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서울랜드로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왔다.
날은 한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더웠다.
가기 전,
버스 자리 배정부터 시작해서 서울랜드에서 함께 다닐 모둠 정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왜냐하면 요즘 애들은 전과 달라서
친구에 대한 호불호가 엄청 강하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가 반에 꼭 있기도 하고 말이다.
이 친구와는 버스에 같이 앉기 싫어요.
이 친구와는 같은 모둠 되기 싫어요.
난 놀이 기구 하나도 못타요 등등... 문제가 많았다.
도덕 교과서에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나온다.
이번 현장학습은 그야말로 갈등 문제를 오롯히
해결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버스 짝 정하는 것은 쪽지에 서서 비밀로 하여 정하였고,
물론 짝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잘 해결했다.
모둠 또한 진통을 통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하여
여자 2모둠, 남자 2모둠으로 구성했다.
각각의 모둠은 놀이기구 잘 타는 모둠과 그렇지 않은 모둠으로 나눴다.
모둠 중에는 자기와 성향이 안 맞은 친구가 섞여 있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무슨 놀이기구를 탈 것인지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소통하고, 토의하고, 배려하고, 양보하여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하였다.
혹시 돌아다니다가 갈등이 증폭되면 선생님께 전화하라고 하였다.
내 염려와는 달리
아이들은 놀이동산에 와서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인지
아무런 갈등 없이 각자의 모둠과 잘 어울려 잘 다녔다.
교실이었다면 몇 번이나 싸웠을텐데...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교실 안에서 자꾸 친구들과 티격태격하고 선생님한테 공손하지 못한 것은 어쩌면
좁은 교실에 6시간 동안 꼼짝 없이 가두고 있어서인게 아닐까!
자연을 벗하며 마음껏 뛰어놀게 하니
저절로 순한 양이 되었다.
잔소리 할 게 없었다.
차가 막힐까 봐 8시 15분까지 등교하는 것도 잘했고
점심 시간 중간 인원 점검하러 약속 장소에 오는 것도 잘했고
마지막 모이는 시각도 한 사람도 낙오자 없이 시간 맞춰 잘했다.
모둠끼리 인증샷 3개씩 보내라는 미션도 모두 잘했다.
한 마디로 최고였다고 엄청 칭찬을 해줬다.
다음 날, 높은 질서의식을 보여준 우리 반한테 쮸쮸바를 선물했다.
" 선생님을 감동 시키면 이렇게 먹을 게 생긴답니다. 호호호"
더운 날 돌아다니느라 찬 것을 많이 사먹어서
배탈이 난 아이가 3명 정도 있었다.
그것만 빼고는 완벽했다.
이번에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2학기 2박 3일 수련회도 문제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아이들이 어른의 염려를 기우로 만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