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윤성희, 베개를 베다


  생각해보면 가장 행복했던 한때는 소소한 일상의 날들이다. 특정한 사건이 아니라. 특히 어느 사고를 당한 시점에선, 어떤 사건에 맞닥뜨려서 갖는 생각이라면 다시 맞이할 수 없는 일상의 잔잔한 일과를 가장 그리워할 것이다.

  그것이 행복한 기억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저 일상,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있는 그저 그런 날들의 일이 윤성희의 글을 거치면 정말 특별한 사건처럼 느껴진다. 굳이  따지고 보면 소설적 ‘사건’이라 느낄 만한 일이 없어 책을 덮고 나면 “무슨 일이 있었지?” 하게 되지만 글을 읽는 동안에는 그 잔잔함이 너무도 익숙하면서, 그래서 뭔지 뭐를 아득함과 가슴이 저린다. 이것이 소설인가라는 생각과도 맞닿아 있는 듯하다. 수필 느낌이 나는 글이라서 그렇다. 수필이 어떤 글쓰기이던가. 내가 겪은 일상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이 바로 수필이니,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들은 어디에선가 살고 있는 사람들일 거라는 생각이 떠오르기에 실화의 이야기에 대한 감정의 반응인 것이다.

  여기 소설집에 실린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이야기들이 섞이어 등장인물이 섞이어 모든 가족들을 만나는 듯하다. 그리고 한 생애가 저무는 느낌이다. 태어나고 자라고 살아가고 그리고 생을 마감하고. 마치 아주 머언 날에 삶을 돌아보는 듯한 느낌과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내가 함께 했던 이들의 일상을 바라보는 듯한 기분. 딱히 즐거운 일만 가득한 것이 아니고 꼭 기억해야 할 사건들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모든 감정들이 휘몰아치는 하루, 또 하루, 그런 하루의 삶들이 이 이야기 속에서 흘러간다.

  베개를 베고 누워 멈칫 멈칫 기억나는 이야기들을 내 가까운 이에게 들려주고 듣는 일들이 이야기 속에서 반복된다. 예기치 못한 사물들 하나에 미운정, 고운정이 붙어 버린 듯 사람과 사물 속에서 ‘기억’들과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온다. 내 감정을 담고 있어 일회용 물건이라도 버리면 안될 듯하다. 그래서, 아버지는 사람에게만 아니라 비어 있는 집안의 모든 것들에게도 ‘인사’를 하라고 하신 것일까. “다녀오겠습니다”하고.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시간에 쫓겨도, 현관에 서서 집안을 향해 다녀왔습니다. 빈집이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아빠 말에 의하면 그 말은 꼭 사람에게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화분들. 액자들, 텔레비전. 개지 않은 이불. 냉장고에 들어 있는 음식들. 그런 것들에게도 인사를 해야 한다고. 내가 지금 나가니 빈집 잘 부탁한다. 내가 지금 들어왔으니 걱정 마라. 뭐 그런 신호로. p174, 낮술


   그래서 그는 이혼한 아내가 연수간 사이 빈집을 돌보는 것일까. Tv를 보고 음식을 시켜먹고 현관에 놓인 아내의 신발을 보며 옛 일들을 기억하며. 빈집에게 인사하기 위해, 신호를 보내기 위해. 텅빈 집안에서 1인분은 배달되지 않아 음식을 더 시켜먹으며 뒤척이며 tv를 보는 ‘그’의 모습이 애잔하다. 하지만 죽은 화분에도 물을 주는 모습을 상상하면 물받이 아래 흘러내린 물처럼 잔잔한 눈물이 나려 한다.


나는 죽은 화분에도 물을 주었다. 듬뿍. 물받이 아래로 물이 흘렀다.

p124, 베개를 베다


  무심히 흘러가는 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 것일까. 특별히 악에 받쳐 타인을 해치는 이도 없고, 특별히 유쾌하여 타인을 달뜨게 하는 이도 없지만 한번 생각하면 다 기억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두 번 생각나면 다시는 기억나진 않을 것도 같은 이야기들. 소설을 보고 있노라면 생각보다 사람들은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많이도 건네고 있었다. 새삼 생각해보지 않아도 우리들의 일상의 수다는 정말 많았고, 다양했다. 그런 수다들이 모여서 가슴에만 남지 않고 사물들에 사람들 속에 속속히 각인되면 좋겠다. 그리고 이 하루 하루의 날들의 삶에 신호를 보내고 싶다. ‘사건’이 없어서 기억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익숙해서 무심해져버린 일상의 하루가 소중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겠다고. 한발짝 물러나서 보면, 달리 보일 일들인데. 문을 열고 나가 다시 들어와 이렇게 외쳐야지.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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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을 섞은 말


  은희경, 중국식 룰렛

  

     당신의 가장 큰 실수는 무엇입니까. 

     당신이 평생 후회할 만한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왜 묻지? 뭘 알고 싶어서? 삶의 후회와 실수를 타인에게 말하고 싶은가. 아니 타인의 진심을 알고 싶을 뿐이다. 내 진심은 거짓을 섞어 순도를 줄이면서 타인이 제 진심을 얘기할 거라 기대하는가. 그럼에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런 게임. 그것에 기대어서라도 상대의 진심을 추측할 뿐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별것 아닌 게임으로 위장해 적당히 감추고 적당히 드러내는 진심.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진실을 말하고픈, 진실을 듣고픈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일까. 진심이란 건 감추어야 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걸까.


공교로운 운명은 악의를 감추기 위해 우연을 가장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다.

p28, 중국식 룰렛


  내 삶의 거짓은 악의를 감추기 위함일까. 선의를 드러내기 위함일까. 그래서 그것은 나의 운명을 어디로 끌고 가고 있을까. 어떡하든 내 이기를 위해 거짓을 일삼았대도 삶은 그저 우연의 연속이라면 그렇다면 이젠 이렇게 말하리, 세상의 모든 불운과 행운에 건배!

 

미혹과 욕망이 수없이 나를 낭떠러지로 몰았지만 나는 한번도 거짓에 휘둘린 적은 없었다. 결과가 나쁘다 해도 지난 일을 편집하고 방어장치를 만들 만큼 비겁하지는 않았다. p133, 불연속선


  지난 삶에 대고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지난 삶이 아니라 다가올 삶에서조차도 “한번도 거짓에 휘둘리지 않을 것”을 자신하지 못하겠다. 거짓에 휘둘리기에 미혹과 욕망의 낭떠러지로 골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은 비참하게도 미혹과 욕망조차도 주지 않았다. 그것을 점하는 것은 정해져 있는 듯, 늘 밀려나가 있었다. 그렇기에 거짓에 휘둘린 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절대 휘둘릴 수 없는 운명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연적이고 불연속적이라고? 아니, 지금 이 삶의 결과는 정해진 채로 흘러가고 있다. 거짓과 진실을 얼마만큼 섞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비루한 삶으로의 낙인은 정해져 있다. 그렇지 않으려 바둥거리는 모습을 쳐다보며 게임처럼 즐기는 이는 따로 있다. 그렇기에 거짓의 비율이 조금이라도 높다면 몹시도 억울했을, 아니 진실의 비율이 높은 것이 더 억울한 것이 되려나. 마치 가진 자들의 게임판의 말이 되어 달그닥거리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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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통로


 유시민·정훈이, 표현의 기술

  


  내 생각과 감정을 글로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많은 사람들이 하는 듯하다. 또 그만큼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기도 한 모양이다. 지속적으로 글쓰기에 관한 책이 출간되는 것을 보면. 아니면 베스트셀러 작가에게, 글을 잘 쓴다는 사람에게 가지는 본능적인 궁금증인 걸까. 표현의 자유인 듯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서 당당하게 하고픈 말을 할 수 있는 힘을 얻고자 하는 걸지도.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기에 유시민의 ‘표현의 기술’은 정치인이라는 이력을 떠나 수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얻는 것일 게다.

   많은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경력을 위해 혹은 선거자금을 위해 출간기념회를 가진다. 알고 보면 대필한 글이고 별 내용없는 선거용 자서전을 남발하는 상황이 수두룩하다. 그에 반해 유시민에겐 ‘작가’로서 글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는 것, 글에 진정성이 있다는 것, 글에 감성과 논리가 있다는 것이 그의 글이 가지는 장점일 것이다. 작가 자신도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는 ‘여론 형성’이라고 말한다.  


 저는 김훈과 다릅니다. 물론 저도 글로 제 자신을 표현하지요. 하지만 나를 표현하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제 글쓰기의 목적은 언제나 ‘여론 형성’이었습니다. 내 생각과 감정을 남들이 이해하고 공감해 주기를,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 무엇인가 옳은 일을 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글을 썼다는 뜻입니다. p13


  글쓰는 목적을 명확히 아는 것은 표현의 기술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목적에 따라 글에 대한 세밀한 표현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글을 쓰는 방법상의 차이일 뿐, 우선적으로 글쓰기라는 것이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생각을 가지는 것, 생각을 명확히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지만 하고싶은 말대로 정확하게 글로 표현이 될 것이다.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작가의 말대로 “글을 쓸 때는 오로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실감나게 문자로 표현하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닐까요? 무엇에 관한 어떤 내용을 무슨 목적으로 쓰든, 모두 다!”


  김어준은 자신이 본 사람들 중에서 말을 할 때 처음과 끝의 말의 논리 정연한 사람으로 유시민을 꼽았다. 처음 시작하는 말에서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주어, 서술어, 연결어미 등의 표현이 딱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말보다 글이 수정 기회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말로도 명확히 표현하는 능력을 지닌 작가의 글이 명쾌하게 전달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한없이 논리적인 추론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가 자신은 ‘도덕적 직관’에 크게 의지한다고 한다. 우선은 느끼고 그 다음에 이유를 찾는다고.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때론 이유없이 무언가에 대한 감정이 드러나고 후에야 왜 그런지를 반성하며 생각하는 일들은 비일비재할 것이다.

  도덕적 직관에 의하든 논리적 추론에 의하든 단지 인식의 틀에 갇히지만 않는다면 표현의 내용이나 구조는 달라질 것이다. 정해놓고 생각을 하게 되면 생각은 자유롭게 나아가지 않는다. 많은 것을 아는 것 또한 표현을 확장시키는 데 중요하다. 내가 보고 아는 것이 제한적이면 글 또한 표현할 수 있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려면 더 많은 독서와 생각이 필요할 것이다. 사실 이러한 제안은 글쓰기 책에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에 더해 악플 대처방법도 알려준다. 두려움으로 자기 검열을 하게 되면 생각이 막힐 수밖에 없다며 마음을 살펴 받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악플과 비판을 나누는 것이 필요한데 자신은 ‘논리적 증명이 있는가, 글에 대한 역비판이 가능한가’를 기준으로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말이 정말로 통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내버려 두라’고 말한다. 그들의 생각을 애써 바꾸려 하지 말라고. 우리 뇌의 ‘폐쇄적 자기 강화 메커니즘’이 강하게 작용하는 그들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한다.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다른 견해를 말과 글로 이야기하라고 말한다.


 글은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문자 텍스트입니다. 그런데 독자는 나와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내가 쓴 텍스트를 나와 똑같이 해석한다는 보장이 전혀 없습니다. 내가 글에 담은 생각과 감정을 독자도 똑같이 읽어 가도록 하려면 그에 필요한 콘텍스트를 함께 담아야 합니다. 글쓴이가 독자에게 해석의 자유를 무제한 허용하는 문학 글쓰기라면 그렇게 할 필요가 없겠지만, 정보 교환과 소통, 공감을 목표로 하는 생활 글쓰기와 논리 글쓰기라면 그렇게 써야만 제대로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142~143


  글도 말과 마찬가지로 타인에게 내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나 혼자만의 표현에 잠기어 글을 쓰는 때가 있다. 글을 쓸 땐 내 감정과 의견을 우선하여 이것을 남이 볼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누가 ‘읽는다’라는 생각을 당시에는 떠올리지 못하는 것, 따라서 타인과의 교감이나 공감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로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일기장이 아닌 온라인 공간에 글을 올리는 것은 왜인지...

  이 책은 유시민의 글만이 아니라 만화가 정훈의 그림도 실려 있다. 유시민이 글로 자기의 표현의 기술을 알려준다면 정훈은 만화로 자신의 표현기술을 알려 준다. 방법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중요한 부분에서 두 사람은 일치하여 말한다. 정훈 역시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한 장의 그림으로 사람을 웃게 하든, 한 줄의 글로 사람을 울게 하든, 한마디 말로 감동을 주든, 그냥 무심코 한 행동이든 간에 가장 좋은 표현의 기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입니다. p360


  결국 ‘표현’은 내 감정과 생각을 타인에게 알아달라는 호소이다. 이러한 열망을 가지고 글쓰기며 표현을 잘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 애를 쓰는 우리들. 결국 이 힘들고 어려운 헬조선 사회에서 사실은 소통하고 싶은 열망의 몸짓들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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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카치오 인생의 텅 빈 공간

- 물 위에 뜰 정도로 아주 가벼운 사람? - 



1. 텅 빈 공간


 1)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요즈음 우리네 젊은이들이 그러하듯, 또한 우리네 젊은이들의 부모들이 그러하듯 보카치오도 그러한 인생을 살고 있었던가. 그의 연보를 읽다가 처음 궁금증이 인 것은 그것이었다. 그는 왜, 그의 인생의 진로 하나하나를 아버지에게 묻고 있는가. 그는 사생아로 태어났다고 했는데 갑자기 아버지는 어디에서 나타난 것인가.

  보카치오는 1313년 이탈리아 피렌체 부근에서 부유한 상인의 사생아로 태어났다고 전한다. 그러나 투스타니에서 태어났다 하기도 하고 파리에서 태어났다고도 전한다. 그의 어머니에 관해 프랑스 어느 공주라는 이야기도 있다. 잔느라는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의 아버지는 피렌체 상인으로서 귀족가문의의 은행일을 담당하며 파리를 오가다 그의 어머니를 만났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프랑스인이었기에 보카치오는 어릴 적 파리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사망하자 이탈리아에 있는 아버지에게로 보내졌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결혼하지 않았던 듯하다. 보카치오는 이탈리아인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그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로 보내지지 않았다면, 그는 프랑스인으로 되는 것인가.

  이렇게 아버지의 존재조차 모르고 자랐을 보카치오는 오히려 어머니가 이른 나이에 사망하는 바람에 아버지에게로 보내져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다. 그러니까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산 적은 없는 것이다. 그는 보다 오래 아버지와 함께 하며 아버지에 의해 길러졌으니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아들이 장사를 하기를 바랬다. 혹은 성직자가 되거나. 그리하여 보카차오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일을 배우기도 했고 상업의 경험을 쌓기 위해 나폴리에 있는 회계 사무실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어느 순간 문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고 그 뜻을 아버지에게 전하는데, 그의 아버지는 법학을 공부하기를 바라는 조건으로 문학 공부를 승인했다고 한다. 그래서 보카치오는 역시 법률을 공부했고, 법률을 공부하다 보니 필요에 의해 라틴어를 공부하게 되고 라틴어를 공부하다 보니 다시 문학에 대한 열정이 불타올라 본격적으로 문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한다. 그의 아버지는 보카치오가 문학을 하지 않도록 바랐지만 결국 아버지가 원하는 방향으로 갔음에도 보카치오는 자기가 원하는 바를 찾아내어 그 길로 가게 되었다.


 2) 페스트

  보카치오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데카메론>은 페스트가 창궐하는 도시를 떠나 교외로 피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페스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했고 그의 아버지 역시 페스트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기간 동안 부유한 아버지의 그늘 아래, 아버지의 도움으로 살아가던 보카치오는 아버지의 파산과 죽음으로 홀로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직업을 구했고 갖은 노력 중에 피렌체 시(市) 정부의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문학을 하고자 하던 그에게 있어 아버지의 사망과 경제적인 어려움은 심각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아버지의 뜻에 따르다 비로소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맘껏 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의 경제적인 면은 그에게 문학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다행인지 그는 이러한 난관을 곧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2. 채움의 공간


 1) 사람

  단테 - 페트라르카

  보카치오는 그의 생애 내내 단테를 존경했다. 그는 <단테전>을 쓰기도 했고 피렌체의 교회에서 <신곡>을 강의하기도 했다. 그는  <Commedia>를 가리켜 <Divina Commedia> 즉, <신곡(神曲)>이라고 불렀다. 인간으로는 도저히 미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한 작품으로 칭송한 것이다. 그는 주로 문인, 학자로서 일생을 보냈지만, 때로는 피렌체 특파대사로서 각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또 라벤나의 성 스테파노 데리 우리바 수도원에서 수도하고 있던 단테의 딸 안토니아를 방문하기도 했다.

 또한 1350년 페트라르카를 만나고 난 이후 페트라르카도 그가 존경하는 인물이 되었다. 페트라르카를 만날 즈음 아버지의 파산으로 어려운 시절이었으나 페트라르카의 도움으로 경제적인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되기도 했다. 그는 페트라르카를 청년 시대부터 만나기를 소원했기에 그와의 만남은 죽을 때까지 지속되었다. 심지어 1362년에 점쟁이가 그에게 죽음의 예언을 했는데 그 말을 믿은 그는 은둔 생활을 하며 고전 연구를 그만두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페트라르카의 권유로 연구를 계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1374년 페트라르카의 죽음에 크게 충격을 받아 그가 존경하던 단테의 신곡 강의도 중단하였고 그 후 사망했다. 물론, 그 때 그는 노령과 빈곤과 질병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그가 존경하는 페트라르카의 사망이 그의  병마와 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마리아 - 피암메타

  보카치오는 나폴리에서 유쾌한 사교 모임에도 참여하고 친구도 사귀며 인문학자에 의해 고전 문학에 눈을 뜨게도 되었다. 그런 가운데 그는 한 여성을 만나 사랑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마리아이며 그녀는 나폴리 로베르트 왕의 서자라고 알려져 있다. 마리아에 대한 사랑은 그의 문학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는 마리아를 피암메타라 불렀으며 그의 작품의 제목이 되기도 했다. 그는 그녀를 구원의 여인으로 삼을 정도였다. 특히 그의 아버지의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피렌체로 되돌아가게 되었으니 그의 그녀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은 더욱 깊었고 그러한 그리움이 <피암메타>와 <이메토> 등 그녀에 대한 글들을 쓰게 한 것이다.

 보카치오는 마리아를 구원의 여인으로 묘사하고 있으나 마리아는 실제로 방탕한 생활을 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사실인지 아닌지 정확하지는 않다고 하나 조금이나마 이러한 얘기가 떠돌고 있는 것을 듣노라니 <데카메론>에서 보카치오가 쓴 글을 엮어서 읽게 되기도 한다.


p9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위안을 주는 것은 인정입니다. 인정은 모든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이지만, 위안이 필요했던 사람이나 남에게서 그런 위안을 얻은 사람은 특히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만일 괴로워하는 사람 가운데에서 그러한 위안이 필요했거나, 그 가치나 즐거움을 깨달은 사람이 있다면, 나도 그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나같이 신분 낮은 사람이 이런 실토를 하는 것은 아마 그리 걸맞지 않은 일로 여겨지겠지만,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신분이 다른 고귀한 분과의 사랑에 몸을 태워 왔습니다.


 p9 사랑하는 여자가 무정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욕망의 굴레에서 갇힌 영혼에서 자라나는 지독한 열정의 불길이 미친 듯이 가슴속에 활활 타올라 지치도록 괴로워하고 고민했습니다. 정말 그 심한 사랑의 불길은 그칠 줄 모르게 타올라 이따금 나는 감당하기 어려운 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지요.


 그가 여기서 쓰고 있듯이 신분이 다른 고귀한 마리아와 사랑을 했고 그녀는 잘못된 욕망으로 생활을 했다고 씌어 있다. 이것이 그의 체험인가 하며 생각해 보며 어쨌든 그는 구원의 여인이라 생각한 여인이 그의 가슴을 아프게 한 것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또한, 그의 생애에 대해 결혼이야기와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보지 못하였기에 이후의 사랑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일기는 한다.


 2) 작품

  평생 문학을 공부하고 창작을 한 사람에게 남은 것은 작품이다. 특히 보카치오는 역사에 길이 남은 대표적인 작품 <데카메론>이 있기에 오래도록 그의 이름도 전해지고 있다. 그러니 얼마나 행복한가.

  그는 젊은 시절 마리아에 대한 사랑과 관련한 작품들을 주로 남겼다. 대표적인 작품이 시집인 <디아나의 사냥>, 피암메타를 위해 쓴 소설인 <필로콜로>와, <필로스트라토>, <테세이다>, <시>와 같이 시 작품을 많이 남겼다.

  이후 아버지의 파산으로 피렌체로 돌아와서는 <아메또>, <사랑스런 환영>, <마돈나 피암메타를 애도함>, <피에졸레의 요정>등의 작품을 남겼다. 이 때의 작품에서도 사랑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많으며 그가 존경하는 페트라르카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한다.

■ Giovanni Boccaccio ■

출생/사

1313.6.16. 피렌체 부근 체르탈도 / 1375.12.21 피렌체 부근 체르탈도

•활동 분야

이탈리아 소설가

 

•발 자 취  

•저 서

1313.     프랑스 어머니에게 태어나 유년 시절 파리에서 보냄

1319(6세) 모친 사망. 피렌체 아버지에게로 돌아와 라틴어 문법 배움.

        시를 쓰기 시작.

1325(12세) 나폴리의 바르디 상사 근무.

         왕립 도서관 사서의 가르침을 받아 문학 공부에 열중.

1336(23세) 로베르토 왕의 사생아로 알려진 마리아 만나 사랑을 느낌

1340(27세) 아버지 사업 실패로 피렌체로 돌아와 글을 씀

1348(35세) 페스트 퍼져 피렌체에 많은 사람 사망

1349(36세) 아버지 사망. 피렌체 공화 정부로부터 외교관 임명받아 교황, 황제, 제후들 만남

1359(46세) 아홉 살 위 페트라르카와 밀라노에서 만나 친교 맺음

1363(50세) 페트라르카 초청으로 베네치아 정주하며 안정된 생활 누림

1370(57세) 피렌체 영주 초빙으로 성 스테파노 디바디아 성당에서 <신곡> 강의

1375(62세) 고향 체르탈도에서 사망


참고 자료

•보카치오, 데카메론, 문화광장, 1996.

•위키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

1336(23세) <필로콜로> : 마리아의 권유로 씀

1338(25세) <필로스트라토>, <디아나의 사냥>

1340(27세) <테세이다>

1342(29세) <아메토>, <사랑스런 환영>,

    <마돈나 피암메타를 슬퍼함>, <피아졸레의 요정>

1348(35세)

1353(40세) (데카메론>

1354(41세) <코르바치오> : 여인에 대한 풍자시로 만년을 정리하는 걸작으로 평가

1359(46세) <명사 열전>

1360(47세) <이교신들의 계보>

1364(51세) <단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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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엘리엇 브래드쇼


  사진을 보자마자 종교 관련 서적에서 봄직한 인물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저자가 실제 사제 수업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서는 놀랐다. 왜냐하면…. 조금은 사이비로 보였기 때문에. 그리고 신부보다는 개신교 느낌이 물씬 풍겼기 때문에. 개신교에서도 조금은 이단으로 봄 직한…. 이런 생각의 전반은 책을 읽어가면서 느낀 이미지 때문이다. 대체로 상담치료 관련 책들의 느낌이 몽롱함을 주는 느낌은 있다. 놀라움을 안겨줬던 사티어의 치료도 그러했고 다양한 상담기법과 치료기법들은 명확함보다는 신비스러움으로 무장한 듯하기도 했으니까.

  존 브래드 쇼는 가족치료사이자 내면아이 치료 전문가로서 이 책은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수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고 이 책을 통해서 상처받은 어린 시절의 자아를 마주하고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저자는 심리학과 신학과 영성을 전공하고 이것들을 접목하여 그의 치료에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이것이 녹여진 이 책의 엄청난 인기로 미국의 PBS(교육방송) 텔레비전 '인간성장의 8단계'의 진행자와 대중강연가로서 활동하고 가족치료와 내면아이치료 워크숍의 인도자로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것이 벌써 20년도 넘었다. 그러니까, 이 분야의 완전 전문가다. 한 권의 책으로 그를 ‘사이비 종교가’로 보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가 상처받은 내면아이에 관심을 기울인 것이 그의 경험을 통해서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어릴 적 무시당하고 상처받은 아이였다. 그의 아버지는 경계선이 없는 사람으로서 마음 속 수치심이 깔려 있는 알콜중독자였고 그의 어머니는 의무감에 매인 사람이었다. 그는 성직으로 갈 것을 준비했지만 어느새 자신도 알콜중독자가 되어 있었다.

  그는 그의 인생을 통틀어 다양한 분야의 기관에서 강의와 워크샵을 통해 치유의 세계로 인도했다. 자신과 같은 알콜중독뿐만 아니라 다양한 중독자들의 치료를 위해 연구했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러한 그의 연구와 노력이 TV 프로그램에서도 그의 치유 프로그램에 대한 인정을 높여 주었고 그는 대중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끈다. 그를 통해 치유받고 이른바 구원받은 사람이 전세계적으로 무수할 것이다.

   그가 아버지로부터 학대받고 버려진 것에 비해 착실하게 공부를 하며 학위를 취득했고 장학금뿐만 아니라 각종 메달도 수여받았다. 그의 공부에 대한 열정은 이론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으로 많은 중독과 문제를 가진 이들을 치료하는 데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그의 공로를 치하한다. 그의 공로를 먼저 치하한 이들은 그의 동료들로서 '20 세기의 정서적 건강에 가장 영향력있는 100 인 작가 중 하나'로 지그문트 프로이트, 칼 융, 조셉 캠벨, 에리히 프롬과 이름을 나란히 하기도 했다.

  그는 책에서 자아를 초월하기 위해선 더 강한 자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말이 그의 인생을 얘기해주는 말이 아닐까 한다. 알콜중독자인 아버지로부터 버려져 역기능적인 가정에서 자라난 그가, 알콜중독자가 되어 오래도록 중독상태였던 것을 벗어나 이제는 중독을 중단시키는 일에 몸담기까지, 그의 강한 자아가 필요했을 그의 어린 생애와 그 생애를 기억하는 성인의 그의 모습을 생각하며 한편으론 아련해진다. 


■ 존 엘리엇 브래드쇼(John Bradshaw) ■

출생/사

1933.6.29 미국 텍사스 휴스턴

•활동 분야

교육자, 가족치료사, 내면아이 치료전문가, 신학자

•발 자 취  

•저 서

토론토 대학교에서 신학과 심리학, 영성 분야에서 3개의 학위 취득

신부가 되기 위해 캐나다에서 사제 수업

1975. 저자의 인생에 영향을 주었던 아버지 사망

PBS '인간성장의 8단계'의 진행자와 대중강연가로서 활동

각종 기업 및 사회기관에서 중독 치료 연구 및 프로그램 개발

 

Television:

Spotlight: weekly program (host), 1969-1972

The Bradshaw Difference: syndicated talk show produced by MGM, 1996

Speaking the Truth in Love: Independent Production 2009

PBS Television:

The Eight Stages of Man: eight-part series, 1982

Bradshaw On the Family: ten-part series, 1985

Where Are You Father?: one-hour program, 1986

Healing the Shame that Binds You: one-hour program, 1987

Adult Children Of Dysfunctional Families: two-hour program, 1988

Surviving Divorce: ninety-minute program, 1989

Bradshaw On Homecoming: ten-part series, 1990

Creating Love: ten-part series, 1992-1993

Eating Disorders: three-part series, 1994-1995

Bradshaw On: Family Secrets: six-part series, 1995

Homecoming: Reclaiming and Championing Your Inner Child

(Bradshaw on: The Family)

Healing the Shame That Binds You

Bradshaw On: The Family - 1986

Bradshaw on the Family: A Revolutionary Way of Self Discovery. Deerfield Beach, Florida: Health Communications. 1988.

Bradshaw On: Healing the Shame that Binds You. Deerfield Beach, Florida: Health Communications. 1988.

Homecoming: Reclaiming and Championing Your Inner Child. New York, NY: Bantam Books. 1990.

Creating Love. New York, NY: Bantam Books. 1992.

Family Secrets. New York, NY: Bantam Books. 1995.

Bradshaw On: The Family: A New Way of Creating Solid Self-Esteem. Deerfield Beach, Florida: Health Communications. 1996.

Reclaiming Virtue: How We Can Develop the Moral Intelligence to Do the Right Thing at the Right Time for the Right Reason. New York, NY: Bantam Books. 2009.

……

자아를 초월하기 위해서는

강한 자아가 필요한 것이다.

……

참고 자료

•http://www.johnbradshaw.com/johnsbio.aspx

•John Bradshaw Media Group - Home

•http://en.wikipedia.org/wiki/John_Bradshaw_(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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