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어린이/청소년>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4월은 8기가 끝나고 새롭게 9기가 시작되어서 정신이 조금 없네요.  

여하튼 9기로 다시 활동하게 되어서 무지 기쁩니다. 

6개월 동안 열심히 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매번 신간을 추천할 때면 책이 다 오는 것도 아닌데 정말 행복합니다. 

설레기도 하구요. 내가 고른책이 오면 더 행복하더라구요. 이번에도 아주 기쁜 마음으로 책을 골라 봤습니다. 

피터 시스의 책이고 그 유명한 <마들렌카>가 나오는 그림책이니 정말 궁금합니다.  

겨울에 나와던 <장벽>은 어린이들에겐 조금 어려웠는데 이 책은 마들렌카에 축구가 나오니 분 

명 어린이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피터 시스의 그림은 입체적이어서 보는 사람이 즐겁습니다.

 

 

 

이 책은 벌써 2011년 칼데콧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더군요. 칼데콧 수상작을 무지 좋아하는 저로서는 이 책을 당연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칼데콧 수상작이 실망을 안겨 주는 경우가 드물더라구요.  스토리, 그림을 모두 중요시하는 칼데콧이 선택한 이 작품. 정말 기대됩니다.

 

 

 

솔직히 임석재 란 분을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그런 분이 계셨다는 것과 옛이야기를 수집하기 위해 굉장히 애쓰셨다는 것 정도만 알게 되었습니다.  깊이 알려면 이 책을 읽어봐야 하겠죠.

임석재님이 힘들게 수집한 구수한 옛이야기들이 읽고 싶어지네요.  창작동화도 재미있지만 오래전부터 전해져 오는 옛이야기들도 아주 재미있더라구요.  살짝 이 책을 펼쳐 보았는데 짤막짤막한 이야기들이 맛깔스럽게 들어 있더군요. 누룽지처럼 구수한 옛날이야기책을 추천합니다. 

 

 

 

서지원 작가님의 <어느 날 우리 반에 공룡이 전학 왔다>를 읽고 그분의 팬이 되었습니다.  사회문제를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접근하여 주제의식이 또렷한 책을 쓰시는 분이라고 생각되더군요. 한 작가에게 꽂히면 그분의 모든 작품을 읽고 싶어지더라구요. 서지원 작가의 새 작품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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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똑똑한 아이 키우기 마음껏 그려 보자 1
니칼라스 캐틀로우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4월
절판


오래 전부터 교육계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창의력>이다. 첫 교단에 설 때 부터 주입식 교육과 정반대되는 창의성 교육을 하자는 것이 바로 교육계의 슬로건이었다.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창의성 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나 물어본다면 <글쎄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게 교육의 현주소이다. 말로는 창의성 교육을 꽤 오래전 부터 운운하였지만 실제적으로 교육현장에서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과밀학급, 과다한 수업시수, 시험 등등)가장 큰 이유는 창의성을 펼칠 장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PISA에서 실시하는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높은 등수(3등)을 차지하곤 하지만 1등을 차지하는 핀란드 학생들과 비교해 볼 때 창의력 부분에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떨어지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는 각국의 대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평가할 때 더욱 더 뚜렷해진다. 전세게 우수 대학 100등 안에 우리나라의 대학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어디 학문을 탐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오로지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 열심히 취업준비를 하고 있을 뿐이지.철저하게 암기 위주의 시험 등에 익숙한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정작 학문을 탐구하고, 창의적으로 뭔가를 해결해야 하는 대학교육에서는 성취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겨울에 보았던 마이클 센댈의 하버드 강의 특강을 보니 하버드 대학생들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토론을 하는데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아주 자유롭게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답은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어떤 사람들은 학생들끼리 더욱 더 경쟁을 시키고, 시험을 자주 보아야 창의력을 높일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해결방법을 내놓고 있다.
창의력은 그렇게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일단 학생들의 마음이 평안해야 한다. 시험에, 여러 가지 공부에, 사교육에 시달려서 무슨 창의력이 생기겠는가? 편안한 마음가짐에서, 무엇인가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고 여겨질 때 생겨나지 않겠는가? 마지못해 하는 공부에서 창의력이 생길 리 만무하다.
그런 찰나에 창의력을 길러 주는 이런 책은 아주 소중하다고 본다.
나도 별로 창의력이 없는 사람 중에 하나이긴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창의력이 발동하는 것 같다. 고무적인 것은 창의력도 길러지고, 항상될 수 있다는 점이다. 늙어가는 나도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선 창의력이 생기는데 하물며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자기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이라면 창의력이 저절로 생겨날 것이다. 문제는 그럴 수 있는 여건을 어른들이 마련해 줘야 한다는 점이다.
이 그림책은 여러 가지 상황을 주고 어린이들로 하여금 그 상황에 어울리는 그림을 마음껏 그려 보는 장을 마련해 준다. 나같은 어른은 이런 상황을 접하게 되면 굉장히 얼떨떨하고 두려워 하지만 의외로 어린이들은 굉장히 재미 있어하며 쉽게 뛰어 든다.

이 그림은 7세 된 우리 아들이 그린 그림이다. 울 아들은 나처럼 별로 그림이 소질이 없어 보였다. 작년까지는 말이다. 누나가 워낙 그림을 잘 그리는 터라 쉽게 그림을 그리려고도 하지 않았다. 얼마 전부터 스케치북에다 스스로 그림을 그려 내는 걸 보고 칭찬을 많이 해 주었더니 이제는 그림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썩 잘 그리는 그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기 마음과 머리 속에 있는 뭔가를 그림으로 표출할 수 있다는 것부터 반가웠다. 난 내 생각을 글로 쓰라는 건 좋지만 그림으로 그리라고 하면 죽을 맛이다. 아들에게 그림책을 주며 <엄마 숙제니까 도와주라>고 하자 어려워하지 않고 여기저기 열심히 그렸다. 아주 재미있어 하며 말이다.

지난 주 일요일 오후
딸 아이에게 <시아야, 엄마 리뷰써야 하니깐. 니가 몇장 그려줄래? > 하였다. 딸은 < 그래, 알았어요>했다. 아들이 그린 그림만 올리기엔 좀 그래서 잘 그리는 딸의 그림을 좀 올려 보려는 엄마의 마음에서였다.딸은 신이 나서 연필 한 자루를 들고 침대에 누워 그림을 그렸다. 난 옆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아들은 누나 옆에서 누나가 그림을 그리는 걸 보고 있었다. 아들은< 이건 엄마가 나한테 준 그림책인에 왜 누나 혼자 욕심 부리고 다 그리는 거야 ?> 그런 마음이었나 보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갑자기 < 시후야 괜찮아? >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들은 자기의 머리를 쥐고 아파하고 있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글쎄. 딸이 쥐고 있던 연필에 아들이 박치기를 하는 바람에 아들의 머리에 연필심이 들어간 거였다. 머리를 살펴 보니 까만 연필 심이 박힌 게 보였다. 일요일 오후 응급실에 가야 하나 어쩌나 고민을 하다 응급실 가봤자 고생만 할 것 같아 일단 소독을 하고 약을 발랐다. 까많게 보이는 게 연필심이 들어간 것 같기도 하고,그냥 착색만 된 것 같기도 하고.... 서로 그림을 그리겠다고 아웅다웅하다가 그렇게 된 거였다. 다행이 다음 날 소아과에 가서 주사 바늘 같은 걸로 심을 긁어냈다. 뾰족한 주사 바늘로 긁어내는 데도 울 아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잘 참아냈다. 정말 장하다. 울 아들!!!
그림책을 서로 독차지하려고 하다 큰 사건(?)이 생길 뻔 했지만 그만큼 이 책이 아이들에게는 좋은 그림책이라는 증거가 되었다.
우리 가족 모두에게도 잊지 못할 그림책이다. 하마터면 울 아들 머리에 큰 상처를 줄 뻔했으니 말이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아직도 머리에 딱지가 있긴 하다. 바로 옆에 있는데도 다치는 건 순식간이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이 그림책을 손에 넣은 아들이 그린 퀼트 이불이다.
예전에 비하면 그림을 좋아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척척 그려내는 울 아들을 보면서 창의력은 길러진다는 말에 확신한다. 더불어 울 아들을 보면서 든 생각은 < 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전엔 가족 앞에서도 절대 그림을 그리지 않던 아들이 이제는 이것저것 다 그리는 걸 보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해골까지 그릴 줄 꿈에도 몰랐다. 일취월장하고 있는 울 아들.

다음은 울 딸의 그림이다. 갑자기 친구들을 데려와서 우리 집에서 놀던 날. 더 놀고 싶은 마음을 그림에 담았다.

미래 꿈이 <만화가>인 울 딸은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하나도 심심하지 않단다.

유령의 집을 그린 모습이다.

특히 딸은 동물을 아주 귀엽게 잘 그린다.
담장에 숨어 바라보고 있는 건 구미호가 변신하는 모습이란다.

자기를 놀리고 도망가는 아이들을 뒤쫓아 가는 모습이다.
딸은 더 그리고 싶었지만 지난 번 그 사건 때문에 나머지 부분들은 온전히 동생에게 양보해 줘야만 해서 딸의 그림은 몇 장 없다.
우리 반 친구들과도 함께 해 보고 싶다. 정말 다양한 그림들이 나올 것 같다. 우리 반 친구들도 요즘 그림연습을 하고 있는데 한 가지 그림만 주고 나머지는 알아서 그리라고 하면 정말 다양한 그림들이 나온다. 이처럼 아이들은 충분히 창의적이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창의성을 펼치고, 즐길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대학 입시나 취업을 위해 밀어 붙이기 식으로 떠다 밀고 있기 때문에 창의성이 신장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충분히 그 안에 창의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걸 표출할 장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그런 장들을 만난다면 충분히 우리나라 학생들도 창의적인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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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1-06-06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딸만 그림 잘 그리는 줄 알았는데(도치맘~) 시아는 더 잘 그리네요. 훌륭합니다.
 
안네의 일기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25
안네 프랑크 지음, 최지현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작년 신문 한 귀퉁이에 실린 글을 본 적이 있다. 바로 그 날이 안네의 생일(6월 13일)인데 안네는 13세 생일 선물로 받은 일기장을 받게 된다. 얼마 후 독일군을 피해 숨은 은신처에서 2년여 동안 일기를 썼고 이  일기장을 안네가 잡혀갈 당시 미에프라는 이웃이 몰래 책장에 숨겨 두었단다. 나중에 혼자 살아 남은 안네의 아버지가 책으로 출간하게 됨으로써 안네의 일기가 사장되지 않고 이렇게 세상 밖에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안네의 일기>는 고전으로 여겨질 만큼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고, 한 소녀의 성장 소설이기도 하며, 시대 상황을 잘 설명해 주는 고증 자료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책을 받은 날 딸에게 먼저 읽어 보라고 권하였다. 이유는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에 <안네의 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엄마의 강권에 못이겨 딸은 며칠에 걸려 아침자습 시간을 통해 이 책을 끝까지 읽었다. 딸은 무엇을 느꼈을까? 나중에 물어 봐야지.  안네가 <은신처>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하고 싶었다는 걸 이야기하는 걸로 봐서 제대로 읽긴 한 것 같은데..... 4학년이 이해하기엔 어려운 내용들이 자주 등장해서  제대로 이해했을까 염려스럽다. 

작년에 읽었는데 다시 읽어 보니 그때는 스치고 지나갔던 것들이 마음에 와닿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고전은 읽을 때마다 그 느낌이 새롭다는 말이 진실이라는 생각을 가져 본다. 명작은 그래서 나이에 따라 적어도 3번은 읽어 보라는 누군가의 말이 옳다고 동의하게 된다. 내가 더 늙어서 읽게 된다면 또 와닿는 부분이 달라지리라.

<안네의 일기>를 통해 느껴지는 안네의 이미지는 마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를 연상시킨다. 겉표지에 나온 안네의 사진도 비비안 리와 꽤 비슷하다. 스칼렛의 당당함, 자존심, 강인함이 굉장히 닮아 있다. 그녀가 그렇게 수용소에서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면  조앤 롤링 부럽지 않은 작가가 되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1942년 13번째 생일날. 안네는 생일 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키티>라는 애칭을 붙인다. 키티는 그때부터 안네에게 둘도 없는 단짝 친구가 된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은신처 생활. 안네는 이 일기장을 통해 자신이 겪었던 2년 여 간의 은신처 생활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과 자신의 생각들을 아주 솔직하게 쓴다. 읽다 보면 13세의 소녀가 쓴 일기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안네의 일기를 통해 8명의 사람들이 그 좁은 공간에서 살면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보면서 그들의 생활이 우리들의 일상과 별로 다를 게 없다는생각을 하게 된다. 그건 바로 내가 그 상황이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거라는 뜻이다.책을 읽기 전에는 막연히 안네의 일기에는 전쟁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절망과 독일군의 잔학상들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것과는 달리  사춘기를 겪는 안네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물론 전쟁 상황이라는 것과 은신 중이라는 특별한 상황이 곳곳에 나오긴 하지만 그것이 주를 이룬다기 보다는 13세~15세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온갖 생활의 단편들이 더 주를 이룬다는 생각이 든다.  

2년 넘게 쓰여진 일기 속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은신처에 있는 8명의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다. 그 중에서도 안네는  다른 사람들에게 건방지고, 제멋대로이고, 천방지축이며, 수다가 많고 고집쟁이로 통하며 갈등 상황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특히 반 단 부인과의 반목은 씩씩한 안네에게도 매번 큰 상처를 주기도 하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와의 갈등, 그리고 페터와의 우정, 사랑 등등이  여러 일기에서 나타난다. 이는 전시 상황, 은신처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 준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슨 싸움이며 사랑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거다.그런 위험한 상황에서라면 모든 것이 이해되고, 배려하며 살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똑같이 싸우고, 똑같이 사랑하고. 똑같이 화해하고.... 은신처 사람들 중에 가장 나이 어린 안네를 향해 쏟아지는 어른들의 비난의 화살을 보면 자명해진다. 그 어린 소녀가 겪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한다면 반 단 부인을 비롯한 여러 명의 어른들이 안네를 그렇게 윽박지르지는 못햇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은신처에 갇혀 지내는 사람으로서 사춘기를 맞이한 어린 소녀를 이해하기 보단 자신들도 역시 그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두려워하고, 불안해 하며,  다른 사람을 책망하는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밖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은신처 안에서도 크고 작은 전쟁이 매일 벌어지고 있었다. 이를 통해 인간은 정말 나약하고 이기적인 존재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런 면에서 타이타닉 호가 침몰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끝까지 승객들을 위해서 연주를 하던 악사들이야말로 정말 대단한 용기와 희생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된다. 보통은 다 이렇게 안네를 비롯한 8명의 사람들처럼 자신의 고통에만 갇혀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고, 탓하며, 가시를 돋아 상대방을 비난할 뿐이다.   

안네의 일기에서 가장 감명 깊은 부분은 바로 그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부를 한다는 점이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언제 게슈타포에게 잡혀가 가스실에서 죽임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인데도 독서를 끊임없이 하고, 계속해서 각자 필요한 공부들을 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웠다. 대수학, 속기, 프랑스어, 영어 등등 학교에 다닐 때랑 똑같이 아니 오히려 더 많이 공부하며 책을 읽으며 자신의 학문을 쌓아 나간다. 안네의 아버지 또한 디킨스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일기 곳곳에 나와 있다.  이렇게 일상 생활을 꾸준히 해 나가는 부분이 나에게는 감동적이었다. 그것이 바로 희망을 안고 사는 모습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언제 잡혀 갈지 모르니깐. 언제 죽을 지 모르니깐. 아무렇게나 살자가 아니라 그렇게 차근차근 일상 생활을 해 나갔던 그들의 모습이 존경스럽기 까지 하다. 그 와중에도 책을 읽고, 희망을 가지며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들이 난 그들과 비교할 때 현재를 열심히 살고 있나 반문하게 만들었다.   역으로 그들이 그런 생활을 하지 않고 자포자기하며 매일 매일 불안에 떨고 있었다면 더 견디기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일상적인 일들을 해 나갔기에 견딜 수 있었고 책이라는 친구가 있었기에 위로가 되었을 거란 생각도 해 본다.  안네에겐 거기다 <키티>라는 일기장이 있었기에 힘든 시기를 잘 견뎌낼 수 있었으리라. 안네의 꿈이 기자와 작가가 되는 것이었는데 그 재능을 일기 전편에 걸쳐 볼 수 있다. 어른인 나보다도 문장력이 뛰어나다.

안네는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시절을 그 곳에서 보낸다. 가장 좋아하는 아빠와 페터에게도 말 못하는 부분들을 오직 키티에게 말하며 그럼으로써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 가고, 자신의 사랑을 키워 가고, 자신의 꿈을 준비해 나간다. 사춘기 소녀가 그 좁은 공간에서 느꼈을 답답함 , 반항심 등은 어른들에게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어른들의 질타의 대상이 되곤 한다. 안네는 정말 외로웠을 것 같다. 그래도 당당히 맞서 싸우며 자신의 꿈을 준비해 나간다. 안네 말처럼 하나님이 안네에게 글쓰는 재주를 주셔서 13-15세  소녀가  썼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은 내용들도 있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중에 조작한 것이 아닌가라는 설도 있었다고 하는데 안네의 친필로 판명되었다고 한다.  은신처 생활 속에서도 미래의 자기의 꿈을 위해서 게을리 하지 않고 여러 가지 책들을 많이 읽은 덕분에 안네는 박식했다.  책도 2권이나 썼다는 내용도 나온다. 매일 매일 힘든 상황에서도 책을 놓지 않고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안네를 떠올린다면 지금 편안한 생활을 하는 나는 불평을 줄여야 하는 게 마땅하다.  

둘째 안네 아빠가 안네의 생일 날 써 준 시가 마음에 와닿는다. 

자기의 잘못은 작아 보이고 

남의 잘못은 두 배로 커 보여 

우리는 남의 잘못을 나무라기가 더 쉽지. 

그러니 우리 어른들. 네 부모를 이해해 주렴. 

널 이해하고 공평하게 판단하도록 노력할 테니. 

잘못을 고치다 보면 때때로 네 뜻과 맞지 않을 때가 있을 거야. 

그건 쓴 약을 삼키는 것과 같아서 

평온함을 유지하고 싶다면 해야 할 일. 

그러다 보면 시간이 흘러 모든 고통도 끝나겠지. 

은신처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아빠가 써 준 시같은 편지이다. 아빠의 편지가 안네에게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후반부에 가면 그 아빠마저 안네를 이해해주지 못할 때 안네는 마음의 문을 닫고 만다. 그때 키티가 유일한 친구가 되어 준다. 좁은 공간에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골칫덩어리로 대할 때 안네는 얼마나 슬프고, 억울하고, 화가 났을까?  안네가 페터를 사랑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런 상황들 때문에 불가피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8명 중에 고작 안네가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은 가족 외에는 페터 밖에 없었으니깐.

하나 더 꼽자면 안네가 만든 <은신처 생활 안내>는 안네의 유머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특별 다이어트 식단 제공>등등의 재치 있는 말들이 곳곳에 있어서 안네의 긍정적인 성격을 볼 수 있었다.  일기 곳곳에서 힘든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으려 애쓰는 안네의 마음이 곳곳에 나와 안네가 얼마나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였는지 깨닫게 해 준다. 

안네는 정말 강하고, 영리하고, 재능이 뛰어난 아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초반에 나오는 은신처 설계도는 안네가 직접 그린 것인지 무지 궁금하다. 마치 건축설계사가 그린 것처럼 세세하게 그려진 이 설계도를 보고 있노라면 꼭 은신처에 가 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긴다.  실제로 암스테르담에 가면 안네의 은신처가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암스테르담에 가게 된다면 그녀가 2년 간 지냈던 그곳을 꼭 둘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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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이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좋은 그림책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옆에 있는 그림책이다.

캐시라는아이가 피아노 앞에 앉아서 아주 행복한 모습으로 뒤를 돌아다 보고 있다. 

도대체 누굴 쳐다 보고 있는 걸까?  겉표지에 쓰인 이 그림은 거의 이야기의 막바지에 나오는 장면이다. 노랑 바탕에 파란 옷을 입은 캐시, 검정 피아노가 대조를 이룬 멋진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캐시는 뚜껑이 열리면 음악이 들리는 피아노 장난감을 무척 애지중지한다. 그 모습에 부모님은 값비싼 가문비 나무로 만들어진 진짜 피아노를 사 준다.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피아노를 동생이 아무렇게 대하는 것이 못마땅한 캐시는 동생에게 윽박지르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선생님께 레슨을 받기 시작한 캐시는 피아노 연주 대회에 나가기로 결정하나 연습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렇게 좋았던 피아노가 점점 싫어지려고 한다. 드디어 대회 날, 엄마는 예쁜 드레스에다 머리도 곱게 빗겨 주시고 무대 위에 오른다. 떨리는 마음을 누르고 겨우겨우 연주를 시작하였는데 막바지에 반복하는 부분에서 멈추고 만다. 자리를 박차고 무대를 달려 나오는 순간 넘어지려는 캐시를 엄마가 붙잡아 준다. 그날의 그 사건은 캐시에게 상처로 남고 피아노는 이제 물건을 쌓아 놓는 탁자로 쓰일 뿐이다.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했던 피아노였던가 ? 하지만 피아노 연주를 준비하면서 부터 멀어져 갔던 피아노와 캐시의 관계가 연주회 사건으로 인하여 완전히 단절되고 만 것이가.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환한 표정으로 피아노 앞에 다시 앉게 되었을까?   

  

어릴 적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원더우먼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 재미있는 장면의 책을 소개한다. 

예쁘게 차려 입고 나오던 여인이 물컹 하고 뭐가 밟히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강아지똥이었다. 여인은 그때부터 강아지똥을 아무렇게나 방치해 놓은 주인과 강아지를 찾아 나서기로 하고 자신의 별명을 바로 <개똥우먼>이라고 정한다. 

강아지똥의 범인을 찾기 위해 필요한 물품을 구비하고, 본격적으로 일에 착수한다. 이 장면은 개똥우먼이 본격적으로 장비를 착용하고 강아지똥 탐사에 나서는 장면이다.  정의감이 투철한 이 여인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더러운 개똥을 찾아 다니는 이 여인에게 속속들이 그 개똥의 주인들이 덜미가 잡힌다. 개똥우먼은 개똥의 주인들의 집에 딱지를 붙인다. 애완견을 키우는 것 까지는 좋다. 그렇담 그 뒷처리까지 깔끔하게 하는 게 주인들의 몫인 것이다. 애완견 때문에 벌어지는 이웃 간의 다툼을 목격한 적이 있다. 개똥우먼 같은 사람이 있었다면 아마 그런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의로운 이 여인에게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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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와 지저분한 친구 께르뚜 자기 주도적으로 크는 아이 4
띠나 노뽈라 글, 메르비 린드만 그림, 살미넨 따루 옮김 / 책굽는가마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금일 드디어 학급 도서관인 행복 도서관을 오픈하여 모든 어린이들을 비롯하여 나 또한 아침독서 10분 시간에 신간도서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신간을 만나는 기쁨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린다. 이 책은 그야말로 신간 중의 신간이다. 3월에 나온 책이니 말이다. 

 

핀란드 작가의 책인데 <시리 시리즈>라고 한다.  주인공 여자 아이 이름이 바로 시리이다. 쉬리가 아니다.

핀란드 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 최고의 복지 국가이기도 하지만 빼어난 자연 환경 덕에 밖에 나가면 저절로 달력 그림이 나온다는 그 나라.  정말 가고 싶은 나라  중의 하나이다. 막상 가본 사람은 자연은 빼어나지만 사람 구경하기가 어려워서 적막하기도 하다고 한다.  어찌 되었건 나에게는 선망의 대상인 나라이다. 특히 복지와 교육적인 면에서 말이다.  

예전에 핀란드 학생들을 다룬 다큐를 본 적이 있는데 중고등학생들이 우리나라 학생들과는 달리 아주 행복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 걸 인상 깊게 봤었다. PISA  1위를 하는 나라가 바로 핀란드 아닌가! 우리는 공교육도 모자라 사교육으로 3위를 차지하는 나라이고, 핀란드는 그야말로 공교육 하나 만으로 매년 1위를 하는 나라이다. 교육 분야에서는 핀란드를 모델로 해야 한다느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핀란드 교육이야 말로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강조하는 교육이다. 어제 또 카이스트  복학생이 또 자살을 하였다. 경쟁만을 강조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계속해서 이런 일들이 무수히 일어날 것이다. 핀란드 교육을 본받아야 하는데 안타깝다.  작가가 핀란드인이라는 말에 서론이 길어졌다. 가장 좋아하는 나라라서....

주인공 시리는 오또 막내 생일을 맞아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가지고 오또 집에 도착한다. 거기에 웬 지저분한 여자 아이 한 명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기분이 나빠진다. 그런데 오또 형제들은 그 지저분한 께르뚜라는 여자 아이를 좋아하는 게 아닌가! 지저분한 채로 생일 잔치에 들어온 께르뚜와 시리 사이에 싸움이 오고 가고 시리는 화가 난 채로 집에 돌아온다. 엄마에게 화가 난 이유를 말한 시리는 왜 오또 형제들이 그 지저분한 여자 아이를 좋아하는지 궁금해졌고, 자신도 께르뚜처럼 지저분해지면 그네들이 다시 자기를 좋아할까 생각해 본다. 다음 날 시리는 일부러 검정 분필로 지저분한 칠을 하고 진흙탕으로 옷에 얼룩을 묻힌 채 오또네 집에 간다. 오또는 그런 차림의 시리를 보고 놀란 얼굴을 하고, 께르뚜가 준 편지 한 장을 손에 쥐어 준다. 건너편에 그들을 보고있는 깔끔한 여자 아이 한 명이 있다. 어제의 께르뚜와는 전혀 딴판의 모습인 께르뚜다. 시리와 께르뚜의 뒤바뀐 모습이 재미있다. 오또가 준 편지를 보니 그 속에는 바로 친구가 되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자기주도적으로 크는 아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는 이 그림책은 일단 만화풍으로 그려져 있어서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시리라는 여자 아이의 캐릭터 또한 귀엽고 사랑스럽다. 4권의 시리즈가 나와 있다는데 다른 책들도 궁금해진다. 시리와 께르뚜라는 상반되는 두 여자 아이를 통해서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일깨워 주고, 무작정 남을 따라하려는 시리의 마음을 통해 그런 행동 또한 결국 부질 없음을 보여 준다.   오또막내의 생일 잔치에서 그렇게 싸우고 나서도 편지를 통해 친구 제안을 해오는 께르뚜와 편지를 받고 좋아하는 시리를 통해 천진난만한 어린이의 모습을 보여 준다. 부모님이 안 계실 때는 완전 거지가 따로 없을 듯이 하고 있다가도 집에 갈 날이 다가오자 단정한 여자 아이로 변신하는 께르뚜. 약삭 빠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어린이 답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가 안 계실 때만이라도 자유를 만끽해 보고 싶은 게 정상 아닐까? 방학이 되면 나도 화장도 안 한 채로 다닌다. 그게 편하니깐.  시리는 어떤가?  께르뚜의 겉모습이 지저분하다고 하여 초면에 돼지라고 비웃으며 싸움까지 서슴지 않다가 오또 형제가 께르뚜를 좋아하는 걸 보고, 자신의 모습을 께르뚜처럼 만들어 오또형제 마음을 돌리려 한다.  시리의모습에서 초반의 당당함은 볼 수 없다. 자신이 그토록 비하하던 께르뚜의 모습을 그대로 모방하는 시리의 모습이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를 자꾸 모방하려고 마음, 남의 눈치를 자주 보는 모습,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남을 의식하는 모습 등등  께르뚜의 모습을 보면서 내 안에도 그런 마음들이 혹 있지는 않나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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