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3, 종합 리스트.]
2006년 첫시집 『곰곰』에서 활달한 상상력과 탄탄한 언어감각으로 개성있는 시세계를 펼쳐 보이며 독자와 평단의 주목을 끈 안현미 시인의 두번째 시집 『이별의 재구성』이 출간되었다. 경쾌한 말놀이와 감각적인 환상은 독특하고, 그 안에 담긴 누추한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은 묵직하며, 그 바탕에서 우러나는 사람에 대한 깊은 사랑은 간절하다. 불편한가 하면 따뜻한, 매혹적인 시집이다.
타임캡슐에서 꺼낸 시간의 조각들과 무수한 1인칭들
첫 시집이 지극히 건조하고 단정한 언어로 인간과 세계의 관계, 사물의 안팎을 묘사하고 분석하여 세계와 풍경의 선명한 이미지의 연쇄를 낳았다면, 이번 시집에서 신해욱은 말하는 ‘나-자신’에게 온 신경을 집중한다.
그렇지만 나는 정돈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나는 내가 되어가고
나는 나를
좋아하고 싶어지지만
이런 어색한 시간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축, 생일」 부분
신해욱의 ‘나’는 다른 시간, 이른바 과거인 듯한 현재, 현재인 듯한 미래에 걸쳐 여러 개의 얼굴과 표정으로 존재한다.
지워지지 않는 종이와
투명한 믿음이 필요했다. ─「물감이 마르지 않는 날」 부분
곳곳의 여백에 남겨놓은 시인의 투명한 발자국은 도무지 질량이 느껴지지 않는다.
소설 속 ‘나’는 여행자다. 발길 닿는 곳으로 혹은 버스나 기차가 멈추는 대로 정처 없이 ‘나’는 어디든 여행한다. 삼 년 동안 길 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나’는 만난 사람을 일련번호로 호칭한다. 숫자는 무한하기 때문이다. 친구를 밀어서 식물인간으로 만든 아이 239, 바닥에 버려진 껌딱지로 예술을 하는 사람 99, 첫사랑을 잊지 못해 기차에 머무는 사람 109, 자살을 결심한 사람 32, 자기 책을 파는 여자 소설가 751 등등. ‘나’는 길 위에서 그들을 만나 다양한 슬픔의 무늬를 바라본다. 그리고 모텔로 돌아와 ‘나’는 그 사람들에게 편지를 쓴다. 편지를 쓰며 아프고 고독한 그들의 삶을 위로한다. ‘나’ 또한 외롭기 때문에 외로운 그들에게 위로의 편지를 보낸다.
소설 속 ‘나’에게 편지는 희망인 것이다. 세상을 향해 닿아 있는 희망의 끈.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동시에 그 창을 통해 세상에 나갈 수 있는 출구인 셈이었다.
다시 새롭게 드러나는 편지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 ‘둘’이 포함되어 있다는 편지의 속성이 작가에 의해 고스란히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편지를 외면하고 소홀히 여기지만 끝끝내 편지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나’의 모습이 자못 상징적이다. 주인공의 상징적인 편지쓰기 행위를 통해 타인과의 소통의 열망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말하고 있고 또한 작가가 소설에 입혀 놓은 삶에 대한 명징한 ‘관계에 대한 열망’을 유추해볼 수 있는 키워드인 것이다.
소설 속 ‘나’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편지쓰기로 소통의 길을 모색한다.
≪삼봉집≫은 몇 차례 간행되었다. 모두 14권 7책이다.
악장과 같이 조선왕조의 창업을 칭송하는 글도 있으나, 당시 사회의 실상과 그에 대한 통찰이 엿보이는 글이 많다. 특히 정도전이 유배에 처해졌던 불우한 시기에 지어진 시문들은 고려 말의 사회 상황과 이에 따라 파생된 당시 사회문제를 엿볼 수 있게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도전의 사회의식도 녹아들어 있다.
<장풍운전>에서 전쟁은 세 차례 묘사되어 있는데, 제1차 전쟁담은 장풍운을 중심으로 한 수직적 가족 관계, 곧 부모와 이별하는 계기가 되었고, 제2차 전쟁담은 수직적, 수평적 가족 관계이지만 흩어진 사람들이 서로 만나는 계기가 되었으며, 제3차 전쟁담은 수평적 가족 관계 가운데 처첩 간의 갈등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므로 <장풍운전>의 군담은 다양한 층위에서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하겠으나, 영웅소설에서 보이는 단일한 층위의 군담이 가지는 입신양명적 흥미 요소는 아니라 할 수 있다.
『깨소금과 옥떨메』는 아주 오래전, 내가 여자중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끝물에 썼다. 곧 베스트셀러가 됐고, 당시의 많은 십대들이 너나없이 열광하며 읽고 아껴주었던 소설이다. 지금도 초로의 얼굴을 한 중년부인들을 길에서 만나거나 하면 제일 먼저 곧잘 ‘깨소금과 옥떨메’ 이야기를 한다. 그럴 때 초로의 부인들 얼굴은 한결같이 어떤 판타지에 둘러싸인 듯, 환하고 환한 표정이다.
이 소설을 쓰고 나서 나는 곧 교사생활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가난하지만 햇빛처럼 환하던 아이들과 함께 나도 아이들이 되어 보냈던 시절이 행복했었는지, 전업 작가로서 마음속으로 상승과 추락을 반복하며 매일매일 오로지 소설 쓰기에만 매달려 산 그 이후가 행복했었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얼른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그 시절 담임했던 아이들이 곧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은 폐간된 학생잡지 『여학생』에 연재했는데, 매달 잡지가 나올 때마다 아이들에게 독후감을 듣고 그 시대 아이들만 쓰던 ‘은어’를 취재해 모으고 하던 일이 상기도 눈에 선하다. 나 혼자 썼다기보다 아이들과 함께 썼다는 느낌이 든다. 오래 묵은 책이라 재출간을 망설였으나, 끝내 버릴 수 없었던 것은 그런저런 추억이 많은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때 그 햇빛 같던 소녀들은 지금 모두 어디에서 무엇이 되어 있을까.
만약 이 책을 읽는 당신이 십대라면, 당신의 어머니가 이런 학창시절을 보내냈다고 여기면 된다. 다시 읽어보았더니, 가난했지만 봄꽃처럼 눈부시던, 샘물처럼 맑던 그 시절의 아이들이 너무도 그립다. 당신의 학창시절이 더 충만한가, 이 소설에 그려진 당신 어머니의 학창시절이 더 충만한가,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십대가 간직한 영혼의 순결성과 그 맑고 환한 빛은 여전하다고 나는 믿는다. 지금 당신의 영혼이 이 소설 속의 소녀들 같았으면 참 좋겠다. 삼월의 햇빛 같은. 사월의 봄꽃 같은. 아니 마르지 않고 언제나 맑은 물이 흘러넘치는 우물 같은.
― 2009년 박범신 '작가 후기'
책 소개
야살스러운 여고생, 얄개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추억. 장마다 펼쳐진 키득키득, 하하, 호호, 좌충우돌 천방지축 얄개들의 가슴 뭉클하고 짠한 이야기. 콧잔등에 후춧가루를 뿌린 깨소금, 옥상에서 떨어진 메주 옥떨메, 단짝동무 둘이 펼치는 천방지축 고교 일기! 작가마저 ‘끝내 버릴 수 없었던’, ‘추억이 많은 소설’이라 고백한 1970년대 베스트셀러 얄개소설이 2000년대에 부활했다. 과거의 회귀와 찬양이 아닌, 오래된 미래에 사는 우리에게 사람다운, 사람을 향한 희망의 씨앗을 심는 소설이다.
올해 황순원문학상 수상자는 소설가 박민규이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박민규의 수상작은 「근처」. 기존 소설과 다른 작업으로 ‘무규칙 이종 소설가’란 별칭을 얻은 작가는 그동안 4년간 언론 인터뷰를 피한 채 글쓰기에 매달려 왔으며, 이번 당선작은 말기 암 판정을 받은 40세 독신남의 귀향을 소재로 했다.
김언의 시는 매우 흥미로운 발상법으로 우리의 삶에 대해서 그리고 현실의 문제점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의 시에는 현실이 있고, 그 현실에 대한 사유와 성찰이 있고, 그 사유 속에는 멋진 환상도 섞여 있다. 그래서 그의 시는 환상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김언은 리얼리스트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많은 젊은 시인들이 주로 감각의 세계에 탐닉하고 있는 요즘, 김언이 지닌 사유의 경쾌함과 성찰적 지성은 반길만한 것이다.
미당의 시 구절 중 ‘초록이 지쳐’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초록은 절정의 다른 말이며, 거기서 지친 기색이 역력해질 때 계절이 바뀐다. 초록 다음은 쇠락의 계절이지만, 초록은 초록 아닌 것에서 다음 초록을 얻는다. 작년의 초록과 올해의 초록. 올해의 초록과 내년의 초록. 변함없이 반복되는 초록도 길게 보면, 진화의 역사를 따른다. 시인은 작년의 초록과 올해의 초록의 미세하게 다른 점을 들여다보는 존재이면서 한편으로 그 미세한 차이들이 모여서 얼마나 다른 초록이 되는지를 맨 마지막에 체득할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 이해가 아니라 체득이고 체화다. 그것은 예감이나 조망도 아니다.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우편배달부는 그래서 가장 멀리서 오는 자다. - 수상 소감 중에서
박상륭 : 그는 돌고래 냄새를 풍긴다. 그는 이미지의 물고기들을 사랑하는 돌고래이다. 바다는 그리고, 끝없이, 그리고 끊임없이 외롭다. 외로울 때 바다도 운다. 이 바닷사나도 외로워 보인다. 그런 울음하기의 비열悲悅이, 한 보따리 싸여 여기에 있다. 풀어 헤치자마자 터져 나는 그 울음으로부터, 자넨들 어찌 자유스러울 수 있겠는가.
한창훈의 한 마디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근 이십 년 만에 처음으로 산문집을 엮습니다.
그동안 만났던 이들이 낙타처럼, 가마우지처럼 모여들었습니다.
각자 다른 주민번호처럼 그들은 자신만의 율법과 국경과 보폭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걸어다니는 공화국들이여
만나 주어서 고맙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흔적이자 이력입니다.
거문도에 사는 소설가 한창훈이 특유의 걸쭉하고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마침내 풀어낸 거칠고 따뜻한 사내의 품 같은 이야기. 바다와 섬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을 진솔하게 그려내 보이며 개성 넘치는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소설가 한창훈의 내면 풍경들이 펼쳐진다. 그가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과의 뜨거운 우정, 소설의 모태가 된 기막힌 삶의 체험들, 바람 같은 작가의 내면과 세상살이가 호탕하게, 뜨겁게, 해학적이며, 눈물겹게 펼쳐진다. 누구나 가슴 한쪽에는 바람 같은 영혼이 잠재되어 있다. 떠돌이의 운명을 가진 인생 여행자들에게 부치는 섬 사나이의 이야기는 현실 속에 짙게 드리워진 절망을 걷어내는, 강인한 생명의 기운을 북돋운다.
수많은 고난을 이겨내게 한 그의 인생관은 ‘행동하는 양심’이었다.
“인생의 진실한 가치란 것은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이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사업에 성공할 수는 없지만 누구든지 인생의 삶에 성공할 수는 있다. 성공적인 삶이란 자기 양심(良心)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다. 무엇을 이룩하는 데 목표를 두지 말고 하루하루를 바르게 사는 것, 양심과 국민과 하늘의 뜻에 충실하게 사는 것”(본문발췌)
이 책은 김대중 전대통령께서 유신이 선포되고 1972년 일본으로 망명에 있으면서 쓴《독재와 나의투쟁》이란 제목으로 일본에서 출간하게 되었다. 그후 1981년 사형선고를 받고 미국으로 추방되었다가 1985년 미국망명에서 돌아왔으나 군사독재의 억압과 감시속에 《독재와 나의투쟁》이란 제목으로 출간할 수가 없어《행동하는 양심으로》란 제목으로 출간하였다.
영화 《워낭소리》의 알려진, 숨겨진 이야기들을 모두 모아 엮었다.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각 장면에는 어떤 뒷이야기가 있었는지, 상영을 마치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등 관객들이 궁금해 했을 비하인드 스토리를 제작진과 감독의 입으로 들어본다. 아련한 스틸 컷과 함께 지금도 귓가를 울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대사를 읽다 보면 영화의 감동을 되새길 수 있다.
각박한 세상에서도 여전히 우리네 마음속에는 따뜻함에 굶주린 어린아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 잊히는 것들의 아름다움. 이렇게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들어 외면해왔던, 바쁘게 살아오는 동안 잊고 있었던 그 이야기들.
마지막 장에서는 열 가지 키워드로 시와 에세이를 담았다. 기존 작가들의 아름다운 시와 그에 따른 짧은 에세이는 우리가 마음 깊숙이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말한다. 언제까지고 늘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고. 시와 에세이는 또 다른 울림이 되어줄 것이다.
음악감독 허훈
"결국 처음에 잡았던 음악 컨셉이 다 무너지고 다시 창작하고 다시 붙여보고, 영화는 여백이 있어야 한다며 음악을 걷어내는 작업까지……. 가장 긴 시간 작업하고 가장 많은 버전의 영상을 보고 지루한 시간들을 지나 양수리에서의 믹싱작업을 마쳤다. 중간에 제작사도 바뀌고 참 많은 일이 있던 영화. 방송에 부적합하다는 작품이 이렇게 되리라곤 정말 상상도 못했다. 충렬 형도 그랬겠지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관객이 5만 명 든 것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누군가 10만까지 들까 했는데 다들 말도 안 된다고 했으니 말이다."
이 책은 국내에 첫 소개되는 단편소설 전집. 1906년 24살 때 처음 쓴 소설 <필리스와 로저먼드>에서부터 죽기 직전의 마지막 작품 <해수욕장>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남긴 모든 단편을 담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작품 45편 속에는 그녀의 죽음 이후에 발굴된 미발표 유작 18편과, 처녀장편 『출항』(1915년) 발표 이전 시기의 초기작품 4편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벽에 박힌 못 자국, 낡은 스타킹을 꿰매는 여인, 느린 걸음의 산책길, 죽은 자들이 남긴 책, 흐린 날 연못에 비친 그림자, 식탁에 둘러앉은 식구들, 그들이 시시콜콜 나누는 이야기 등등은 소설에 등장하는 흔하디흔한 장면들. 하늘, 꽃, 나무, 나뭇잎, 바다, 강, 바람, 들, 햇빛, 달, 안개, 새, 거울, 달팽이, 물고기 등등은 시적 이미지와 음악적 운율의 혼융을 위해 그녀가 즐겨 다루던 자연과 사물들. 견고함, 사실성, 단절, 무의식, 적요 등등의 관념어들은 존재의 의미에 대한 작가의 끝없는 사색과 탐구의 주요한 수단으로 등장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이런 요소들은 단순한 표현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 그녀의 상상에 의해 그려지는 인간의 의식 세계는 그야말로 슬픔, 기쁨, 외로움, 탐욕, 시기, 동경, 갈망, 이기심, 자부심 등 모든 파토스(pathos)로 펼쳐진다. 또한 나, 그, 그녀, 그들이 누구인지 등장인물들의 인칭이 뚜렷하지 않은 소설. 특정 인물과 사건의 전개가 아닌 넓은 의미에서의 ‘인간과 세상’을 묘사하고 성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주변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더욱 속 깊은 아이로 자라야 했던 소년 와타루. 그가 사춘기를 지나며 겪는 육체적&정신적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며 극복해 가는지를 그렸다.
혹독한 제4빙하기를 견뎌 낸 크로마뇽인의 후손으로서 다음 빙하기를 준비하는 그의 이야기는 황당하면서도 애틋하다. 그저 웃고 넘길 수 없는 것은 그의 이야기 속에 담긴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여정은 결국 우리 모두의 영원한 화두인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자아내는 이 기상천외한 성장기를 통해 그동안 잊고 지냈던 중요한 것들을 다시 대면할 수 있을 것이다.
거북이를 역사의 증인으로 탈바꿈시킨 연극적 상상력
"위대한 작가들은 사고에 몸을 입혔고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다윈의 거북이>는 2009년 10월 서울 국제공연예술제에서도 소개될 예정이다.
작가는 거북이의 입을 빌어 이성의 이름으로 포장된 탐욕과 몽매가 쳇바퀴 도는 역사를 증언한다. 그리고 그 틈새에서 아무런 말도 갖지 못한 채 희생당한 이들을 이야기한다. 거북이는 그러한 힘없는 이들의 대변자이다. 갈라파고스 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거북이, 그것은 지긋지긋하지만 결코 끊어낼 수 없는 악순환의 역사에서 탈피하고 싶은 인간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의 갈라파고스 섬은 어디에 있는가? 진화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은 가능한 것일까?
음악의 도시 빈을 배경으로 한 극작품
어떤 면에서 그녀는 파우스트와 사랑에 빠져 죄인이 된 그레트헨과 비교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극작품은 마지막에 가서 모든 갈등이 극복되고 행복한 결혼으로 해피엔드를 장식하는 식의 통상적인 민중극이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오히려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다. 마리아네의 결혼은 가부장적일 뿐만 아니라 사디스트이기도 한 오스카와의 재결합이라는 점에서 행복한 결말이 아니라 죽음으로 가는 길인 것이다. “당신은 나의 사랑을 회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오스카의 위협적인 말은 그녀의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미술의 해석에 사용된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한 미술사방법론의 입문서이자 포괄적인 개설서이다. 미술작품은 자체의 내용과 형식뿐 아니라 작가와 사회, 관람자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를 전달하고 다르게 수용된다. 저자는 미술의 이해에 필요한 다양한 관점의 난해한 이론들을 포괄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요약하여 핵심 내용을 간결하게 전달한다. 과거와 현재의 미술작품 70여 점의 도판을 싣고 각각에 적합한 대표적인 방법론을 적용해 작품분석의 실례를 보여준다. 나아가 한 작품에 여러 방법론들을 생생하게 교차시켜 다각도에서 독해하는 입체적 시각을 제시한다.
이 책은 국내외의 공연예술축제 참관을 위한 여행안내서가 아니다. 공연예술축제가 어떤 사람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고, 운영돼 왔는지를 소개하기 위한 것이다.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축제의 경영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축제의 위기 순간, 도약의 계기, 운영상의 문제 같은 것들을 주로 다뤘다.
여기에 실린 그림과 그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는 것은 단지 작품에 관한 것뿐 아니라, 그 작품을 그린 예술가의 생애와, 중세부터 현대미술 이전까지의 유럽 문화 전반에 대한 식견을 넓히는 것이다.
이 책은 13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제작된 그림들을 대상으로 ‘유럽 미술에서 가장 큰 성취를 이룬 작품들’을 선별하여 미술가별로 구성했다.
『유럽 미술의 거장들』에서는 배경을 금으로 칠했던 값비싼 이탈리아의 그림부터 세밀한 디테일 묘사가 두드러지는 플랑드르의 회화까지, 환영 묘사에 뛰어났던 그뤼네발트부터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했던 카라바조까지, 또 고야의 비극적인 사실주의부터 프랑스 인상주의의 황금시대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다.
다양한 실험 사례와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운동과 뇌의 놀라운 메커니즘에 관한 증거들을 제시하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요법을 함께 일러준다.
운동은 우울증, 공포증 등의 기분장애뿐만 아니라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약물 중독, 임신 및 폐경기 증후군, 치매 등에 이르는 각종 질병들을 예방하는 데에도 최고의 효과를 발휘한다. 사람들은 보통 뇌를 상아탑으로부터 신비한 명령을 내리는 지휘관쯤으로 생각한다. 외부에서는 전혀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존재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운동은 얼마든지 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 책은 과학적이고 경험에 기초한 자료들을 근거로 하여 운동이 신체적 건강을 넘어서 뇌 건강, 즉 인간의 학습능력과 정신건강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철저히 밝히고 있다. 곧 운동 부족이 우리의 뇌를 죽음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데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좋은 점 ]
1. 심장혈관계가 튼튼해진다
운동 중에 수축하는 근육은 혈관 내피세포 성장인자나 섬유아세포 성장인자와 같은 여러 성장인자들을 분비시킨다. 특히 혈관의 내피세포가 생산되고 새 혈관이 만들어지면 피가 순환하는 길이 풍부하게 확보되어 혈관이 막히는 일이 예방된다. 운동은 손상된 혈관을 어느 정도 복구하므로 뇌졸중으로 쓰러진 적이 있는 사람이나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
2. 비만이 줄어든다
단순히 과체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치매에 걸릴 확률이 두 배나 높아진다. 비만과 함께 오는 고혈압이나 고콜레스테롤혈증을 감안하면 위험성은 여섯 배로 늘어난다. 운동은 열량을 소모하고 식탐을 줄여 비만을 막는다.
3. 스트레스 한계점이 높아진다
운동은 만성 스트레스로 생기는 과잉 코르티솔의 부식 효과를 억제하여 우울증과 치매를 방지한다. 포도당이나 자유라디칼,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탐산염은 모두 인체에 필요한 물질이지만, 적정 수치를 넘어서면 세포를 파괴한다. 운동은 이 물질들을 조절하여 뉴런들을 보호한다.
4. 기분이 좋아진다
운동을 하면 신경전달물질과 신경영양인자, 뉴런들 사이의 연결이 모두 늘어나 우울증이나 불안증으로 오그라든 해마의 상태가 좋아진다. 기분이 즐거워지면 전반적인 생활 태도도 개선되고,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관계를 맺기도 쉽다.
5. 면역체계가 강화된다
보통 강도의 운동만 해도 면역체계의 항체와 림프구의 기능이 회복된다.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암을 유발하는 가장 보편적인 원인은 활동 부족이다. 예를 들어 활동적인 사람은 결장암에 걸릴 확률이 50퍼센트나 낮다. 운동은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고 질병에 대항할 수 있도록 균형을 잡아준다.
6. 의욕이 강해진다
나이가 들면 의욕과 관련된 주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저절로 감소하는데, 운동을 하면 낮아진 도파민의 수치가 다시 높아진다. 도파민 뉴련 간의 연결이 강화되면서 자동적으로 의욕이 높아지는 동시에 파킨슨병도 예방된다.
7. 신경 가소성이 촉진된다
신경퇴행성 질환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뇌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유산소운동은 뇌세포 간의 연결을 강화하고, 시냅스를 더 많이 생성해서 연결망을 확장해주며, 해마에서 생성된 새로운 줄기세포들이 분열하고 성장해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사람은 물과 음식을 섭취하며 산다. 이런 물과 음식의 구성 성분은 크게 몸에 이로운 물질과 해로운 물질로 나눌 수 있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면 해로운 물질을 잘 배출해야 한다. 하지만 방광을 지배하는 신경의 이상, 염증 등으로 인해 몸에 이상이 있어 시원하게 배설하지 못하면 몸 안의 유해 물질이 쌓일 뿐 아니라 삶의 질도 크게 나빠진다. 헬스조선 M 무크지 <건강한 배뇨>편에서는 국내 비뇨기과 의사들이 건강하게 배뇨하는 비결을 공개한다. 배뇨의 원리부터 요실금, 방광염, 과민성 방광, 만성골반통증 등 주요 질환의 원인, 증상, 치료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암, 신경질환 등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 심각한 배뇨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에 대한 정보도 소개한다. 이밖에 배뇨와 관련된 여러 가지 궁금증에 대한 해답도 알려준다.
이 책은 인간의 육체를 지도 삼아 떠나는 의·과학 탐험기다. 두개골 수술을 처음 시도한 원시시대부터 히포크라테스로 대표되는 고대그리스, 인간 해부를 둘러싼 교회와 과학자 간의 한판 전쟁이 벌어졌던 중세,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가 시작된 현대까지 의·과학의 흥미진진한 흐름이 펼쳐진다. 현재 연세대 원주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는 역사와 철학, 예술을 넘나들며 의·과학적 지식을 입담 좋게 풀어낸다. 신체 각 영역에 따라, 뇌, 내장기관, 피부, 성, 얼굴 등 몸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살핀다는 점도 미덕이다.
치열한 삶 속에서 ‘차 마실 여유'를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차 한 잔 마시면서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보는 시간, 마음 농사를 짓는 시간을 가져 보자.
전민조의 이번 사진집인 <농부>는 바로 우리가 긍지로 지녀온 민초의 원형이며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말 소중한 것, 그것을 찾아내는 진지한 성찰이야말로 전민조의 작품을 보는 감상자의 몫이며 또 그에 대한 예의가 될 것이라고 문학평론가인 천승준 선생님은 작품집 서문인 “농부의 삶, 그 힘과 향기”에서 썼다.
『버자이너 모놀로그』 10주년 기념 개정판 출간
전세계 119개 국가에서 상연된 살아 있는 여성 바이블
전세계 119개 국가에서 45개 언어로 상연되어 전세계적인 감동을 불러일으킨『버자이너 모놀로그』가 지난 2008년 10주년을 맞았다.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연극을 위한 모놀로그 대본에서,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여성폭력 반대 운동인 브이데이의 교본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왔다. 이번 개정판은 그러한 변화와 발전의 기록이다. 저자 이브 엔슬러는 새로 쓴 서문에서 그간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이룬 변화의 모습들과, 앞으로 바뀌어야 할 우리 의식의 모습들을 따스하고도 냉철하게 바라본다.
이 책은 저널리스트로 일한 19년간 ‘새것 중독’에 빠져 있던 그가 뒤늦게 발견한 고전영화의 세계, 그 흥미진진한 텍스트 안팎을 조망한다. 한국영화 뉴웨이브의 씨앗이 된 '바람 불어 좋은 날'의 이장호 감독에서 시작하여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영화 '춘향전', 충무로 아방가르드 장선우 감독, 일제 식민시대 친일영화와 영화인들, 그 밖에 하길종, 이만희, 임권택, 신상옥, 김기영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영화사에 방점을 찍은 감독과 배우, 대표작 들을 다룬다.
지금까지 한국영화사를 시대순으로 정리하거나 주요 감독들을 다룬 책들은 있었다. 하지만 한국 고전영화와 영화인들을 이처럼 밀도 있게, 풍부한 자료를 근거로 직접 취재하고 교류한 기록까지 담은 책은 드물다. 더욱이 화석화한 옛날 영화로서가 아닌, 현대 작품과 감독들에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살핀다. 그 사이사이에 저자의 경험담과 논평을 실었다.
2000년대 한국영화는 할리우드영화 못지않은 뛰어난 기술로 만들어낸 깔끔한 영상과 정교한 스토리를 자랑한다. 하지만 조선희는 ‘오히려 사유의 깊이는 예전 영화들보다 얕아진 게 아닐까. 화려한 영상에 가려 영화의 다양한 맛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지’ 하는 의구심을 품는다. 한국영화의 첫 번째 르네상스로 일컬어지는 1960년대는 진지하고 심각한 단편소설이 그대로 영화언어로 직역되던 시대다. 또 그렇게 심오한 영화를 관객들이 기꺼이 보아주었다.
거칠고 소박한 옛날 영화 속에 놀랍도록 진지한 정치의식이 살아 있으며 삶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음을 발견할 때, 영화를 대하는 기준과 태도 역시 달라질 것이다. 나아가 당대 현실과 영화인들의 삶을 알고 본다면, 영화가 오락거리 이상의 농밀한 텍스트이자 귀중한 체험임을 깨달을 것이다.
대니 그레고리의 창작 노트!
이 책은 통찰력과 영감으로 넘친다. 내 창조력을 억누르는 방해물로부터 나를 구조해 주었다. -크레이그 톰슨(『블랭킷(Blankets)』의 저자)
“……내면 깊숙한 곳엔 작은 불씨가 하나 나풀거리고 있다. 그건 시간, 재능, 돈, 배경, 자유만 있었다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 즉 그들의 꿈이다. 이미 오래전에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불씨를 커다란 철제 상자에 가두고 매일의 일상으로 서둘러 돌아간다. 하지만 불씨는 꺼지는 대신 상자를 뜨겁게 달구어……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든다.”(10쪽)
이 책은 잘 그리는 것만큼 포기하지 않고 그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진행할 수 있지만 의욕이 빛을 바래는 시기가 오거나 생업에 치이거나 스스로 만족할 만큼 그리지 못해 좌절하는 등, 앞으로 부딪힐 난관과 실패에 대해서도 충분히 얘기한다. 그리고 계속 그려 나가는 데 방해가 되는 이런저런 비평들,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한 불신, 지나친 의무감, 완벽주의에서 자유로워질 것과 스스로에게 관대해질 것을 끊임없이 얘기한다. 지금 만족할 만큼 그리지 못하더라도 지금의 실패에서 더 많이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창작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뭔가를 만드는 게 아니라, 세상을 또렷하게 보고 느끼며 그걸 설명하기 위해 연결고리를 짓는 일이다. 창작은 세상의 아름다움으로부터 숨지 않고 그것과 대면하는 일이다.”(11쪽)
마네는 현대미술에서 요란한 화제를 몰고 왔던 유명세에 비해 그 인물이나 삶은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다. 또 화가로서 기막힌 경지에 이른 마네의 솜씨와 천재성을 부인하진 못하지만, 그 거장의 작품 본질을 건드렸던 책은 아주 드물었다. 그 이유는 단순히 미학적인 분석의 어려움만이 아니라, 그에 대한 사회적·역사적 편견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마네 당대의 대중과 여러 화파와 미술평단의 현실 문제들을 생생히 드러내면서, 구체적이고 개성적인 인간들을 통해 그 사회상과 인간상을 보여주고, 그들 내면의 묘하고 복잡한 사정들을 탐색하면서 마네의 그림을 전체적으로,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조명한다.
세잔, 모네, 르누아르, 피사로, 바지유, 시슬리, 베르트 모리조 등 인상주의 작가들이 “스승이자 선구자요, 우두머리로 모시겠노라”며 따랐던 초기인상주의 화파의 거장 에두아르 마네….
‘이해받지 못한’ 사람이었던 마네에 대해 끈질기게 달려들며 조명한 이 책의 저자 루이 피에라르는 『악의 꽃』을 쓴 대시인 샤를 보들레르, 소설가이자 비평가인 에밀 졸라, 상징주의 시운동의 창시자인 스테판 말라르메가 평생에 걸쳐 마네를 어떻게 방어하고 옹호해왔으며, 그와 어떤 우정을 간직해왔는지에 초점을 맞춰 글 전체를 관통해나가고 있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와인은 슬픈 사람을 기쁘게 하고, 오래된 것을 새롭게 하고, 싱싱한 영감을 주며, 일의 피곤함을 잊게 한다”고 했다. 와인은 여행이나 연애처럼 평범한 일상에 다소의 특별함을 더해주는 아름다운 음료이다.
이 책 『와인 스타일북』은 ‘라이프스타일 와인북’을 표방한다. 말 그대로 와인을 공부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와인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서 자연스럽게 즐기는 방법을 다룬다. ‘와인 스타일북’이라는 책 제목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일상의 즐거운 한 부분으로서의 와인과 친해지는 방법을 속속들이 알려준다.
『와인 스타일북』은 와인을 주제로 한 사진 작품집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책 전체가 훌륭한 사진으로 가득하다.
스무 살 언저리에 요리사를 꿈꾸며 손이 부르트도록 쌀을 씻고, 된장국을 끓이고, 튀김 꽃 입히기를 배울 때 내 앞에는 언제나 수저가 있었다. 그게 없었으면 간을 제대로 할 수도, 이런저런 양념장과 샐러드 소스도 만들 수 없으니 말이다. 식당에서 하나 슬쩍 가져가도 모를 이 주방의 가장 낮은 계급 도구가 사실은 가장 중요한 도구인 셈이다.
책에 담겨 있는 나의 이야기, 우리 가족, 음악 하는 식구들, 내 친구, 나의 사랑. 그렇게 화려하고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써내려간 드라마는 아마도 모든 사람의 삶에 그 정도는 있을 만한 에피소드와 기쁨과 슬픔일 것이다.
하지만 그 글을 읽으면서 함께 웃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숟가락의 존재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가치 있는 무언가로 나에게, 그리고 읽는 이의 마음에 남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또 글 사이사이 들어가 있는 나만의 레서피나 추천 레스토랑 정보 등으로 독자 여러분의 삶이 딱 한 숟가락만큼만 쾌적해진다면 더 바랄 나위 없이 행복해질 것 같다.
요리 잘하는 가수 알렉스의 푸드 에세이집. 엄마, 누나, 형과의 어릴 적 추억, 음악을 하면서 느끼는 점들, 사랑하는 사람에 관한 기억 등을 음식 이야기와 함께 정감 있게 풀었다.
우리가 먹기 위해 가장 먼저 드는 것이 스푼이다. 어떻게 보면 스푼을 든다는 것은 바로 삶의 시작일 수 있는 것이다. 스푼 속에 담긴 음식에는 어떤 때는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또 어떤 때는 씁쓸한 약이 담길 수도 있다. 그것은 우리 인생과도 비슷할 것이다. 늘 행복할 수많은 없고, 또 늘 불행할 수만은 없는 법. 지금 자신의 스푼 위에 어떤 음식이 올라가 있는지, 스푼 위에 올라가 있는 음식을 어떤 마음으로 먹으면 행복한지 등을 알렉스의 시선으로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다.
때로는 된장찌개처럼 구수한 가족이 있어 행복하고, 디저트 같은 친구들이 있어 즐겁다고 말하는 알렉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의외의 면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우리가 평소 몰랐던 알렉스의 음악이야기, 가족 이야기, 연애이야기 뿐 아니라 손님 초대용으로 손색없는 요리 레서피, 알렉스 추천 맛집, 푸드 팁 등의 정보도 읽는 재미를 두 배로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