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읽었어요?"
"아니, 나는 교도소에 간 적이 없고, 어딘가에 오래 은신할 일도 없었어. 그런 기회라도 갖지 않는 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들 하더군." (50) 
 

"다른 세계라고 할까 -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서 몇 광년이나 떨어진 어느 소행성에 대한 아주 상세한 보고서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거기에 묘사된 정경 하나하나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건 가능해요. 그것도 꽤 선명하고 극명하게. 하지만 이곳에 있는 정경과 그 정경이 잘 이어지지 않아요. 물리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그래서 한참 읽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똑 같은 곳을 몇 번이나 읽게돼요. " (403)


 

"디네센은 덴마크 여성인데, 1937년에 이 책을 썼어요. 스웨덴 귀족과 결혼해서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에 아프리카로 건너갔고, 거기서 농장을 경영하게 됐죠. 나중에 이혼하고 혼자서 그 농장을 꾸려갔어요. 그때의 경험을 쓴 책이에요." (126)

 

  

 

  

 



덴고는 물을 탄 위싀 잔을 손에 들고 그런 세 사람을 바라보며 <맥베스>에 나오는 세 마녀를 떠올렸다. "아름다움은 더럽다. 더러움은 아름답다" 라는 주문을 외우며 맥베스에게 사악한 야심을 불어넣는 마녀들. 물론 덴고가 세 명의 간호사를 사악한 존재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151)

 


 

 

 

 

열등감과 우월감의 틈바구니에서 그의 정신은 거칠게 뒤흔들렸다. 나는 말하자면 소냐를 만나지 못한 라스콜니코프같은 인간이다, 라고 곧잘 생각하곤 했다. (241)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쓴 작가와 마찬가지다. 한 번 위대한 뭔가를 달성한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리라 (299)

 

 

 

 

 

 

 

우시카와는 벌레가 된 '잠자'처럼, 퉁퉁하고 비틀어진 몸을 방바닥에서 재주껏 움직여 근육을 최대한 풀었다.

 

 

 
 

 

 

 



"세익스피어가 썼듯이," 다마루는 그 일그러진 무거운 머리를 향해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 오늘 죽어버리면 내일은 죽지 않아도 돼. 서로 되도록 좋은 면을 보도록 하자고."  (623)

 

 

 

 

 

그리고, 물론 <공기 번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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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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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때문이에요. 

내가 3권 나오는 날을 알람까지 맞춰두고 기다린 것은.

인터넷 서점에서 예약주문을 하면 예쁜 달력도 준다고 했지만 (아, 책값도 10%나 깎아주고요) 예약했던 1,2 권 두번 다 늦게 받았기에 이번엔 동네 서점에서 현피떴습니다. (- -;;)  

앗, 표지의 보라색 글자 뒤에 고개 숙인 남자....가 설마 나이를 막 먹어버린 덴고는 아니길 바라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바짝 마른 입안에 아사* 맥주를 넣은 다음에요. 헛, 그런데 덴고군이 바에 가서 마시는 생맥주는 칼스*그 군요.  

그런데 말예요. 이번 3권은 굉장히 문학적이군요. 생생하고 팔팔한 느낌의 2권과는 많이 달라요. 거의 일년 전에 읽은 2권은 손이 바르르 떨릴 만큼 그리고 한 장 한장 읽어가기가 아까워서 자꾸 덮었는데, 이번 책은 굉장히 차분하고 계산된 이야기에요. 1, 2권에서 작가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들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기분이었지요. 그래서 그 까칠하다는 하루키 아저씨가 내 옆에서 (물론,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는 기분마져 들었다구요. 

우시카와 상이 이렇게 큰 배역으로 돌아온 것에 놀라기도 했지만 편집자 아저씨보다 우시카와 상이 훨씬 펼쳐줄 이야기가 많더군요. 이의 없어요.  

그리고, 당신이 다시 이야기 속에서 말을 해서 정말 반가웠어요. 음, 더이상 쓸 수가 없군요. 3권을 사서 읽고 있는 내 친구들이 절대 스포일러성 리뷰는 쓰지말라고 당부를 해서요. 그런데, 이 말만은 해야겠어요. 난 당신이, 아오마메 파란 콩 아가씨가 좀 더 강하고 빠르게 움직이길 바랐어요. 사정이 사정인지라 그 아파트에 있어야 하는건 알았지만 적어도 맞장 한 번을 떠 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3권 전체가 문학 분위기인지라 아오마메도 차분하게 생각과 ....음, 철학을 해서 좀 당황했다구요.  

4권? 을 말하긴 뭣하구요, 우리 <스타워즈> 처럼, 1Q84년에서 남겨두었던 1月~3月을 얘기해 보면 어떨까요? 이야기 만드는 건 아오마메 당신과, 당신의 덴고, 그리고...후카에리랑 기타등등이 맡아주고요. 전 출간 발매 당일 서점에서 만나기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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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정육점>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이슬람 정육점 문지 푸른 문학
손홍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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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주는 신선함, 그 속에 깔려있는 인류애, 우정, 사랑, 희망, 역사 속의 아픔 등등을 표지가 보이는 귀여움 ( 잘 보면 엽기스런 얼굴들)으로 버무렸으리라는 기대는 처음 두 장을 읽으면서 사라진다. 화자는 중학생이었어야 하는 열댓살 먹은 남자아이고, 이미 고아원을 여러 군데 거쳤으며 몸에도 마음에도 깊은 상처를 품고 있다. 이 아이가 심드렁하게 그리고 날카롭게 던지는 말과 시선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나 했더니 어느새 성인 남자의 목소리가 계속 들린다. 작가가 자기 목소리로 떠드는데, 수다 스럽다. 거의 독백의 수준으로 속도를 내는지라 독자인 나는 그저 따라갈 수 밖에.

 문장은 평균 한 줄 길이로 짧고, 작가는 위트가 넘친다고 여겼겠지만 "~처럼", "~같이" 등의 직유법이 거푸 거푸 나오다 보니 신선함을 잃는다.  천명관 이나 이기호 작가의 발랄 속의 날카로운 진실이 여기엔 없다. 안타깝다. 더해서, 등장 인물들이 다 제각각이고, 행동들이 연결되지 않는다. 초반부의 안나 아줌마와 후반부의 그녀는 다른 사람같다. 그녀가 갑자기 목소리 톤을 바꿔서 교훈을 주는 장면은 생뚱맞기까지 하다. 각 인물들이 품고 있는 사연들은 툭툭 나와서 어느 하나 해결을 보지 못하고 단편 소설의 조연들처럼 한 가지 모습만 하고 서 있다. 또래로 보이는 세 소년 "유정", "나", "맹랑한 녀석"은 사춘기 소년이 아니라 성인 남자의 목소리로 말하고, 뜬금없는 사막타령이나 분홍 코끼리, 그리고 엉덩이의 하트 자국 이야기는 난감하다. 특히 말더듬으면서 동물의 언어를 이해하는 "유정"이야말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안나아줌마는 얼핏 <자기 앞의 생>에서 모모를 품어주었던 로자 아줌마도 떠오르게 했지만, 그 둘의 사랑이 하산아저씨와 "나" 사이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온동네 사람들이 소풍겸 살생겸 나섰던 여행이 끝인가 싶었는데, 사족 처럼 이어지는 후반부 이야기들은 읽어내기가 힘들다. 어쩌면 처음 부터 이 소설이 언제, 어디에서 벌어지는지 종잡을 수 없어서 더 힘들었는지 모른다. 6.25 참전용사 터어키인 하산이 정육점을 하고 있으니 그의 나이 많아야 70, 그럼 이십대에 전쟁을 겪었어도 1990년대, 이슬람 전당이 있는 서울 이태원이 배경인가? 구체적이지 않은 개념적인 인물들이 개념적인 인류애를 떠벌이다, 스르륵 끝나버린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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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7-30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홍규라는 작가는 이 작품이 첫작품인가요? 요란한 선전과는 달리 실제는 별로군요^^

유부만두 2010-07-30 18:02   좋아요 0 | URL
첫작품은 아니야. 그런데, 아, 내 기대가 너무 컸나봐. 그러니 실망도 클 수 밖에.
 
<쓰리>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쓰리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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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인가 싶은 표지와 당돌한 제목이 인상깊었다. 지갑을 품속에 넣는 (혹은 꺼내는) 청년은 슬픈 눈동자로 빌딩숲을 등지고 서둘러 자리를 뜬다. 그가 주인공의 모습이겠지. 비싸 보이는 손목시계는 이미 늦은 오후를 가리키지만, 그를 진심으로 기다리는 사람은 없다. 

주인공은 우연히 만나는 어린 소년에게 "시시하게 살지마" 라고 얘기해 주지만, 실은 그건 자기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다. 꼬마의 엄마와 누울 때도, 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악몽만을 꿈꾸듯 노래한 애인이 떠올랐고, 유일한 벗이 사라진 후에, 그는 자신과 인연의 끈이 닿는 그 누군가를 꿈꾸었는지 모른다.  

 Go 의 가네시로 가즈키의 발랄함도 없고, 용의자 X 를 그린 히가시노 게이노의 치밀함도 없다. 주인공 "쓰리꾼"의 과거나 기억은 듬성듬성 독자에게 던져지고, 그의 외로움은 올이 성긴 낡은 천처럼 드리워져 있다. 공감은 어렵지만 그렇다고 주인공이 아주 밉지도 않다. 양윤옥 선생의 번역은 우리글을 읽어도 일본어를 읽는 것 처럼 (아, 이건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의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지만) 낯선 문장이다. 그저 나락으로, 대책없이 떨어지는 현대 시대의 외톨이, 그를 거대한 정치적, 경제적 음모 안에서 이용하는 ( 거인의 하수인일 뿐인) "그" , 그리고 훤히 보이는 꼬마의 십 년 후 모습이 슬프다.

 빠르게 읽히기는 하지만, 곱씹어서 생각할 여지는 남기지 않는 짧은 소설이다. 그림이 없지만 만화를 읽은 후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고, 치밀한 "쓰리" 꾼의 세계에 대한 생생한 묘사도 없다. 심하게 야하지도 않고, 그저 예측 가능한 인물들이 그만큼의 역할을 해내고 사라진다. 그래서, 허전하고 아쉬운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우리의 미야베 미유키가 그리워졌다. 그리고 품 속의 내 지갑을 꼭 움켜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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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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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먼 곳에 가야 해. 그래서 이제 만날 수 없어. ...... 하지만 시시한 인간이 되지 마. 혹시 비참해지더라도 언젠가는 꼭 바꿔." -3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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