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지식인의 말하기 노트 조선 지식인 시리즈
고전연구회 사암.한정주.엄윤숙 지음 / 포럼 / 2007년 5월
구판절판


많은 사람들과 말을 할 때, 다른 사람이 한 말을 자신이 한 말처럼 꾸며서는 안 된다. 또한 다른 사람의 말을 가로채서도 안 된다.
*말 잘하는 기술은 없습니다.
말은 기술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31쪽.쪽

배운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배운다는 것은 곧 깨닫는 것을 말한다. 그럼 깨닫는 것은 무엇인가? 깨달음이란 무엇이 잘못인지를 깨우치는 것이다.
이미 저지른 잘못을 깨닫고 부끄러워 뉘우치고, 다시 그 잘못을 고쳤을 때 비로소 배운다고 할 수 있다.
*깨달은 사람이란
한 번도 잘못한 적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한 번도 그냥 넘긴 적이 없는 사람을 말합니다.-36~37쪽.쪽

세상 사람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떠들어대는 말은 그것이 틀렸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고 해도 거스르는 말을 하기가 어렵다. 내가 한 말이 옳지 않으면 낭패를 당하기 쉽고, 또한 내가 한 말이 옳으면 입을 함부로 놀린다고 더욱 심한 미움을 사기 때문이다.-43쪽.쪽

마치 피리의 소리가 그 안에 들어 있는 기운에서 생겨나지만 소리의 맑고 탁함, 강약은 쌓인 기운에서 비롯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길고 짧음, 크고 작음, 느리고 빠름은 피리의 구멍과 사람이 부는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과 같다.
*말은 나의 이력서입니다.
어떤 책을 읽었는지 말해주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 말해주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말해 줍니다.
말은 곧 나입니다.-44~45쪽.쪽

"역사를 기록하는 붓을 쥔 사람에게 그대의 일을 기록하게 한다면, 단지 아무개가 어떤 일을 이러이러하게 했다고 적을 뿐이네. 방금 그대가 변명하고 둘러댄 이러저러한 말까지 잡다하게 기록에 남기지는 않네. 옛 기록 가운데 남아 있는 졸렬하며 실패하고 잘못된 수많은 자취에 대해 당사자에게 말할 기회를 준다면, 어찌 지금 자네처럼 힘써 스스로를 변명하고 둘러대지 않겠는가?…"-48~49쪽.쪽

세상의 이치가 끝이 없듯이 사람이 깨우쳐야 할 것도 끝이 없는 법이다.
- 홍길주, 「수여연필」-52쪽.쪽

학문을 하거나 설명을 듣거나 책을 읽어 얻는 것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모두 마음속에 희미하게 숨어 있는 것을 북돋워 일으키기 때문이다.
- 최한기, 「기측체의」-55쪽.쪽

이미 내가 내다버린 나를
사람들이 밝고 지나가는 것입니다.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아무도 나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67쪽.쪽

혀 밑에 도끼가 있어 사람이 자신을 해치는 데 사용한다.
(말이 재앙을 불러올 수 있음을 경계한 것이다.)
- 정약용, 「이담속찬」‘우리나라 속담’-79쪽.쪽

"…좌중에 자네 말고도 많은 사람이 있으니, 이 사람이 물으면 저 사람이 대답하고 저 사람이 물으면 이 사람이 대답하고 해야지, 왜 자네 입으로만 모든 말에 대답하려고 하는가?"-100쪽.쪽

내일 여러 문신들 가운데 현재 삼사의 벼슬을 맡고 있는 신하들은 임금의 덕행부터 나라를 다스리는 일까지 모두 거리낌 없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라. 각자 열 가지씩 말하되 절대로 대충대충 상황만 모면하고 넘어가지 않도록 하라.
- 정조대왕.-130쪽.쪽

이미 말해놓고 다른 사람에게 새나갈까 경계하는 일은 상대방을 의심하는 것이고, 상대방을 의심하면서도 말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 박지원 「연암집」
*편을 가르면
내 편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적이 생기는 것입니다.
편을 들면
내 편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그만큼 조각조각 나는 것입니다.-202쪽.쪽

갑옷을 입고 말에 오르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용맹한 듯하나 상투적인 습관일 뿐이고, 구태여 60만 군사를 달라고 청한 것은 겉으로는 겁쟁이인 듯하나 실제로는 지혜로운 사람의 계책이라고 할 수 있다.-205쪽.쪽

사람은 일을 하다가 잘못이나 실수를 저지르면, 자신이 처한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런저런 말로 변명을 한다. 심지어 주공이나 공자 같은 성인이나 관중이나 제갈량 같은 책사라고 할지라도, 같은 상황을 만났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변명을 듣고 있다 보면 나는 화가 3천 장이나 솟구쳐 오른다. -208~209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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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성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3월
구판절판


잠시 후면 내 손에 들려 있는 책을 뺏길 터이지만 나는 그보다는 책 속에 씌어 있는 것을 생각하고 싶었다. 마치 책 속에 있는 사고와 문장, 방정식들 사이에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내 모든 과거가 있는 것 같았다. 우연히 눈에 들어오는 구절을 기도하는 것처럼 중얼거리며 읽으면서 모든 글을 머리에 새기고 싶었다. 그들이 와서 내게 가할 고문이 아니라, 즐거워하며 외웠던 책의 단어들을 기억하는 것처럼 내 과거의 색깔을 기억하고 싶었다.-19쪽.쪽

자정이 가까워지자 그는 별과 행성이 가장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열린 창문을 통해 달빛이 들어왔다. 달과 지구 사이에 있는 그 별의 존재 혹은 부재에 관한 정확한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죽음의 경계선을 넘나들던 하루를 보낸 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신경이 거슬릴 정도로 우리 둘이 유사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호자는 이제 ‘가르치다’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우리는 함께 연구해야 하며, 함께 찾아야 하며, 함께 걸어가야 했다.-47~48쪽.쪽

이스탄불에 돌아가면 자신의 계획을 더욱더 발전시킬 것이며, 모형 하나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우주 체계 이론과 새 시계로 파샤를 감동시킬 거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자신의 호기심을 모두에게 전염시킬 ‘부활’의 씨를 심을 거라고 했다. 우리 둘 다 이를 기다리고 있었다.-52쪽.쪽

그가 일상적인 것에 대해 묻는 것처럼 "왜 나는 나일까?" 라고 말했을 때,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나는 대답을 해 주었다. 나는 호자에게 왜 그가 그인지 모른다고 말한 후, 그 문제는, 그곳에서, 내가 살던 나라 사람들이 많이 질문하고, 날이 갈수록 더 많이 질문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86쪽.쪽

우리는 몰락이라는 말을, 제국의 손에 있는 나라를 하나하나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이해했던가? - 그렇지 않다면, 몰락이라는 말은 부지불식간에 사람들이 변하고 믿음이 변한다는 의미였던가? 우리는 이스탄불 사람들이 어느 날 아침 따스한 침대에서 각기 다른 사람으로 변해 일어나는 것을 상상하곤 했다. 그들은 옷을 어떻게 입을 것이지 모르고, 사원 첨탑이 왜 필요한 것인지 기억하지 못했다. 어쩌면 몰락이란 다른 사람들의 우월성을 보고, 그들을 닮으려고 하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166쪽.쪽

나는 우리를 이곳으로 인도한 길을 생각했다. 모든 것이, 새들이 날아다니는 하얀 성처럼, 갈수록 어두워지는 바위투성이의 비탈과 잠잠하고 어두운 숲의 모습처럼 완벽했다. 몇 년 동안 우연하게 경험했던 많은 것이 지금은 필연이라는 것을, 우리 군대가 성의 하얀 탑에 절대로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호자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다.-219쪽.쪽

처음에 나를 불안하게 했던 내 정체에 관한 질문에 대해 이제는 노련하게 대답했다. "사람이 누구라는 게 뭐가 중요합니까. 중요한 것은 우리가 했던 것과 앞으로 할 것이지요" 라고. 파디샤는 이 문을 통해 내 머리 내부의 서랍으로 들어온 것 같다.-229쪽.쪽

나는 '그'를 사랑했다. 꿈속에서 보았던 속수무책에 슬퍼 보이는 내 모습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 모습의 수치스러움, 분노, 죄책감 그리고 슬픔으로 숨이 막히는 것처럼, 슬퍼하며 죽어가는 야생동물을 보며 부끄러움에 휩싸이는 것처럼, 내 아들의 버릇없는 행동에 화를 내는 것처럼, 바보 같은 혐오감과 바보 같은 기쁨을 통해 내 자신을 아는 것처럼 '그'를 사랑했다! 내가 벌레처럼 손과 팔을 무심히 움직이는 것에 익숙해진 것처럼, 내 머릿속 벽에서 매일 메아리치며 사라지는 내 생각을 아는 것처럼, 가여운 내 몸에서 나오는 독특한 땀 냄새처럼, 생기 없는 머리칼, 못 생긴 입, 연필을 쥐고 있는 내 분홍빛 손에 익숙한 것처럼 그렇게 '그'를 사랑했다.-238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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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
죽음 하나하나가 베이스 캠프다
바람과 안개가 하루에도 열두 번
길을 만들도 또 지우므로 나그네는
모래 위의 낙타뼈와
그보다 몇 걸음 앞에 놓인 사람뼈를 보고
길잡이를 삼는다
그러므로 뼈는 별
죽음 하나하나가 생의 징검다리다
나그네는 마지막 징검다리의 몇 걸음 앞에다 자기 뼈를 남기고
그런 식으로 만 리를 가야
사막을 횡단하는 나그네 하나 생긴다
물방울이 빈도로써 바위를 뚫듯
만인의 징검다리가 길 하나를 뚫었지만
아으, 바람과 안개
다시 만인분의 뼈를 남겨야 사람 하나 횡단시킬 수 있다
아니다 이번엔 사람이 먼저 죽고 낙타가 길을 건넜다
건넌 사람 아무도 없으므로,
사막엔 길이 없다 한없이
뼈는 별

- 김중식, '물방울은 빈도로써 모래를 뚫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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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5-23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군요.
"그러므로 뼈는 별
죽음 하나하나가 생의 징검다리다"

담아가겠습니다~ ^^

302moon 2007-05-23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집을 풀다가 발견했어요. ^^

비로그인 2007-05-24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 !! 어느 곳에서도 좋은 글귀를 수집(?)하는 문님의 부지런함에 박수 한 표 ^^
 

 *완료.

- 대답은 필요없어.

도서관에서 빌린 책.
신간으로 발견했을 때부터, 읽고 싶다 생각을 했지만,
어찌어찌하다 보니 밀렸다가(;), 이제야 집어 들게 된 책.
버스 안에서 단편 하나, 집에 와서 단편 하나 읽기 후.
나름 절묘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러모로 상당히 의미가 큰 단편집이라 생각한다.


밑줄 긋기 등록 완료.
리뷰는 차근차근 준비, 등록 예정.
본격적으로 읽은,(미야베 미유키란 작가는 진작 알았지만)
첫 단편집.
잘 읽혀지는 글은,
자신의 문장 호흡과 가까워서 그런 거라고 한다.
그 공통분모에 근접한 부분을 찾을 수 있는
여러 작가 중 한 사람 리스트에 오른 미야베 미유키.
그녀의 다음 작품으로 '누군가'를 읽을 계획을 세운다.

*진행.

-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갑자기 끌려서 지르려다가,
꾹꾹 눌러 참고, 원래 살 계획이었던
조선지식인의 말하기 노트를 구입했다.
그리고 오늘, 도서관에서 같이 빌렸는데,
내가 좋아하는 시가 삽입되어 있어, 읽는 재미가 2배였다.
더러 내가 느꼈지만,
글로 표현하지 않았던(혹은 못했던)
작가의 사색을 발견할 수 있어 공감했다.
자그마한 소품, 소소한 영상이 좋았다.

- 조선지식인의 말하기 노트.
2분의 1가량.
드문드문 밑줄 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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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은 필요 없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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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나는 좋지 않은 일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며 피해자인 척한 적은 결코 없으니까.
"기모노 차림의 여자 분은 친구십니까?"
"질문은 하나만 한다고 했지?"
나는 훗 하고 웃어버렸다. "그렇군요. 하지만 당신을 위해서 도움을 주고 죄를 무릅쓸 정도로 사이가 좋은 사람인가 해서요."
"친구인걸. 친구란 그런 거잖아?"
"저 같으면 친구에게 그런 일을 부탁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뒤가 켕기는 신세를 지기는 무서우니까요."-125쪽.쪽

‘오리아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서로 양보하여 매듭짓는 일. 타협."
그리고 ‘타협’은 "쌍방이 서로 양보하여 일치점을 찾아 일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알듯 모를 듯한 이 설명 속의 진실은 하나. 어쨌든 어느 쪽도 ‘양보할’줄 모르는 관계라면 ‘타협’은 일절 존재하지 않으며, ‘오리아이’는 나빠질 뿐이다.
…만일 자신이 꺾인다면, 그 순간에 자신이 받치고 있던 세계가 머리 위로 무너져 내릴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두 사람 다 교각이다.
큰 다리는 바싹 붙여서 세우는 법이 아니다. 하지만 위쪽 어딘가에서 인간을 인간계로 내려 보내는 역할을 하는 누군가 씨는 때때로 실수를 범한다. 그 실수가 일으킨 대소동을 츠토무는 철이 들면서부터 죽, 속속들이 관찰해 왔다.
…그 전투의 진창에서 튀는 ‘흙탕’은 거의 어김없이 츠토무 쪽으로 날아왔다.
…충돌이 일어날 대마다 츠토무는 무력한 유엔군 마냥, 두 독재자 사이에서,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화가 나는 것을 느끼며 작은 백기를 흔들고 퇴각했다. …아이들은 모두 어른이 들고 있는 ‘비단 깃발’이 언제나 모조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가짜이기 때문에 더 요란하게 빛이 난다.-134~135쪽.쪽

츠토무는 인간들 중에는 어떻게 해도 공존할 수 없는 타입이 있다는 것을 열두 살이 되어서야 알았다. 그것은 죄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바나나와 밤은 같은 정원에 심을 수가 없으니까.-137쪽.쪽

아무리 생각해도 부자연스럽게 보이는 기계가 들어가 있었다.
그것은 크기도 모양도 딱 성냥갑 2개를 나란히 가로로 늘어놓은 정도의 검은 상자였다. 재질은 플라스틱. 장방형 한쪽 끝에 코드가 두 개 뻗어 있고 그 끝에 악어입 집게가 하나씩 붙어 있다. 그 악어입 집게가 전화기 본체 안에 있는 빨간 코드와 하얀 코드를 각각 물고 있다. 다른 부분은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즉, 이 작고 검은 상자는 악어입 집게 두 개만으로 전화기의 안에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악어입 집게가 무리하게 들어가서 빨간 코드와 하얀 코드를 집고 있는 모양이 왠지 음험하다고 할까―.-147쪽.쪽

전화를 걸어 누군가와 이야기한다. 그래도 정말로 알고 싶은 건 아무리 이야기해도 알 수가 없다. 전화를 끊은 후, 상대방이 전화가 놓여 있는 곳에서 옆에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
하지만 그것을 알게 되는 것은 정말로 무서운 일이다. 진실이 있으니까. 본심이 있으니까. 자칫하면 잔인한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어이, 괜찮아. 상관없어. 바나나와 밤을 같은 정원에 심을 수 없으니까. 떨어져 있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조합도 있는 거야.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은 있어.
태어났을 때부터 따라붙어 다니는 읽기 힘든 희귀한 성처럼.
아무리 연습해도 극복할 수 없는 서투름과 같이.

그래도 알아줬으면 좋겠어. 같은 정원에 심을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내가 쓸쓸해한다는 것을.-169~170쪽.쪽

"현금 서비스인가, 카드 한 장으로 간단히 돈을 인출할 수 있는 시대야. 소액 무담보 신용 대출도 그래. 카드로 간단히 빌릴 수 있지. 머리를 숙일 필요도 없고 수치스러운 기분을 맛보지 않아도 돼. 아, 이렇게 편하게 자기 것이 되는 돈이라면, 처음부터 자기 돈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착각하는 젊은이가 나와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194쪽.쪽

"아까 당신은 오우라 미치에 씨의 짧은 커트머리를 지금 파리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이라고 했지요. 하지만, 그녀가 머리를 자른 것은 어젯밤 오후 아홉 시경의 일입니다. 그전까지는 신문에 나온 사진처럼 긴 머리였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헤어스타일을 바꾼 후 아파트에는 돌아오지 않았죠. 끝내는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건 알겠습니다. 그녀는 돌아오는 길에 육교 위에서 살인자와 만나, 그에게 떠밀려 죽었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이 그녀의 짧은 머리에 관해서 말할 수 있었을까요?"
-204~205쪽.쪽

"…이 여자는 오늘밤 이 시각에 조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남자가 있으면, 그것은 경찰이라고 예측했던 게 아닌가―하고 말이야."

208~210쪽.
과연 도쿄라는 곳은 실재하는 걸까. 그런 것은 이런 종류의 잡지나 텔레비전에서 만들어낸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
젊은이들이 ‘그곳에 가면 누구든 행복해질 수 있다’고 꿈꾸는, 꿈속에서만 존재하는 도시가 아닐까.
…‘도쿄’는 환상이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환상이다.
…어차피 허상이다. 밖에서만 볼 수 있는 움켜잡을 수 없는 도시. 처음부터 어디에도 없는 도시.-208쪽.쪽

요시코가 말한 대로 속기 따위는 이미 구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녹음기 성능은 무서울 만큼 좋아졌고 워드프로세서도 있으니까.
하지만 아직까지도 음성을 자동적으로 문장으로 변환시켜주는 기계는 실용화되어 있지 않고, 되었다고 해도 그것 하나로 온갖 경우에 대응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의심스럽다. 사람 손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이 분명 남아 있는 것이다.
지금은 과도기라고 신지는 생각한다. 시대가 어떻게 발전해 갈지 모르지만, 지금은 분명히 속기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전문가가 아니면 안 되는 일도 있다.-230~231쪽.쪽

"‘둘시네아’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 같은 가게가 아니야. 오히려 당신 같은 사람이 가끔 기분 전환하러 와서 즐기는 가게야. 나는 그럴 마음으로 해 왔어. 가게가 손님을 고르다니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야. 난 어떻게 해서든 마음대로 생겨버린 그 벽을 부수고 싶었어."-242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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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5-23 09:55   좋아요 0 | URL
하하하핫.... '츠토무'
내가 잘 아는 누군가의 이름과 같아서 잠시 너털웃음이...
이 '츠토무'라는 성은 그다지 흔하지 않아서요. (긁적)

302moon 2007-05-23 21:48   좋아요 0 | URL
그렇더라고요- 헷갈리기 쉬운 한자에, 그 발음도 오묘하고 -_-

비로그인 2007-05-24 13:10   좋아요 0 | URL
발음은....촌스럽다고 그 친구에게 대놓고 말한 적도 있는데......(긁적) 하핫...;;;
그러고보니, 저는 그 사람의 예명으로만 불렀지, 실명을 제대로 불러준 적이 없네요.
그러나...이제 와서 실명으로 불러주면 오히려 서운해할 것 같고. 이거 참..(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