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00. 증기 기관차 미카 (안도현)

큰 줄거리가 있다기보다는 각 장마다 인생살이에 대한 비유적 이야기가 오래된 증기 기관차와 그의 옛 기관사의 대화로 이어진다. 사족 같은 마지막 장은 기관사 할아버지의 죽음을 더 차갑게 만들어 버린 것 같아서 아쉽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를 다시 읽어볼 마음이 생겼다. 

 

22/400. 철도원 (아사다 지로)

<철도원>에도 낡은 기차가 나온다. 간이역을 지키는 역장은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 먼저 보냈던 아기, 雪子의 혼령(?)을 만나고 평온하게 눈을 감는다. 다른 단편들에도 심심치않게 혼령이 등장하고 산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츠노하츠에서>는 아버지의 나이에 다다른 아들이 목메어 '아빠'를 부르고, <악마>에서는 외롭던 소년이 감당못하는 공포로 어쩔줄 몰라한다. 과거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사람들. 못다한 말이 얼마나 서러운지는 <러브레터>가 압권. 그런데, 이야기들이 너무 감상적이라서 메마른 가슴에 한번 읽기는 좋아도 돌아서면 그 메마름이 더 심해질까 걱정이다.

 

23/400.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김대식)
기억과 존재에 대한 답을 찾아 뇌과학 책을 읽었는데, 이 역시 나만의 정당화일까. 좌뇌,우뇌의 구분만큼 이 책도 전반부, 후반부의 구분이 명확하다. 전반부는 이미 알고도, 또 처음 알게된 이야기들을 뇌의 구조와 이론을 연결시켜 설명하는데 읽기 쉽고 재미있다. 고정관념이나 틀을 깨는 자유의지를 강조하고 있는데, 바로 그것이 인간의 정체성이 아닐까.  영화 소스코드나 인셉션 등이 연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책 후반부에서 저자는 강한 국가, 강한 자의식을 강조하고 뇌과학과는 멀리 떨어진 이야기로, 어쩌면 정치로 흘러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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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플래너리 오코너 지음, 정윤조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진짜 소설. 찐한 독서. 순수한 서늘함.
마지막 《망명자》는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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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00. 글짓기 시간 (알폰소 루아노 그림,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글)

군사독재하의 어린이는 친구 아버지가 군인에게 끌려가는 것도 봐야하고 학교에선 "밤에 부모님이 무얼 하는지"에 대해 글짓기도 해야한다.

희망찬 샘 블로그에서 보고 알게 된 그림책.

차분한 그림에 무거워지는 마음.

 

10/400. 구구 스니커즈 (김유 지음, 오정택 그림)
국적이 애매하게 시작해서 중반부까지는 어디선가 이미 본 장면들이 짜집기된 느낌이 든다. 아름다운 결말이라고 부르기에 애매한 이 동화책은 우리집 초딩에게도 별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갑작스레 고아가 된 구구,.... 그 아이가 만나는 인간들이 완전 동화틱해서 이런 조작된 동화속 세상이야 말로 어른들이 보고싶어하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11/400.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플래너리 오코너)

12/400. 강 

13/400. 당신이 구한 생명은 당신 자신의 것인지도 모른다
14/400. 뜻밖의 재산
15/400. 성령이 깃든 사원
16/400. 검둥이 인형
17/400. 불 속의 원
18/400. 적과의 뒤늦은 조우 

19/400. 선한 시골 사람들
20/400. 망명자

지난 금요일 사고를 오후 1시부터 5시반경까지 쓴다면. 바로 이 책중의 단편 하나가 될것 같기도 하다. 삶 도처에 걸려있는 지뢰들. 그 실마리가 언뜻언뜻 보이는 위험들. 여지없이 터지는 사고 그리고 용서 없는 상황. 너나 없이 바보가 되어 아, 하고 마는 결말. 잔인한 세상살이. 자신의 무지와 편협함을 모르고 설쳐대는 깝깝이들은 이 책이 쓰인 1950년대 미국에만 있는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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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00. 주저하는 근본주의자 (모신 하미드)
마지막 장면은 커다란 반전인가? 영화 예고편을 먼저 본 탓에 책을 읽으며 내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주인공(화자)이 폭력의 중심으로 추락하기를 (리암 닐슨 급의 액션무비처럼) 예상했는데, 정작 당사자인 회자는 여유를 부리며 조근조근 이야기를 이어간다. 사실 이런게 더 무섭지. 그런데 화자가 칠레에서 큰 깨달음을 겪은 장면이 너무 덤덤하다. 911이후 성조기가 전 미국을 침략, 점령했다는 표현에 절감. 화자의 앞에 내내 앉아있던 미국인 '당신'은 누구였을까. 그가 가슴에서 꺼내려던 것은 총이었을까.

 

8/400. 고등학교 문학 1 (박종호 외, 창비)

"문학의 내용은 가치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이 말은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 가운데 개인과 공동체의 발전에 유익한 가치가 있는 내용을 문학에 담아야 한다는 뜻이다. 문학은 이러한 가치 있는 경험을 담아내는 도구로 언어를 활용한다. (14쪽)" .... 하아.... 더 이상 교과서 스러울 수 없을 정도로 교과서 다운 교과서의 시작. 문학인데 말이지...

그래도 바로 옆 쪽에 실린 글이 백석의 시라 괜찮은 건가? 예전의 내 고등학교 교과서와는 시 목록의 차이가 크다. 더 어렵고 더 다양하고 더.... 아니, 그만큼 재미없게 구성되었다. 아무리 문학이라해도 교.과.서.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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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00. 선생님은 모르는 게 너무 많아 (강무홍)

안경쓴 여선생님이 짜증이 많다는게 함정. 게다가 선생님이 아이들 머리에 꿀밤을 두 번씩이나 먹인다니. 10년전 동화가 아니었다면 폭행으로 신고가 들어갔을지도 모름. 담임 선생님은 (아무리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고작 두 눈과 안경으로 모두 살필 수가 없다지만) 아이들의 사정을 들어주지 않고, 복도로 1학년 학생을 내보내거나 화를 낼 뿐이다. 담임 선생님이 (할아버지로 그려진 '자상한' 교장 선생님 대신에)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장면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작가가 정해진 틀에 맞춘 캐릭터들만을 보여주어서 영 찜찜했다. 그리고 직장맘은 왜 아이에게 미안해 하기만 할까. 왜 선생님과 상담도 해보지 않고? 아이에게 잘못을 생각해서 고칠 기회를 주지 않을까. (전업주부 엄마인 나는 잠시.... 반성을 합니다) 무엇보다 엄마가 특별히 내놓는 간식으로 새우튀김과 코코아의 조합은 구미가 당기지 않으므로 패스. 새우튀김에는 사이다가 낫지 않을까? 요새 허세 부리는 우리집 막내는 트레비 탄산수를 찾겠지.

 

5/400. 행복한 청소부 (모니카 페트 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그저그런 착하기 대표 도덕책 그림동화라고 넘겨짚고 열어보지도 않았는데... 도덕 그림책은 맞는데. 이거 좋다. 설득당함. 그림속 인물들은 다소 기괴한데 이야기는 사람 마음을 부드럽게 녹인다. 청소부 아저씨가 다루는 거리 표지판 덕에 나도 작가 몇 명은 더 배웠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화가 할아버지는 꼭 옆에 치와와를 끼고 있어서 흐뭇하고, 생각을 수집하는 아저씨는 살짝 느와르 분위기였지만 여러 생각할 거리를 준다. 아니, 생각을 비우고 다시 채워주었다. 나는 그렇게 호락호락 단순한 독자가 아니라고 우기고 싶지만, 이 책은 나도 착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6/400.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그림책 시리즈인데 원서를 축약한 것이 아닌 게 장점. 하지만 삽화가 이야기에 발을 걸고 방해를 하는 기분이 든다. 지킬 박사의 고통과 번뇌는 책 마지막에 쏟아지는데, 그림은 (시대와 장소도 그렇고..) 셜록 홈즈 어린이 판이 생각나게 한다. 또 생각나는 건 <프랑켄슈타인>. 그 책에서도 그렇듯 여기 지킬 박사도 자신의 연구는 그냥 얼버무리고 "~ 여기선 자세하게 쓰진 않겠네" 라고 하는데, 실은 자신들도 잘 모르는 게 분명하다. 요즘은 작가의 자료 조사는 기본인데 (정유정 작가가 바이러스나 댐 건축에 대해서 이렇게 얼버무렸다면 얼마나 끔찍했을까) 가장 흥미로울 수 있는 "변신" 장면이 간략한 스케치로 끝나는 게 아쉬웠다. 물론, 작가가 그려내고자 한 것은 인간의 이중성과 그 원초적 폭력에 맞서는 고통 같은 것이겠지만. 나는 이 친절한 삽화 말고 내 머리속에 뭔가를 (그러니까, 위화가 그려내듯 이빠진 톱으로 자신의 코를 썰어내.....아, 또 생각났어. ㅜ ㅜ ) 그리고 싶었단 말이다.

열심히 책을 읽자, 라고 결심한 이유가 고등학생 큰아이여서 인지 다음 구절이 눈에 띤다.

 

지킬이 아버지 이상으로 관심을 보였다면 하이드는 아들 이상으로 냉담했네. (125쪽)

 

그나저나, 400권 읽기 (혹은 떡썰기) 프로젝트 8일차에 6권을 읽었는데, 은근히 빡빡한 작업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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