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연휴는 우리 가족사 이후 최악이었다 .
둘째로부터 시작된 감기가 누나, 나, 남편까지 이어졌다 . 덕분에 어렵게 예매한 ktx 표를 눈물을 머금고 반환해야했고 우리 가족은 연휴내내 집에서 감기와 씨름해야했다. 나는 아픈 가운데서도 세 끼를 차려야해서 이중고였다 . 엄마는 마음 놓고 아플 수도 없는 신세다.ㅠㅠ

감기도 독해서 고열과 근육통에 모두 힘들어했다 . 부부는 하필 빨간날 열이 나서 진료를 못 받아 딸 약을 나눠먹었다. 그나마 난 몸살기가 와 딸이 처방받은 진통제 먹었더니 금세 나아져서 살림을 할 수 있었다 . 남편은 3일 끙끙 앓더니 오늘 좀 나아졌다며 병원 안 간단다 .

오늘 인근 소아과가 오전진료를 한다고 하여 수퍼남매 데리고 연휴 처음으로 바깥에 나왔다 . 모처럼 햇살이 따사롭고 바람과 구름없는 봄같은 날씨라 내내 우울했던 기분이 좀 좋아졌다. 어디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올랐지만 우린 진료를 받으러 가야했다 .

환자가 많아 오래 대기했다. 전후사정을 들은 의사가 온김에 나도 진료 받는 게 좋겠다해서 진찰받고 약도 지었다 . 목감기란다. 남편도 왔어야 하는데... 다른데는 괜찮은데 목소리가 쇳소리가 나온다. 내일 수업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한번 변한 목소리는 잘 안돌아온다 . 일광욕이라도 할겸 산책하고 싶었으나 그러면 또 덧나니 당장 집으로 고고씽! 


집에 비상식량이 다 떨어져서 대강 장을 봤다. 연휴 전 대파 한단이 4500원이라 안사고 돌아섰는데 2500원으로 떨어져 얼른 사왔다. 아파서 이번 설에는 좋아하는 떡국도 못 끓여 먹고 애들은 친척을 못만나 세뱃돈도 하나도 못받아 좀 서운한가보다 . 그나마 좀 기운차린 후 하루키의 대표작 ˝ 노르웨이의 숲˝을 꺼내들었는데 참 재미있어 위안이 되었다. 감기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때는 책도 안 잡히고 머리가 지끈거려 안 읽힌다.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커다란 행복이란 생각이 들었다.

건강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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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6-02-10 1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고‥온가족 고생하셨군요. 엄마는 몸 아프면 이중삼중고지요. 울집 큰딸은 감기 안 걸리는 편인데 집 와선 걸려서 안 나은 채로 돌아갔네요. 봄이 오려면 아직 멀었겠죠

수퍼남매맘 2016-02-10 19:38   좋아요 0 | URL
따님이 감기 걸린 채로 가서 마음이 좀 그러셨겠네요.
감기는 시간이 지나면 낫는다고는 하는데 이번 감기는 많이 독하더라고요.
따님도 빨리 낫기를 바랍니다.

그나마 오늘 날씨는 봄이었어요. ㅎㅎㅎ

서니데이 2016-02-10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감기 걸리면 오래 고생해요.
수퍼남매맘님, 빨리 좋아지셨으면 좋겠어요.
좋은 저녁 되세요.^^

수퍼남매맘 2016-02-10 19:37   좋아요 1 | URL
이번 감기 진짜 독하고 오래 가는 듯해요.
서니데이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요.
평안한 저녁 보내세요.

yureka01 2016-02-10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고생하셨네요..
해필 연휴기간에...병원도 못가고..
오래두면 큰일 날 수 있으니 얼른 쾌차 하시길 바랍니다..

수퍼남매맘 2016-02-10 20:14   좋아요 0 | URL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알라딘 서재에 들어와 글을 남길 만큼 좋아졌답니다.
소문에 유레카 님은 직접 전을 부치셨다던데?
대단하세요. 엄지 척~~

2016-02-12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2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린이를 위한 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 지음, 최영혁 옮김 / 청조사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목사인 아버지가 자신의 딸을 5시간 폭행한 후, 시신을 그대로 방치한 패륜 사건이 발생하였다.

아이들도 부모 따라 이 사건 뉴스를 봤던지 대부분 알고 있었다.

" 얘들아, 너희들은 얼마나 다행이니? 그런 부모 밑에 태어나지 않아서 말이야."

내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거린다.

근래 들어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사건이 연속 일어났다.

아가페적 사랑의 대표가 바로 부모인데 그것도 옛말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너무 끔찍한 사건 때문에 이와는 정반대인 가슴 따뜻해지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세상에는 이렇게 패륜을 저지르는 괴물 같은 사람도 있지만

아무런 피가 섞이지 않고 이해 관계가 없는  타인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아름다운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 아이들은 괴물이 아니라 후자 같은 아름다운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희망이니까 말이다.


이 책이 언뜻 떠올랐다.

오래 전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 정말 뭉클했던 기억이 났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나와 있어 그걸 도서실에서 빌려 왔다.

우리 반 아이 중에 실감 나게 잘 읽어주는 아이가 있어 그 아이한테 부탁을 해서 절반 정도를 읽게 했다.

아이는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낭랑하게 잘 읽어줬다.

둘째가 쓴 글짓기 "우동 한 그릇" 부분은 자원자를 받아 읽어주게 하였다.

나머지 부분은 내가 읽어줬다.

이렇게 3명이 협력하여 읽어줬다.

동화책은 세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나머지 두 이야기도 감동을 전해준다.

두 번째 이야기는 많이 슬프므로 손수건은 필수.

그 중에 표제가 된 "우동 한 그릇"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북해도에 북해정이라는 우동가게가 있었다.

12월 31일 그믐날, 영업을 정리하고 문을 닫으려는 찰나.

남루한 옷차림의 부인과 두 아들이 슬며시 문을 열고 들어와 

" 우동 한 그릇 먹을 수 있나요?" 묻는다.

주인 부부는 이미 영업이 다 끝나고 정리까지 마쳤지만 

이 세 모자를 위해

기꺼이

" 네 그럼요" 반갑게 맞이한다.

그렇게 북해정 주인 부부와 세 모자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셋이서 우동 한 그릇이라!

그들이 얼마나 가난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방에서 일하는 남편은 우동 1인분하고 반 덩이를 더 넣어 우동 1인분을 만들어준다.

세 모자는 1인분을 나눠서 맛있게 먹는다.

떠나는 그들을 향해 주인 내외는

" 고맙습니다.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인사한다.

그 다음해 그믐날에도 세 모자가 영업이 끝난 시각에 살며서 나타나 

다시 우동 한 그릇을 주문한다.

엄마의 옷 차림은 여전하다.

둘째는 첫째의 옷을 대물림하여 입은 상태이다.

그 다음 해에도 세 모자는 비슷한 시각에 나타나 이번에는 우동 2인분을 시킨다.

주방에서 주인 내외는 세 사람의 사연을 듣게 된다.


아버지가 남기고 간 빚을 이제 다 갚게 되었다는 엄마의 말,

둘째가 " 우동 한 그릇"이라는 작문으로 대상을 받았다는 형의 말,

부모님 참관 수업을 오라고 하였는데 엄마가 회사를 빠지면 안 되니 자신이 대신 갔다는 형의 말,

세 모자는 우동 2인분을 맛있게 먹으며 그동안 있었던 일을 도란도란 나누며

둘째가 쓴 "우동 한 그릇"을 읽는다.

우동 한 그릇이 전해준 사랑 덕분에 이 세 모자는 힘든 세상을 버틸 힘을 얻었던 것이다.

그 후로 세 모자는 북해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주인 내외는 그믐날이 되면 세 모작 앉았던 그 자리를 예약석으로 비워 두었다.

리모델링을 할 때도 그 2번 탁자만큼은 예전 그대로 보존하였다.


세상에는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등 패륜도 존재하지만

" 우동 한 그릇"의 북해정 주인 내외처럼

자신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한테 먼저 손 내밀고, 사랑과 친절, 배려를 베푸는 아름다운 사람도 있다.


둘째가 작문에서 썻던 것처럼 

세 모자가 가장 힘들 때, 

그들을 가게에서 내치지 않고

따뜻하게 맞아들여

넉넉한 우동 한 그릇을 만들어 주었던 주인 내외 덕분에

세 모자는 힘든 시기를 잘 버틸 수 있었다.

더불어 세 모자가 서로를 배려하고 의지하였기 때문에 힘든 고비를 잘 넘겼다고 생각한다. 


연속으로 터지는 패륜 사건, 갈수록 힘들어지는 경제 사정, 어지러운 정치 상황 등이 마음을 힘들게 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우동 한 그릇" 같은 미담도 존재하므로 꿋꿋이 버틸 것을 다짐해 본다.

새해에는 모쪼록 이런 미담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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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2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2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처를 만난 고구려 왕자 푸른숲 역사 동화 10
백승남 지음, 홍정선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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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구려 시대, 불교가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추천사를 보면
" 이 책은 이련과 마로를 통해 불교를 받아들일 때 토착 신앙을 배척하기보다는 
끝어안음으로써 큰 마찰이 없었던 당시 고구려 사회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라고 되어 있다.
이 추천사를 쓴 사람은 지난 학교에서 함께 근무한 후배 교사여서 더 반가웠다.
사회과에 워낙 조예가 깊어서 이 후배가 추천하는 책은 믿고 보는 편이다. 

이련은 왕자이다.

불교를 받아들인 소수림왕의 동생이자, 광개토대왕의 아버지로서 나중에 고국양왕이 된다.
고국원왕은 들어봤어도 고국양왕은 금시초문이었다.
소수림왕과 광개토대왕 사이에 고국양왕이 존재했고,
이 이야기는 바로 고국양왕이 왕자일 당시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또 한 명 마로라는 아이가 나온다.

마로는 사무의 후계자로 토착 신앙의 수호자이다.

사무는 고구려 시대, 국가적인 제사를 관할하던 직분을 말한다.

마로는 이련 왕자처럼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그 당시 상황을 봤을 때 충분히 개연성 있어 보이는 인물이다.

이 책은 이렇게 신분도 다르고 종교도 다른 두 인물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두 사람 모두

진정한 지도자란 무엇인지 깨달아 가는 역사 동화이자 성장 동화이다.

작가는 이련과 마로가 서로를 만나 성장하는 과정을

"판타지"라는 형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역사 동화인데 판타지라니?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나 또한 역사 동화 속에 판타지가 등장하여 약간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런데 읽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마로가 믿는 토착 신앙을 설명하려면 말이다.


생각해 보니 
불교가 삼국에 전해질 때, 토착 신앙과 마찰 없이 잘 받아들여졌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불교 전래 순서와 불교를 국교화 시킨 왕의 이름을 암기하는데 급급했었으니깐.
조선시대만 봐도 천주교가 들어올 때  유교와의 마찰이 굉장히 심하지 않았던가!
물론 조선은 유교가 국교인 상태에서 일부가 천주교를 들여왔고, 이질적인 문화 때문에 충돌이 많았던 반면

불교는 들어온 경로가 다르긴 하다.

토착 신앙이 오랜 시간 동안 정착된 상태에서 오히려 왕권이 개입하여 불교를 받아들인 상황이니 말이다.

왕권이 개입하여 불교를 선포한 셈이니 어쩌면 굉장히 강력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 치더라도 오랜 기간 뿌리 내린 토착 신앙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을 리 만무하다.

그러니 불교가 백성들 마음 속에 신앙으로 자리잡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을 거라 짐작된다.


어찌 되었건 두 이질적인 종교 문화가 부딪히는 면에서는 고구려나 조선이나 상황이 비슷하지 않는가!
고구려 백성들은 이질적인 종교 문화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졌을까?
이런 궁금증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조선 시대처럼 심한 박해와 문화적 충돌이 있었을까?

초반에서도 말했듯이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구려에 심한 가뭄이 들자 소수림왕은

동생 이련 왕자한테 사무를  찾아 궁으로 데려오라는 임무를 부여한다.

이 시기는 이미 불교를 받아들인 후였다.

아마 가뭄이 너무 심하니

사무의 기우제를 통해 가뭄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을 거라 짐작된다.

불도가 된 이후, 활을 잡지도 살생을 저지르지도 고기도 먹지 않던 이련은 

사무를 찾으러 가는 중에 위험에 빠지고 마로 덕분에 목숨을 구하게 된다.

마로와 지내면서 이련은 다시 고기도 먹고, 활도 잡게 된다.
마로를 쫓아 간 곳에서 이련은 또 다른 세상을 목격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자기가 아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고 자기가 아는 것만이 옳은 게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다.

궁궐을 떠나기 전에는 철부지였던 왕자였지만

마로와의 만남, 사무가 하는 일, 마로의 마을을 직접 경험하면서

이련은 변하기 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동화는 성장 동화이기도 하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종교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종교가 달라 야기되는 나라 사이의 전쟁은 수많은 사람을 다치거나 죽음으로 내몰기도 한다.

서로 다른 것인데 틀리다는 생각 때문에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고구려인들이 토착 신앙과 불교를 조화롭게 영위한 모습은

현재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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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4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6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싸움의 달인 낮은산 너른들 15
김남중 지음, 조승연 그림 / 낮은산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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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사각지대와 소외된 사람의 이야기를 심층 있게 다루는 김남중 작가의 신작이다.

 

5학년 이소령이 주인공이다.

이름이 "이소룡"을 닮았지만 싸움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정반대의 캐릭터이다.

전학 온 지 2주 밖에 안 된 소령이를 김진기 라는 학교 일짱이 계속 못살게 한판 붙자고 한다.

싸우기 싫은데..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지만 그럴 단계가 아니었다.

소령이는 인터넷에다 어떻게 싸움을 잘할 수 있을지 질문을 올린다.

여러 사람이 자기 경험에 비추어 대답을 해주지만 김진기와 싸우는데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

 

이 정도쯤 되면 학교 가는 게 너무 싫을 것 같다.

김진기가 계속적으로 소령이를 괴롭히는데 어른들은 뭐하고 있었냐는 질문이 당연히 나온다.

소령이는 순대를 파는 삼촌과 단둘이 살고 있다.

키는 작지만 생각은 어른 같아서 장사하느라 바쁘고 힘든 삼촌한테 자신의 짐까지 지우기 싫었을 테다.

그렇담 선생님은?

선생님 앞에서는 사과하는 척하고, 뒤돌아서면 괴롭히는 게 김진기 일당이다.

 

인터넷에 물어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하교길에 기다리고 있던 김진기한테 흠씬 두들겨 맞고 온 날, 

삼촌과 친한 찐빵 삼촌이 부어터진 소령이의 얼굴을 보고 전후사정을 알게 된다. 

찐빵 삼촌은 그날부터 소령이에게 싸움의 기술을 개인지도해 준다.

어디가 급소인지, 어떻게 상대를 노려봐야 하는지, 어떻게 가래침을 모아야 하는지, 어떻게 선방을 날려야 하는지...

찐빵 삼촌한데 배운 기술로 김진기한테 대적할 수 있을까?

 

결전의 날, 과연 결과는?

믿을 수 없겠지만 소령이가 김진기를 때려 눕혔다.

역시 찐빵 삼촌 말대로 적당한 때에 선방을 날려야 하는가보다.

이제 더 이상 괴롭히지 않겠지 싶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첩첩산중이었다.

 

아이들만 싸우는 게 아니었다.

어른들은 더 큰 싸움을 하고 있었다.

재개발 때문에 삼촌과 미래를 약속한 진이 이모 식당이 헐리게 생겼다.

오래된 상가들이 모두 헐린다는 것이다.

가게 주인들은 이 가게를 인수할 때 어마어마한 권리금을 주고 들어왔는데

나갈 때는 단 한 푼도 못 받는단다. 그게 법이란다.

가게 주인한테 그 돈을 준 게 아니니까 권리금은 받지 못한단다.

가게를 부수려는 사람과 가게를 지키려는 사람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어른들의 전쟁을 지켜보면서 소령이의 마음이 얼마나 착잡했을까!

 

책에는 소령이와 진기의 싸움, 재개발자와 가게 주인의 싸움이 나온다.

소령이는 소령이대로 싸움에서 벗어날 수 없고,

삼촌과 진이 이모 또한 이대로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용산참사가 떠오른다.

얼마 전 봤던 영화 " 소수의견"과 "내부자들"도 떠오른다.

이런 일들을 보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이 허망하게 들린다.

 

소령이가 보고 듣고 겪은 사회는 과연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사회일까!

정직하게 죄 짓지 않고 성실하게 살면 잘 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일까!

영화 "내부자"들에서는  깡패와 잡어 출신 검사가 협력하여 통쾌하게 거대 권력에 펀치를 날렸지만

현실에서도 그게 가능할까?

우리 아이들한테 이 세상은 정의가 승리하는 사회,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사회라고 가르치고 싶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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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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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집에 몇 달 전부터 꽂혀 있었지만 차마 읽지 못했습니다.

얼마 전,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나쁜 나라>를 보고나서야 비로소 이 책을 펼쳐 들었습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젠 제대로 알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는 금요일엔 수학여행에서 돌와올 줄 알았던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입니다.

2014년 4월 16일,  304명이 하루아침에 별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여러모로 전보다 발달했고, 구명 조끼도 입었고,  구조 인력도 많다고 전해졌기에

다 살아나올 줄 알았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세월호는 참사입니다.


며칠 째 한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집에 있어도 이렇게 추운데 아직 세월호 속에 갇혀 있는 이들은 얼마나 추울까 하는 생각에 또 한 번 가슴이 시립니다.

실종자 가족의 마음은 오죽할까요?

하루 빨리 세월호를 인양하여 시신이라도 가족 품에 안겨 줬으면 좋겠습니다.


혹자는 이제 세월호 이야기 그만 하자고 한다지요.

특별법도 만들어졌고 청문회도 했고 보상도 해 줬으니 끝난게 아니냐고 또 한 번 유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지요?

세월호 가족들은 분명히 말합니다.

어떠한 보상도 이뤄진 게 없다고요. 진실규명이 먼저라고 말합니다. 

사실이 왜곡되어 전해질 때 유가족의 마음은 또 한 번 무너집니다. 

실제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는데 잘못 전달되어지는 정보  때문에 국민들이 자신들을 오해하는 것 같아 안타깝고 억울하다고 합니다. 

마치 더 돈을 챙기기 위해 나라를 상대로 싸움을 한다는 식으로 언론 플레이 하는 게 너무 분하고 안타깝다고 합니다.

일본이 위안부 할머니한테도 돈이야기를 했지요.

참 얄궂은 세상입니다. 돈으로 뭐든지 해결하려 하고, 돈 이야기가 나오면 문제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니 말이에요.

이게 어찌 돈으로 해결되고 치유될 상처일까요?


이 책을 보고나니 세월호는 아직 끝난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재 진행형입니다.

아직 아무것도 정확하게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습니다.

사고 직후 현장에 있었던 부모들과 진도 어부들의 말을 조합해보니 의문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왜 304명이 구명조끼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세월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까요?

왜 선장과 선원들은 자기들 먼저 빠져나오고, 승객들은 기다리라고 방송하였을까요?

왜 기록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을까요?

왜 "전원구조"라는 오보가 나왔을까요?

왜 세월호는 안개가 자욱한 밤에 구태여 출발하였을까요?

왜 해경은 구조 작업을 하지 않고 빙빙 돌고만 있었을까요?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하게 밝혀진 것도 없고, 책임진 사람도 없습니다.

아직 9명의 실종자가 있는데 심지어 인양조차 하고 있지 않습니다. 

초반에는 인양 이야기를 먼저 꺼내더니 

이제 세월호 가족들이 인양하자고 하니, 돈이 많이 드니 기술이 모자라니 핑계를 대고 있답니다.

어느 것 하나 국민이 시원하게 납득할 만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어찌 끝났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하늘의 별이 된 단원고 학생 13명의 부모들의 사고 직후부터 세월호 틀별법이 만들어지기까지 

그 힘든 시간을 어떻게 버티었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아픈 기억을 다시 한번 들춰내어 기록한다는 게 부모나 기록자 모두 힘든 일이었지만

양쪽 모두 기록의 필요성을 알았기에 멈추지 않았습니다.

왜 이런 기록이 필요할까요?

다시는 이런 참사가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 아닐까요?

또 여기 실린 13명의 부모님 마음 속에는 자신의 아이가 잊혀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거예요.

어떤 어머니는 아이의 꿈이 국어 교사였는데 그 이야기를 하면서 편집 마무리를 할 때 생전에

아이가 지었던 시를 보내셔서 실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부모나 가족은 죽을 때까지 별이 된 아이를 기억하겠지만

제3자는 아무리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잊고 살잖아요. 


작업을 하는 동안, 부모는 때로 통곡하고 애써 눈물을 삼키기도 하고 말을 멈추기도 하였지만

사랑스러웠던 아이와의 추억을 말할 때는 빛이 났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이 세상 부모라면 다 알잖아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순간, 아이가 첫걸음을 뗄 때, 아이가 " 엄마" 라고 부를 때, 초등학교 입학할 때....

매순간 그 아이가 얼마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였는지 회고하는 시간만큼 행복한 게 어디 있을까요?

그걸 많은 이와 공유하고 싶었을 거예요. 

힘겹게 털어놓은 이야기 덕분에 저도 13명의 아이에 대해 잘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착하고 아름다운 아이들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304명 모두 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들이었는데....

어떤 어머니 말처럼 앨범 2권이 다 되지도 않게 짧게 세상을 살다 먼저 별이 되어버린 아이들.

그 아이들의 짧지만 소중한 이야기를 모두 함께 나누고 기억해 주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책을 보고나서야 

지난 번 작가기록단의 한 명인 정주연 작가가 형제자매에 대한 케어가 절실히 필요하단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절감하였습니다.

부모도 부모이지만 형제자매가 겪는 트라우마가 아주 심각하였습니다.

특히 동생들이 겪는 고통이 참 컸습니다.

사고 직후, 부모가 모두 팽목항에서 몇날 며칠을 지내는 동안, 장례를 치르고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일들로 투쟁하는 동안,

동생들이 혼자 감당해야 할 아픔과 고통, 두려움이 얼마나 컸을까요?

그 트라우마가 여러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들은 이제 남겨진 이 아이  하나만이라도 잘 지키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게 부모들이 존재할 이유입니다. 

남겨진 아이가 있는 부모들은 자신들의 마음도 이리 찢어지는데 

외동인 아이들의 부모는 오죽하겠냐며 그들 걱정을 합니다.

저도 가장 가슴 아팠던 사연 중에

단 둘이 살던 김소연 학생의 아버지 이야기가 가장 마음 아팠습니다.

실제로 아버지께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소주 5-6병을 마시고, 응급차에 실려간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소연 아버지는 지금은 그래도 유가족들과 이야기하며 그럭저럭 지내는데 이것마저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막막하다고 합니다.

충청도 사투리 그대로 쓰여진 소연 아버지의 사연이 가장 먹먹했습니다. 


또 어떤 어머니의 말씀이 귀에 쟁쟁 거립니다.

구명조끼를 입고 대기하고 있을 때, 그 때 아이들 마음은 살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있었을텐데

아무도 자신을 구하러 오지 않았을 때 얼마나 많은 원한과 분노를 안고 사그라들었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하시더라고요.

방송 안내 따라 안에서 대기하며 어른과 이 사회를 믿었던 그 착한 아이들이

마지막 순간에 얼마나 어른과 사회에 대한 배신감으로 가득찬 채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하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하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30년 전 서해 페리호 사고 당시 의경으로 있었던 한  아버지의 이야기는 우리의 구조 작업이 얼마나 낙후되었는지 일깨워줍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구조 작업 수준이 비슷하였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고 회고합니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OECD 가입 국가인데 말이죠. 

바다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메뉴얼이 전무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자신이 지금 열심히 뛰어다니고, 싸우는 것도 다시는 이런 참사가 벌어지지 않기 위함이라고 하시며

바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자신이 제일 먼저 뛰어갈 거라고 하십니다.

세월호 가족들이 만들려고 했던 특별법은 결국 잠재적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즉, 나와 우리 가족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법인 것이지요.

30년 후에도 또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부모님들이 전해주는 팽목항과 진도 체육관에서 있었던 일을 보니 정말 체계도 없고, 배려도 없었더군요.

책을 읽는 내내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 게 별로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의 진실이 제대로 우리한테 전달되지 않았구나 싶어 또 분노가 일었습니다. 

그들이 진도와 팽목항에서 느꼈던 것은 배신과 절망 뿐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들은 스스로 나서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풀기 위해서는 마냥 울고만 있을 순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어서 꺼내 달라고 줄을 맞춰 진도대교를 건넜고,

거리로 나왔고, 국회로, 청와대로, 서명을 받으러 전국을 누비러 다녔습니다.

평범했던 부모들은 점점 투사가 되어갔습니다. 


어떤 아버지께서는 국회 연설을 하러 온 대통령과 국무 총리가 유가족을 향해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돌아가려고 하자

차를 타러 가는 국무총리를 향해 무릎까지 꿇고 애원하였다고 합니다.

평소에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던 남편이 그렇게까지 하는 것을 보고 아내는 매우 놀랐다고 합니다.

얼마나 절박하였으면....

그게 부모 심정입니다. 

무릎 꿇은 아버지를 본체만체 하며 자동차를 타고 휑 하니 갔다고 하더군요. 

교황도 퍼레이드 차에서 내려 유가족의 손을 잡아주고 위로했는데 말이죠.


이런 형국이니 부모들은 마냥 아파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합니다.

진실규명을 하기 위해 스스로 일어나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우린 이 부모들을 외면해야 할까요?


13명의 부모들이 한결 같이 말한 게 있습니다.

그동안, 먹고 사느라 바빠서 우리 사회에서 고통받고 소외당하는 사람에게 관심 갖지 않았다고요.

그런데 자신들이 지금 겪어보니 "연대"라는 게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 알겠다고요.

물론 사람 때문에 상처받기도 하였지만 수많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해준 국민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요.

이런 깨달음이야말로 아이들이 주고 간 선물이라고 합니다.

어느 날,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이 오셔서 그랬다고 하네요.

"그 때 특별법을 만들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텐데..."

그래서 부모들은 포기할 수 없다고 합니다.

지금 포기하면 또 이와 같은 일이 잠재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우리가 연대해야 할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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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24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아직 어떤 것도 해결되고 밝혀진게 없는데 자꾸만 잊혀져가고 있어요. 오히려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역적으로 몰리는 상황이죠.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보면 제가 봐도 의문투성이인데 가족들 마음은 오죽하겠어요. 추위까지 닥치니 아직도 밖에서 고생할 가족들 생각에 마음이 아프네요 ㅠㅠ

수퍼남매맘 2016-01-25 18:29   좋아요 0 | URL
가족을 불시에 잃은 사람에게 역적이라니.... 너무 한 것 같아요.
기억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제대로 조사를 하고 진실이 밝혀질 거라 생각해요.

2016-01-25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5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