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400. 헨젤과 그레텔 (그림형제 글, 앤서니 브라운 그림)

 

원동화의 내용도 가볍거나 밝지 않지만 앤서니 브라운은 그보다 더 서늘하고 더 비참한 상황을 만들어서 헨젤과 그레텔을 밀어 넣었다. 마녀가 바로 새엄마라는 건, 점의 위치도 달라지지 않아서 알아보기 쉬웠다. 그런데, 아빠는, 친아빠는 왜 그리 무능한걸까. 왜 그는 자기 자식들을 지키지 못할까. 알량한 집 한 채나 일거리가 새마누라 손에 달려있었을까. 그런데 마지막 장의 그림은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도망치는 생쥐를 잡아서 두건을 만들어 보세요? 생쥐를 죽...죽여야 하나요? 그러자면 우선 그림 안으로 들어가야 할텐데요....저, 그 마녀, 아니 새엄마가 죽은건 확실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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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400. 내가 읽고 만난 파리 (김윤식)

 

김윤식 교수의 문장은 읽을 땐 그 리듬에 그럭저럭 따라 가지만 막상 마침표나 문단 끝에 이르러서는 "뭔 말이지?"하고 당황하게 된다. 이 책도 그랬다.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추상적 비유와 철학 용어를 끌어온 부분은 그런대로 천천히 따라갔는데, 문단 끝에선 다른 말 다른 주장이 툭, 튀어 나와서, 아, 선생님, 소리가 절로 내 입에서 나오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책은 중복되는 문장, 단락이 많아서 (아마 책은 이미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된 저자의 글을 모아서 묶었겠지) 숨을 고를 틈은 있었다.

 

파리는, 저자에겐 문화를 보여주는 곳, 다른 곳에서 온 나그네, 샤걀 과 모리 아리마사를 품었던 곳이고 추상화된 아름다움을 물질로 환원시켜서 가지고 있는 곳 (아, 맞나?) 이다. 책 중반부의 김현 선생에 대한 추억담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파리의 한국인 이옥 교수에 대한 부분은 서문에서 이미 말하고 본문에서 또 여러번 반복한 소개성 글 말고는 모리 아리마사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진다. 그런데도 의도적으로, 아마도 일본인을 내세우기는 불편했을까, 이옥 교수를 언급하는데 그 심정이 그닥 뜨거워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 뜨거움은 이옥 교수의 부친,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투옥되었던 초대 법무부 장관 '이인'을 향하고 있다. 나라가 없는 상태에서도 '국어'로서의 조선어를 가진 우리는 언어상으로는 식민지 상태를 지나지 않았다, 고 까지 비약하는 문단 다음에 바로 이어서 모리 아리마사에대한 찬미를 이어 놓으니 읽는 나도 헤맬 수밖에.) 이 책은 80년대 동경에서 외로운 나그네 심정이었던 저자를 매료시켰던 또 한명의 동양인 나그네, 모리 아리마사에 대한 글이다. 당연히 모리의 도시, 파리에 대한 글이기도 하고. 책의 첫부분은 샤갈 전시회를 통해서 파리와 서울이 얼핏 교차되기도 하고, 다시 그의 젊은 시절 친구 화가의 추상화 그림 이야기가 퐁피두 센터의 스타엘 전시회와 연결된다. 그리고 파리의 또 다른 나그네, 르네 마그리뜨의 파이프를 둘러싸고 김현을 떠올리는데, 이번엔 서울 대신 목포가 파리와 연을 닿는다. 그리고, 드디어, 파리를, 몽파르나스의 이옥 교수의 무덤을 꺼낸 이유 모리 아리마사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의 영원한 사랑 이효석도 함께. ('댄디'하고 '모던'한 이효석이 하얼빈에대한 글을 쓰면서도 안중근이나 나라의 상황을 떠올리지 않는 것은 '심미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어쩐지 이 부분은 읽으면서 밑줄 긋고 시험에 나옴, 하고 쓰고 싶었음 )

 

얼마전 읽은 계간지에서 황석영 작가가 한국 명단편선에서 이효석을 제외한 이유를 그의 '진정성 부족'이라고 했다. 그리고 김윤식 교수의 작가 이광수도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 책은 김윤식 교수의 파리, 그의 모리가 살았던 파리를 그리고 있다. 그러니 내가 내 마음 속에 그리는 파리가 없다고 투덜댈 수는 없다. 책이 재미없다고 말할 뿐. 그러면서 뭐 이리 주절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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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400. 목소리가 너무 커 (허은순)

137/400. 만만이 빤쓰 구멍 난 빤스 (허은순)

 

희망찬 님의 추천으로 알게된 병만이 시리즈. 병만이랑 동생 동만, 그리고 키우는 개 만만이 이야기가 열다섯 권으로 나와있다. 그런데 학교에는 병관이 시리즈만 있고 병만이는 없었고, 시립도서관에서는 시리즈 중 몇 권만 찾을 수 있었다. 막내가 고대하던 "밥 먹을 땐 똥 얘기 하지마" 1권 대신 7권과 12권을 대출했다.

 

남자 아이들이 우당탕탕 싸우며 놀며 크는 이야기에 강아지 이야기는 양념이려니 싶었는데, 의외로 이 두 권은 반려견과 함께 살면서 겪는 일들이 중심 소재였다. 만만이가 왜 빤쓰를 입을까, 배변 훈련 문제가 아니라 이제 성견이 되어 생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병만 엄마는 만만이를 시집 보낼 생각도 한다. 목소리 편 역시, 만만이가 짖는 소리 때문에 아파트 이웃의 불평이 있다는 내용. 덩치가 큰 개를 괴물로 여길 수 있지만 이 덩치가 나름 귀염을 떠는 게 더 사랑스럽다.

나머지 내용도 다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데, 부작용이랄까, 막내가 또 조르기 시작했다. 우리도 강아지 키워요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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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보고 있나요? 라고 아가처럼 말하진 않지만 셰릴은 자기가 이렇게 망가져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엄마가, 너무나 사랑하는 엄마가, 특별한 모녀 관계이자, 마치 엄마가 자신인 것 처럼 느꼈는데 없어졌으니까. 라고 스스로 되뇌이면서 사막을, 바위산을, 겨울 눈 산을 걷는다.

 

다락방님 덕분에 알게된 영화를 오늘 봤는데,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다. 스스로에게 고행을 던져주고 견뎌내는 힘을 끌어내는 걸까, 여지껏의 괴로운 인생에서 툭 떨어져 나와 새롭게 시작하려는 시도일까. 무모해 보이는 미국 종단 트래킹 프로젝트. 영화는 아슬아슬 아찔아찔한 순간들을 보여주면서 꾿꾿하게 걷고 걷는 셰릴을 계속 보여준다. 트래킹의 후반부에 마주치는 '여우'를 보고 제인 에어 그림책의 붉은 여우 생각이 났다. "돌아와~" 라고 눈밭에 엎어지며 셰릴은 소리친다. 엉엉엉. 마지막 장면, 신의 다리에서 저 멀리 강과 산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이 트래킹의 첫날보다 더더욱 설레 보인다. 이제 다시, 진짜, 시작이다. 그러니 나도 읽고 또 읽겠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책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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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3-27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히히 :)

유부만두 2015-03-27 18:17   좋아요 0 | URL
따라쟁이 할만한 다락방님!

수이 2015-03-27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한번......

유부만두 2015-03-27 19:49   좋아요 0 | URL
강한 장면이 많으니 준비하고 보셔요. 아이랑 같이 볼 영환 아니고요;;

껌정드레스 2015-04-04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숲은 어둡고 깊고 아름답다
그러나 내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 로버트 프로스트, <눈 내리는 저녁 숲 가에 멈춰 서서>

전 이 영화 보고, 셰릴이 인용한 이 시구가 맘에 와 박히더라고요. 그래서 미친듯 서유기와 관련 서적 25권을 읽어댔죠. 배낭을 지고 걷고 있는 셰릴을 보니 <서유기>가 생각나더라고요.


유부만두 2015-04-05 11:59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서유기!! ^^

전 요새 책으로 읽는데 영화가 많이 순화시키고 다듬었더라구요. 전남편 폴은 덜 자상해요. 책이 더 좋아요..^^
 

134/400. 모든 영광은 (황순원)

 

자책과 뒤틀림에서 아주 조금 움트는 희망이 보인다. 현실이 시궁창, 아니 지옥인데 작가는 순하고 선한 인간이 되어 독자들을 위한 보호막을 두르고 있다.

 

"저, 선생님, 사람을 죽이는 데는 무기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이 손가락 하나면 족하죠."

그는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고 그 손 둘째손가락 하나를 곧게 펴 보이며, "이 손가락 하나루 얼마든지 사람을 죽일 수가 있습니다. 어느 급소를 찔러서가 아닙니다. 먼발치루 그저 뒤통수를 가리키는 것으루 충분합니다. 충분하다마다요." (126)

 

 

모든 영광은 술에게, 그리고 다시 모든 영광은 지금 새로운 생활을 향해 어두운 계단 위에서 저렇듯 자기 신체의 한 부분을 닦달질하고 있는 저 가엾도록 착한 한 사람의 사내에게. (150)

 

 

135/400. 학 (황순원)

그 보호막은 진짜가 아닌줄 알면서도 현실을 잠깐, 동화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동료가 친구가 서로를 '손가락질' 하던 시대에, 이렇게 포승줄을 풀고, 사람 사냥 대신 학 사냥을 할 수 있을까. 실은 그 학도 진짜 사냥꾼이 오기 전에 풀어 날려보낸 순둥이들인데.

 

오랫만에 다시 읽는 작품인데도 첫 장면은 마치 외우고 있던 것처럼 매우 낯익었다. " 삼팔 접경의 이 북쪽 마을은 드높이 갠 가을 하늘 아래 한껏 고즈넉했다." 아, 이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의 아름다운 우정과 인간애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부질없이 금세 사라지는 동화였는데. 덕재는 아마 죽었을꺼야. 성삼이 손에 간 게 아니라면 성삼이도 친구 옆에 쓰러졌을 거고. ..... 묵념.

 

"얘, 우리 학 사냥이나 한번 하구 가자."

성삼이가 불쑥 이런 말을 했다. 덕재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는데,

"내 이걸루 올가미를 만들어놀께 너 학을 몰아오너라."

포승줄을 풀어 쥐더니, 어느새 성삼이는 잡풀 새로 기는 걸음을 쳤다.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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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7 11: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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