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400. 혀를 사왔지 (송미경)
동화 단편집.. 이라는데 기괴하고 섬찟하다. 우화라고 생각 했지만 현실 이야기고 결말은 허무하게 어린이 이야기 같다. 독특한 표지와 삽화 덕에 무섭게 느껴진다. 귀를 팔고, 눈이나 혀를 파는 시장. 동물의 신체 기관을 달면 더 잘 듣고 말하고 뛸 수 있을까, 라는 어린이 같은 상상대신 이 기관을 잃은 그 동물들은 어떤 모습이 되었을지가 떠올랐다. 어른이라서 덜 순순한 독서를 한 건지도 모른다.
329/400. 여울물 소리 (황석영)
3년 전 사재기 논란으로 작가가 절판 시켰던 소설인데 출판사를 옮겨 개정판으로 나왔다. 여울물 소리, 세월과 역사가 흐르는 소리를 담았고 그 배경은 조선말기 갑오개혁, 동학혁명, 임오군란과 을미사변의 시대다. 엄청난 사건들이 줄지어 일어나며 천지가 요동치는 것을 이야기꾼과 소리꾼의 입을 통해 풀어놓았다. 하지만, 전해 듣고 읽는 이야기는 (소설 속에서도 여러 겹으로 건너 건너 오는데) 생기를 잃고 빛도 바랬다. 여울물이 큰 강물이 되어 격하게 흘러갔겠지만 저 멀리 산골에 묻혀 있어서 잘 들리지 않는다. 주인공 연옥이는 신통이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못 만나고 (스포일러!) 연옥이의 그 절절한 심정을 느끼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생생한 것은 이신이 경험한 과거시험장 묘사로 (역시 고3 엄마는 어쩔 수가 없음) 그 역시 한 입 두 입 건너 들려주는 것이라 그 소란스러움이 덜하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 이야기가 그려내는 망국의 밑그림이 익숙하다. 지도층들의 부정부패와 백성들의 어려움과 가슴에 맺힌 억울함. 올해 2015년은 을미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