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까지 같은 학교에 데리고 다녔던 딸을 집 가까운 학교로 전학을 시켰다.
전학 시키는 날 담임 선생님 얼굴을 잠깐 뵙고
어제 학부모 총회 때는 나도 총회가 겹쳐서 안타깝게도 가지 못했다.
다행이도 그 학교에서는 학부모 상담 주간이 있어서
나처럼 직장 다니는 엄마의 편의를 위해서 저녁 시간까지 담임 선생님이 기다려 주신다고 한다.
우리 학교도 그렇게 해야 하는데 개선이 안 된다.
오늘 6시에 선생님을 찾아 뵈었다. 동료교사가 담임을 할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더 어렵고 조심스러웠다.
빈 손으로 가기가 뭐해서
목에 좋은 도라지차와 감기예방에 좋은 감입차를 준비해서 교실 문을 두드렸다.
퇴근도 못하시고 기다려주신 선생님이 한없이 감사하였다.
전학을 왔음에도 불구하고 딸이 활달하게 적응을 잘한다는 말씀에 안심이 되었다.
항상 동네 친구가 없어 심심해 하는 게 안쓰러웠는데
지난 놀토에도 친구들과 동네 놀이터에서 신 나게 노는 모습을 보니
전학을 잘 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께서 딸 아이가 잘하고 있다는 말씀을 해주시니 정말 안심이 되었다.
사교육 없이도 잘하는 모습에 사교육 없는 우수 사례에 내보내고 싶다는 말씀까지 해 주셨다.
선생님께서도 나처럼 사교육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셔서 동지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더더구나 같은 종교를 가지고 계시다고 해서 저 또한 <담임 선생님>을 놓고 기도를 많이 했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 응답의 결과로 현재의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제 딸이 선생님이 가져오라고 한다면서 책 목록 2권을 내밀었다.
처음 있는 일이다.
이제까지 책을 가져오라고 하신 분이 없었는데 4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는 나처럼 학급 도서관을 마련하고 계셔서
정말 반가웠다. 얼른 인터넷 서점에 주문을 해서 다음 날 받아 지금 읽고 있는 중이다.
책이라면 얼마든지 공급해 드릴 수 있다.
나와 똑같이 아침독서를 하시는 걸 보고 기도대로 이뤄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 분위기도 차분하고 좋다고 하셨다.
4학년 선생님을 만나 뵙고 오니
비로소 진짜 학부모가 된 기분이다.
3학년 때까지는 아무래도 동료 교사이다 보니 편한 점이 있기도 했다.
아무튼 선생님과 함께 딸을 비롯한 4학년 5반 어린이들이 책과 늘 함께하고 즐거운 교실이 되었으면 바람을 가져 본다.
김유리 선생님! 늘 기도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