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귀여운 청소년 소설 같지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이 많이 나온다. 책 안 읽는 말썽장이 그레구아르가 책방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할아버지와 우정을 쌓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책을 읽는 것은 그레구아르가 우연히 맡는 임무, 그의 일이 된다. 19살 이 프랑스 청년은 하루하루 심드렁하게 살아가는 요양소 근로자다. 별다른 전문지식이나 야망이 없던 그는 요양소 32호실 환자/거주자인 전직 서점 주인 피키에 씨를 만나고 반강제로 그에게 책을 낭독해 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지도를 받으며 '전문' 낭독자가 되어간다. 그동안 요양소 내에서 죽음, 폭력, 애정을 경험하며 그레구아르는 성장한다. 물론. 그리고 그의 낭독을 듣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피키에 씨의 마지막 부탁을 위해 수도원을 향해 걷는 그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음유시인 그레구아르를 떠올리게도 했다. 실제 작가의 경험담이 녹아있다는 그의 첫 소설은 매우 투박하고 조각조각 이음새는 거칠다. 여러 책들의 이야기가 흥미를 돋우지만 (국내 번역서의 제목, 작가 표기가 다름) 전체적으로 매우 어수선하다. 그래도 작가는 이 얇은 소설 속에서 최선을 다해 책, 이야기, 목소리와 일체가 되려는 궁극의 집념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