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누적 판매 부수 100만부 기념 북 콘서트에 당첨되어 다녀 왔습니다.
딸은 엄마를 배신하고 친구 생일 잔치에 간다고 하여 보내 주고
아들은 아무래도 체력이 약하여 집에 남편과 함께 놔둔 채로
혼자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마포아트센터를 향해 갔습니다.
이대 입구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게 번화가가 아닌 시골 같은 길이 계속 나와 길을 잘못 온 것 같아 불안불안했습니다.
다행이 콘서트장에 잘 도착하였습니다.
권정생 작가님이 살아계셔서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사인도 해 주셨음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 북 콘서트에 만났던 백창우와 굴렁쇠가 나와서 신 나는 노래를 해주었습니다.
지난 번에 한번 들었다고 좀 아는 노래가 있어 따라 부르기도 했어요.
그중 한 명이 심한 목감기에 걸린 듯 보이는데도 끝까지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습니다.
어린데도 불구하고 프로의식이 철저한 그 어린이의 모습에 감동받았습니다.
집에 와서 울 딸에게도 그 어린이의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역사 일기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 딸이 좀 더 의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입니다.
정승각님을 모시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어떻게 권정생님과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중요한 이야기를 하시는데 옆에 있는 꼬마가 칭얼대는 바람에 잘 듣지 못했습니다.
백창우 님은 아이가 자꾸 울자 위트 있게 숲에 와 있다고 생각하고, 아이의 울음 소리는 새 소리라고 생각하라고 하셨습니다.
순발력이 대단하신 분 같았습니다.
정승각님은 강아지똥의 원문인 산문을 읽어 보고 이 작품의 그림은 꼭 자신이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처음 똥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그리는 삼층 짜리 아이스크림 같은 모습이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나중에 권정생님이 직접 원고를 수정하시어 하나하나 장면 번호를 붙이셔서 화가에게 보내셨다고 하네요.
그걸 읽고 나서 "아! 이런 똥의 모습이 아니구나! " 하시며 다시 똥개들의 똥을 자세히 관찰하셨답니다.
개들의 눈 똥의 모습에서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떠올라 그걸 찰흙으로 빚고 다시 데생을 하셨다고 하네요.
그렇게 하여 지금과 같은 귀엽고 앙증맞은 강아지똥의 모습이 나왔다고 합니다.
강아지똥의 번개 같은 머리 모양은 참새가 콕콕 쪼아서 상처 받은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덧붙여 주셨어요.
(축구 선수 베컴 같은 머리 모양 말이에요)
가장 그리기 힘들었던 장면은
강아지똥이 잘디잘게 부서져 민들레의 거름이 되는 장면이었다고 합니다. (마치 무지개 알갱이처럼 표현된 장면 말이에요)
그 장면은 도저히 이성으로는 표현이 안 되고 해결이 안 되어 그냥 무작정 주무셨다고 합니다.
그러다 꿈 속에서 힌트를 받아 얼른 잠에서 깨어 스케치를 하였다고 합니다. 영감이 날아가 버리기 전에 말이죠.
이성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은 그렇게 일단 포기한 것 처럼 잠을 자면 다른 방법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우리네 인생사가 모두 그렇지 않나 공감하는 부분이었어요.
기쁜 소식은 권정생님이 정승각님께 맡기고 가신 이야기 한 편이 남아 있다고 하네요.
아직 그 그림 작업을 완성하지 못하고 숙제로 남아 있다고 하시면서 내년쯤 출간 예정이라고 하셨습니다.
기대됩니다. (솔직히 어제서야 오소리네 집 꽃밭도 정승각님 작품이란 걸 알았습니다. )
권정생님이 한꺼번에 세 작품 강아지똥, 황소 아저씨, 오소리네 집 꽃밭을 정승각님께 맡기셨다고 하네요.
그림 스타일이 작가님의 글과 맞다고 판단하셨나 봅니다.
화가님의 말씀 중에서 기억에 남았던 것 또 하나는
권정생님께서 본인이 글을 쓰실 때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쓰신다고 하셨다고 하네요.
그 이야기를 듣고 강아지똥을 다시 읽어 보니 정말 그림 그리듯이 한 줄 한 줄 장면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그림 작업을 할 때 무엇을 그려야 할 지 잘 떠오른다고 하셨어요.
권정생 문화재단에서 마련한 권작가님의 육성이 담긴 동영상도 볼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권정생님이 남기신 유산 12억과 해마다 인세로 들어오는 1억 5천만원 상당의 돈을 이 재단에서 투명하게 관리하여
권 작가님의 유지를 받들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생각해도 대단한 분이십니다.
다음 무대는
백창우와 굴렁쇠가 <노래하는 강아지똥>을 들려주었습니다.
백창우님이 지난 겨울 힘들게 보내고 있을 때 지인이 한번 <강아지똥>을 노래로 만들어 보라고 권유하여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노래로 재탄생한 강아지똥도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이번 수요일에 공개수업을 할 때 이 CD를 이용할 생각입니다.
특히 강아지똥 주제가는 그림책 내용이 한 곡에 다 들어가 있어요. 한 번 사서 들어 보세요.
백창우 님의 약력을 보니 우리가 익히 아는 가요들의 작곡도 하셨더군요. 특히 김광석 님의 <부치치 않은 편지> 도 있더군요.
백창우님도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시길 빕니다.
<노래하는 강아지똥> 작업을 하시면서 몸도 마음도 많이 회복되신 듯 하여 다행입니다.
이 땅의 보잘것 없는 모든 강아지똥들 !!!
(보통 사람 모두가 강아지똥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하나님은 쓸모 없는 것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다는 것을 믿고
나 자신을 사랑하며
남도 나 자신처럼 사랑하며
그렇게 그렇게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정성스럽게 사인에 그림까지 그려주신 정승각님과
힘든 시기를 이겨내시고 멋진 사회와 노래를 들려 주신 백창우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두 분 모두 내내 건강하시고 좋은 작품으로 다시 만났으면 합니다.



길벗어린이에서 준 선물들
책 목록표, 강아지똥 순서지, 손 세정제, 뱃지들, 엽서, 책갈피

사인이 정말
멋집니다.
이번엔 새앙쥐를 그려주셨어요.
웃는 모습의 사인
아들이 " 작가 사인이 누나는 한 개,
자기는 두 개" 라면서 기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