 한 개, 

자기는 두 개" 라면서 기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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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6-01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는 엄마 이름으로 받았으면 더 좋았을 걸~ 학교 아이들에게 자랑도 하고 말이죠.ㅋㅋ

수퍼남매맘 2011-06-01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은 나보다 아이들이 먼저 생각나더라구요. 다음엔 제 이름으로도 사인을 받는 것도 좋겠네요.

희망찬샘 2011-06-06 0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멋진 사인이네요. 북콘서트를 자주 다니시네요. 멋지당~
 
길 아저씨 손 아저씨 우리 그림책 1
권정생 지음, 김용철 그림 / 국민서관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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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아이들과 5월 한 달 동안 권정생 할아버지의 작품들을 함께 나누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고, 감동도 줄 수 있으면서, 책에 대한 즐거움도 느낄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해 주고 있는데 

이 책 <길아저씨 손아저씨>도 그 중의 하나이다. 

물론 4학년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어서 더 유명해진 작품이기도 하지만 

읽고 나면 왠지 따뜻함이 온몸에 전해지면서 오랫 동안 그 온기가 가시지 않아 좋아하는 작품이다.  

 

윗 마을에 사는 길아저씨는 다리가 불편하여 평생 문 밖으로 나와 보지 못하고 방안에서만 살고 있다. 

아랫 마을에 사는 손아저씨는 두 눈이 보이지 않아 문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방안에서만 살고 있다. 

둘은 부모님이 살아 계실 적엔 부모님의 돌봄으로 인해 그런대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허나 부모님이 천년만년 살 수는 없는 일.  

두 아저씨의 부모님이 하늘 나라에 가시자 두 사람의 생활은 예전과 완전 달라진다. 

절망에 빠진 길 아저씨가 방안에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는 장면은 암울하기 그지 없다. 

당장 무얼 먹고 무얼 입고 사나? 

손아저씨는 그나마 지팡이라도 짚고 더듬더듬 밖으로 나와 구걸을 시작한다. 

구걸하다 들른 대추 나무 할머니 집에서 할머니가 들려주는 길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 

자신은 그나마 밖으로 나와 구걸이라도 하지만 길아저씨는 다리가 없어 밖에조차 나오지 못한다는 이야기였다  

손아저씨는 자기를 그에게 데려다 달라고 청한다. 

그후 길아저씨와 손아저씨는 한몸이 되어 생활한다. 

손아저씨가 길아저씨를 업고, 길아저씨는 손아저씨의 눈이 되어 둘은 함께 세상으로 나와 구걸을 한다. 

구걸을 하다 차츰 새끼 꼬는 법도 배우고, 새끼를 꼼꼼하게 잘 꽈서 물건을 잘 만드니 

이웃들이 그 소문을 듣고 물건을 사러 온다. 

물건을 팔아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사고 두 사람의 착한 마음씨에 반한 예쁜 색시도 맞이하게 된다. 

두 사람이 서로 돕는 것이 하늘에서도 기특하고 대견해 보였나 보다.  

이렇게 복을 내려 주시는 걸 보니 말이다

 

책자리에 모여 읽어 주려고 하니 벌써 읽은 아이들이 꽤 있었다. 

중간에 미리 이야기하지 않기로 약속을 하고 이야기를 시작! 

읽은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끝까지 얼마나 집중하여 잘 듣던지.... 귀여운 것들!!! 

예전에 읽은 땐 겉표지에 점자가 있는 걸 몰랐다가 오늘에서야 대발견을 했다는 선생님 말에 

" 선생님, 저는 알고 있었어요" 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다. 

" 처음에는 문이 닫혀 있고, 맨 뒷장에는 문이 열려 있어요" 라고 제법 관찰력을 자랑하는 아이도 있다. 

장애우인 두 아저씨가 서로 돕는 마음을 보고 우리 친구들이 지금 당장 표현하지는 못해도 마음에 감동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 

한 다.  요즘 우리 반 친구들이 한글을 잘 모르는 친구를 놀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것과 비교하여 깨달은 바도 있었을 것이다

엊그제 국어 시간에 배웠던 < 사윗감을 찾아 나선 두더지>와 비교하여 어떤 사람을 신랑감으로, 아내로 맞이하여야 하는  

지도  어렴풋이 알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 여러분~숙이와 연이 아가씨와 왜 장애우를 선택하여 결혼하였을까요? " 질문하자 

" 착해서요" 라고 대답한다. 

" 그럼 결혼할 사람을 고를 때 힘센 사람을 골라야 할까요? 착한 사람을 골라야 할까요? " 다시 질문하자 

" 착한 사람요 " 라고 큰 소리로 대답한다. 

부디 그 마음 결혼 적령기가 될 때까지 변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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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5-27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이거 내가 쓴 리뷰 제목과 같으네요.
나는 '서로의 눈과 발이 되어'로 눈이 발보다 앞에 나왔군요.ㅋㅋ

수퍼남매맘 2011-05-27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통했나 봅니다.

희망찬샘 2011-06-06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들 덕에 점자를 발견했다는 거 아닙니까!!! 4학년 공부하면서 이 책을 샀었거든요. 이런 책은 꼭 원문 읽기를 하면 좋겠어요. 그림책이 교과서에 나오는 경우 말이지요.
 
엄마 까투리
권정생 글, 김세현 그림 / 낮은산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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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났던 기억이 있다. 

산 속에 살던 엄마 까투리와 아기 까투리들 

갑자기 번진 산불 속에 어디 피할 곳이 없다 

산불이 그렇듯이 순식간에 번지는 산불  

화마 속에 어디 숨을 곳 하나 없다 .

엄마 까투리는 결심을 한다.  

이 아이들만은 살려야 겠다고 

엄마 까투리는 최대한 몸을 웅크려 아이들을 보호한다

산불이 꺼지고 

어디선가 아기 꿩의 울음 소리가 들린다. 

살아 있었네  휴! 다행이다

아기 꿩들은 이미 재가 되어 버린 엄마 까투리의 품 속에서 

울어 대고 있다. 

아기 꿩들은 알고 있을까? 

엄마 까투리가 자신들을 살리기 위해 뜨거운 불도 견디면서 자신들을 보호해 주며 스스로 재가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얼마 전 우연히 봤던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에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갑자기 일어난 지진에 밥을 먹고 있던 엄아와 아기는 

무너저 내린 집의 잔해 속에 갇히게 된다. 

깜깜하고 숨 조차 쉴 수 없는 그 좁은 공간 

무너진 집의 무게에 꼼짝도 못하는 그 상황에서 

엄마는 아기가 무서울까봐 자장가를 불러 주고, 젖을 먹이고, 이야기를 들려 주며 힘겹게 버틴다. 

지진 소식을 듣고 달려온 남편은 잿더미 속에서 아내와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찾는다. 

그때 희미하게 들리는 아내의 음성 

구조대가 그곳을 조심스레 파헤치자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더 이상 잔해가 쏟아지지 않게 자신의 몸으로 지지하고 있는 

엄마의 주검과 하나도 다치지 않은 건강한 아기가 발견된 사건이 전해졌다.  

오로지 아기만은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고귀한 희생을 다한 엄마의 위대함에 절로 마음이 

숙연해졌다. 

가정의 달 5월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5월이 가기 전에 꼭 한 번 온 가족이 읽어 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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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5-25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보면서 울었어요~~~~
하느님을 대신해서 엄마를 세상에 보냈다는 말씀이 맞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