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공부 밥상 - 엄마 밥상이 아이의 성적을 바꾼다
김수연 지음 / 포북(for book)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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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대놓고 자랑이다. 표지를 반이상 덮은 널따란 띠지에 활짝 웃은 엄마와 고등학생 늘씬한 예쁜 딸이 공부도 아주 잘 한단다, 그게 다 엄마의 사랑의 밥 덕이란다. 그래서 사서 읽으란다. 그래서 샀지. 
 

일본에서 5년 초등학교 후반부터 중학교까지 국제학교에서 지낸 딸이 (비록 외고입시에는 낙방했지만) 건강하고 씩씩하고 예쁘게 크고 있는 집, 엄마는 잘나가던 커리어 우먼 (잡지사 에디터 이셨다니, 이 책의 감각적 편집은 맡아놓았다) 이었으나 외지에선 외동딸에게 헌신하는 주부로 변신했다. (일 잘하는 여자는 살림도 잘한다, 는 이야기였다) 

솔직히, 두어쪽 마다 나오는 지은이의 화알짜악 웃는 모습이 좀 거슬렸다. 너무 이쁜 딸과 사람 좋아 보이는 (거기에 능력도 확실히 갖춘) 부군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너무 완벽해 보여서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딸아이의 육아,교육 서적도 아니고, 일본살이 엣세이도 아니고, 요리책이라기엔 너무 빈약하고,....하지만 부러운 마음 감출 수가 없고....이런 내 심뽀를 어찌 해석해야할까.

십여년전 그림이나 사진 하나없던 요리책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이 생각났다.
지금은 온갖 양념이 떨어진 자리에 나 나름대로 가감해서 종이 쪼가리를 붙여놓아서 덕지덕지 꾀죄죄하게 된 그 책 역시 외지생활 동안의 살림 살이 경험을 바탕으로 두 초보 며느리들에게 요리법을 하나하나 편지로 알려주는 것이었다. 난 그 책으로 미국에서 살림을 배웠고 엉성한 내 부엌을 꾸려갔다. 그리고 매번 그 책의 지은이에게 감사했다. (반면, 우리 시엄니는 음식 솜씨가 차암 없으시다는) 

이 책의 지은이 처럼 나도 내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과 국, 그리고 정성어린 간식을 마련해주고 싶다. 그런데 자꾸 샘솟는 이 묘한 반감은...넘치는 사진과 과도한 함빡웃음 때문이다. 절대 나의 열등감이 아니다, 절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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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0-27 0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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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온 그녀의 엣세이집 (프랑스에서는 1984년, 그녀가 오십을 채우는 나이에 나왔단다)을 골랐다. 전반부는 그녀가 만난 (그녀의 추억 속의) 유명인들, 악명 높던 도박 경험, 그리고 자동차 질주에 관한 이야기였다. 평이하게 따라 가면서, 그리 읽는 재미나 동감을 할 수없었는데, 후반부, 그녀가 사르트르에게 쓴 편지와 그의 마지막 모습들에 대한 추억은, 묘한 느낌이 들게 했다.  

청소년기에 읽고, 문학의 힘을 배우게 된 책들을 ("첫눈에 반한" 지드와 카뮈의 책들) 말한 마지막 장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어쩌면 그 부분이 내게 가장 익숙한 소녀 작가 사강을 떠올리게 해서였는지도 모른다. 그녀도 나이 들고, 늙고, 젊은 날을 돌아 보며 이 글을 썼고, 떠났다. 되풀이해서 말하는 "깨달았다" 는 표현, 문학에 대한 그녀의 열정과 사랑을 따라 읽으면서, 덩달아 나이든 나 자신을 "깨달았다", 면 과장일까.  

자신은 열심히, 정열적으로 살았노라고 맺고 있는 사강의 책이, 서글프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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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 언니 - 반양장 창비아동문고 14
권정생 / 창비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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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공지영의 <착한 여자>를 읽다가 짜증이 일어서 하권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착해도 너무 착하고 바보 같이 참기만 하는 이야기는 책이나 드라마나 내 취향이 아니다. 몽실언니 역시 그럴까 해서 걱정을 잔뜩하고 읽기 시작했다. 역시나, 하지만, 이 언니야는 좀 달랐다. 간간이 자기 생각을 정리도 하고, 자기 속내를 드러내면서 - 물론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겠지만 - 상대의 눈을 들여다 보기 때문에, 몽실 언니는 끝 까지 읽어 냈다.  

독립만을 바라고 살던 몽실네 일가족이 돌아온 고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들은 동포의 따뜻한 포옹대신 “해방 거지”라는 이름을 받았다. 그리고 먹고 살 일이 급급한 어머니는 돈 벌러 일 떠난 남편을 버리고 새 남편 집으로 들어 갔다. 따라 나선 몽실이에겐 힘들고 혼란스러운 일의 연속이고, 이게 인생이려니, 그리고 팔자려니 살아낸다. 용케도 어린 몽실이에게는 용기와 사랑이 있었기에,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정을 나누면서 살아낸다.

동생들을 업어 키우는 몽실이를, 내 아이는 별 감정 없이 읽어냈다. 불쌍하다, 는 한 마디 뿐, 별 이야기를 덧 붙여 내지 않는다. “기구하다” 는 말은 너무 어렵고, “바보같다”는 말은 너무 야멸차다. 한 나라 사람들 끼리 서로 죽이고 해하는 세상에서, 몽실은 가족의 경계선을 자꾸 넓혀서 사람들을 보듬고 사랑한다. 미워하지 않고 자기가 먼저 손을 내민다. 

힘들고 처참한 시대의 삶이라 뭐라 할 수도 없다. 이야기가 연재되던 시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몽실이와 공비 사이의 우정 어린 장면을 삭제했어야 했단다. 착한 공비가 그렇게 무서운 내용이었을까. 더 무서운 내용들은 어머니도, 아버지도 둘씩 생기고, 아버지나 어머니가 다른 동생들이 셋이나 생기는 몽실이 인생아니었을까, 동화라고 끝 장면을 막연한 해피엔딩으로 놓지 않았다. 열심히 사는 몽실이 남편은 열심히 사는 장애인이고, 여전히 열심히 정직하게 가난하게 산다. 권정생 선생님의 삶도 이보다 더 낫지는 않았겠지. 그의 소박하다 못해 남루한 오두막이 떠오른다.  

단, 이철수 선생님의 삽화에 기대가 컸는데 책 내용과 다른 그림이 많다. (난남이와 손을 잡고 간 시장 장면에서 그림 속 난남이는 몽실에게 업혀있는 식으로) 조금만 더 신경을 써 주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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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 한빛문고 6
박완서 글, 한병호 그림 / 다림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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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완서 선생님 책은 이것 저것 조금씩 읽었는데, 동화집이 따로 있는 것은 이번에 알았다. 실린 단편 중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작품이다. 표제작 "자전거 도둑"은 중학교 교과서에 전문이 실렸다. 동화집이라지만 내용이나 (고생하는 주인공 때문이 아니라) 어휘가 만만하지 않다.    


자전거 도둑이라해서 배달하는 주인공 수남이의 자전거를 누가 훔쳐가는, 중국 영화 "북경 자건거"의 한국판 쯤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보다 더 근본적인 양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바람이 몹시도 불던 날, 배달과 수금을 하고 돌아오던 수남이 자전거가 고급 승용차와 부딛힌다. 그리고 (아마도) 작은 흠집을 그 차에 만들고 만다. 차 주인은 자전거에 자물쇠를 채워 놓고는 돈을 가져와야 자전거를 돌려주겠노라 하고, 수남이는 구경꾼들이 "들고 튀어!"라는 응원(?) 속에 자전거를 "도둑처럼" 들고 뛰어 가버린다. 

하지만, 수남이는 자기 속에 일었던, 뭔지 모를 쾌감과 자물쇠를 끊어주는 가게 주인 아저씨의 똥빛 얼굴이 역겹다. 그리고, 진짜 도둑이었던 형을 생각했다. 고향에선 시원하고 멋지게 불던 바람마저 더럽고 불편한 것이 되어버리는 서울, 뜻모를 은행 이야기로 돈을 안 주고, 받으려고 버티는 장사치들, 그들의 욕심어린 똥빛 얼굴, 그리고 도둑질의 쾌감... 정말 수남이가 도둑질을 한 것일까. 교과서 내용을 보자면 "갈등의 해결법"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쉬운 글이 아니다. 박완서 선생님은 이제 막 어른이 되려는 열여섯 수남이에게, 깨끗한 청년의 밝은 마음을 지켜주기를 간절히 바라셨나보다. 그래서 이런 양심의 경계선에서 벌어지는 사건에다 "도둑"이라는 강한 제목을 붙이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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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조선의 영웅들 - 시대를 풍미한 도적인가, 세상을 뒤흔든 영웅인가
이희근 지음 / 평사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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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아이와 함께 홍길동전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의적"과 "영웅"이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설 주인공 홍길동이 실제로 존재했었지만  그는 민중을 위한 의적이 아니라 불량잡배와 다름 없었다는 해설을 읽고 나자, 역사상의 영웅들이 더 궁금해졌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영웅들 중 홍길동, 임꺽정, 홍경래, 전봉준, 박지원, 그리고 대원군을 역사적 기록에 근거해서 파헤친다. 영웅의 전설(?)은 그들의 행적이나 철학이 아니라 영웅을 간절히 바라던 시절 덕에 만들어 졌단다. 부패한 관리들과 양반들 아래에서 숨통을 틔여준 소설 속의 장길산이나 홍길동은 도적이 아닌 민중 영웅이고, 양반 사회의 질서 옹호를 주장한 박지원이 양반 사회를 비판한 신분해방자가 되는 식이다. 하지만 서론에서부터 여섯 영웅들의 실체를 밝히고자 하는 저자의 욕심은 글의 흐름을 조절하는데 방해가 되는 듯하다. 두어 단락만 읽어도 저자의 주장은 알겠는데 글을 읽는 재미가 떨어지고 책 전체를 아우르는 "영웅 신화 깨기" 같은 큰 울림은 찾을 수가 없다.  

차라리 전반부의 세 도적 혹은 영웅에 집중해서 그 시대 고달팠던 민중들의 삶을 더 파해쳤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절로 우리도 영웅에 박수를 보내고 있을까. 책 후반부로 갈수록 역사 기록과 동떨어지는 설명이 많고 결론 부분도 없이 갑작스레 책이 끝나고 나자 허무감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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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서 31쪽 하단에 나오는 임꺽정 무리에 대한 비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공권력에 대한 모든 도전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임꺽정 무리가 가령 프랑스혁명처럼 어떤 새로운 사상을 가지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모르거니와 단순히 도둑질의 대상이 국가기관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저자가 비판해 마지 않는 기존 질서 옹호, 양반 신분 제도 보호의 한계야말로 프랑스 혁명도 가졌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영웅의 가면 벗기기가 주제였지만 우리 영웅들에게 대는 잣대가 매우 엄격해서 진정한 신분질서 해방과 민중 사랑을 실천하는 영웅이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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