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부터 밤에 잠이 안 와 영화를 보기 시작하였다.  남편과는 영화 취향이 너무 다르기에 혼자서 봤다.

내가 선택한 영화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이다.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의 유명한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었다고 들었다.  

북구의 모나리자라는 별명이 붙은 이 그림의 소녀는 근래 들어 <모나리자>만큼 더 유명해진 듯 하다.  

각론하고 

영화에서 이 소녀의 이름은 그리트로 나온다. 

어쩜 그림 속 인물과 그렇게 닮았는지... 엄청 많은 오디션을 해서 뽑았을 것이다. 

가난한 그리트는 베르메르의 하녀로 들어 간다. 

1600년대이기 때문에 보여 주는 시대적 생활 모습이 흥미롭기 그지 없다. 

베르메르의 작업실에서는 어떤 것도 움직여서는 안된다는 법칙이 있다. 그 곳을 청소할 때 조차도 말이다. 

청소를 하며 자주 마주치는 동안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기 시작한다.   

그리트는 베르메르를 통해 빛에 의해 달라지는 색도 발견하고 

물감 섞는 일도 배우게 된다. 

베르메르의 아내는 그림에 대해 전혀 모르고 

그의 장모는 그림을 오직 돈벌이 수단으로 알고 있지만 

그리트는 다르다. 순수한 그림에 관심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그녀에게 끌리게 된 이유일 게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모델과 화가로서 교감을 하는 것 밖에 없다. 

베르메르의 후원자는 그리트를 욕보이기 위해 자신의 시중을 드는 그녀를 그리라고 그에게 주문한다. 

하지만 그는 그 그림 대신 

아내의 진주 귀고리를 몰래 가져와 그리트에게 채운 후 

터번을 씌운 그리트의 초상화를 그린다.  

아내는 자신의 귀고리를 그리트가 했던 걸 알게 되고 

그림을 보여 달라고 발악을 한다. 

그림을 본 아내는 <음란하다>면서 그리트를 쫓아낸다. 

베르메르의 그리트의 슬픈 사랑은 그림으로만 존재하게 된다.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그 그림이 어떻게 그려지게 되었는지 말해 준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연인들 사이의 뜨거운 스킨십이 없는 데도 

둘의 마음이 느껴지는 건 아마 연출의 힘과 배우의 연기력 때문이겠지.  

아름답기 그지 없는 네덜란드의 풍경은 보는 이에게 덤이다.  

네덜란드는 한 번도 이 그림을 나라 밖으로 내보낸 적이 없다고 하니 이 그림에 대한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할 지 알 만한다. 

이 그림을 보려면 네덜란드에 갈 수 밖에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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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하나면 되겠니? 신나는 책읽기 26
배유안 지음, 남주현 그림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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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3주만에 날씨가 조금 풀린 듯하여 온가족이 나들이를 하였다. 코스는 중국요리집에서 중국 음식을 먹고, 그 다음 구립도서관을 가는 거였다. 도서관에 간 김에 여러 권의 책을 빌려 왔다. 그 중의 한 권이 바로 배유안 작가의 최신작 < 콩 하나면 되겠니? >이다.  

배유안 작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초정리 편지>인데 아직 읽어 보지 못하고 있다. 기회가 되면 꼭 읽을 것이다. 여러 다른 샘들이 배유안 작가 칭찬을 많이 하셔서 어떤 분인지 작품 스타일이 어떤지 궁금해서 이 책을 골라 오게 되었다. 특히 이 분은 다작을 하지 않으시는 편이라서 매니아들은 손꼽아 작품을 기다린다고 하신다. 이런 말씀을 들으니 당연히 작가가 궁금해질수 밖에...

처음엔 작가님이 남자인 줄 알았다. 왠지 역사물은 남자들이 많이 쓸 것 같다는 편견이 있어서인가 보다. 사대를 나오셔서 교사 생활을 많이 하신 여교사 출신의 작가님이셨다.  요즘 들어 작가 약력을 보면 현직 교사들이 굉장히 많다. 아무래도 현장에 있다 보니 아이들의 눈높이를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 학교만 해도 작가가 2명이나 있으니 교사 출신 작가들이 늘어가는 추세가 맞긴 맞나 보다. 다른 쪽에서 보면 아마 작가라는 직업으로만은 돈벌이가 잘 안 되기 때문에 2가지 직업을 하는 거라고도 할 수 있다. 노경실 작가님 말씀이 작가들은 two job 이 거의 대세라고 하신다. 

이 책은 배유안 작가가 저학년 대상으로 쓴 동화책이라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은이라는 아이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할머니는 맷돌을 갈아 손두부를 만들어 판다. 은이는 할머니를 도와 맷돌 돌리는 걸 도와 드린다. 가끔 은이 옷에 콩깍지가 붙어 있어 친구들은 콩깍지 공주라고 부른다. 그 날도 할머니를 도와 맷돌을 돌리고 있는데 개미 2마리가 나타난다. 할머니는 항상 개미를 보시면 <콩 하나면 되겠니? > < 콩 둘이면 되겠니?> 하시며 콩을 던져 주신다. 개미는 할머니가 던져 주신 콩을 받아 들고 영차영차 자기 집을 향하여 간다. 그런데 할머니 다리를 지네가 물어 버렸다. 할머니는 침을 지네에게 뱉었다. 침 맞은 지네는 꼼짝 못 한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그 날 부터 할머니는 시름시름 아프시기 시작한다. 어쩐 일일까? 할머니가 손두부를 못 만들자 은이네는 돈이 없어 먹을 것을 살 수가 없다. 콩 자루엔 콩도 없다. 할머니 걱정, 먹거리 걱정을 하고 있던 차에 개미 2 마리가 다시 나타난다. 혹시 콩을 얻을까 해서였겠지. 은이는 콩 자루를 뒤져 2알 남은 콩을 개미에게 던져 준다. 개미가 어디로 갈까 궁금한 은이는 개미들이 사라진 구멍을 향해 쫓아가본다. 마치 앨리스처럼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열리고 개미 나라가 보인다. 거기서부터 개미와 은이의 모험이 시작된다. 할머니의 기운을 되찾아 주기 위해서는 발이 30여개도 넘개 달린 지네와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은이와 개미는 어떻게 지네를 물리칠 수 있을까? 

가난한 할머니는 평소에 개미들에게 온정을 베푼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항상 콩을 던져 주시던 할머니를 은이는 봤던 것이다. 그래서 먹을 것이 없던 때에도 개미를 향해 콩알을 던져 줄 수 있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란 말처럼 어른들이 보여주는 행동 하나하나를 아이들은 그대로 보고 배운다. 할머니와 손녀 단 둘이 살고 있는 걸로 봐서 넉넉지 않은 가정임을 알 수 있다. 사정이 넉넉지 않음에도 할머니는 미물에게도 자신의 것을 나눠 주신다. 콩 하나 던져 줄 수 있는 사람은 더 큰 것도 이웃에게 나눠 줄 수 있다. 하지만 콩 하나도 던져 주지 못하는 사람은 더 큰 것은 당연히 못 준다. 무상급식도 해 주지 못하면서 어떻게 더 큰 복지를 빈민층에게 해 줄 수 있다고 자신하는가?  오늘 신문에 보니 성남시장은 무상급식을 시작으로 해서 무상교복까지 확대할 거라고 발표하였다. 무상급식은 최소한의 것이다. 그걸 못하면서 다른 걸 할 수 있다는 것은 기만이다.  은이와 개미의 이야기를 보면서 구제역으로 인해 무참히 살상된 가축들도 생각난다. 어쩔 수 없어 그랬다고 하지만 좀 더 기민하게 조치를 취하였더라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터인데... 살상 현장에 나간 사람들은 트라우마까지 생기고 유산한 사람도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가축도, 사람에게도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절절히 든다.  

콩 하나도 나눌 수 있는 기쁨이 크다는 걸 보여 주는 좋은 동화책이다. 99개 가진 사람이 1개 가진 사람으로부터 1개마저 빼았아 100개를 채우려 하지 말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 주는 마음 따뜻한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연초 전직 대통령께서 자신의 재산을 전원 환원하시겠다고 하셨는데 그런 분들이 많이 나와 주였으면 한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실천해서 나라의 국민들과 그들의 자녀들이 본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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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는 철수다 청소년오딧세이
노경실 지음, 김영곤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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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노경실 작가와의 만남에서 선물로 받은 책이다. 집에 오는 지하철 안에서 다 읽었다. 그만큼 재미있다. 남자판 <열네 살이 어때서?>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녀를 안 키워 보신 분이 어떻게 이렇게 중딩의 고민을 잘 앍고 계실까?  작품을 쓰실 때 어린이들, 청소년의 마음을 표현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하시더니 그런 면에서 100% 성공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대한민국 학생의 마음을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는 책이다.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열네 살. 중학교 1학년. 한창 꿈이 많고 도전적이고 의욕적이며 자신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가득할 나이.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철수는 그렇게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 그래서 옆집 사는 범생이 박준태라는 아이에게 항상 비교당하면서 하루하루를 지옥같이 살아가고 있다.  

철수가 겪고 있는 상황이 바로 우리 나라 학생들의 현실이 아닐까 싶다.   시험, 성적, 비교 이것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 나라의 학생들. 공부 잘하는 아이는 그 동네의 스타가 되고 덩달아 그 아이의 엄마 또한 일등 엄마가 되는 세상임을 작가는 잘 꼬집고 있다.심지어 그건 책을 다루는 출판사에 다니는 엄마라도 마찬가지이다. 여느 엄마와 똑같이 다른 아이와 비교 하는 철수의 엄마의 모습이 바로 우리 나라 엄마들의 보통 모습이다. 침팬지와 평생을 함께 한 <제인 구달 평전>을 편집하면서도 정작 본인의 아들에게는 아들의 꿈-미술-보다는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 다니는 게 최고라고 말하는 엄마의 위선을 발견한다. 엄마의 외침 <성모 마리아도 천사도 자식 문제 앞에서는 다 똑같을 거야>은 자식 문제 앞에서는- 특히 공부-이성을 잊어버리는 부모를 합리화시킨다.  학부모 두 명만 모이면 자녀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가끔 놀이터에 수퍼남매를 데리고 나가면 이런 모습을 종종 본다. 말이 좋아 자녀 교육이지 다 어느 학원 보내야 하느냐 언제부터 선행을 해야 하느냐 등의 이야기들 뿐이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서로 아이들을 비교하기 시작하고 못하는 쪽 부모는 속이 뒤집어지고, 결국 집에 와서 아이를 쥐 잡듯이 잡을 수 밖에 없다. 철수 엄마처럼 말이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느냐 어떤 사람이냐는 중요한 게 아니고 일등 엄마가 되는 게 최고의 자랑거리인 엄마이다. 일등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일등 하는 자식이 필요한데 도대체 공부가 안 따라와 주니... 그래서 일등 자녀를 만들기 위해 과외를 시키고, 학원 등록을 시키고, 시험 기간에는 온갖 비위를 다 맞추지만, 정작 시험 결과가 나오면 중죄인 다루듯이 아이를 윽박지른다. 그런 엄마 앞에서 대역죄인처럼 <잘못했습니다. 다음 번엔 더 노력하겠습니다>를 주문처럼 외우는 철수의 모습은 눈물겹다. 일등을 하지 못해서 일등 엄마를 만들어 주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처량하기 이를 데 없다. 어떤 아이가 일등을 하고 싶지 않겠는가? 어떤 아이가 일등엄마를 만들어 주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저마다 타고난 자질이 다른데 누구다 똑같이 공부로서 승부를 내라고 한다. 그러니 철수처럼 미술을 좋아하고 잘하는 아이는 결코 공부로 일등을 할 수는 없다. 그러니 맨날 엄마에게 비교 당하고 구박 당하면서 죄인처럼 살아간다.  

결국 어딜 가나 1등은 정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수는 단 한 명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할 수 있는 사법시험 합격자들만 모아놓은 연수원에서도 일등과 꼴등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1,2 등을 제외한 나머지는 마치 낙오자인 것처럼 취급하는 우리 부모들과 교사, 그리고 사회의 삐뚤어진 시선은 우리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 학생 생활을 거쳐 본 어른들은 다 알 거다. 성적순이 행복순 아니라는 걸. 그리고 공부 잘했던 친구가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 또한 어른들은 살아봐서 안다.  오히려 그 반대였던 친구들이 자수성가하고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부모가 되고 나면 아까 엄마의 말처럼 이성이 마비되어 오로지 공부로만 자녀가 성공하길 빈다.   

철수와 철수 엄마의 모습은 바로 지금 대한 민국에서 살아가는 대표적인 학생과 학부모의 모습이다. 그나마 철수는 부모님께 항변도 하고 <I am I> <나는 나다><철수는 철수다>라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의 존엄성을 외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채로 부모님이 강요하는 대로 살아가는 아이들 또한 부지기수이다. 마치 박준태 처럼 말이다.  항변이라도 하는 철수보다 준태처럼 말없이 순종하는 아이들이 나중에 팡 하고 터지면 더 무섭다는 걸 우리는 안다.

언젠가 있었던 공부 잘하고 부모님께 순종하던 어느 여학생이 베란다에서 떨어지면서 엄마에게 했던 말<이제 됐어?> 라는 말은 공부만 잘하라고 외치는 우리 부모들에게 경각심을 준다. 지금 부모의 말대로 학교와 학원 왔다갔다 하면서 부모의 말씀대로 자신의 길을 잘 가고 있다고 해서 아이들의 정신이 건강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죽어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 여학생처럼 말이다. 며칠 전 있었던 카이스트 대학생의 자살 또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그 학생이 자신의 목숨을 내어 던질 수 밖에 없게 만든 것 또한 공부에 대한 부담이었다. 도저히 영어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과 소위 잘나가는 고등학교 출신의 친구들을 비교하면서 느꼈을 좌절감이 결국 학생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아이들 스스로도 시험 결과를 보고,다른 친구와의 비교를 통해 충분히 자존감이 떨어지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부모가 옆에서 그 사실을 재차 확인시켜 주면 그들은 어디로 갈 데가 없어진다. 철수의 친구 병국이 엄마처럼 한 번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 나온 사람들은 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 즐거워 하는 일을 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임을 안다.  

 엊그제 신문에서 봤는데 강남 초등학생들이 학원 가방이 너무 무거워(20KG) 캐리어로 밀고 다니는 장면이 실렸다. 학교 다닐 때 보다 더 바쁘게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이었다.  물론 새학년 선행을 하기 위해서였다. 또 신년 초에는 3남매를 기르는 학부모의 기사가 실렸었다. 삼남매를 사교육 없이 (영어 포함) 자기들 스스로 공부하도록 하는 분식집 부부의 교육 방법이 나왔다. 큰 아이는 중3인데도 아직까지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이정도면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이다. 삼남매는 방학이라 책을 읽으면서 서로 나누고 부족한 공부 서로 도와주고 그렇게 옹기종기 사이좋게 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상반된 방학을 보내고 있는 두 가정의 아이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과연 누가 행복한 겨울 방학을 보내고 있는가?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자기의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우리의 아이들이 이 말대로 자기의 꿈을 향해 힘차게 달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들이 되었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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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방학인 요즘 

난 동시에 4권 정도의 책을 읽고 있다. 

먼저 정신이 약간 산만한 낮에는- 수퍼남매 때문에- 주로 흥미진진한 소설 <사토장이의 딸-하편>과   

서평도서 <혜초의 여행기 왕오천축국전>를 읽고  

잠자기 전 딸에게 읽어 주는 책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어제서야 다 읽어 줬다. 얏호-을 읽고

아이들이 잠 든 밤 시간에는 조금 난해하다 싶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고 있다. 

독서 전문가들이 하루에도 4종류 이상의 책을 동시에 읽는다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하루종일 집에 있는 요즘 

나 또한 그들의 독서법을 따라가고 있다. 

한 가지 책을 계속해서 읽는 것보다 

이렇게 다양한 책들을 시간과 상황에 맞게 읽다 보니 

굉장히 유익하다. 

물론 이것도 방학이 주는 혜택이라 할 수 있겠지. 

개학 하고 나서도 아침독서 시간에는 어린이용 책을 읽고  

나머지 조용한 시간에는 꼭 읽어야 할 어른책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게 바로 새해의 계획이라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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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에서 노경실 작가와의 만남이 있어서 마들역에서부터 온수역까지 1시간 20분 지하철을 타고 성공회대 강의실에 도착하였다. 어제 눈이 온 터라 미끄러워서 얼마나 긴장하고 걸었던지....

 

도착해 보니 벌써 강의가 시작되고 있었다. 다행이도 작가님의 대표작들을 읽어 주는 시간이라서 휴~ 하고 안심이 되었다. <아빠는 1등만 했대요><얼굴>이라는 그림책을 다른 분들이 읽어 주셨다. 다음은 가장 애지중지 하신다는 얼마 전 출간한 그림책 <아빠와 함께 세상 구경>을 작가님이 직접 읽어 주셨다.  

작가님의 진짜 이야기이고 주인공 이름도 30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셨다면서 수줍게 웃으셨다. 작가님은 그 유명한 58년 개띠로 나랑 띠동갑이셨다. 아버지와의 남다른 추억이 많고 아버지를 많이 사랑하셨다면서 이 책은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바치는 책이라서 더 애정이 간다고 하셨다. 

작가님이 학교 들어 가기 전, 아버지와 같이 전차를 타고 나들이를 했던 그 날에 보고 듣고 느꼈던 모든 일들을 아주 생생하게 전해주는 따뜻한 그림책이었다. 나 또한 이 책을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아직 사지는 않았었는데 이 책이 만들어진 배경과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그림에 들어간 정성-그림작가가 일일이 촛농에 물감을 떨어뜨려 마치 수도를 하는 기분으로 하나하나  작업함-을 들으니 꼭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는 12년의 차이가 있지만 작가가 들려 주는 이야기는 낯설지 않았고 친근하기만 했다. 아버지와 구경을 끝내고 손을 꼭 잡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시커먼 손이 튀어나오며 어린이가 구걸하는 장면, 나환자들이 많이 돌아다니던 것 까지 흡사하였다. 마지작 장면은 작가의 철학이 담겨 있는 심오한 장면이라면서 설명을 해 주셨다. 특별히 그림 작가님께 하룻동안 본 모든 것들이 다 들어갈 수 있도록 주문 하셨다고 한다.    

 작가가 그토록 마지막 장면에 애착을 가졌던 이유는 그날 하루 경실이가 봤던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경실이가 살아갈 세상이 판타지 같기도 하지만 또 100% 현실이란 걸 보여 주고 싶었다고 하신다. 이제 세상 속으로 나가야 하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세상은 판타지처럼 멋진 장면이 펼쳐질 수도 있지만 또 때론 갑자기 튀어나온 걸인처럼 힘들고 슬픈 장면을 볼 수도 있는 곳임을 알려 주고 싶었다는 작가님의 설명이었다. 그래서 제목이<세상 구경>이 되었구나 싶었다. 세상은 화려하고 좋은 것만 존재하는 게 아니고 어둡고 힘들고 나쁜 일도 존재하는 곳이므로.  

아빠와 함께 한 행복한 나들이를 잊어버리지 않고 고스란히 기억 속에 간직했다가 이렇게 끄집어 내어 50년이 지난 지금 한 편의 흑백 영화처럼 멋지게 만들어 우리에게 들려 주는 작가의 섬세함이 느껴지는 좋은 작품이었다. 본인 아이큐가 129라고 하시던데 취학전 일을 이렇게 자세히 기억하고 계신 걸 봐서 기억력이 굉장히 좋으신 것 같다.  유달리 아빠와 관련된 작품이 많은 이유는 아버지와 큰딸로서 정말 유대감이 강하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아버지로 존재하는 것으로만도 충분하다는 작가님의 말씀이 마음에 와닿는다. 재벌 아버지, 부자 아빠. 능력 있는 아빠가 아니더라도 나의 아버지이므로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  딸에게 그런 고백을 듣는 작가님의 아버지는 저 하늘 나라에서도 행복하실 것 같다. 

잠시 쉬는 시간! 기회가 왔다 싶어 준비해 간 <열네 살이 어때서?>를 들고 가서 작가님게 사인을 부탁했다. 흔쾌히 사인을 해 주시고 이름을 잘못 쓰셨다면서 책 한 권을 선물로 주셨다. (물론 같은 노씨라는 말도 잊지 않고 해 드렸다. ) 작가님이 주신 책은<철수는 철수다>로 청소년 소설이었다. -읽어 보니 엄청 재밌다.- 작가님은 요즘 들어 청소년 소설 쪽을 많이 쓰시는 것 같다. 지금도 교보문고에 청소년 소설을 연재한다고 하시니 한 번 가봐야 겠다.

다음 시간은 질문과 응답 형식으로 이어졌다.  미리 오신 분들이 포스티 잇에 질문을 적어 놓으신 걸 하나 하나 읽으시면서 거기에 대한 답을 해 주셨다. 작가님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값진 시간이었다. 

이혼하시고 혼자 사신다는 말씀 쉽지 않으셨을텐데 당당히 말씀해 주시고, 작가가 되었던 과정도 숨김 없이 말씀해 주셨다. 특히 고등학교 때 셋째 여동생이 작가님의 품안에서 생을 마감하셨다는 얘기는 정말로 가슴이 아팠다. 자신의 품안에서 죽어가는 동생을 보고 그 뒤로 많이 힘들었고 방황도 많이 하셨다고 한다. 원래는 퀴리 부인 같은 과학자가 되려고 하셨지만 동생의 죽음 이후 그 동생의 이야기를 언젠가 꼭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진로를 작가로 바꾸셨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 예대 소설창작과에 들어가셨다고 한다. 

그 뒤 우연히 쓴 처녀작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그 길로 작가 본연의 길에 들어섰다고 하셨다. 등단 후 박완서 님, 권정생님과 소중한 인연을 갖게 되었고 아버지가 돌아 가신 후로는 가장으로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글을 쓰셨다고 하신다.  그 후로 동화보다 소설을 쓰고 싶어서 소설도 몇 편 쓰셨고 이혼 후에는 우울증도 앓고 몸이 굉장히 안 좋아지셨다고 한다. 그래서 마지막 끈을 잡기 위해 출판사를 찾아가 정기적으로 출근할 수 있게 기획실에 넣어 달라고 부탁을 해서 출판쪽 일도 하시게 되었고 지금은 출판사 사장님도 하시고, 번역도 하시고, 아트 디렉터도 하시고 이 쪽 분야에서 안 해 본 일이 없다고 하셨다. 그래도 소설이 아니라 동화를 쓰는 게 진짜 다행이라고 생각하신다고 하신다.   

특히 영어권 책 번역도 자주 하시는 데 거기에 얽힌 이야기는 귀감이 될 만한다. 영어를 제대로 배운 적도 없으신데 번역이 엉망인 책들이 많아서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영어로 된 <죄와 벌>을 사서 무조건 읽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영어가 이제는 번역을 할 정도가 되었다니 작가님의 열정과 끈기를 알 수 있는 에피소드였다. 참고로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도스토예프스키이고 <가난한 사람들><죄와 벌> 그리고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셨다.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어린이들이 있다면 무조건 많이 읽고, 보고, 써야 한다는 조언을 해 주셨다. 그리고 항상 감각이 예민해 있어야 삶에서 주제를 잡아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야기는 캐릭터 설정이 아주 중요하단 말씀도 해 주셨다. 작가님은 만나는 사람, 사물, 사건,풍경 등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메모를 꼼꼼히 해 두셔서 나중에 그 작은 기억 하나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신다고 하셨다. 모든 일상의 삶이 이야기의 테마가 된다는 말씀. 명심해야지. 아! 그리고 작가라는 직업이 하루 종일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자기관리가 철저해야 한다고 하셨다. 안 그러면 우울증도 걸리고 금세 몸이 망가져서 안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시간관리, 건강관리, 감정 관리 이 세 가지를 꼭 잘해야 한다는 말씀!!! 감정관리가 잘 안 된 작가들의 말년이 비참하게 끝난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돌을 몸에 달아 호수에 빠졌다고 하고  도스토예프스키도 도박 중독에 빠졌다고 한다. 그만큼 작가라는 직업이 고독한 작업이므로  자기관리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마지막 질문 시간이 있어서 작가님께 질문을 드렸다. <상계동 아이들>을 감명 깊게 읽어서 그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고 혹시 후편을 쓸 계획은 없으신지 물어 봤다. 그런데 작가님이 들려 준 이야기는 안타까운 소식뿐이었다. 그 상계동 아이들 중에서 윤아만 동시통역사를 하고 있고 만화가를 하겠다던 형철이는 잘 풀리지 않았고, 정신박약아였던 형일이는 어머니가 아들을 목졸라 죽이고 그 어머니 또한 세상을 떠난 상태라서 그들의 이야기를 쓸 수가 없다고 하셨다. 그들이 어딘가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잘 살고 있기를 바랐는데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니 정말 마음이 착잡하다. 그런데 더 착잡한 것은 작가님 앞으로 상계동 사람들이 항의를 그렇게 많이 한다는 거다. 상계동에서도 판사, 검사, 의사 나오는데 왜 이리 못 사는 가난한 동네로 책에 쓰냐면서 댓글을 단다고 말이다. 참~ 어이가 없다. 상계동 아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기는 커녕 자신들이 사는 곳의 이미지가 실추될까 봐 아님 부동산 값이 하락할까 봐 그런 항의를 하는 집단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들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특강을 꼭 한 번 들어봤음 한다. 그런 논리로 말한다면 우리 나라가 가난했던 시대의 이야기는 한 편도 나오면 안 되고 식민지 시대의 이야기는 교과서는 물론 어디에도 나오면 안되겠네. 왜?  그런 이야기 해 봤자 우리 나라 이미지 실추되고  지금은 통신강국 대한민국으로 잘 사니까 옛날 암울했던 시대의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 논리 아닌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작가님의 글을 쓰는 1차적 원동력은 바로 가족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둘째 문서 선교사에 대한 비전이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꼭 쓰고 싶은 책은 바로 CS루이스의 소설<나니아 연대기>같은 판타지 소설을 우리 나라에 맞게 쓰고 싶다고 하셨다. 어린이들을 위해서 말이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작가와의 만남이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다. 서문에서 작가님의 생각과 삶을 짧게 짧게 만나긴 하지만 이렇게 직접 얼굴을 맞대고 작가의 육성으로 들려 주니 작가가 바로 내 이웃이 된 기분이 들었다. 

강의가 끝나고 작가님이 가져 오신 책을 선물로 주신다고 하셔서 시후에게 어울리는 그림책 <얼굴>과 시아에게 어울리는 < 엄마, 내 마음 아세요?> 라는 책을 골랐다. 당연히 작가님의 친필 사인을 받아 왔지. 

마들역에서 온수까지 먼길이었지만 오며 가며 전철 안에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고  작가님의 들려 주신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나도 안테나를 세우고 모든 것을 지나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하는 일 서평 쓰는 것 또한 아주 소중한 일임을 작가님이 격려해 주셨다. 현재 어린이책 평론가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평론가가 나와야 어린이책 분야가 살 수 있다고 하셨다.  평론가는 아니지만 이렇게 리뷰라도 열심히 해서 어린이책이 부흥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  

집에 오는 지하철 안에서 <철수는 철수다><얼굴><엄마, 내 마음 아세요?>를 모두 읽어 봤는데 진짜 재밌다.  그 리뷰도 얼른 올려야지.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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