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어제보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져 조금 두꺼운 외투를 껴입었다.

손이 계속 시리다.

봄날씨 진짜 변덕스럽다.

 

국어 시간에 " 광고 읽기"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어제부터 시작되었는데

도입 부분에 공익광고 2편을 보여줬다.

하나는 배려

하나는 부모VS학부모 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72pl_kBf9W8

https://www.youtube.com/watch?v=nTJRuWZoQkw

짧은 30초 동안 우리 마음을 숙연하게 만드는 그런 광고이다.

아이들도 두 광고를 보고 느끼는 게 많았던 듯하다.

 

왜 "광고 보기" 라 하지 않고 "광고 읽기" 라고 단원명을 정했을까? 아이를 향해 질문을 던져봤다.

본다는 것을 넘어서서 광고 그 자체에 담긴 의도와

비판까지 해보는 게 이 단원의 학습 목표이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재미나게 수업할 것 같다.

 

숙제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광고에 대한 글쓰기를 해 오라고 하였다.

5명의 남자 아이가 숙제를 안 해 왔다. (재적의 1/4 이다. )

엄청 혼을 내 줬다.

점심 시간에 2배로 쓰라고 하였다.

여자 아이들은 100% 해 오는데 남자 아이들은 조금만 신경 안 쓰면 이렇게 된다.

이게 습관으로 굳어져 중고등학교 가면

남자 아이들이 수행에서 바닥을 깐다고 한다.

지필 시험을 행여 잘 볼지 몰라도 수행이 엉망이라 전교 30등 안에는

거의 여자가 다수라고 한다.

 

많은 아이들이 뽑은 광고는 단연코 " 금연공익광고" 였다.

" 페암 하나 주세요. 뇌졸중 하나 주세요" 이렇게 하는 광고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_8ZjoqoZoUg

나도 그 광고 보면서 인상적이다 못해 너무 끔찍하다 싶었는데

아이들이 받은 느낌도 그랬던가 보다.

아버지 건강을 걱정하는 아이도 있었고,

담배 값을 지금보다 엄청 올려서 (1갑당 10만원) 사람들이 백해무익한 담배를 사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한 아이도 있었다.

 

아! 어제 하나 더 본 광고가 있는데

광고 문구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당신은  이 광고를 보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_xMxSCd9DbM

 

환경보전에 대한 공익광고였는데

초반에는 비록 이 광고를 보더라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약간 염세적으로 말한다.

중반 이후, 남이 변하기를 바라기 전에 나부터 변하자는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해 보여준다.

이 광고를 가지고 글쓰기를 한 아이도 있었다.

 

30초 짧은 광고 속에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광고를 공부하니 이 책이 떠오른다.

수많은 유명 광고 카피를 생산해 낸 박웅현 씨의 "책은 도끼다 " 이다.

좋은 문구를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이 참 멋졌다.

저절로 이뤄지는 성공은 없다.

아이들도 그걸 깨달았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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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8 16: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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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9 1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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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아이들 데리고 보건 선생님이 공개 수업을 하신다고 하셨다.

우리 반이 특별히 수업을 잘해서가 아니다.

그 날 수업 든 반이 우리 반이라서 선택된 것이다.

수업 분위기 좋은 반은 매번 교과 선생님한테 간택되고 있다.

(그 반은 아주 적극적이고 발표를 잘한다. )

우리 반 아이들 발표 잘 안 하는데....

조금 걱정이 되었다.

달래도 보고 협박도 해 보지만

발표 안 하는 애는 무슨 수를 써도 안 한다.

오죽 하면 내가 20명 전원이 자발적으로 발표하면

쭈쭈바를 사 준다고 하였을까!

그래도 안 하는 녀석이 있다.

부모는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알면 속 터질 거다.

 

5교시 보건교육실에서 보건 수업이 시작되었다.

벌써 점심 시간부터 흥분한 몇 명이 보였다.

수요일이라서 특별한 급식이 나와서인가!

오전에는 기력이 없다가

점점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가 몇 있다.

목소리 커지고, 행동  커지고...

이 상태로 수업이 잘 진행될까 염려스러웠다.

다행이 오늘 1학년 공개 수업이 있어서 대부분의 선생님은 1학년 수업을 보러 가셨다.

1학년 수업은 참관자도 참 재밌다.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 ㅎㅎㅎ

작년에는 어떤 아이가 공개 수업 중에 윗옷을 벗어던져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자기 엄마만 안 왔다고 난동을 부린 거다. )

 

 

교사 입장에서는 그래도 준비한 수업인데

별로 손님이 없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다.

보건 선생님도 참관자가 별로 없어 좀 맥이 빠졌을 듯하다.

 

어떤 모둠의 2명의 남자아이가 서로 장난을 하고, 전혀 집중을 하지 않았다.

담임이 있으니 보건 선생님은 뭐라 제지도 못하고

내가 나서서 집중하라고 해도 그 때뿐이다.

둘이 바짝 옆에 붙어 앉아 있으니 사사건건 장난을 한다.

앉아 있는 자세도 삐딱하고 말이다.

 

마침 도움반 공개 수업도 있어서

중간에 도움반으로 갔다.

우리 반 친구도 수업을 하기 때문에 가야 한다.

그 친구 부모님만 수업 참관을 오시지 않아서

많이 속상했을 법하다.

담임도 쭈욱 붙어 있지 못해 미안했다.

도움반 친구들이 재미나게 수업 하는 것 보니 두 녀석한테 화났던 마음이 좀 수그러들었다.

서로 격려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우리 반 친구와

눈이 마주쳐 화이팅! 이라고 말해줬다.

6학년이라서 부모님 안 계셔도 의연하게 잘하고 있었다.

클라이막스를 보고 다시 보건교육실로 올라왔다.

 

여전히 그 두 아이는 수업에 집중 안 하고

자기들끼리 투닥거리고 있었다.

'이 녀석들이?'

이 모둠이 아직 면담하기 날짜도 정하지 못한 그 문제 모둠이다.

나 외에 3분의 선생님이 수업을 보고 계셨다.

한 선생님이 나보고

" 선생님! 저기 저 아이 졸고 있어요" 한다.

진짜 눈을 감은 채 꿈나라를 여행하고 있었다. 호호호

많이 피곤한가 보다. 아님 식곤증일지도.

차라리 조는 게 낫지.

 

" 약물의 오남용"에 대한 수업이었는데

약을 복용할 때는

따뜻한 물이나 미지근한 물과 마셔야 흡수가 잘 된다고 한다.

좋은 것을 배웠다.

 

수업이 다 끝나고 그 두 명한테

" 내일 교실에서 봅시다" 라고 말했다.

" 교장 선생님 오셨다 가셨어요?" 하니

여자애들이

" 네~~ 교장 선생님이 검정색으로 염색하셨어요" 한다.

'음~ 내가 도움반 간 사이, 왔다가셨군! 여자애들은 역시 헤어 스타일에 관심이 많아!'

하필 내가 자리 비운 사이, 왔다가시다니... 하는 수 없지.

그 때는 두 녀석이 잘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자세라도 제대로 앉아 있었으면 다행이군.

 

차라리 내가 수업하는 게 낫다.

교과 선생님 수업에 협조하는 게 더 가시방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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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8 16: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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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9 1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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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어 4단원은 "면담하기" 이다.

수행평가를 해야 해서 개인적으로 면담할지 모둠별로 면담할지 정하라고 하였다.

정하기 전에 각각의 장단점을 살펴보자고 하였다.

몇 명의 아이들이 개인별로 할 때의 장단점과

모둠별로 할 때의 장단점을 발표하였다.

이 모든 사실을 인지한 후에 투표를 하였다.

17대 3으로 모둠별로 하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 그럼 면담은 모둠별로 정해서 하도록 합니다. 땅땅땅!!!"


내 생각엔 요즘 아이들이 학원 때문에 시간 잡기가 어려워 개인별로 하는 게 나을 성 싶었는데

어찌 됐건 결과가 그렇게 나왔으니 그렇게 해 보라고 하였다.


역시 실전에 들어가니 문제가 불거졌다. 

누구를 면담할 것인지부터 시작해서

모둠끼리 약속 잡기도 힘들고

면담 대상자와 약속 잡는 것도 힘든 모양이다.

도저히 시간이 안 맞아 만날 수가 없다고 하소연 하는 모둠도 있었다.

에궁! 애들이 어른인 나보다 더 바쁘다. 


오늘, 국어 시간에 중간 점검 차원에서 면담하기 준비과정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들어봤다.

모둠장한데 언제, 어디서, 누구를 면담할 것인지 발표해 보라고 하였다.

우리 반이 모두 5모둠인데 겨우 2모둠만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에구구! 그러길래 혼자서 하는 게 속 편한데...'

하지만 이런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통해 뭔가 배우는 것이 있지 않을까 싶다.

 

면담 보고서는 국어책에 제시된 대로

A4 에 워드로 작성해서 제출하라고 하였다.

무임승차 하지 말고,

초고는 4명이 함께 쓰고, 한 명이 집에 가서 워드로 치고,

마지막 면담하면서 느낀 점은 또 각자가 쓰라고 하였다.

모둠별 수행평가 하면 꼭 무임승차하려는 아이가 있는데

이렇게 하면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 <치즈 인더 트랩>을 봐도 설이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하지 않던가.!

마음 약하고, 착하고, 수행에 욕심 많은 아이가 혼자서 다 하게 할 순 없다.


요즘 들어 협력 학습이 대세이다.

공개수업 과정안을 짤 때도 꼭 협력학습을 넣으라고 한다.

면담도 개인별로 했으면 빠르고 편할지 모르겠지만

모둠이 하면서 겪게 되는 토의 , 양보, 분쟁, 타협, 역할 분담 등은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참말 아이들이 바쁜가 보다.

나 국민학교 다닐 때는 남는 게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2.

수학 시간이 좀 남아서 어린이인권에 대한 책을 읽어줬다.

"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라는 책의 1꼭지 부분을 읽어줬다.

아미나타라는 가봉의 여자 아이 이야기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2km 떨어진 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오는 것부터

아미나타의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그 후 옥수수가루로 빵을 만들고

염소 젖을 짜서 식구의 아침상을 차린다.

하지만 정작 아미나타는 아침을 못 먹고 군침만 흘리고 있다.

왜냐고?

아미나타는 이 집에 팔려온 하녀이기 때문이다.

똑같이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고된 일에

심지어 매까지 맞아야 하는 아미나타의 삶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거짓말 같지만 실재하는 이야기이다.

 

끝까지 읽어주지 못했는데도

우리 반 아이들이 써 온 독후감을 보니 아미나타의 곤궁한 삶을 통해

이 책의 제목처럼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되돌아본 내용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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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6 16: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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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7 11: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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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0일이 장애인의 날이었다.

본교는 해마다 가까운 장애센터에서 오셔서 6학년을 대상으로 장애인인권교육을 해 주신다.

금요일 5-6교시에 장애인과 비장애인 강사 2분이 교실에 직접 오셔서 수업을 해 주셨다.

나는 다른 곳으로 자리를 피해서

수업을 들을 수는 없었다.

책이나 동영상으로 하는 장애인권교육도 좋지만

이렇게 직접 장애센터에서 강사가 오셔서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신 분 중에는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도 있었으나

우리 교실에 오신 분은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

장애 정도가 심해도 너무 놀라지 마라고 미리 언질을 줬다.

아이들 놀라는 표졍에서 상대방이 상처를 받을 수도 있으니까.

 

다음 날, 장애인인권교육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몇 명이 대답을 하였다.

 

" 장애센터에서는 모두가 친구래요"

" 장애인은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어린이인권처럼 장애인인권이 따로 있다는 걸 알았어요."

" 초2인데 밤 10시, 늦게까지 공부한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장애인인권 뿐 아니라 전반적인 인권도 다룬 듯하다.

 

우리 반에는 도움반 친구가 있으니

매일 장애인인권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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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5 15: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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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5 17: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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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큰 아이 시험 공부 감독(?) 하면서 책을 읽었다.

먼저 지난 번에 구매해 놓았던

이오덕 선생님의 일기

" 나는 땅이 될 것이다." 와

김중미 작가가 강정 마을 이야기를 쓴

" 너영 나영 구럼비에서 놀자"

이다.

 

교육자로서 하루도 빠짐없이 적어 놓은 교육 일기는

똑같은 교육자로서 나 자신을 반성하게 만들었다.

선생님이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분노하고, 실천하였는지 면면히 보여주고 있었다.

오래 전에 전교조에서 발행한 "우리 교육" 이라는 잡지에서 선생님의 글을

여러 편 읽었던 기억이 아스라히 난다.

그렇지만 그 분이 교육계의 거목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였다.

우리 말 바로쓰기에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것도 말이다.

또한 내가 존경하는 권정생 작가와 막역한 사이였다는 것도 근래 들어 안 사실이다.

돌아가시기 바로 직전까지 일기를 쓰셨다니 정말 대단하다.

내가 읽은 책은 이오덕의 교육일기 5권을 한 권으로 요약한 책인데

이 책을 읽고나니 5권짜리 책을 제대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 중간중간 함께 근무했던 송재찬, 주순중 선생님 이름이 나오는 것도 반가웠다.

하나같이 아이를 사랑하고, 교육을 사랑하고, 교단을 사랑하고, 책을 사랑한 분들이고

본받고 싶은 선배 교육자이다.

난 20여 년 동안 교단 일기 제대로 안 쓰고 뭐하고 지냈나 싶어 참 부끄러웠다.

기억은 오래 가지 않는데 말이다.

선생님이 매일 쓰신 일기 덕분에

그 당시 교육 , 정치, 사회 실정 등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세월호 기록단이 416참사가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일일이 세세히 기록하려고 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기록의 중요성은 " 너영 나영 구럼비에서 놀자" 에서도 드러난다.

제주도 강정 마을.

지금도 기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벌써 잊어버린 사람도 있을 게다.

400여 년 동안 강정 마을을 지키고 있던 구럼비가 폭파되었다.

해군 기지를 세우기 위해서란다.

김중미 작가의 이 책 또한 강정 마을에 대한 세세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해군 기지 설치를 5년 간 반대하였고,

막바지에 이르러 주민들끼리 찬성과 반대파로 나뉘어 갈등이 증폭되고

어른들 갈등은 아이들에게까지 전파되어

찬성파와 반대파는 서로 놀지도 않게 되는 등...

강정 마을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그 모든 것이 이 책 속에 들어 있다.

심지어 4. 3 사건까지 말이다.

구럼비를 폭파할 그 시기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지대하였지만

몇 년이 지나자  점점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나도 그랬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말이다.

이런 기록이 없었더라면 마음 편하게 주욱 잊고 살았을 것이다.

그나마 이렇게 책으로 나와 있어서 다시 떠올려 보고, 기억해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는 듯하다.

나처럼 구럼비와 강정 마을을 잊어버린 사람들이 꼭 이 책을 읽고 기억했음 좋겠다.

 

우리의 기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가능한 기록으로 남겨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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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5 15: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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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5 17: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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