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 임원 선거가 있는 날이다.

선거에 들어가기 전, 리더십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라고 하였다.

절반은 대답을 못 하고, 나머지는 이런 대답을 하였다.

"배려하는 사람"

"우리 반을 잘 이끌어 가는 사람"

" 솔선수범하는 사람"

" 친구를 도와주는 사람"

"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 선생님은 회장부회장한테 힘든 일 많이 시킬 거예요. 각오해야 해요.

남이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고, 대표라서 난 잘못한 일 없어도 반을 대표해서 야단 맞을 때도 있어요.

임원은 낮은 자리에서 봉사하는 사람이랍니다. "

이렇게 못을 박아 놓고, 본격적으로 선거에 들어갔다.

 

저학년은 후보자가 넘치는데 역시 고학년이라서 그런지 후보자가 잘 안 나왔다.

자천한 사람은 남녀 각각 한 명 , 추천 받은 후보 3명 이렇게 해서

남자 후보 3명, 여자 후보 2명이 되어 겨우 임원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여자는 2명이라서 한 명은 회장, 나머지는 자연 부회장이 되는 거다.

 

아이들의 연설을 듣고

본격적인 투표에 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1차 투표에서 다득표자가 각각 나와 남녀 회장이 뽑혔다.

남자 부회장을 뽑는 2차 투표를 실시하였다.

우리 반이 20명이라서  반반으로 갈리면 3차 투표를 해야 하는데

표차가 많이 나서  2차 투표까지로 임원단이 꾸려졌다.

 

며칠 겪어 보지 않았지만 여러 면에서 리더십이 돋보였던 친구들이 1학기 임원이 되어 안심이 된다.

친구들을 바른 길로 잘 안내할 듯하다. 

 

3교시, 

체육 선생님이 체육부장을 뽑아 달라고 해서

하고 싶어 하는 아이  2명을 뽑아 체육 수업을 보냈다.

그런데 체육부장 하기에는 좀 그랬던가 보다.

다시 뽑아 달라는 말에 어떤 아이가 기가 죽었다. 

그 아이는 회장 선거에 나왔다가 낙마하고

그나마 체육부장이라도 하고 싶어해서 시켜줬는데

다시 뽑아야한다는 말에 우울모드가 되었다. 

그 때부터 그 아이는 기분이 쫙 가라앉아

과학 시간에 줄곧 엎드려 학습활동을 안 했나 보다.

과학 시간 끝날 무렵에 인솔하러 갔더니

과학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있었다.

교실에 와서 " @@씨, 점심 시간에 담임과도 상담을 합시다" 했는데

이 아이가 이때부터 삐딱선을 타기 시작하였다.

 

말도 공손하게 안 나오고

" 과학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물어보자

"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거예요?" 이렇게 말을 하는 거였다.

" 네가 오늘 임원 선거에도 떨어지고 체육부장도 안 돼 기분 나쁘고 슬픈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이렇게 선생님한테 공손하지 못하게 말을 하면 안 되지"

분노를 꾹꾹 눌러 참으며 차분히 아이에게 말했다.

아이는 제 말 좀 들어보라고 하면서

지금까지 계속 임원선거 나왔는데 줄곧 떨어졌다는 거다.

게다가 체육부장도 못하고...

아이는 나름대로 오늘이 저주의 날이었던 셈이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순간 담임한테 공손하지 못한 언행이 나온 듯하여 그 정도 이야기하고 상담을 끝냈다.

집에 갈 때 보니 아까보다 한결 마음이 가라앉아 웃으며 헤어졌다.


평소에는 기분이 업되어 있고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였는데

임원 선거와 체육부장에서 낙마하자 급격히 기분이 다운되었던 것 같다.

감정 조절이 잘 안 되었던 듯...

 

교실에서는 이처럼 권력욕이나 명예욕이 있는 아이들이 간혹 있다.

자신이 원하는 임원이 되지 못하면 좌절해서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실패를 통해서도 성장하는 건데

아직 그걸 받아들이기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나보다.

마음이 가라앉고 냉정해지면

무엇 때문에 실패했는지 원인을 분석해 보는 것도 좋을 텐데 말이다. 


이 책이 생각난다.

진정한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아까 답을 말하지 못한 아이들은 이 책들을 보고 답을 스스로 찾길 바란다.















아! 하나 더.

오늘 처음으로 아침독서 끝나고 한 명씩 나와서 1분 동안 친구들에게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을 읽어줬다.

(매일 4명씩 읽어준다.)

친구들한테 책을 읽어준 느낌이 어땠나 물어보니

" 즐거웠다." 

" 떨렸다" 

라고 한다.

친구들한테 읽어줘야 하니 책을 고를 때 심사숙고할 것이다. 

며칠 사이,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와 " 마사코의 질문"을 읽는 친구가 여럿 보인다. ㅎㅎㅎ

어떤 책을 읽히고 싶으면 읽어주면 된다.

그럼 발동이 걸린다.

내일 사회 수업이 있으니 "용선생"을 잠깐 읽어줘야겠다. 

사회 교과서는 솔직히 지루하고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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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7 22: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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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8 1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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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8 08: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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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8 10: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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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오덕 선생님의 일기를 읽고 있는데

어쩜 4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교단 일기를 쓰셨나 놀랍고 감동 받고 반성하고 있다.

나도 이번 학년도부터는 교단 일기를 좀 써보자 싶은 생각이 들었다.

끝까지 갈 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아침독서 3일 째다.

저마다 자신이 읽을 책을 가져와서 조용히 잘 읽고 있다.

분위기가 빨리 안착되어 기쁘다.

역시 책읽을 시간과 좋은 책만 있으면 아이들은 책에 빠져든다.

 

고학년은 일기 쓰기를 가장 싫어하는 것 같다.

중학년 정도까지만 일기 쓰기를 하고 고학년은 다른 글쓰기 훈련을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첫 날, " 일기는 안 쓸 거예요" 하자 리액션 없던 애들이 그나마 환호를 했다.

수퍼남매를 봐도 일기 쓰기를 스스로 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든 일이었다.

그나마 딸은 그런대로 글을 잘 쓰는 편이라 일기 쓰기를 힘들어 하지 않았는데

아들은 도통 일기 쓰기가 향상되지 않는다.

 

그래도 글쓰기는 삶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 안 할 수는 없다.

아이들 모두가 작가가 될 것은 아니지만

" 삶을 가꾸는 글쓰기"는 분명 필요하고, 중요하다.

왜냐하면 내 생각과 느낌을 말로 표현하듯이

글로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말은 빠르고 쉽지만

글을 어렵고 오래 남는다.

말보다 몇 갑절의 노력을 해야 웬만한 글이 나온다.

 

아까도 말했지만 스스로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즐겨 하는 아이는 "작가" 가 꿈일 확률이 크다.

책읽기까지는 그냥저냥 해도 " 독서록 쓰자" 하면 벌써부터 인상이 찌그러지는 수퍼남매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교사가 목적과 방향을 가지고 글쓰기 지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함께하면 더 좋을 듯하다.

댓글도 달아주고, 첨삭도 해주고 말이다.

나도 부모지만 부모가 시키면 안 한다.

그래도 초딩은 담임이 숙제로 내주면 하니까 숙제로 내주던지

창체 시간이나 국어 시간에 하면 좋을 듯하다.

 

일기를 안 쓰니 다른 글쓰기 훈련을 해야 한다.

적당한 것은 독서감상문이다.

아이들 수준이 어느 정도 모르니 테스트를 해 보기로 했다.

 

아침독서를 끝내고 " 마사코의 질문" 첫 꼭지 "꽃잎으로 쓴 글자"를 읽어줬다.

2016학년도 들어 처음 읽어준 책이다.

" 여러분, 세상에 공짜는 없답니다. 선생님이 목 아프게 읽어준 댓가로 여러분을 독후감을 써야 합니다."

"으~~"

역시 예상 대로다.

그래도 일기보다는 낫다는 것을 알기에 저항이 덜하다. ㅎㅎㅎ

" 마사코의 질문"은 전부터 읽어보고 싶던 책이었는데

교실에 꽂혀 있어서 찾아 읽었다.

쭈욱 연결된 장편 동화인 줄 알았는데 단편을 모은 것이었다.

 

사회 시간에 국사 부분을 배우기 때문에 배경 지식을 넓히는 데도 도움 되고,

독서감상문 쓰기에도 적당해서 한 꼭지를 읽어줬다.

6학년인데 읽어니 엄청 집중을 잘했다. 일단 일제 강점기라는 배경 지식이 있어서인 듯하다.

중간 중간 어려운 낱말 "솟을대문" " 당꼬바지" "복사꽃"등은 설명을 해줬다.

어휘력이 짧은 아이는 혼자 읽기에 힘들 내용이다.

고등학생도 선생님이 읽어주면 집중 잘한다는 고등학교 교사의 체험담을 들은 적이 있다. 어른도 남이 읽어주면 집중이 더 잘 된다. 

아이들한테 무조건 독후감 쓰라고 강요하지 말고

선생님이 이렇게 책 읽어주고 함께 줄거리 요약해 보고,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나눈 후, 좀더 자세하게 써보라고 하면 훨씬 좋을 것 같다.

 

"꽃잎으로 쓴 글자"는 일제강점기 시대 때, 교실의 모습을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사회 교과서보다 어쩌면 이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더 생생하게 다가올 듯하다.

아홉살 승우가 교실에서 겪어야 했던 나라 없는 조선 민족으로서의 설움이

구구절절 잘 나와 있다.

일제 강점기 시대,

우리 조선인은 인간이 아니었다. 영화 " 귀향 " 에서는 일본군이 위안부 소녀들을 향해 " 암캐" 라고 비하한다. 

지금 같아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위반" 놀이 부분을 읽어줄 때는

듣고 있는 아이들의 반응이 커졌다.

" 위반 " 놀이는 다나카 선생님이 조례 시간에 제시한 놀이이다.

일본어로 "위반" 이라고 써진 나무 팻말을 반장 준식이한테 주고,

쉬는 시간에 조선말을 하는 아이한테 이 팻말을 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선말을 하는 아이한테 서로서로 팻말을 넘겨주어

마지막 종례 시간에  팻말을 가지고 있는 아이는

다나카 선생님한테 손바닥 10대를 맞는 것이다.

승우가 바로 그 비운의 주인공이 되어 몽둥이로 손박닥 10대를 오롯이 맞는다.

영화 "동주"에서 일본 대학에서 영문학 강의를 듣고 있던

동주를 불러내어 삭발을 시키던 장면이 언뜻 떠오른다.

위반 놀이 때문에 단짝 친구고 뭐고 없다.

몽둥이 위협 앞에 아이들은 겁에 질려 서로를 감찰한다.

이게 교육인가 싶다.

 

6교시에 아이들과 다시 줄거리를 되짚어 보고 생각과 느낌을 나눠봤다.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그 이유를 공책에 적어 보는 간략한 독후감을 써봤다.

5줄 이내로 적어보라고 하니 엄~ 청 좋아한다.

아이들이 쓴 독서감상문을 몇 편 옮겨 적어본다.

 

나는 명서가 제득이의 귀를 꼬집어서 한국말을 하게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왜냐하면 억지로 한국말을 하게 한 것이 꼭 일본 사람들이 억지로 강제 징병, 징용이나 창씨개명을 시킨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고, 손바닥 10대를 맞는 것이 두려워 비겁한 행동을 하는 것이

꼭 우리들의 을사 5적 같았기 때문이다. (이완용 등등)

 

나는 일본인 다나카 선생이 나무패 놀이를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아이들에게 그 놀이를 하게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이유는 조선말을 무시하고 쓰지 못하게 하는 놀이였고 반장 준식이가 단짝 윤칠이에게 나무패를 준 것처럼

서로를 배신하고 미워하는 것이 안타깝다.

일제강점기 시대는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나는 어머니께서 조선말을 처음으로 쓴 "시인" 이 되라고 하셨을 때가 가장 감동적이었다.

왜냐하면 시인은 돈을 잘 벌지도, 유명해지지도, 잘못하면 일본 군인이 잡아갈 수도 있지만

용기 내어 도전해 보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과 행동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나는 어머니께서 피멍이 든 승우의 손을 저고리 속에 넣어 주신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왜냐하면 승우의 피멍이 든 손을 자신의 저고리 속에 넣는 것이 감동적이었고

어머니가 승우의 손을 보고 마음 아파하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5교시 체육은 담임 체육이라서 아이들과  체육관에 갔다. 고학년은 체육 빼먹는 샘을 가장 싫어한다.

웬만해선 체육은 꼬박꼬박 해줘야 한다. 

올해는 스포츠 강사가 배정되어 훨씬 수월하다.

2분의 선생님이 계셔도 아이들은 체육관에 오니 흥분해서 질서가 엉망이었다.

언제 그래보겠냐 싶어 별로 제지를 안 했다. 

계속 의자에 앉아 있는 게 얼마나 힘들까 싶기도 하고.


반을 두 팀으로 나눠 이어달리기를 하고, 곧이어 모둠 이어달리기를 했더니 아이들이 참 즐거워하였다.

꾸러기들은 무대에 올라가 중계를 하겠다고 난리법석을 치고...

6학년이 맞나 싶을 때가 여러 번 있다.

심지어 쉬는 시간 종이 울렸는데 " 화장실 가도 돼요?" 물어본다.

예전 6학년에 비하면 정신 연령이 낮은 것도 같고....

마음 같아선 진도에  구애 받지 않고, 담임 체육 시간에는 아이들이 즐거워 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은데

오늘 처럼 무질서 하면 국물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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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7 14: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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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7 17: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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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갔더니 3.3 삼겹살 데이라고 해서 삼겹살을 세일해서 두 근을 사왔다.

요즘 같이 체력 소모가 많은 날에는 고기로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한 마디로 오르락내리락 데이였다.

그야말로 정신 없는 날이었다.

무슨 말인고 하면 사연이 이렇다.

오늘 교과 시간이 2-4교시까지 연달아 3시간 들어 있는 행운의 날이었다.

그런데 그게 결코 행운 만은 아니었다.


본교는 생활지도 교육상

담임이 교과 교실 까지 아이들을 인솔해 가서

수업이 끝나면 담임이 복도에 대기하고 있다가

아이들을 인솔해 교실로 데려오는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무슨 유치원도 아니고 ㅠㅠ 이런  반발심이 들지만)

아이들 간의 사고가 주로 담임이 부재한 쉬는 시간, 

또는 교과 이동 시간, 점심 시간 등에

벌어지기 때문에 보험 든 차원에서 그렇게 하는 걸로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해 보니

아이들도 나도 참 바쁘다.

담임 입장에서 진득하게 교실에 앉아 잔무를 하면 좋은데

교과 교실까지 데리고 가서

교실로 데려와야 하니 교과 시간에 업무 처리하는 게 비효과적이다.

아이들 입장에서도 오늘처럼 교과가 연달아 있으면

자기들끼리(회장 인솔 하에)

다음 교과 교실로 이동하면 되는데

굳이 교실까지 와서 다시 이동해야 하니 동선이 길어진다.

학교 방침에서 내부적으로 그렇게 하자고 하니 따르지만

아이들을 믿지 못하고 자율성이 너무 결여된 게 아닌가 싶다.

저학년도 아니고 최고의 6학년인데....


물론 이동 시에 사고가 벌어지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따라서 이렇게 하는 것이 결국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여겨지는 측면도 있지만...

어찌 되었건 아이의 안전이 최우선이니깐.


6학년은 교과 수업이 많다 보니

담임도 교과인 듯한 느낌이 든다.

애들과 차분히 수업하고, 대화하고, 래포를 형성할 시간이 부족하다.

이야기하다 보면 얼른 이동해야 하고....

6학년 담임 기피 현상으로 수업 시간이라도 줄여주자 해서 교과 수업을 많이 배정하였으나

일장일단이 있다.

교과 시간이 많다 보니 담임- 학생 과의 유대감 형성 기회가 너무 없다.

자주 봐야 친해지는데 말이다.


학년 초에는 교과서 수업 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다.

서로 이름도 익혀야 하고, 자기 소개도 해야 하고,  학생들과 학급 규칙도 정해야 하고, 여러 가지 기본 학습 습관 숙지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교과 시간에 쫓기다보니 그런 활동이 제대로 잘 안 된다.

아침독서만 해도 설명할 것들이 엄청 많은데

설명하다 말고 교과실로 가야 하니 맥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다.


첫단추를 잘 끼워야 끝까지 잘 끼울 수 있고,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듯이

3월 한 달이 일년의 학급 농사를 좌우하는데

아이들과 서로 합을 맞출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해 안타깝다.


아이들이 어제보다는 좀 긴장도가 풀어진 것 같다.

어제는 쉬는 시간에도 자리에 앉아 있어

6학년이 맞자 싶었다.

그런데 오늘 점심 시간 자유놀이 하는 걸 보니 이제 좀 적응이 된 듯하다.

남자 아이들이 공기놀이를 하는데 꽤 잘한다.

6학년답지 않게 참 순진하다.

끝까지 가야 할 텐데.


이 아이들이 5학년일 때, 학급에서 서로 친구에게 경어를 쓰는 게 인상적이었다.

하여 우리 반도 실시해 보면 어떨까 싶어 논제에 붙였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서로 경어를 쓰면 언어순화에 좋고 시비가 줄어들지 않을까 싶어서 였다.

6학년이니 담임 마음대로 결정 안 하고 너희들의 의사를 물어보고 찬반 토론을 거쳐 민주적으로 결정하겠다고 하였다.

작년에 경어를 사용한 아이들의 생생한 소감부터 들어봤다.

아이들은 별로 효과가 없었다고 말한다.

선생님 안 보는 데서 반말 쓰고, 경어 같지 않은 경어로 기분 나쁘게 하고...

교사 눈에는 좋아 보이고 효과가 있는 듯 보였지만 그건 아니었던가 보다. 

3명을 뺀 나머지 아이들이 경어 쓰기를 반대하였다. 좀 놀랐다.

만약 내가 아이들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면

우리 반 역시, 선생님 앞에서만 경어를 쓰는 척하고

사각지대에서는 서로 반칙하고, 반칙을 묵인하는 꼴이 될 뻔 했다.

하지만 단서를 달았다.

만약 서로 욕설이나 비속어 등을 사용하여 상대방을 상처 주거나 교실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면

그 때는 경어를 쓰기로 하였다.


교과 3시간, 6학년 전체 생활지도 1시간. 

담임인 나는 아이들과 2시간 함께 한 날이었다.

같은 반 친구 이름 익힐 시간도 부족해 보인다.


아이들에게 아침독서할 때 사용하라고 책 읽기 관련된 명언이 담긴 책갈피를 하나씩 선물해줬다.

원래 생각은 자신이 직접 만들게 해서 난 코팅만 해서 주려고 했는데

도저히 짬이 안나 계획을 바꿨다. 


매일 10분씩이라도 읽다보면 언젠가는 끝까지 읽게 된다.

빨리, 많이 읽으려 하지 말고 의미를 생각하며 정독하라고 조언해 줬다. 

"그 날 읽은 쪽수에 책갈피 끼우는 것 명심합시다.

접거나 책 날개로 덮어버리면 책이 빨리 상합니다.

졸업할 때까지 책갈피 잘 간직하길 바랍니다. "

아이들 중에 작년에 도서실에서 나눠준 책갈피를 아직 갖고 있는 아주 착한 아이가 있었다.

흐뭇했다. 

우리 반 아이들도 부디 그래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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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4 09: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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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5 09: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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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담임이 되었다.

아주 오래 전에는-중학교 입시가 있던 시절-서로 6학년 담임을 하겠다고 줄을 섰다는데

지금은 정반대이다. ㅠㅠ

해가 거듭 될수록 6학년 담임과 부장 교사 기피 현상이 심화되어

새롭게 담임 배정을 할 시기가 되면 윗분들은 고심이 크다.

누군가는 부장도 하고, 6학년 담임도 해야 하는데 서로 이런저런 사정들로 안 하겠다고 하니...

머리에 쥐가 날 정도라고 한다.

 

본교도 이번에는 예년보다 더 극심한 부장과 6학년 담임 절대부족 현상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본교는 교생 실습 교사 까지 있어서 그것 때문에 더 심각했다. )

지방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서울은 강남이나 강북이나 마찬가지로 부장과 6학년 교사 배치하는 게 정말 어렵다.

6학년은 아무래도 생활지도가 힘들고 (사춘기에 접어 들어)

부장 교사는 달랑 부장교사 수당 7만원 받으려고 수많은 일을 하라고 하는 것은 교사를 설득하기에 부족하다.

(나도 한번 부장교사 해봤지만 평교사와 부장교사의 업무량은 차이가 많이 난다. )

물론 승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부장을 해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어느 조직사회건 마음이 약하거나 피해를 보는 자가 있어

부장도 꾸려졌고, 6학년 5개반의 담임도 배정되었다. (그 중에 나도 포함)

하지만

생활지도며 졸업 업무가 중요한 6학년에 학년 부장이 배정되지 못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오죽 할 사람이 없으면 그렇겠나 싶지만....그래도.


나도 6학년을 오랜만에 맡는 거라 학년 발표하고나서부터(설마설마했는데)

내내 마음이 좀 두려웠다.

워낙 6학년은 질풍노도의 시기라....

(오히려 중1이 되면 애기 같아 진다고 한다. )

어제 처음 6학년 아이들과 수업한 느낌은

' 괜찮네!' 였다. 우리 학교 애들이 전반적으로 순하다더니 그런 듯하다. 

물론 그게 1년 내내 갈 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서도.

학급에 장애인도 있어서 통합합급도 처음 맡게 되었다.

원해서 6학년을 맡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려고 한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마지막이고.

난 이 학교에서 마지막 해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애들이 너무 발표를 안 한다. 

리액션도 없고.

예전보다 더 심하다.

어제는 방송 조회하는데

애국가 조차도 안 부른다. 헐~~

음악 수업 안 하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6학년 1학기 사회가 역사 단원이라서

어제는 미리 예습하라고 이 책을 소개해줬다.





 

 

 


아무튼 해마다 벌어지는 담임 배정의 고충,

뭔가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6학년이 되어 좋은 점이 하나 있다.

교과 시간이 하루에 1-2시간 들어 있어 이렇게 막간을 이용해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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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3 15: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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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3 16: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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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일공일삼 94
황선미 지음, 신지수 그림 / 비룡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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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일모레면 초중고등학교가 새학년 개학을 한다.

요즘은 우리 학창 시절과는 달리 새학년이 되면

새친구들과 잘 어울려 지낼까 걱정되는 마음이 생긴다.

어느 누구도 왕따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왕따를 당하는 이유가 따로 없어서이다. 

공부를 잘해도 왕따, 못해도 왕따,

예뻐도 왕따, 못 생겨도 왕따. 

굳이 이유를 들자면

'나와 다르기 때문"이랄까.

왕따를 해서도 왕따를 당해서도 안 될텐데...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다.

공부를 떠나 부디 친구들과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내주면 좋을텐데 하는 소망을 갖게 된다. 


왕따를 다룬 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이 바로 "양파의 왕따 일기"이다.

그 책에 버금가는 황선미 작가의 작품이 나왔다.

제목만 봐서는 왕따 이야기라고 짐작하지 못했는데 읽다보니 왕따를 다루고 있다.

제목은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이다.


겉표지에서 구두 한 짝을 버릴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아이가 바로 현재 왕따를 당하고 있는 이주경이란 아이이다.

주경이가 왜 왕따를 당하느냐고? 그건 혜수에게 찍혀서이다.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주경이를 회장인 혜수는 언젠가부터 친구라 부르며 친한 적 하지만 실제로는 종 부리듯이 부려먹고 있다.

한 가지 예로 주경이는 혜수와 같은 영어 학원에 다니는데 매일 초콜릿 셔틀을 하고 있다.

"m" 글자가 새겨진 초콜릿 두 봉지를 사오면 헤수 무리는 마치 자기 것인 것처럼 초콜릿을 가져가 먹곤 한다.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끙끙 앓던 주경이는 혜수의 다음 타겟이 등장한 걸 알게 되어 한시름 놓게 된다.

하지만 혜수는 주경이를 순순히 놔주지 않는다. 

혜수 일행은 주경이더러  구두 한 짝을 창밖으로 내던지라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새로 전학 온 명인이 구두였다. 주경이 다음 타겟이 명인이었던 게다. 

겉표지 장면은 주경이가 혜수의 명을 따라 구두 한 짝을 던질까 말까 갈등하는 장면이다.


읽는 내내 '왜 바보 같이 당하기만 하고, 혜수에게 반기를 들지 못할까! '답답할 수도 있다.

그런데 주경이 같은 입장이 되면 섣불리 " 싫어, 안 돼, 못 해"가  안되나 보다.

믿을 만한 가족이나 선생님한테라도 털어놓고 도움을 구하면 좋으련만 그것도 잘 안 되는 듯하다. 

이런 경우, 오롯이 그 고통을 혼자 감수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여 더 안타깝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가족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끙끙 앓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주경이는 아빠가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이 부분 또한 혜수의 놀림 대상이 되고 있으니 기막힐 노릇이다. 

자신의 문제를 엄마한테 털어놔 엄마를 더 힘들게 만들고 싶지 않아 숨겼을 거라고 생각한다. 

선생님한테는 왜 못 털어놨을까!

혜수가 회장인데다 예쁘고 공부 잘하니 자신처럼 존재감이 없는 아이의 말은 믿어주지 않을 거란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럴 때 주경이를 온전히 이해해 줄 단 한 명의 친구만 있었더라도 잘 버틸 수 있었을 텐데....

외톨이었던 주경이는 혜수의 폭력을 온전히 혼자 감수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혜수는 주경이한테 나쁜 짓까지 시키고 자신은 상관 없는 일인 듯 시치미를 떼고 있다. 


선생님은 몰랐더라도 반 아이들은 혜수가 돌아가면서 한 아이를 괴롭힌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게다.

그래서 수많은 목격자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그 중 누구 하나라도 선생님께 신고를 했다면 주경이의 고통도 빨리 끝나고

명인이의 구두도 사라지지 않았을텐데...

그 구두는 명인이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준 선물이었다. 


얼마 전 통계를 보니 우리나라 아이들이 학교 생활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성적이 아니라 교우 관계로 나왔다.

신학년이 되면 주경이 같이 내성적이고 소심한 아이들은 극도로 긴장할 듯하다.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단 한 명의 친구라도 있다면 학교 생활이 좀더 즐겁고 행복할텐데....

아무쪼록 우리 아이들 모두 누구 하나 상처 받지 않고 행복한 새학년 새교실이 되길 바랄 뿐이다.


황선미 작가의 말을 인용해 마무리하고자 한다.

" 우리는 누구나 실수라는 걸 해요. 

하찮은 사람과 괜찮은 사람의 차이는, 자신의 실수가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태도에 달려 있을 거예요.

또한, 옳지 못한 경우를 당한 사람도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알아야겠지요.

그럴 때 곁에 단 하나의 친구만 있어도 좋을 텐데요. 생각해 보자구요.

나는 누군가의 단 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 (본문 118쪽 )


누가 나의 단 한 사람이 되어주기를 바라기보다

내가 먼저 누군가의 단 한 사람이 되어주는 게 먼저일 거라고 생각한다.

설레고 두려운 신학기이다. 

옳지 않은 일을 당하면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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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6-03-01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배님이 하셨던 단 한 명의 친구라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그 말씀! 항상 마음에 담아 두고 있습니다. 새학년 또 힘차게 시작해 보아요.

수퍼남매맘 2016-03-01 14:0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교실에 혼자 외롭게 쓸쓸히 있는 아이가 없도록 살펴보고 도움 주는 게 우리 역할인 듯해요.
으윽~~ 내일부터 시작인데 두렵네요.

2016-03-03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03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