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하지 않고 타임머신을 만드는 방법 - 15세 과학소년들의 시간 여행 분투기
아닐리르 세르칸 지음, 유인경 옮김 / 윌북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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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 책을 지은 과학자 아닐리르 세르칸이 퇴학을 당한 경험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에필로그에는 슬쩍 사실이었노라고 써놓았고, 그는 현재 도쿄대학 교수로 있다. 저자 소개의 글에도 15살때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과 타임머신 만들기에 도전했다고 되어있다. 저자의 인생과 이 책은 뗄수 없수 없고, 실제 그렇게 산 인물이 있는데 뭐라 트집을 잡기도 어렵지만, 책의 줄거리는 도대체 ....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다른 과학책들 처럼 과학적 사실이나 이론들만 쉽게 풀어쓴 것이 아니라 "성장소설" 코드로 풀어내면서 인생에서 과학 보다, 과학을 향한 "청소년기의 열정"을 말하고 있다.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진정한 의미의 <타임머신>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부분은 감동 받을만 하다.  

하지만  

스위스의 기숙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열세 명의 여러 국적의 열 다섯 살 소년들이 터키계 독일의 한 가정집에 모여서 몇 달간 (그것도 우연히 아이디어가 떠오른 주제인) 타임머신을 연구하고, 우연히 여러 과학자들과 연구실이 협조를 한다? 아이들은 참을 수 없게 억압하는 학교에 반항하는 마음으로 같은 반 아이의 발에 불을 놓았다? 괴롭힘을 당한 아이는 자신이 변하지 않아서 외톨이가 되었다고 문제의 본질을 깨닫는다? 주인공 켄의 어머니는 자기집에 몰려든 열 셋의 남자아이들을 거둬 먹이고, 자신의 세 아들도 자상하게 키우고, 아, 참, 물리학자로서 활동하면서 요리를 잘 한다? 콜럼비아의 빈민가의 소년은 집안을 일으키키위해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타임머신을 타는 소년은 멋지게 성조기가 그려진 헬멧을 쓴다? 

이러니 책의 중반부 쯤부터 나오는  진짜 과학이야기,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는 부분에 가기전에 내 입에서는 "허, 참," 소리가 절로 나온다.  

저자인 교수님은 아직 마흔을 채우지 않은 소위 천재형으로 자유로운 영혼과 빛나는 두뇌, 그리고 뜨거운 열정을 가졌다. 그것만은 알겠다. 하지만 성장소설은 교수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장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책을 즐기지 않는 큰 아이가 이 책은 열심히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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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하지 않고 타임머신을 만드는 방법 - 15세 과학소년들의 시간 여행 분투기
아닐리르 세르칸 지음, 유인경 옮김 / 윌북 / 2009년 4월
품절


우리는 이곳에서 여러 가지 공부를 해왔지만
바깥 세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열다섯 살이 된 지금까지 7년간 대체 우린 무엇을 배운걸까?
-36쪽

어른들은 유감스럽게도 소년들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소년들은 분명히 시간 여행에 성공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 자신들이 습득한 지식을 총동원하고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온갖 노력을 다해 자신들의 손으로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냈습니다. 소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타임머신이 되었던 것입니다! -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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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외에는>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죽음 이외에는 머독 미스터리 1
모린 제닝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피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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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890년대 빅토리아 시대의 캐나다. 형사 머독은 가톨릭 교도의 아일랜드 출신이라 이래저래 서민층에 속한다. 그가 추운 겨울, 옷 하나 걸치지 않고 얼어 죽은 열 여섯 소녀의 시체를 만난다. 

작가는 곱고, 정숙하며, 우아하게 보이는 빅토리아 시대의 중산층 가정의 저편, 그늘과 이층 다락방과 마굿간과 부엌과 광에서 실제 있었던 서민들의 삶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 불쌍한 소녀의 죽음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남겨진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그녀의 살인 사건을 파면 팔 수록, 알면 알수록, 깨끗한 사람은 없고 거짓 없는 사람도 없다.   

사립 탐정이던 홈즈와는 달리, 머독은 경찰 조직 안에서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해야하는 공무원 신분인데다 의사 친구도  없다. 그에게 조언을 해주는 이들은 가난한 하숙집 주인 부부이고,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난 약혼자가 유일한 가족이었다. 머독은 혼자 뛰어 다니면서 수사를 벌이면서 열심히 일하지만, 그는 홈즈같이 혼자 사건을 풀고, 짠 하면서 자신의 영특함을 뽐내기 보다는 독자 옆에서 함께 뛰면서 독자와 더불어 비열한 범인을 벌한다. 그는 결코 천재형 수사관이 아니고, 때에 따라 울컥하기도 하는 (상처도 입고, 실수도 하면서) 따뜻한 가슴을 가진 인간이다. 어느정도 투박한 그의 수사 스타일이나 이 소설의 구성이 그래서 마음에 든다.   

시골서 상경해서 화려한 중산층 가정의 하녀로 일하던 불쌍한 소녀는 여러 인간들에게 이용만 당했다. 그녀가 목소리를 내어 자신의 부당한 처지를 말할 방법이 있었을까, 죽음 이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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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읽었어요?"
"아니, 나는 교도소에 간 적이 없고, 어딘가에 오래 은신할 일도 없었어. 그런 기회라도 갖지 않는 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들 하더군." (50) 
 

"다른 세계라고 할까 -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서 몇 광년이나 떨어진 어느 소행성에 대한 아주 상세한 보고서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거기에 묘사된 정경 하나하나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건 가능해요. 그것도 꽤 선명하고 극명하게. 하지만 이곳에 있는 정경과 그 정경이 잘 이어지지 않아요. 물리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그래서 한참 읽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똑 같은 곳을 몇 번이나 읽게돼요. " (403)


 

"디네센은 덴마크 여성인데, 1937년에 이 책을 썼어요. 스웨덴 귀족과 결혼해서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에 아프리카로 건너갔고, 거기서 농장을 경영하게 됐죠. 나중에 이혼하고 혼자서 그 농장을 꾸려갔어요. 그때의 경험을 쓴 책이에요." (126)

 

  

 

  

 



덴고는 물을 탄 위싀 잔을 손에 들고 그런 세 사람을 바라보며 <맥베스>에 나오는 세 마녀를 떠올렸다. "아름다움은 더럽다. 더러움은 아름답다" 라는 주문을 외우며 맥베스에게 사악한 야심을 불어넣는 마녀들. 물론 덴고가 세 명의 간호사를 사악한 존재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151)

 


 

 

 

 

열등감과 우월감의 틈바구니에서 그의 정신은 거칠게 뒤흔들렸다. 나는 말하자면 소냐를 만나지 못한 라스콜니코프같은 인간이다, 라고 곧잘 생각하곤 했다. (241)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쓴 작가와 마찬가지다. 한 번 위대한 뭔가를 달성한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리라 (299)

 

 

 

 

 

 

 

우시카와는 벌레가 된 '잠자'처럼, 퉁퉁하고 비틀어진 몸을 방바닥에서 재주껏 움직여 근육을 최대한 풀었다.

 

 

 
 

 

 

 



"세익스피어가 썼듯이," 다마루는 그 일그러진 무거운 머리를 향해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 오늘 죽어버리면 내일은 죽지 않아도 돼. 서로 되도록 좋은 면을 보도록 하자고."  (623)

 

 

 

 

 

그리고, 물론 <공기 번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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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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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때문이에요. 

내가 3권 나오는 날을 알람까지 맞춰두고 기다린 것은.

인터넷 서점에서 예약주문을 하면 예쁜 달력도 준다고 했지만 (아, 책값도 10%나 깎아주고요) 예약했던 1,2 권 두번 다 늦게 받았기에 이번엔 동네 서점에서 현피떴습니다. (- -;;)  

앗, 표지의 보라색 글자 뒤에 고개 숙인 남자....가 설마 나이를 막 먹어버린 덴고는 아니길 바라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바짝 마른 입안에 아사* 맥주를 넣은 다음에요. 헛, 그런데 덴고군이 바에 가서 마시는 생맥주는 칼스*그 군요.  

그런데 말예요. 이번 3권은 굉장히 문학적이군요. 생생하고 팔팔한 느낌의 2권과는 많이 달라요. 거의 일년 전에 읽은 2권은 손이 바르르 떨릴 만큼 그리고 한 장 한장 읽어가기가 아까워서 자꾸 덮었는데, 이번 책은 굉장히 차분하고 계산된 이야기에요. 1, 2권에서 작가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들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기분이었지요. 그래서 그 까칠하다는 하루키 아저씨가 내 옆에서 (물론,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는 기분마져 들었다구요. 

우시카와 상이 이렇게 큰 배역으로 돌아온 것에 놀라기도 했지만 편집자 아저씨보다 우시카와 상이 훨씬 펼쳐줄 이야기가 많더군요. 이의 없어요.  

그리고, 당신이 다시 이야기 속에서 말을 해서 정말 반가웠어요. 음, 더이상 쓸 수가 없군요. 3권을 사서 읽고 있는 내 친구들이 절대 스포일러성 리뷰는 쓰지말라고 당부를 해서요. 그런데, 이 말만은 해야겠어요. 난 당신이, 아오마메 파란 콩 아가씨가 좀 더 강하고 빠르게 움직이길 바랐어요. 사정이 사정인지라 그 아파트에 있어야 하는건 알았지만 적어도 맞장 한 번을 떠 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3권 전체가 문학 분위기인지라 아오마메도 차분하게 생각과 ....음, 철학을 해서 좀 당황했다구요.  

4권? 을 말하긴 뭣하구요, 우리 <스타워즈> 처럼, 1Q84년에서 남겨두었던 1月~3月을 얘기해 보면 어떨까요? 이야기 만드는 건 아오마메 당신과, 당신의 덴고, 그리고...후카에리랑 기타등등이 맡아주고요. 전 출간 발매 당일 서점에서 만나기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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