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험에 들고야 말았슴다.
도전하지 않으리라, 하면서도 결국 여기까지 왔으니 상품에 눈이 먼걸까요, 혹은 다른 꿍심이 있는걸까요. ^^;;;
1. 책.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상식'에 대한 도발, '발전'에 대한 제동.
폭력을 폭력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마법에 걸린 우리들에 대한 경고.
빙산이 있는 걸 뻔히 알고 엔진을 멈추기 거부하는 타이타닉호에 타고 있슴다. 우리는 무엇에 홀렸을까요. 발전을 거부하며, 기계를 깨부수자는 선동은 아닙니다. 빈곤은 정의의 문제일뿐, 경제활동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솔깃했습니다.

제국의 슬픔
미국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가 어떻게 자국의 헌법과 민주주의, 나아가 세계 각국의 주권을 짓밟으며 확대되고 있는가...뭐, 이런 얘기임다.
촘스키나 하워드 진의 책이 대중연설처럼 가슴을 친다면, 이 책은 구체적인 증거를 조목조목 들이대며 오늘의 세계를 명쾌하게 풀어내죠.

김선규의 우리고향산책
"...우연히 이 책을 쓴 우리회사 사진부 김선규선배의 사진전을 보았다. 숨이 턱 막혔다. 머릿속이 텅 비는 느낌인데, 뭔가 충만하게 차오르더라. 너무 곱고 아름다운 모습. 쪼글쪼글 주름진 얼굴로 활짝 웃는 호호할머니의 목소리가 곧 들릴듯 하더라..." (문제의 김선배는 상이란 상은 다 휩쓰는 분인데...사람도 겸손한데다 진국이죠. 펜보다 강한 사진들로 여럿 울렸슴다. ^^;;;)

키리냐가 1, 2
우화의 그릇에 담은 기막힌 SF소설이죠. 전통적 가치를 수호하는 유토피아는 과연 가능할까. 한 사회의, 또 그 구성원들의 행복은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묵직한 주제를 무척이나 쉽고 재밌게 풀었답니다.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분명 걸작이긴 해도 내가 읽은 최고의 소설이라고는 딱히 꼽지 않는데 왜 골랐을까요. 글에 대한 집요한 천착, 가볍지 않은 그 노래...아마 바람구두님께 왠지 어울리는듯 해서? 글쎄요..^^;;
2. 음악.
이건, 자신없는 추천들임다. 너 좋아하는 음악이 뭐냐...대답할게 없어 기피하는 질문이죠. 그때 그때 삘 꽂히는 음악들이 있긴 한데, 그 정도죠. 쩝. 김광석처럼 그의 전부를 사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 딱히 뭘 골라야 할까요...일단, 요 며칠 좋았던 걸루 말씀드리죠.
'Almighty God' -Arne Domnerus의 'antiphone blues' 에서.
1974년에 스웨덴의 Spanga 성당에서 Arne Domnerus가 파이프 오르간 반주에 맞춰 색스폰으로 연주한 11곡이 담겨 있다는 음반이죠. 넓은 성당 한가운데 스테레오 마이크 달랑 한개 달아놓고 연주를 녹음했다는 '원 포인트 마이크 레코딩'...성당의 공간감을 표현하려면 여러개의 마이크를 곳곳에 설치해야 한다는 상식을 깼는데, 오히려 압도적인 음장과 잔향을 완벽하게 표했다는 '불후의 명녹음'이라는 설명이 있더군요.
여기까진, 제가 잘 모르면서 퍼온 내용이구요. 암튼, 며칠전 차에서 듣다가 갑자기 삘 꽂혔슴다. 새삼스레 말임다. 다소 힘들었던 그날의 한숨을 씻어주더군요. 지나친 우울함을 경계하면서도, 부드럽게 풀어주더라구요.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마음의 사치' 김윤아 2집 - 유리가면
알라딘 제 서재의 유일한 음반 리뷰가 바로 이 놈이죠. 처음엔 '야상곡'에 맛이 갔고, 그 다음엔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마음의 사치'에, 그 다음엔 '봄이 오면'의 두가지 버전, 그리고 '나는 위험한 사랑을 상상한다'까지 차례로 저를 함락시켰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어느 곡을 골라야할지 기분따라 바뀌니까...일단 요 녀석으로 했슴다.
'비틀즈와 가야금이 만났을 때' - 숙명 가야금 연주단 제 3집
상당히 인상적인 음반입니다. 근데 피식 웃음도 나오고, 어깨도 들썩입니다. 이런게 '그루브'란건가 싶기도 하구...모든 음악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는 가야금도 신기하구요. 음반에 '슈베르트의 추억'이라는 곡도 흥겹습니다.한편으론...퓨전 외에 '전통'이 갈 길이 없는건가 싶어 골치도 조금 아픈데, 그래도 일단 좋은건 좋은거죠.
사랑노래 - 노래를 찾는 사람들
오래된 노래죠. 얼마전 후배의 pda를 통해 몇년만에 우연히 들었습니다. 근데 추억을 자극했던 모양입니다. 갑자기 콧날 시큰 모드.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Am Angel - Hajime Mizoguchi
에이마이너 앤젤...글쎄, 전 이 사람 잘 모르거든요..-.-;;; '인랑' 음악도 맡았었다는데, 암튼...이건 순전히 오늘 출근길에 어라, 이런 음악도 있었네...음, 괜찮군...수준에서 골랐슴다.
솔직히 옆지기가 채워놓은 10장의 CD. 평소에는 운전할 때, 아무생각 없이 듣곤 하는데, 요 며칠은 이번 이벤트 탓인지 괜히 귀가 예민해져서, 이런저런 음악이 들어오더군요. 뭐, 어려운 시험이지만 나름 건진게 있다고 할까요...
3. 서재.
이번 이벤트 참가하면서 새삼 깨닫습니다. 가까이 하는 것만으로 고마운 경우가 있슴다. 이기적인 얘기지만, 제가 한발 앞으로 나가는데 손을 잡아주고 길을 보여주는 사람들이죠. 바람구두님 서재가 딱 그렇습니다. 가끔 뒤통수도 쳐주고, 갈 길 멀다 채찍질도 해준달까요.
그 퀀티티와 퀄리티에 대한 경외는 이미 문망을 훔쳐본 시절 얘기구요. 사실 제 깜냥으론 어렵다 싶었는데, 서재에 둥지를 틀어주신 덕분에 인연이 닿았네요. 글이 넘 길고 어려울 때는 원망스럽긴 합니다만. 쉽고 짧은 글은 저같은 '하수'나 쓰죠,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