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400. 파란 파도 (유준재)
상서로운 푸른빛의 말. 군마로 훈련되었지만 파란 칼이나 파란 바람이 아닌 파도. 그를 멈춘 두 가지. 그리고 그를 다룬 두 사람. 아름다운 그림과 여운이 남는 이야기. 올해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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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요요로 하자. 가까워지고 다시 멀어지고 다시 가까워지는 시간. 영원을 향해 직선으로 흐르지만 결국 다시 돌아오는, 요요의 시간으로 하자. 그래,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아.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아. ㅡ <요요> 300

 

 

현수는 할 수 있다면 자신을 모조리 분리시키고 싶었다. 나사들을 하나씩 풀어서 모든 부품들을 늘어놓고 처음부터 다시 짜맞추고 싶었다. 그럴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다시 짜맞출 수 없대도 일단 해채하고 싶었다. 삐걱거리는 육체를, 가누기 힘들 정도로 무거워진 심장을 부숴버리고 싶었다. 고통이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줄 것 같았다. 어마어마한 고통이 폭설처럼 다가와 누추한 모든 마음을 덮어줄 것 같았다. 모든 게 텅 비길 원했다. ㅡ <힘과 가속도의 법칙> 261

 

 

꿈이나 미래 같은 단어들은 한입에 먹기엔 버거운, 세상에서 가장 큰 복숭아 같다. 일단 베어 물면 달콤한 즙이 새어나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덩어리에 압도당하고 만다. 달콤하던 즙은 점점 시큼한 맛으로 변하고, 복숭아는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 ㅡ <보트가 가는 곳> 223

 

 

태워드려요?

아뇨. 걸어갈게요.

내일 봐요.

네, 내일 봐요.                          ㅡ <종이 위의 욕조> 198

 

 

가 있는 마음을 가져오려면 많은 걸 잃을 것이다. 잃는 게 무엇일지 하나하나 따져보고서 정민철은 류영선을 포기했다. 포기해야겟다고 생각했다. 포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정민철은 '포기'라는 단어를 생각했고, 소리내어 발음해보기도 햇다. '포기'라는 발음에서 쏟아져나오는 한숨은 정민철의 마음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ㅡ <뱀들이 있어> 134

 

 

술은 물보다 강합니다. 물은 몸에 에너지를 주지만, 적당한 술은 우리의 몸에 초능력을 줍니다.

                                 ㅡ <가짜 팔로 하는 포옹> 109

 

 

두개골이 얼어붙었나. 머리끝의 차가운 기운에 놀라서 이호준은 눈을 떴다. 머리를 만져보았다. 두피에서 냉기가 느껴졌다. 현실감각은 곧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ㅡ <픽포켓> 47

 

 

탁구공은 격렬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똑, 딱, 똑, 딱, 규칙적으로 움직이다가 머리에서 뒷덜미를 타고 내려와 차양준의 심장 속으로 들어갔다. 차양준은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 보았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와 다른 곳으로 옮겨갈 것처럼 탁구공이 손바닥을 두드리고 있었다. 차양준은 손바닥으로 가슴을 지그시 눌렀다. ㅡ <상황과 비율>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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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400. 상황과 비율 (김중혁)

259/400. 픽포켓

260/400. 가짜 팔로 하는 포옹

261/400. 뱀들이 있어

262/400. 종이 위의 욕조

263/400. 보트가 가는 곳

264/400. 힘과 가속도의 법칙

265/400. 요요

 

익숙한 생활의 작은 틈을 들여다 볼 줄 아는 김중혁 작가. 그 틈 속에 얼핏 보이는 가는 실을 끌어 당겨서 얼기설기 엮어놓았는데, 낯선듯 어색한 무늬의 그림이 내게 위안이 된다. 무조건 부산행 기차를 타는 두 고등학생들의 대화에서, 어쩌면 커다란 납치자작극을 겪는 가수에게서, 한 걸음 떨어져 나와 무심한듯 하늘을 쳐다본다. 그러니까, 이 소설집은 '본격' 연애소설이라기 보다는, 무심한듯 따뜻한, 그 사이의 간질거림을 적어놓은 것 같다. 그 은근한 떨림이 문장 사이에 숨어있다. 그래서 두 번쯤 읽으면 얼굴이 사알짝 달아오르고, 탁구공이 심장 속에서 통통 거리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소설집 첫 작품 첫 단어가 '포르노' 니까, 미리보기로 이 책을 구매한 사람이라면 크게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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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400. Goldfinch (Donna Tartt)

참으면서 완독했다. 나도 98.5%에 속하게 되었다네. 줄거리는 흥미롭지만 지나친 묘사는 (묘사가 세세하고 심리를 파헤치는 게 아니라 그저 쪽수만 채우듯 성의없고 지리하다. 상표명만 제해도 200쪽은 줄어들걸?) 몇 번이나 그만 읽을까, 고민했지만 이 작은 방울새 그림이 결국 어찌 되는지 궁금했다. 헐, 결말의 어이없음. 역시 미국 작가,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영화로 나온다면 꽤 흥미진진한 화면을 만들 수 있겠다. 마지막 이십여쪽의 한 말 또하고 안했을까 또하고, 그래도 장편 소설인데 결론 내야지 하는 블라블라를 견디고, 아... 힘들어. 다 읽었다. 퓰리쳐 수상작, 그것도 작년 작품이라는데 이렇게 멍청한 문장의 길기만한 소설이라니. 중학생 정도면 읽을 수 있는 단순한 문장이 길고 길고 길게 이어진다. 캐릭터들이 다 멍청해서 어이가 없음. 내 시간이 아깝다. 그런데 나는 올해 퓰리쳐 수상작을 또 주문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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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400. 고래 여인의 속삭임 (알론소 꾸에또)

덜 알려진 라틴 아메리카의 소설을 읽어보자, 해서 추천 받은 작품. 하지만 기대하는 라틴 아메리카, 마추피추 나 전통보다는 흔한 메트로폴리탄 라이프를 만났다. 성공적인 커리어 우먼, 아름다운 미모의 베로니카와 그녀의 학창시절 친구, 왕따 당하던 레베카. 고래 만큼 큰 덩치의 레베카가 왜 집착하듯 베로니카 주위를 맴도는지 아슬아슬한 심정으로 따라갔다. 얼핏 떠오르는 스티븐 킹의 '캐리'. 마무리의 화해인듯 아닌듯, 환상인듯 실제인듯한 장면은 아리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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