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5년 10월
구판절판


"최고의 천사로부터 최하의 천사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쪽에는 우월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쪽에는 열등하지 않은 천사는 없다. -"-63쪽

"시도가 없으면 실패도 없고, 실패가 없으면 수모도 없다. 따라서 이 세계에서 자존심은 전적으로 자신이 무엇이 되도록 또 무슨 일을 하도록 스스로를 밀어붙이느냐에 달려 있다. 이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자기 자신의 잠재력에 대한 실제 성취 비율에 의해 결정된다.
자존심= 이룬 것/내세운 것.

제임스의 방정식은 우리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 수모를 당할 위험도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방정식은 우리의 자존심을 높일 수 있는 두 가지 방법도 암시한다. 하나는 더 많은 성취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성취하고 싶은 일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71쪽

루소의 주장은 부에 대한 명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루소에 따르면 부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었다. 부란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다. 부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부는 욕망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우리가 얻을 수 없는 뭔가를 가지려 할 때마다 우리는 가진 재산에 관계없이 가난해진다. 우리가 가진 것에 만족할 때마다 우리는 실제로 소유한 것이 아무리 적더라도 부자가 될 수 있다.
… 더 큰 물고기가 되려고 노력하는 대신, 옆에 있어도 우리 자신의 크기를 의식하며 괴로울 일이 없는 작은 벗들을 주위에 모으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면 된다.-80~81쪽

"열심히 일하는 근면한 사람에게 그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더 쉬운 길이 있다고 가르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드문 예외를 제외하면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도움을 요구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귀한 사람은 결코 그것을 요구하지 않는다."-117쪽

1. 변덕스러운 재능
2. 운
3. 고용주
4. 고용주의 이익
5. 세계경제
- 다섯 가지 예측 불가능한 요인.-124쪽

승자는 운을 만든다. 이것이 현대의 주문(呪文)이다. 우리의 지위의 문제를 우연적 요소들에 맡긴다는 것은 불안한 일이다. 그러나 합리적 통제라는 관념에 완전히 물들어, ‘불운’이 실패를 설명하는 그럴듯한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관념을 폐기해버린 세상에 산다는 것은 더 힘든 일이다.-127쪽

다수는 착하지도 않고 지혜롭지도 않으므로, 친절보다는 엄격함에 의지해야 한다.
- 구이차르다니.-131쪽

"나를 부유하게 하는 것은 사회에서 내가 차지하는 자리가 아니라 나의 판단이다. 판단은 내가 가지고 다닐 수 있다. (…) 판단만이 나의 것이며, 누구도 나에게서 떼어낼 수 없다." - 에픽테토스. <어록> (100년경)-154쪽

"안 괜찮으면, 당나귀가 나를 걷어찼다고 내가 화를 내야 옳겠소?"
철학은 외부의 의견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새로운 요소를 도입한다. 상자를 하나 떠올리면 좋을 것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다른 사람들의 인식은 모두 이 상자에 먼저 들어가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만일 그것이 참이면, 더 강한 힘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만일 거짓이면, 웃음을 터뜨리거나 어깨를 으쓱하고 털어버리는 것으로 우리에게 아무런 해도 주지 못하고 사라져버린다. 철학자들은 이 상자를 ‘이성’이라고 불렀다. -156쪽

쇼펜하우어는 이런 식으로 묻는다. "만일 청중이 한두 사람만 빼고는 모두 귀머거리라면 그들의 우렁찬 박수갈채를 받는다 해서 연주가가 기분이 좋을까?"
168.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무작위 집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166, 168쪽

역사상 인간이 저지른 모든 어리석은 일은 우리 자신의 본성의 여러 측면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내부에도 최악의 측면과 최선의 측면을 아울러 인간 조건 전체가 담겨 있으며, 따라서 적당한, 아니 엉뚱한 상황이 닥치면 우리 역시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206~207쪽

농담은 비판의 한 방법이다. 이것은 오만, 잔혹, 허세에 대하여, 미덕과 양식으로부터 이탈한 것에 대하여 불평을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유머는 불만을 제기하는 데 특별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겉으로는 즐거움만 주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은근히 교훈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만화는 권력 남용을 비판하는 설교를 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만화를 보면서 낄낄거리다가 권위에 대한 불만 토로가 적절하다고 인정하게 된다.
224. "풍자의 진정한 목적은 악의 교정"
- 존 드라이든.
234. 만화도 비극과 마찬가지로 가장 안타까운 인간 조건에서 출발하는 것이다.-222~223쪽

부와 장식을 벗기고 벌거벗은 몸을 보라. (…) 그에게는 어떤 종류의 영혼이 있는가? 그의 영혼은 아름다운가? 그 영혼은 능력이 있고, 행복하게 갖출 것을 다 갖추고 있는가? 그 영혼의 부는 자신의 것인가 아니면 빌려온 것인가? 운은 관계가 없는가? (…) 이것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 인간들 사이의 엄청난 거리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257~258쪽

우리는 어떤 것을 이루고 소유하면 지속적인 만족이 보장될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행복의 가파른 절벽을 다 기어 올라가면 넓고 높은 고원에서 계속 살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고 싶어 한다. 정상에 오르면 곧 불안과 욕망이 뒤엉키는 새로운 저지대로 다시 내려가야 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드물다.-267쪽

우리는 어떤 직업이 주는 매력도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 직업에 포함된 많은 것이 편집되고 오직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만 강조되기 때문이다. 과정이 아니라 결과만 눈에 보이는 것이다.
선망을 멈추지 못한다면, 엉뚱한 것을 선망하느라 우리 삶의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할 것인가.-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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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 낱말편 2
의미가 유사한 단어들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한 차이를 해설한 책. 한국어를 남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하거나 쓰고 싶은 사람, 상황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표현력을 기르고 싶은 사람, 문맥에 딱 들어맞는 단어를 구사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이다.
- 책 소개.

숨 쉬는 공기처럼 자명한 것으로 여겨지던 '국어' 또는 '우리말'은 이제 세계의 수많은 언어 가운데 하나인 '한국어'로 다시 자리매김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하여 한국어는 어디서 왔고 어떤 특성을 지닌 언어인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떤 변화를 겪어왔으며 지금은 어떤 변화 속에 놓여 있는지, 또 그 안에 한국어사용자들의 의식이 어떤 식으로 나타나 있는지 등을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탐구해야 한다.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국어라는 언어를 좀 더 자각적으로 분석하고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려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책의 근본적인 취지다. - 김경원, 김철호

- 학창시절에 국어 성적이 우수했고, 그래서인지 그런 만큼 잘 한다는 소리를 더러 들어왔다. 그렇지만 스스로 부족한 면이 많으니까, 다만 부끄러울 뿐이다. 국어 전공을 했더라면, 살짝 후회할 때도 있다. 언어에는 한계가 없다 싶으니까, 앞으로도 더 많이 배워야 할 것이다. 낱말편 1을 소장하고 있다. 가끔 헷갈릴 때, 찾아보기 쉽도록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생각을 했다. 문장편도 은근슬쩍 기다리는 중. 이제 낱말편 2가 나왔으니, 한참 더 기다려야 하겠지.

 

*제49호 품목의 경매

미국의 포스트모더니즘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자신을 언론에 노출시키는 것을 극히 꺼려해 토마스 핀천의 사진이나 그 외, 자세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 작가 소개.

- 포스트모더니즘, 그리고 은둔 작가. 은근 좋아하는 계열이다. (환호) 어제는 샅샅이 뒤져도 없더니, 오늘은 매장에 진열되어 있어서 내용을 살폈다. 한 문단을 살피고, 주르륵 훑어, 팔락팔락 넘겨보고, 결정. 산다! 얼른 주문해야지, 흐흐흐.
+ 친구도 얼른 사시오. 그러길 바라오. (이 글을 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우리문화박물지 - 이어령의 이미지 + 생각

가위부터 화로까지 우리 옛 생활문화 - 일상문화 속의 64개 물상들에 대한 탐색기.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등의 문화에세이를 펴냈던 이어령의 또 다른 문화 에세이다. 해당 물상에 대해 함축성을 띤 제목을 붙이고, 10매가 넘지 않는 분량의 텍스트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 책 소개.

자그마한 소품에 얽힌 일화를 엿볼 수 있을 듯하다. 그런 영상에서 나만의 이미지를 찾는 과정은 항상 새롭다. 어쩌면 도움도 받을 수 있겠지. 잔뜩 기대 중. 얼른 매장에서 확인해 봐야겠다!

*아동 수집가 1

내가 쓰려는 소재에 도움을 줄 것 같다.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떠오르는 폭력적인 이미지,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심리에 대한 치밀한 묘사가 특징이란 책 소개에 눈을 번뜩인다. 솔깃한 표현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 상황에 적합하면서도, 다양하고, 기발하고, 특별한 표현 만들기에 길잡이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ZOO
이거, 친구와 교보 매장에 갔을 때, 막 신간코너에 놓인 것을 보았다.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을 끼워주기 하고 있었다. 또 이러나, 싶었다. 그 소설이 너무나도 헤픈 이미지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잔뜩 호기심을 일으키는 타입의 소설이란 건 변하지 않는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에 속한 ‘오츠이치’의 단편집 아닌가! [쓸쓸함의 주파수]에 상당히 몰입했던 기억이 떠올라 빙그레 웃고 있었다. (서재 활동하기 전이라, 그리고 그때는 여기저기 쏘다니기만 하고 리뷰에 집중했던 기간이 아니어서, 밑줄 긋기나 리뷰로는 등록하지 않음;)
인간에 대한 애정과 극한적인 상황에 터져 나오는 역설적인 유머, 탁월한 인간 내면의 묘사가 섬세하게 짜여 있다. 서서히 부패해 가는 연인의 시체를 바라보며 매일 '범인 찾기'에 매진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표제작 'ZOO'를 비롯, 총 10편의 소설이 수록되었다. - 책 소개.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 집>으로 제135회 나오키 상을 수상한 미우라 시온의 2006년 신작. '장거리 달리기'를 소재로 쓴, 만화적 상상력과 드라마틱한 스토리의 청춘소설이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열 명의 초보 육상 선수가 불가능해 보이던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과정을 담은 가슴 벅찬 이야기. - 책 소개.

매장에서 발견. 1,2권 합본 비닐포장이어서, 내용을 살피지 못해서, 견본이 깔리기 전까지 일단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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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친구양. 2007-07-02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보았다... 벌써.-_-;

302moon 2007-07-03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웬일로? 아무튼 반갑소. 흐흐흐.(-_-)
 
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오듀본의 기도.
(6월 29일 밑줄 긋기 등록.)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6월 18일 밑줄 긋기, 6월 22일 리뷰 등록.)

*사신 치바.
(6월 15일 밑줄 긋기, 6월 17일 리뷰 등록.)

*피쉬 스토리.
(6월 12일 밑줄 긋기, 6월 13일 리뷰 등록.)

*행복의 건축.
(6월 12일 밑줄 긋기 등록.)

*나의 소소한 일상.
(6월 8일 밑줄 긋기 등록.)

*에르미따.
(6월 6일 밑줄 긋기, 리뷰 등록.)

*
밑줄 긋기만 기록해둔 것은, 차차 리뷰를 써야할 텐데,
그냥 묻히는 게 아닌가, 슬쩍 걱정이 생기고 있다.
6월에는 어떤 책을 읽겠다, 목표로 잡은 리스트가 없어서,
그나마 담담하게 작성하고 있었다.
7월 도전(;) 리스트를 등록해야지.
그런 계획을 세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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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30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수가...(털썩) 이번에 주문할 때 [사신 치바]를 잊어버리다니...윽..

302moon 2007-06-30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다음번엔 까먹지 말고, 꼭 넣으세요.~

비로그인 2007-07-01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야겠습니다. (웃음)
 



창백한 은둔자

나는 황폐한 광장의 은둔자
창백한 빛의 슬픈 가로등과 함께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릴 때
나는 황폐한 광장의 은둔자.


소름 끼치는 웃음은 나의 친구
운하를 따라 방랑하는 개들을 놀라게 하는 그림자와 더불어
창백한 빛의 슬픈 가로등 아래,
소름 끼치는 웃음은 나의 친구, 그림자와 더불어.


나는 황폐한 광장의 은둔자
나를 미치게 만드는 그림자의 유희와 함께,
침묵과 경직 속에 창백해진
나는 황폐한 광장의 은둔자……


- 제오르제 바코비아.
(루마니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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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듀본의 기도 - 아주 특별한 기다림을 만나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9월
구판절판


"모든 걸 알아야 하는 것과, 즐겁게 사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 아닌가."
마술의 기법은 몰라도, 마술을 즐기는 데는 아무 문제 없다, 고도 했다.
38
"정확히 말하자면 단정할 수 없다, 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당신의 미래에 대해 나는 몇 가지 경로를 알고 있습니다. 미래의 시나리오는 크게 나누어 몇 십 편이나 됩니다. 그것을 더 자세히 나누면 몇 억 개도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당신이 실제로 다다르게 될 미래는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대체 어느 미래가 될 것인지는 약간의 조건만으로도 변하게 됩니다."
41.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모든 재료를, 환경을, 오차 제로의 상태로 준비해야만 한다. 불가능에 가깝다. 이것을 초기치예민성(初期値銳敏性)이라고 한다.
46
"인생이란 건 말이지, 백화점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나 매한가지야. 너는 제자리에 멈춰 서 있어도 어느 틈엔가 저 앞으로 나가 있지. 그 위에 첫 발을 디딘 순간부터 흘러가는 거야. 도착하는 곳은 이미 정해져 있지. 제멋대로 그곳으로 향해 간다 이거야.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몰라. 자기가 있는 장소만큼은 에스컬레이터가 아니라고들 생각해."-11쪽

"이곳에는 중요한 것이 처음부터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텅 비어 있다."
- "섬 밖에서 온 자가 이 섬에 없는 것을 두고 간다."
78
나는 더 이상 모르겠다며 두 손을 들었다. 허나, 사실은 말하지 않는 것이 하나 더 남았다. 이 섬에 완벽하게 결여되어 있는 것, 그것은 ‘리얼리티’다.
79
유고는 분명 이 섬에 감돌고 있는 기대감과 설레임을 빼앗지 않으려고 침묵하는 게 아닐까? 섬 주민들이 언제까지나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고,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비밀을 밝히지 않는 것이 아닐까?
123. 내가 한 것이 잘 한 건지 잘못한 건지 판단할 수가 없었어요. 정말이지 모든 일들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싶었습니다.-74~75쪽

"인간의 뇌는 신경전류라든가, 뇌내물질 같은 것이 순환하면서 생각을 하고 그 밖의 기능을 하게 되죠. 작은 벌레들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벌레가 뭘 어쩐다고?"
"전기의 역할을 대신한다고요. 바쁘게 돌아다니는 벌레들이 자극을 주는 거죠. 뇌가 기능하게끔."
카오스 이론을 다시 떠올린다. 카오스라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단순한 것들’의 조합으로 일어난다. 실제로 유고의 머리 부분, 즉 척추의 꼭대기에는 ‘단순한 것들’이 모여 있었다. 흙, 식물의 열매, 벌레, 그리고 위에서 내리쪼이는 햇빛, 다음 단계는 그들의 유기적인 조합이었을지도 모른다.
141. 명탐정은 이야기의 한 단계 위에 위치한다. 그렇다면 유고도 그와 같은 입장이지 않을까? 우리들의 이야기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한 단계 위 차원에 있는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미래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사건의 발생을 막지 않는다.
145. 카오스 이론은 초기값이 약간만 어긋나도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오차가 커진다. 그 말은 어디선가 어떤 잘못된 정보가 흘러들었을 가능성을 낳는다. 허수아비가 얻은 정보가 털끝만큼이라도 잘못됐고, 그로 인한 오차가 최후에는 자신의 죽음조차 잘못 예측한 건지도 모른다.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카오스 자체가 그러한 속성을 갖고 있다. 아주 미세한 오차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결론을 도출해 낸다.-137쪽

"저 녀석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야. 손톱 따위를 벗긴다고 사람의 의지가 꺾이는 줄 알아? 나의 의지는 손톱에 있는 게 아냐. 뿐만 아니지, 아무리 내 머리를 내려친다한들 내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고."
163. "허수아비를 만들고 싶다. 200년 전에 하세구라 님이 타고 큰 일을 해낸 이 배의 일부를 써서 허수아비를 만들 거라고."
"허수아비?"
"저놈들은 멍청이야. 나의 손톱이 아니라 눈이라도 파냈어야 했지."
164. …"죽을 가능성이 커지면 자손을 남기고자 몸이 기능하는 거야. 제 몸이면서도 제 몸이 아니지. 전쟁터에서 언제 죽을 지 모를 판에 자식을 남기라고 명령하는 누군가가 몸 속에 있다 이 말이야. 그것이 두려워. 내 안에는 또 다른 내가, 또 다른 주인이 있다고."
"나는 허수아비를 만들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려 줘."
"허, 허수아비를 지금 왜 만드는 거냐고!"
도쿠노스케는 더 이상 친구의 손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친구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한마디로 로쿠지로의 기백에 압도된 것이다. 동물이 숨을 거두기 직전, 생의 증거를 남기고자 발악하는 듯한, 강렬한 그 몸부림에 주춤한 것이다.
165. "사람의 음성은 떨림에서 일어나지. 공기가 떨려 그 진동으로 소리가 발생한다고. 그러니까 느티나무에 수많은 바람구멍을 내는 거다. 그러면 바람이 통과하면서 공기를 진동시킨다. 결과적으로 허수아비는 그 작용으로 말을 하게 되는 거라고."
"… 전기가 머릿속을 달려 그 자극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인간의 머릿속은 그물망같이 가는 선들이 뻗어 있다."
… 166. "작은 생명들이 교차하면 그 조합은 무한대로 확장된다."
"무한대라니?"
"생각하는 허수아비."
-
"허수아비는 영원히 서 있을 것이다. 이 허수아비는 새와 바람에게서 정보를 얻는다."
167. -161쪽

신비한 울림을 갖는 말이다. 파토스키의 학살. 그 말은 내 귀에 이렇게도 들렸다. 우리들의 죄. 반복되는 우리들의 실수.
189. "우리는 이런 섬에 갇혀서 바깥 일은 전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지만, 도도로키한테 받은 책을 읽으면 동물들은 차차 그 수가 줄어드는 모양이요."
…"아무도 멈출 수 없다, 는 말이지."
"슬픈 결말로 치닫는 것을."
…좋든 싫든 이 세상에는 ‘흐름’이 있는데 거기엔 아무도 대항할 수 없다. 흐름은, 눈보라나 홍수처럼 거대하지만 물이 데워지는 것처럼 천천히 찾아온다. 나그네 비둘기의 멸종도 그렇고 대부분의 전쟁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모든 것이 그 흐름에 휩쓸려 간다.
"인간이란 상실하기 전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지."
"…상실한 것은 두 번 다시 되돌아오지 않아."
"상실한 것이 되돌아오면 어쩔 건데? 어째야 되는데."
"다음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잃지 않도록 하는 수밖에 없지."
199. "개미 소굴 안에 뭐가 있는지는 안에 있는 개미보다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더 잘 보는 법이죠."
217. "이 세상살이, 누구에게나 딱 한 번뿐이다."
- "사는 게 즐겁지 않다거나 슬픈 일이 있더라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시작할 수는 없다. 안 그러냐? 모두들 한번 왔다가 가면 그걸로 끝이야. 알겠니?"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아침이면 유고의 발치에 고양이들이 몇 마리나 있을 때가 많죠. 그것도 다 죽은 것들. 나는요, 고양이도 자기가 죽는 것을 아는 게 아닌가 싶어요. 구체적으로 ‘죽음’이라는 의미는 몰라도 무의식중에 ‘끝’이란 걸 아는 거죠. 그러니까 그 전에 유고 근처에 와서 구하는 게 아닐까." - 219.-187쪽

‘어째서 그는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했는가.’
가정 1. 허수아비는 애당초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지 못했다.
가정 2. 허수아비는 자신의 수명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다. 예를 들면 아무리 우수한 컴퓨터도 자기 수명까지는 파악하지 못할 것이다.
‘뇌로써 뇌의 한계를 조사한다.’는 패러독스와 같은 논리다.
가정 3. 허수아비의 이론에 오차가 생겼다. 머릿속을 돌고 있던 벌레에 이상이 생겼을 수도 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모든 것을 삭제한다. 자신의 죽음을 알면서도 한탄하거나 덜덜 떨지 않고 의연히 받아들였다는 쪽이 훨씬 좋다.
그 다음 이런 아이디어도 떠올랐다.
가정 4. 허수아비는 아직 죽지 않은 게 아닐까?
회의종료. 결론은 오리무중.-234쪽

이 섬은 안전합니다. 여기 있어야 합니다. 바깥세상은 위험한 곳입니다. 두 팔을 일자로 뻗은 허수아비는 주민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무의식중에 당연히 이 섬에서 일생을 마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그럴지도 모른다. 어느 면에서 보면 컬트 교단의 세뇌와 비슷하다.
‘이 섬을 나가면 안 된다.’ ‘섬 밖은 위험천만한 곳이다.’ 라고 공포이미지를 머릿속에 각인시켜 행동을 제어하는 것은, 수상한 신흥종교의 수법과 똑같다.
325. 우리들은 여기저기서 동물을 죽여, 그것을 먹고 살아간다. 다만 그런 것을 사람들은 잊고 산다. 잊게끔 되어 있다. 그런 시스템이다.
333. "어떤 일에나 의미가 있다. 구름이 움직이는 방향이나 굴러가다 멈춘 주사위의 눈에도 다 의미가 있다."-241쪽

삼각형을 그린다치면, 나와 사쿠라, 섬주민들이 각각 세 꼭지점을 이루게 될는지도 모른다. 히비노는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뚝 떨어진 어느 점이다. 유고는 분명 높이를 갖는 직선이겠지? 2차원 세계 안에서 허수아비만 3차원에 존재한다. 그런 느낌이 든다. 다시 말해서, 유고는 미스터리 소설 속 명탐정인 셈이다.
458. "어떤 사건이든 해결하는 명탐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십니까?"
"뭔가?"
"내가 있어서, 사건이 일어나는 건 아닌가?"
-
"유고도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자기가 있어서 이 세상은 개선되지 않는 것 아닌가.’ 아마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몰라요."
"유고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누군가에게 말해도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어떠한 가능성을 생각해도 이 세상은 좋아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점차 미래를 내다보는 자기 자신이 사건의 원인은 아닌가, 하고 의심하게 됐는지 모르죠."
"유고가 없어졌다 해서 이 세상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3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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