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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성 ㅣ 동화 보물창고 32
엘리자베스 윈스롭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판타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이 책이 썩 반갑지는 않았다. <해리포터>가 처음 나왔을 때 하도 옆에서 재미있다고 하길래 읽어보려고 하였지만 번번이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이 책을 완파할 수 있을까 싶었다. 모든 판타지를 다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 가끔 가다 잘 맞는 판타지도 몇몇 있긴 한데 대체적으로 판타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끝까지 읽었다는 것에 스스로 대견하다. 이 책 덕분에 생소한 낱말들을 여럿 알게 되었다. 특히 도개교는 어감이 좋아서 여러 번 소리 내어 읽어 보았다.
윌리엄은 자신을 거의 키워주다시피한 필립스 할머니가 영국으로 가게 된 것이 너무 슬프고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슬퍼하는 윌리엄을 보고 할머니는 윌리엄을 위하여 아주 거대하고 멋진 성을 선물로 준다. 성을 가지고 놀던 윌리엄은 우연히 그 성에 있던 은빛 기사를 깨우게 되고 그가 가지고 있던 마법 토큰으로 급기야는 영국을 떠나려는 필립스 할머니를 은빛 기사와 같이 작게 만들어 기사님의 아내로 만들어버린다. 자신의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린 윌리엄을 용서할 수 없는 필립스 할머니에게 직접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 그리고 은빛 기사를 그렇게 납으로 만든 마법사를 해치우기 위해서는 윌리엄 또한 할머니처럼 작아져서 그 성안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결자해지라고 했던가! 할머니를 그렇게 만든 사람이 윌리엄이니 원래대로 돌릴 사람 또한 윌리엄이다. 원래 크기대로 돌아올 수 있을 지 아니면 영원히 그 성안에서 지내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 돌아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떠나기로 결심해야만 하는 거야>라는 대사가 마음에 와 닿았다. 윌리엄이 성 안으로 들어갈 지 말지를 고민하는 이 부분이 내 느낌상 이 책의 클라이막스인 것 같다. 할머니를 자기의 욕심 대로 작게 만들어버린 후 아차! 하는 윌리엄이 자신이 종자가 되어 은빛 기사를 마법사가 있는 곳까지 안내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할머니를 원래대로 돌릴 방법 또한 그것 밖에 없음을 인식하면서 갈등하는 상황이 가장 흥미진진하였다.
윌리엄은 고민 끝에 자신이 은빛 기사의 종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마법 토큰을 다시 한 번 사용하여 할머니처럼 작아진 윌리엄은 성 안으로 들어가 은빛 기사와 함께 마법사를 찾아 나선다.
여인이 열심히 수를 놓고
기사가 칼을 시험할 때,
종자가 도개교를 건널 것이고
바로 그때가 모험에 나설 적기이니.
그 말이 이뤄지는 것이다.
성안으로 들어온 윌리엄이 마법사를 물리치기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조금 시시하였다. 악랄하고 무시무시한 마법사와 맞서서 은빛 기사와 윌리엄이 대단한 활약을 할 것을 기대하였건만 은빛 기사는 어이없게 길을 잃어 버리고, 윌리엄 혼자 마법사와 맞서는 장면은 바람 빠진 풍선의 느낌이었다. 앞에서 보여주던 긴장감이나 갈등이 많이 줄어든 느낌이랄까 ? 은빛 기사와 헤어지고, 마법사를 찾아 가는 과정에서 윌리엄은 마법사가 광대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성 밖에서 익혀온 기계 체조를 통하여 우여 곡절 끝에 마법사의 광대가 된다.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연습했던 발차기 동작으로 마법사를 물리친다. 앞 부분에 왜 그렇게 체조 연습 장면이 반복되어 나오는지 이해가 갔다.
윌리엄은 성으로 들어가는 순간과 마법사와 대항하는 순간에 결국 자신 안에 있는 두려움과 직면하게 된다. 결국 두려움은 내 안에 있는 것이고 그것과 싸워 이길 때 진정한 용기가 솟는다는 것이겠지.
다시 원래 크기로 돌아온 윌리엄은 이제는 필립스 할머니를 떠나보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된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것 또한 진정한 용기라는 생각이 든다. 필립스 할머니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시도록 하는 것 또한 사랑하는 방법이란 걸 윌리엄은 깨달았을 것이다. 성 안에서 펼쳐지는 윌리엄의 모험담이 조금 시시한 면도 있긴 하였지만 중세 시대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