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폭발 5주년이 되는 날이다.

밤에 JTBC에서 후쿠시마 원전 방송을 해서 깨달았다.

핵과 방사능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2011년 3월 11일 원전 폭발 이후, 

일본이 아주 위험한 곳이라고 말하면서

가급적 일본 여행을 가지 말고 일본에서 나오는 수산물, 농산물은 먹지 말라고 충고했었다.

일본도 워낙 극우가 정권을 잡고 있어서

이런 위험 상황들이 언론에 잘 보도되고 있지 않다고도 했다.

일본도 그러니 우리나라는 오죽하랴!!!


본교에서는 이 날, 전교임원선거가 있었다.

어린이들이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 반 여자 회장이 전교회장 선거에 출마하였고, 몇 명의 친구들이 회장을 도와 선거 운동을 해주었다.

선거 운동 기간은 수요일과 목요일이었다.

선거 운동 기간이 길어지면 학교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학교 주변이 시끄러우면 민원 소지가 있어서 운동 기간을 짧게 했을 거라 짐작한다.

금요일 선거가 시작되었다.

선거는 4-6학년 대상으로 한다.


1교시 방송을 통해 후보자들의 소견 발표가 있었다.

후보는 5-6학년 회장들만 할 수 있다.

5학년, 6학년 각각 5명의 후보가 나왔다.

후보들의 소견 발표를 다 듣고 교실에서 종이 투표를 하였다.

전에는 컴퓨터실 가서 전산으로 투표를 하는 것 같더니

올해는 종이 투표였다.


반마다 선거관리위원이 한 명 있어 그 아이가 선거 관련 모든 일을 하였다.

선거 명부에 반 학생의 사인을 받고,

투표 용지를 나눠 주고 반 개표를 하는 것을 맡았다.

교실에 간이 기표소를 설치하고

사인펜 뚜껑으로 도장과 인주를 마련하여

어른이 하는 투표처럼 해봤다. 이것은 내가 도와줬다.

비밀투표라서 기표하는 게 보이지 않도록

책꽂이로 커튼처럼 가려놨더니 애들이 " 와~" 한다.

" 어른들 투표하는 것처럼 제대로 해 봅시다" 했다.


선거 결과는 5교시 시작 후에 방송을 통해 나왔다.

" 전교 회장은 6학년 4반 @@@ 입니다. " 

우리 반 여자 회장이 전교 회장이 되었다.

우리 딸도 전교회장을 했었는데....

딸은 그 때 너무 힘들고 바빴다고 회고한다.

그때 데어서 중학교 가서는 한 번도 임원 선거에 나가지 않고 있다.


우리 반 여자 회장은 신사임당 같은 아이이다.

(키도 나보다 크다. 나도 내 또래 치곤 작은 키가 아닌데...)

전 담임들이 정말 저런 아이 없다고 칭찬 하는 아이이다.

그 동생을 1학년 담임한 적이 있는데

동생 또한 5학년 전교 부회장이 되어 집안에 경사가 났다.

키울 때는 아이들이 연연생이라 힘들었을 법도 한데

키워 놓고 보니 이런 일도 생기네!

한 집안에 전교 회장, 부회장이 다 있다니....

부모님이 아이들을 참 잘 키운 듯하다.

참 자식은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데...

난 울 아들한테 학급 임원 선거 나가 볼래? 라고 잠깐 말붙였다가

아들이 급우울해지는 바람에 다시는 말 꺼내지 말아야겠다 다짐했다.

스스로 이렇게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참 복이다 싶다.


미리 알았더라면 이 날이 후쿠시마 원전 폭발 5주년이라서 계기 교육을 조금 했을텐데... 아쉽다.

일본 여행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듯하다. 

미리 다녀오길 얼마나 다행인지...

남편과 아들은 못 가봐서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우리나라의 노후된 원자력 발전소도 안전하진 않은데 말이다.

기회되면 "체르노빌의 아이들"은 한 꼭지 정도 읽어줘야겠다. 

그때의 상황을 나타낸 그림책이 있는데 제목이 생각 안 난다. 

방금 전 생각났다. 그 그림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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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5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5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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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시간에 자화상 그리기를 하였다.

점묘법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줬고

자화상을 많이 남긴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인새을 다룬

지식 채널 E 를 함께 감상하였다.

 

프리다 칼로는 나도 처음 본 화가인데

그림풍을 보니 천경자 화가와 많이 비슷하다.

프리다 칼로의 인생 역정을 본 아이들은 숙연해졌다.

 

6세에 소아마비,

18세에 교통 사고를 당하는 등

프리다의 몸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망가져 살 가망이 없다고까지 하였다.

침대에 누워 지내야만 했던 그녀는

그림을 통해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21세 연상의 디에고를 만나 결혼도 하였으나

3번의 유산과 디에고의 불륜으로 인해 그녀는 다시 고통 속에 내던져진다.

그녀는 거기서 주저앉지 않고

다시 붓을 잡아 멕시코 최초로

루브르 박물관에 그리을 전시하는 화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특히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는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고 하는데

그래서 교과서에 그녀가 소개되어 있었다.

 

우리 반은 일기 쓰기 대신에 감상문을 쓰니 동영상을 본 감상문을 적어오는 숙제를 내줬다.

그녀의 일생을 보면서 숙연해졌던 분위기를 보니 아이들이 뭔가를 느꼈던 듯하다.

찾아보니 그녀 이야기를 다룬 책과 영화도 나와 있다.

그녀의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회되면 영화를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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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6-03-11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수업이어요

수퍼남매맘 2016-03-12 09:47   좋아요 1 | URL
<프리다 칼로>동영상 집중해서 잘 보더라고요.
감상문 보니 느낀 바도 많은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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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은 통합학급이다.

즉 장애인이 있다는 말이다.

(장애우란 말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함)

학습도움반 샘이 학기초에 아이들 대상으로 "장애 이해 교육"을 해야 한다고 해서 

해당 학생과 나는 도서실로 이동하고

나머지 학생은 교실에 남아 수업을 받았다.


우리 반 친구는 몸이 불편한 경우이다.

교육 경력이 20년 넘는 동안 통합학급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나도 잘 모른다.

우리 반 애들이 오히려 그 점에서는 선배이다.

둘째날인가

애들한테 솔직하게 말했다.

" 선생님은 지금까지 통합학급을 맡아 본게 이번이 처음이라서 여러분보다 몰라요.

그 점에선 여러분이 선배랍니다. 

여러분이 선생님을 많이 도와주길 바랍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과 함께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닌데

우린 축복 받았다고 생각하고 일 년 동안 잘 연습하고 배려하도록 합시다."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2학년부터 지금까지 함께 교실에서 지내온 터라 거부감 없이 잘 지내는 것 같다.

일 년 동안 아무 사고없이 잘 배려하고 소통하며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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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부지~

아버지께서 요양원에 들어가는 날이다.
이젠 도저히 어머니 혼자 감당이 안 돼
가족이 합의를 봤다.

지난 주말 여기저기 요양원을 알아보러 다녔다.

그  중 가깝고 해가 잘 드는 곳을 선택했다.

애들 피아노선생님 할머니가 2년 동안 계셨던 곳이라 믿을만해서이다.

처음 요양원 들어가셔야 한다고 결정났을 땐 많이 울었다.

법 없이도 사는 울 아버지가 어쩌다 이리 아기가 되어 가족과 헤어져야 하나! 너무 속상했다.

엄마도 자신이 살아있는한 아버질 돌봐야하는데 하며 별로 안 내켜하시다

근래 계속 밤에 안 주무시고 자꾸 나가려고 하니 결정에 동의하게 됐다.

괜히 말리고 시비하다 지난 번처럼 엄마가 다칠 수도 있으니까.

요양원에 자리가 있는 것도 다행이었다.

다른 어르신들 뵈니 아버지가 제일 양호한 것 같다.

아버지는 겉보기에는 아주 건강하시다. 인지능력이 떨어져서 그게 문제지...

지난 일요일 아버지 목욕해 드리러 갔다 .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처음에는 안 하신다고 하시더니 한숨 주무시고나서는 순순히 목욕하셨다.

아버지는 치매인데도 원래 성품이 온화하셔 다루기 쉬운데

가끔 잠 안 자는 주기가 오면 신생아처럼 낮밤이 바뀐다.

엄마도 노인이라 감당하기 힘들다.가장 문제는 대소변이었다.

원래 이번 토요일에 입소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자꾸 실수를 해서 엄마가 너무 힘들어 하셔 앞당겨 오늘 큰언니가 모시고 가기로 했다.

아버지 혼자 요양원에 놔두고 나설 때 너무 슬플 것 같다.

난 주말에 애들 데리고 가보려고 한다. 가까우니 자주 들여다볼 수 있어 다행이다.

엄마도 걱정이다. 혼자 계시면 엄청 적적할텐데... 아파트 노인당이라도 가서 수다를 떠시라 해도 고집 부리고 안 나가신다.

아버지 보며 인생이 참 허무하다 싶다.

몸은 멀쩡한데 뇌세포가 점점 망가져 가족도 못알아보고 일상생활도 스스로 못하고 말이다.

모든 병의 주범이 스트레스라고 한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화도 담아주지 말고, 완벽하려 애쓰지 말고 ...

이 새벽에 깬 이유는 아버지 때문인 듯하다. 하필 꽃샘추위가 와 마음이 더 안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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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1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1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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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 기관장은 식물을 참 좋아하신다.

덕분에 학교가 온통 꽃이다.

오며가며 꽃 때문에 환경은 화사하니 좋지만

이를 위하여 누군가는 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기관장이 부임하고 나서 역점을 두는 것 중 하나가 1인 1화분 가꾸기이다.

아이들에게 이맘 때쯤 화분을 나눠주고 모종을 심게 해서 가꾸게 하는 것이다.

작년에는 3학년이라서 내가 일일이 다 심어줬는데

최고의 학년이니 설명만 해주고 자기주도적으로 해 보라고 하였다.


비어 있는 교실에 돗자리 2개를 깔고

배양토를 펼쳐 놓고, 모종삽을 준비해 놨다.

한 반씩 비는 시간에 와서 식물을 심었다.


우리 반은 맨 꼴찌, 그러니까 6교시에 심기로 하였다. 

아이들이 교과 수업 간 사이,

교실에 화분과 모종을 가져왔다.

작년과 똑같은 모종이라 좀 그렇다.

다르면 더 좋았을텐데....

청페페, 카랑코에, 싱고니움, 장미허브 이렇게 4종류이다.

인기 없는 식물은 서로 안 가져가려고 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5교시 국어 시간에 학습 활동을 시키고

먼저 제출한 아이부터 식물과 화분 색깔(노랑, 빨강), 이름표를 고르게 하였다.


옆교실로 이동하여 본격적으로 식물 심기를 하였다.

역시 6학년이라서 내가 도와줄 필요가 없었다.

고학년 하면 이런 게 편하다. ㅎㅎㅎ

서툰 아이들은 친구가 옆에서 도와줬다.


식물 심을 때도 6학년답지 않게 질서정연하게 대기하고 

다 심고나서도 친구들 기다리며 책을 읽는 모습 보고

참 착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반이 마지막 반이라서 뒷정리는 임원을 시켰다.

밖에 나가 돗자리 털어오는 사람은 초콜릿을 준다고 하니

평소 꾸러기 2이 신청하여 밖에서 잘 털어 오라고 했다.

엄청 좋아하며 임무를 수행하고 왔길래 초콜릿을 줬다. 


앞반은 오버타임을 했는데

우리 반은 빨리 끝나서 교실에 와

4박자 게임을 했다.

모른다는 아이도 몇 명 있다.

엥? 진짜 모르는 거야? 5학년때까지 교실에서 이런 게임도 안 했단 말은 아니겠지?

" 얘들아, 원래 게임은 하면서 배우는 거니까 해 봅시다." 하고

모둠별로 식물 이름을 하나씩 지어 4박자 게임을 하였다.

잠깐이지만 즐겁고 화기애애하게 했다.

다음에도 또 자투리 시간 있으면 해봐야겠다.


식물을 좋아하는 기관장이면 해마다 화분이 하나씩 늘어나고

노래를 좋아하는 기관장이면 방송조회 때마다 기타 치며 동요를 배우고

체육을 좋아하는 기관장이면 매일 아침달리기를 한다.

책을 좋아하는 기관장은 과연 언제쯤 만나게 될까!

 

식물 심기를 하더라도

씨부터 심어서 차츰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게 더 교육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옮겨 심은 것에 대한 애착심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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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0 13: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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