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양 한 마리만 그려 줄 수 있어?" 

"뭐?"

"양 한 마리만 그려줘......" 


그러자 어린 왕자가 소리쳤다. 

"뭐라고! 아저씨가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그렇지."

나는 겸손하게 대답했다. 

"와! 그거 정말 재미있네....." 

어린 왕자가 이렇게 말하며 해맑은 웃음을 짓자 나는 무척 짜증이 났다. 내 불행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때 어린 왕자가 이렇게 덧붙였다. 

"그럼 아저씨도 하늘에서 온거잖아! 아저씨는 어느 행성에서 왔어?"





"저기..... 양 한 마리만 기레도."

"뭐라카노."

"양 한 마리만 그레달라켔는데."


그러더이 가가 큰 소리로 외치데.

"와, 아재가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구래"

내는 진지하게 대답했눈데

"와, 그거 참 웃기데이......"

그라고 애린 왕자가 웃음을 빵 터트렸는데 나는 쯤 열불이 나데. 내 딴에는 지금 내 상황이 심각한 기로 밌으면 싶았는대 가가 좀 있디 이래 묻는기라.

"그라몬 아재도 하늘에서 왔네! 어느 별에서 왔노?" 






"거: 안 바쁨 저헌티 양: 좀 그:려 주셔요."

"뭣이여?"

"양: 좀 그:려 돌라고요...."


근디 야:가 소릴 깍: 질러.

"뭣:이여! 아자씨도 하늘서 떨어졌어요?"

"그려:" 내가 겸손허게 그렸어.

"아:따, 거 웃:기네요잉."

인자 에린 왕자가 막: 웃:어 싼:디 난 이게 깨:니 승:질이 나는 거여. 나는 넘들이 내 불행을 쫌 심:각허게 생각허믄 좋:겠단 말이여. 근디 야:가 또 그려.

"글:믄 아자씨도 하늘서 왔는 갑네요잉. 어:디 벨:서 왔간디요?" 



김겨울의 유툽에서 보고 따라 읽어봉게 솔찬히 재미져부러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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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2-01-19 1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전라도 버전도 영상 나왔네요^^ 봐야겠어요

유부만두 2022-01-20 11:42   좋아요 0 | URL
전북 버전 영상도 꽤 재미있어요. ^^

persona 2022-01-19 12: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황해도랑 함북이랑 충남 버전 얼른 나오면 좋겠어요. ㅋㅋ 초등학교 때 쌤이 전북 출신이셔서 그분 생각하면서 동영상 봤어요. 그리고 저는 즤 할먼니 땜시 충남 온양 사투리가 익숙한디 전북이랑 비슷한 부분이 좀 있는 거 같애유. 저도 김, 김치보다 짐, 짐치라고 먼저 배운 거 같애유. 울 할먼니도 맨날 챔지룸 챔지룸 했는데. ㅋㅋㅋ 맹이로 하면 맨 것, 날 것으로, 하는 말이고 멘치로라고 하면 ~같이 라는 뜻이라 이런 건 좀 다른데. ㅋㅋㅋ 그리고 확실히 친구중에 전주 출신 친구들은 사투리 거의 안 쓰는 거 같더라고요. ㅎㅎ
재밌게 잘 봤습니다.

유부만두 2022-01-20 11:44   좋아요 1 | URL
그러네요. 충청도와 전남 사이라 서로 말이 섞인 게 많을 것 같아요.
강원도도 아래쪽은 경상도 느낌도 나더라고요.
충청 버전은 또 워떨까 궁금혀요.
제주도 버전과 북한 버전의 책이 나온다면 찾아서 읽어/들어 보려고 합니다.

라로 2022-01-20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애린왕자>로 만족하려고 했는데 <에린왕자>도 사야겠어욥!!흑흑흑

유부만두 2022-01-20 21:39   좋아요 0 | URL
에린 왕자가 더 재미있어욥
 

꼼꼼하고 덤덤한 묘사를 따라 읽으며 아일랜드 소도시의 주민들을 상상했다. 코널티 양의 응어리 진 마음과 목걸이, 엘리의 달걀 배달, 그 남편의 목초지 이야기, 플로리언의 방황 등을 따라가다가 지루해서 잠깐 손에서 놓아두었다. 그러다가 새파랑님의 리뷰를 읽고 아, 이것 역시 사랑 이야기구나 싶어서 다시 읽었다. 


마침 가게에서 두 사람이 말을 나눈다. 그러지 말걸, 하면서 인사하고 기다리고 서성거린다. 그리고 엘리는 어쩌면 인생에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누군가를 욕망한다.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 최악을 각오하며 엘리는 문을 밀어 연다. 무언가가 문 뒤에 걸려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엘리 자신이 대면해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엘리보다는 코널티 양에 더 마음이 (아무래도 나이가 ...) 갔다. 그녀의 걱정, 그리고 안심과 다정한 상상 너머에서 뜨거운 여름은 가고 순한 가을이 온다. 다음 여름은 조금 더 수월할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에서 사랑의 도피처로 아일랜드를 찾은 플로리언의 부모, 또 모든것을 뒤로하고 노르웨이로 향하는 아들. 점점 더 추운 곳을 향하는 이 가계도에도 연민을 조금 뿌려주기로 한다. 이렇게 뻔한 사랑 이야기인데 트레버의 소설은 어쩜 이렇게 우아한지. 마음이 아파 ...  


덧: 표지의 저 칼 나도 있는데 안으로 당겨 깎기 보다는 밖으로 내치면서 (사과 말고) 감자 껍질 벗길 때가 더 쓰기 좋다. 사과를 저렇게 깎다가는 손을 다칠지도 모른다. 내가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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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13 16: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리뷰에 제 이름을 언급해주셔서 영광입니다~! 초반이 좀 그렇긴 하더라구요 ㅋ 누가 주인공인지 감도 잘 안오더라구요 ㅎㅎ 저는 플로리언에 더 마음이 갔습니다 ^^

유부만두 2022-01-13 17:34   좋아요 3 | URL
그러셨군요. 플로리언이 그 추운 곳으로 가서 새로운 시작을 잘 했으면 좋겠어요. 설마 몇 년 후 돌아와서 … (네, 드라마를 좀 봤습니다)

청아 2022-01-13 16: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이랑 읽다만 <비온뒤>도 꼭 다시 읽어볼래요^^

유부만두 2022-01-13 17:36   좋아요 3 | URL
초반의 조용함을 지나면 격정의 여름이 있습니다. 가 여름의 끝에 … 우아한 결말이 기다리고요. 멋진 독서가 될거에요.

책읽는나무 2022-01-13 18: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오래 전에 읽었거든요.
책 표지가 넘 예뻐서요~^^
분명 아릿아릿 괜찮게 읽은 것 같은데...음....만두님 리뷰를 읽어도 전혀 기억이 안나네요???
참나~~책을 왜 읽는 건지??🥴🥴
저 책이 좋아서 윌리엄 트레버 더 알고 싶어 <비온 뒤>사다 놓곤 처박아 뒀다는ㅋㅋㅋ
요즘 트레버 얘기 많이 올라와서 어쩐다? 중입니다.
근데 저 과도를 가지고 계신 거에요?
칼을 사용하기가 힘든 거였군요?
사과를 어찌나 못깎았던지??
전 저 예쁜 표지에 한 몫 하려고 일부러 못깎았나?뭐 그런 생각을 했더랬죠ㅋㅋㅋ

유부만두 2022-01-19 11:33   좋아요 1 | URL
기억에 엄청 남는 강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잖아요. 저도 그래서 소설 전반부는 너무 지루해서 하마터번 중도 포기 할 뻔 했어요.
은근 플로리언이 누굴 죽이길 바랐....

그래도 어느 한 여름, 사랑이 있었더랬습니다.

단발머리 2022-01-13 19: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겨울에 읽는 여름. 이야기라니 기대되네요. 책표지가 이뻐서 한눈에 들어오는 책인데 계속 미루고 있어요. 푸하하.

유부만두 2022-01-19 11:26   좋아요 0 | URL
여름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 라기엔 조금 아쉽지만 또 그만큼 더 아련한 기분이 남는 책이에요. 풋 사과에 어울리는 불륜이라기엔 너무 어설픈 만남.

페넬로페 2022-01-13 22: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떤 종류의 사랑이야기인지 궁금해요.
사과 저렇게 깎다간 매번 엄마한테 혼날 것 같아요. 두껍게 깎는다고요.
저 그림에 뭔가 의미가 있겠죠^^

유부만두 2022-01-19 11:27   좋아요 1 | URL
푸른 사과를 깎는 어설픈 손놀림처럼 처음 만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당황하는 사람이야기에요. 지나가 버릴까요, 이 뜨거운 (아니 따수운) 떨림은요?

mini74 2022-01-13 23: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빤한 사랑이야기인데 우아하다는 말 동의합니다 ㅎㅎ 저러다 사과가 뼈만 남을 듯 합니다 ㅋㅋ

유부만두 2022-01-19 11:27   좋아요 0 | URL
그죠? 사과껍질만 따로 모아도 많을거에요. ㅎㅎㅎ
 

팬심, 혹은 덕질에 대한 소설이라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왠걸,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하게 만든다. 화자의 육체가 살이 무겁고 인생이 그 의미가 버겁다. 이제 겨우 고등학생인 아카리는 겨우 겨우 최애 가수/배우에 매달려, 그 최애가 붙잡아주는 희망을 숨쉬며, 그가 끌어주는 척추로만 일어서서 살아간다. 우울하고 힘겨운 나날, 최애의 어디까지 내가 닿을 수 있을까, 혹은 나는 최애와 어떻게 결별해야 하는가. 내 인생은 어떻게 붙잡지? 


끝까지 닫히지 않는 북향 창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몹시도 차가운데 따뜻한 물과 온도 차가 나서 기분이 좋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들고 온 휴대폰을 봤다. 어디에 가더라도 최애가 없으면 불안했다. 요 며칠간 이 네모난 기계가 네모난 내 방이 된 기분마저 든다. (91)


어둡고 슬픈, 하지만 생생하게 살아서 독자를 삼키는 소설이다. 아이돌에 많은 애정과 시간 돈을 쏟아붓는 아카리의 현란한 문장을 읽다보면 어지럽게 홀려 들어 그 절망에 빠진다. 같은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보다 훨씬 좋았다. 하지만 그만큼 절망은 깊다. 


덧: 주인공은 최애의 생일 8월15일을 핸드폰 비번으로 쓰는데 일본인들에게 815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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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2-01-10 16: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책이군요^^;;;;

유부만두 2022-01-10 16:52   좋아요 3 | URL
가볍지 않아요. 주인공의 절망과 고독이 실감나고요. 매우 젊은 작가의 소설이라 더 감탄스러워요.

기억의집 2022-01-10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보라색 치마… 완전 병맛이었어요. 뭐 이런 애가 다 있지 했는데..

울 딸이 아이돌에 갖다 바친 돈 시간 생각하면..이 책 주인공하고 비슷하겠어요 ㅠㅠ

유부만두 2022-01-10 20:51   좋아요 1 | URL
이 책 주인공 아카이도 보라색 치마 인물들 만큼 답이 없어요. 그런데 이야기 전개 방식과 묘사/서술이 좋았어요. 그래서 절망감이 더 짙어요.
근데요… 책에 돈 시간 (시력) 다 바치는 전 어느 정도 그 덕질 마음 알겠더라고요. 그 구원, 숨구멍 같은 ;;;

독서괭 2022-01-10 2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그렇게 무거운 소설이었어요? 이책 제목 알고 있었는데 제목이 주는 느낌과 참 많이 다른가봅니다;;

유부만두 2022-01-13 15:24   좋아요 2 | URL
소재와 제목은 ‘최애‘인데 주인공은 진심으로 온맘과 온몸으로 최애 만을 위해 살거든요. 그러니 엄청 심각해요.

다락방 2022-02-03 1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유부만두 님의 이 글을 읽고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은지 좀 되었는데 오늘 지르기에 앞서 다시 한 번 사도 좋을지 이 글 읽으러 왔습니다. 음.. 망설여지지만 중고로 살 것이므로.. 사겠습니다!

유부만두 2022-02-06 09:31   좋아요 0 | URL
예상과 다른 분위기, 젊은 작가의 첫 작품이라기엔 (이 역시 편견이겠지만) 섬세한 묘사가 좋았어요. 엄청 우울한데 이해가 되더라고요.

아 그런데 다락방님은 다른 감상을 하실지도 몰라요.

persona 2022-02-03 1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절망한 가운데 빛이었던 최애가 스캔들 내버리니까요, 그 최애 자체가 지하아이돌이다 보니깐 더 뭐랄까 반짝임 보단 지침 외로움 우울 고독 이런 게 최애와 팬 간에 형성되는 것 같아요. 저는 문장이 무척 공감을 많이 했어요. 가제본 서평단으로 읽기는 했지만요.
그런데 유부만두님 글 다시 읽고 보니까 새로 한 표지도 좋지만 다크 레드로 타서 재가 돼버린 이미지였으면 독자가 미리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 하고 읽기 좋았을 것 같기도 해요. 가제본은 검정이라서 좀 톤이 맞는 느낌이었거든요.
이희주의 환상통도 그렇고 아이돌과 팬덤 이야기 나오는 이야기들이 생각보다 무거운 책이 많은 것 같아요.

유부만두 2022-02-06 09:33   좋아요 1 | URL
맞아요. 다크레드가 더 내용의 분위기였겠네요.
전 환상통을 재미있게 읽어서 이 책의 우울함에 대비가 되어있지 않았어요. 제목의 ‘최애‘는 좋은 어휘 선택이지만 명랑한 분위기니까요.

젊은 작가의 소설이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데 꽤 능숙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작가의 다음 책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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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10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표지 비교 너무 좋아요. 오늘 표지는 굉장히 감성적인데 좋네요. ^^

유부만두 2022-01-10 11:52   좋아요 0 | URL
둘 다 청소년 소설이기도 해요. 오른쪽 책은 손가락, 손톱이 뻗어나가는 모양이고요. ^^

그렇게혜윰 2022-01-10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정을 보관하고 버리는 게 내 뜻대로만 된다면야 하~~인생.....^^;;;;

유부만두 2022-01-13 15:3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감정의 스위치가 있으면 좋겠어요.
신경 안 쓰고 싶을 땐 꺼놓게요.
눈을 감아도 귀를 닫아도 어쩔 수 없는 내 안의 이 감정 . ... ㅜ ㅜ
 


발견하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건가? 「아무것도 안 하려는 사람에게는 늘 열 가지 이상의 핑계가 갖추어져 있지요.」 앤은 즐겨 말했다. 실제로 그녀가 자신의 무수한 외도를 변명할 때 즐겨 쓰는 말이기도 했다. 「어떤 것을 하는 데 필요한 이유는 딱 한 가지뿐이에요. 그건 자기가 원하기 때문이에요.」 - P117

「여기 빌이 왔네요.」 로더가 자신의 예측이 그처럼 빠르게 실현된 것에 크게 만족해 하면서 말했다. 빌은 방 안으로 들어섰고 그때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일순 뺨 위에 머물렀다. 길럼은 그걸 보고 참으로 이상야릇한 뺨의 색깔이라고 생각했다. 실핏줄이 설핏 보이는 광대뼈 위에 아주 짙은 홍조가 마치 물감을 칠한 듯이 번져 있었던 것이다. 길럼은 자신이 긴장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빌의 얼굴이 도리언 그레이를 연상시킨다고 생각했다. - P135

노인들 중에는, 모교 옥스퍼드 대학으로 다시 돌아가 석조건물들 사이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이 그들을 향해 손짓하는 것을 발견하는 노인들이 있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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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08 1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아 2022-01-08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도 최고고 영화 너무 재밌었어요!!😆

유부만두 2022-01-08 23:42   좋아요 1 | URL
영화 재밌었어요!!! 개리 올드만의 연기가 멋지고요. 책은 중간쯤 읽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