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400.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 (이기호)

소설의 마지막이 너무 상투적이었고, 소설 중반부, 처음도 상투적이었고, 그런 뻔한 속에서 이기호의 재치랄까, 반짝임을 (예전에 본 적이 있었거든요) 찾다가 찾다가 끝났다.

 

121/400. 퀸 (심재천)

으악! 뭐 시작부터 이렇게 살벌하게, 그리고 끝까지 살벌하게. 그런데 어째 등골이 오싹해지거나 하는게 아니라 "어, 왜 이래?" 이런 짜증이 밀려 올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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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400. 한 달 쯤 파리 (이주영)

저자의 전작, <한 달 쯤 로마>의 반응이 좋았나보다. 시리즈 후속으로 나온 이번 책은 저자의 인생의 큰 변화, 결혼,을 품고 있어서 더 의미가 있(겠)다. 저자에게는. 멋진 도시에 짧은 여정으로 가서 마음 속으로 '한 달쯤' 다시 와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다. 멋진 제목은 그래서 눈에 와닿았고 그만큼 책 내용에는 실망이다.

한 달 동안, 저자가 얼마나 느긋하게 (광고 문구 대로), 여유롭게 파리의 문화와 멋을 즐겼는지 독자인 내 눈엔 잘 안 보였다. 책 구성이 한 달이라는 시간을 나누어 저자의 느긋한 파리지엔느의 생활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낮 관광, 밤 관광, 박물관, 파리 근교, 등등 여느 관광안내서 처럼 나누어서 관광 세부 정보를 담고있다. 뭐, 이 책을 들고 파리에 간다면 유익할 수도 있겠지.

사진이 눈을 사로잡을 만큼 새롭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저자가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닌 듯 한데다 (이승우도 몰랐던 눈치) 문장도 평이해서 지루했다. (촌... 스러웠음)

로마에서 만난 프랑스인의 초대에 응했다가 결혼까지 이르렀다니 분위기는 꽤 로맨틱, 성공적인데, 저자의 연륜인지 나의 연륜인지 지치는 기분이 든다. 아, 이런 시도의 유럽 연애 책, 많이 봤거든요. 한 달 쯤 파리 물을 자셨으면 좀 더 멋지게 만들지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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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3-15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있으면 빌려 읽어볼래요_ 로마 파리 모두 :)

유부만두 2015-03-15 19:27   좋아요 0 | URL
한 달쯤 시리즈로 몇몇 도시가 나와있더라구요. 로마편이 궁금하지만... 파리에서 너무 실망했어요 ㅠ ㅠ

몬스터 2015-03-15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달쯤 로마 읽어보고 싶어서 아이북 찾아봤는데 역시나 없네요. 찾는 건 거의 없어요. lol 기회되면 나중에 읽어 보고 싶어요.

유부만두 2015-03-15 19:33   좋아요 0 | URL
이북으론 나와있던데요.. 아이북은 다른 건가요?

몬스터 2015-03-15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찾는 건 거의 없어요 유부만두님. 그래도 애플 덕에 한글책 읽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 ( 유부만두님 하고 부르니까 입에 침이 고이네요. ㅎㅎ )

유부만두 2015-03-15 20:0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몬스터님! (하고 부르니 .... 안 무서워요. 대신 귀여운 느낌! ㅎㅎ)

외국에 계시군요. 아 우리말, 우리책에 대한 목마름이 절실하시겠어요.
그래도 이북(혹은 아이북)이라도 있으니 조금은 낫지요? ^^
 

가끔 학생들이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은 뭐가 다르냐고 질문해오면 저는 이렇게 답하고는 합니다. '복잡한데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리얼리즘은 의사의 발화, 즉 진단하고 치료하고 예감하는 사람의 말이라면, 모더니즘은 환자의 발화, 즉 찡그린 표정이고 새어나오는 신음이며 기괴한 몸부림이다.' __ 신형철

 

 

물론 70~80년대 작가들에 비해서 90년대 작가들의 약점은 있어요. 이전 세대는 현실과 체험의 영역이 컸던 반면, 90년대 작가들의 경우에는 뒤에 텍스트의 그림자가 어른거려요. 그걸 금방 간파하겠더라구요. '아, 이 작가는 무슨 책을 읽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죠. [...]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로 오면서는 형식적으로 한층 세련되어갑니다. 내가 어릴 때 쑥스럽다고 여겼던 것처럼, 이들은 '쿨하다'고 해야 할까? 징징대지 않고, 표를 안 내고, 쓱 눙치면서, 돌려서 다른 이야기처럼 하는... [...] 뿐만 아니라 옛날의 서사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현실에 접근해 들어가기도 하더군요. 나는 그냥 애들이 놀고 있는가보다 그랬지. 요새 작가들은 딴짓하고 딴 데 가서 놀고 있겠지 그랬는데, 나름대로 지근거리에서 놀고 있었던 거요. __ 황석영

 

 

태도라는 것은 작가로서의 태도일 뿐만 아니라 지식인으로서의 태도이기도 할텐데, 그런 일말의 책임을 좀 가져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태도와 관점은 서로 맞물려 돌아가기도 하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관점이 뛰어나면 태도가 저절로 뒤따르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관점이 먼저였어요. 그리고 태도는 늘 뒤늦게 허덕거리며 관점을 쫓아왔었죠. <객지>를 발표했을 때 저는 정작 <객지>에서 나오는 그런 세계인식을 지니고 있지 못했어요. 뒤늦게 '내가 쓴 것이 이런 것이었어?' 하면서 '땜빵'하느라고 몇년이 걸렸지요. __ 황석영

 

 

 

 

황석영 작가께서 집필하실 <철도원 삼대> 이야기를 꼭 읽고 싶다. 작가님 건강 지키시게 적금 들어서 황 작가님께 보약 몇 첩 지어드리고 싶은 심정. 이 대담은 읽고 나면 울컥, 하며 한국 문학에 대한 애정이 막 샘솟아...서 책을 더 지르게 하는 부작용이 있지만 그래도 두 번 읽을 만큼 특 A+ 급 한우랑 결줄 수 있는 특집임. (고기 사랑, 문학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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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의] 원작자인 이사야마 하지메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거인의 모티브는 어디서 온 것인가요? 라그나뢰크며 오딘이며 북유럽의 거인 신화를 머릿속에 그렸을 기자에게 이사야마는 전혀 엉뚱한 현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전에 넷카페에서 심야 알바를 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 상대했던 취객들을 모티프로 삼은 겁니다. 정말 무서웠어요. 같은 인간인데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무서웠습니다. 거인은 다름 아닌 왕(손님), 취객의 갑질에서 잉태된 것이었다.

 

 

 

작가의 눈 코너는 지난 주부터 입소문을 탔던 그 글, 박민규 작가의 <진격의 갑질>이 힘차게 열었다. 아, 그렇구나. 괜한 데다가 정열, 분노를 퍼붓고 멍청이처럼 굴지 말아야지. 벽을 쌓아올릴 때 구경만 했던 착한 아이였던 내가 진격의 거인 앞에선 도망가기 바쁘구나. 이제라도 적어도 반성은 해야될텐데. 윤이형 작가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 더 공감을 하는걸까..) '그물'의 의미를 조근조근 말해준다. 편가르기에 혹, 하고 넘어가는 단순한 나란 인간.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책을 덮어버리는 우매한 짓을 저지르지 말자고 하는 최민우 작가의 글까지. 작가의 눈, 코너 정말 좋다. 불편하게 있으라고, 생각 좀 하고 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작가의 일이겠지. 그들이 더 섬세하고 민감하게 알아채고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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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400. 어깨동무 (정훈이 외)

우리 주위에서 만날 수 있는, 하지만 무시하고 마는 인권이야기를 여러 만화가들이 짧은 이야기로 만들어 묶었다. 그림체 만큼이나 이야기 전개 방식이 다양하다. 정훈이는 역시 씨네21의 영화 패러디 만화 같은 느낌으로 거대기업의 노동자 학대를 다뤘는데, 병상의 남기남 회장님 장면이 절묘하다. 사교육에 치여 버둥대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이야기를 읽는 나는 그저 갑갑한 마음에 한숨만 내쉴 뿐이다. 책 마무리를 맡은 유승하의 인권 역사는 의미 깊다. 이 작품만이라도 아이들과 함께 읽고싶다. 하지만 어쩐지 엉성한 느낌이 든다. 조금 더 이야기를 진행시켰으면, 조금 더 번득이는 재치와 아픈 비평을 보았으면, 싶은 마음은 욕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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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3 21: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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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5 15: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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