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2월 5일), 우리 학교는 놀토도 아니고 학교 재량 휴업일이 아니라서 당연히 학교에 나갔다.
설 연휴가 3일 밖에 되지 않은 터라 미리 체험 학습을 신청한 친구들이 4명 있었다.
출석을 불러 보니 무려 9명이나 결석을 한 것이다.
학급 인원수가 완전 우리가 원하던 북유럽 선진국같이 되어 버렸다.
내 교직 생활에 이렇게 많은 어린이가 결석한 것은 처음이다.
옆 반은 고작 8명만 출석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수업을 할 수 있겠는가?
다른 학년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학급마다 편차는 있었지만 결국 많은 학생들이 결석을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예전처럼 꼭 학교에 가야한다는 학부모의 의식도 많이 바뀌었고
이런 경우에는 체험학습을 하면 된다는 사실도 익히 알고 있는 학부모들도 많아서
대량의 결석 사태가 벌어진 것일 테지만
그래도 원인을 분석해 보면
무리하게 학사 일정을 잡은 것이 문제이다.
아예 중고등학교처럼 개학을 설 뒤로 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싶다.
솔직히 2월은 어영부영 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굳이 2월에 개학을 해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 초등학교가 설립된 이래 아마 계속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을 것이다.
학사 일정이 바뀌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12월까지 모든 학사 일정을 다 마치고 3월에 신학년을 시작하던지.
아님 3월은 아직 쌀쌀하니 일본처럼 4월에 학기를 시작하던지
아님 미국처럼 9월에 시작하던지...
지금과 같은 시스템은 비효율적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2월은 정말 죽은 달처럼 지나간다.
빠른 1,2 월생을 입학하는 것도 이제 바뀌어 동일년도 1월-12월생으로 조정되었으니깐
머지 않아 바뀌겠지 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학교 재량 휴업일을 정할 때 우리 학교는 학부모 설문 조사를 기반으로 정한다.
3일 연휴면 3일만 고생하면 되지만
토요일을 재량 휴업일로 잡으면 일요일까지 5일 연휴가 되므로
대부분의 학부모가 설문 조사에서 재량 휴업일을 원하지 않았던 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렇게 대량의 결석 사태가 벌어졌다.
즉 학부모들이 설문 따로 행동 따로 했다는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사정들이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말이다.
학부모들이 원해서 토요일을 휴업일로 잡지 않았던 건데
결국 다수의 아이들이 빠지는 바람에
대부분 교실에서는 제대로 된 수업이 진행될 수 없었다.
올바로 수업이 진행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은 그렇담 누구에게 돌려야 되나?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님의 말을 들어 보니
중고등학교는 그런 설문 조사 자체가 없다고 한다.
초등학교는 학교 행정에서 학부모 참여라고 해서
설문 조사를 하는 바람에 이런 결과가 벌어진 거 같아 한편 씁쓸하다.
신종 플루가 기승을 부리던 2009년에도 이렇게 많은 어린이들이 결석한 적은 없었다.
이번 경우를 보면서 꼭 다수의 의견이 최선을 말하는 것을 아님을 본다. (공리주의의 맹점)
학교 행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어떤 경우에는 옳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본다.
여러 학부모의 설문 때문에 다수의 어린이들이 피해를 본 거나 마찬가지이다.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니깐 말이다.
이 사태를 보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이 생각났다.
가장 좋은 플룻은 그 플룻의 목적에 맞게 그 플룻을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학교 행정에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예 : 학교 운영 위원회 )
하지만 학교 행정 모든 부분에 학부모를 참여시키는 것이 이번과 같은 사태를 야기시킬 수도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