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면 그녀는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3
다구치 란디 지음, 김난주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두 번째 접하는 그녀의 소설이다. 콘센트 이후로 무척 오랜만인. 되짚어보니까, 콘센트 리뷰를 아직 올리지 않은 것이 기억났다. 나중에, 다시금 읽고 밑줄 긋기랑 리뷰 등록을 해야겠다.
일단, 단편집이라서 더욱 끌렸다. 표지의 디자인부터 내 타입이었고. (책 내용과 더불어 책의 디자인도 좀 따지는 경향이 있다) 어쨌거나, 구입은 해서 별다른 탈 없이(중도에 그치거나, 버럭버럭 성질을 낸다거나_ 허나, 약간은 짜증을 내긴 했었다.)읽기는 했지만, 아홉 가지 단편은 전체적 평으로 그다지 특이했다거나 환호하는 스타일의 글은 결코 아니었다. 다만, 표제작이랑 몇몇 단편에서 군데군데 담아두고픈 표현(개인적 판단으로)을 발견했다는 정도가 건진 거라고 할까.(건방진 거 알지만, 그렇다고 덮어놓을 수는 없는 법. 좋았다는 인상으로 쉬이 바꿀 수도 없는 법.)또한 간간이,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그 대화가, 소설의 전체(분위기라던가, 의도라던가)를 아우르는 열쇠가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응, 서른이 되기 전에 좀 과감한 행동을 해보고 싶어서.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냥 이대로 눌러앉을 것 같아서 말이지.”]
[“대단하지, 벚나무. 아무 불평 않고 기다렸어. 비가 그치고 꽃이 피기를, 그저 잠자코 기다린 거야. 슬퍼하지도 않고 괴로워하지도 않고, 아니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고 끈질기게 기다리다가, 지금 이렇게 활짝 핀 거겠지.”]

주인공 여자들의 성격에 관해 언급한다면, 그리 주관이 뚜렷한 타입은 아니었다. 그래서 달리 끌리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소 충동적이긴 해도, 결단력 있는 주인공에 이끌린다. 이건 밝음과 어둠의 확연한 구분이 아니다. 밝아서 돋보이는 주인공이 있고, 어두워서 공감하여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드는 주인공이 분명 있다. (스스로는 어두운 주인공에 더욱 빠져들지만)비록 현 상황에 고립되어 있을지라도, 무언가 뒤집을 수 있는 여지를 보여주는 그런 주인공.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저지르고 보는, 그런 주인공을 소설 속에서 만들기도 하고.(-_-)
능동적 대응보다 수동적 대응이 더 많았다는 것이, 내 안의 빈 상자를 채워주지 못했다는, 내게서 섣부른 결론을 끌어내기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차츰 대화에 매료되어 하나하나 몰두하여 다시금 곱씹었던 것은 그래도 아직 단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작가는, 돌을 찾아가는 과정을 사랑이라고 해석하여, 담아내려 노력했다고 전한다.

[각 작품의 주인공들은 불행하지는 않지만 어딘가 채워지지 않는 기분을 안고 살아간다. 그들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휩싸여 있다. 그런 그들에게 '전화'는 갈등의 증폭제인 동시에 해소제이다.] - 책 소개 중에서.
[들리지 않는 소리, 그것을 듣는 작가가 다구치 란디다. 그녀는 잡다한 세상의 소음을 모두 샤우트아웃하고, 그 속에서 특별한 소리만을 뽑아내는 강력한 필터를, 그 펜 끝에 가지고 있다.] - 우스이 유지 (소설가)

 

- 예전에, 책 소개 페이지에서 목차 부분 오타가 있다고 알라딘에 비밀로 건의했는데,

아직 수정이 안 된 듯합니다. 고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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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녘 백합의 뼈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5월
절판


사람들은 같은 장소에 머물 수 없다. 각자의 세월에 이끌려가, 다른 장소에서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101쪽.쪽

악은 모든 것의 근원이다. 선 따위, 어차피 악의 윗물 중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악을 돋보이게 하는, 말하자면 손수건 테두리의 자수 같은 것일 뿐이다. 그렇지 않고는 왜 늘 선이 그렇게 약하고 무르고 덧없는 것인지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
이 세상 모든 것은 거대한 악의 침대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악의 침대는 늘 새로운 피가 필요하고, 그 피를 타고난 자는 어느 시대에나 반드시 존재한다. 악의 존속은 인간의 필연이며, 자연의 섭리에 따라 강하게 운명 지어지는 것이다. 할머니도, 아버지도, 그런 맥락으로 이어지는 흐름 위에 있을 뿐이다.
그러나 와타루는 다르다. 와타루는 윗물의 행복한 한 방울. 그는 밝은 빛 속으로 걸어갈 수 있다.-157쪽.쪽

협박이란 건 상대가 뭔가 가치 있는 걸 갖고 있을 때 성립하는 거지.
-190쪽.쪽

"한 가지 더 충고해 줄까. 아직은 비밀을 떠벌이지 않는 게 좋아. 그 열쇠, 소중히 간직해 둬. 그 가벼운 입과 자기 결점을 떠벌이는 악취미는, 분명 당신의 수명을 단축시킬 거야. 옛날부터 비밀을 빨리 폭로한 등장인물은 그 즉시 사라지는 법이니."-191쪽.쪽

"이런 악마적인 연구는 언제라도 막대한 이익을 낳는 거야. 군부의 오점과 과거의 망령은 정부나 관료에 대한 방어 장치도 되지. 방어 장치는 아무리 많이 모아도 지나치지 않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아무리 쓰레기처럼 보이는 방어 장치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297쪽.쪽

자각하지 못하는 악은 무엇인가. 그녀의 바탕에는 내가 감히 다가갈 수 없는, 깊고 넓은 악의 늪이 펼쳐져 있는 게 아닐까. 그런 늪은 나 같은 사람도 삼켜버리는 게 아닐까.
-300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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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구판절판


문제는 실제적인 자료를 말 그대로 잊는 것이 아니다. 우리 자신의 완결성이나 행복의 느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우리 내부의 어떤 특정한 부분을 잊는 것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많은 자아를 가지고 있지만, 그 모두가 똑같이 ‘나’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17쪽.우리가 그림에서 반기는 것은 제재라기보다는 분위기다. 색과 형태를 통하여 전달되는…
우리는 비망록으로써, 닻으로서 그림을 환영하는 것이다.

-16쪽.쪽

성심성의껏 소외를 시켜놓은 환경에 나 자신의 소외를 풍덩 빠뜨리는 것은 실로 위안이 되었다.-23쪽.쪽

열차야, 나를 너와 함께 데려가다오!
배야, 나를 여기서 몰래 빼내다오!
나를 멀리, 멀리 데려가다오!
이곳의 진흙은 우리 눈물로 만들어졌구나!

_
보들레르.-28쪽.쪽

화면들에 쉬지 않고 나타나는 안내문, 가끔 커서의 초조한 박동을 수반하기도 하는 안내문은 일견 단단하게 굳어버린 듯한 우리의 삶이 얼마나 손쉽게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32~33쪽.쪽

눈은 자신이 보는 것을 머릿속에 있는 지식과 일치시키려 한다. 익숙한 책을 새로운 언어로 판독하려는 것과 같다. 그러는 동안 내내 우리 머리를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다.-35~36쪽.쪽

자신에게 진실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자아의 도덕성을 평가하는 핵심적 기준이라고 한다면, 나는 유혹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이 윤리 시험에서 낙제하고 말았다.
유혹은 나를 둘로 갈라놓았다. 진짜 [알코올]자아와 가짜 [물]자아로.
48쪽.침묵은 어느 쪽으로도 빠져나갈 도리가 없는 고발장이었다.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침묵하면 그것은 상대가 따분한 사람이라는 뜻이 되고, 매력적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침묵하면 구제불능일 정도로 따분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임이 분명해지기 때문이었다.
-47쪽.쪽

나는 두 가지 종류의 거짓말의 차이에 주목하게 되었다. 피하기 위한 거짓말과 사랑받기 위한 거짓말. 유혹 과정의 거짓말은 다른 영역의 거짓말과 매우 다른 면이 있었다.
…사랑받기 위한 거짓말에는 괴상한 가정이 수반된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모든 개인적[따라서 다른 사람과 다른]특징을 비워버려야만 상대의 사랑을 얻을 수 있으며, 자신의 진짜 자아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완벽성과 화해 불가능한 갈등 관계에 있다고[따라서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판단하는 태도다.-60~61쪽.쪽

키스는 모든 것을 바꾸어버린다. 두 살갗이 접촉하게 되면 우리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들어가, 암호화된 말의 교환은 끝이 나고 드디어 이면의 의미들을 인정하게 될 터였다.-65쪽.쪽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가장 위대한 결실과
가장 위대한 기쁨을 수확하는 비결은, 위태롭게 사는 것이다!
너의 도시들을 베수비오 산기슭에다 세우라!

_
니체.-70쪽.쪽

무엇을 먹고 마실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누구와 먹고 마실 것인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친구 없이 식사하는 것은 사자나 늑대의 삶이기 때문이다.

_
에피쿠로스.-96쪽.쪽

모든 독자는 자기 자신의 독자다. 책이란,
그것이 없었다면 독자가 결코 자신에게서
경험하지 못했을 무언가를 분별해낼 수 있도록,
작가가 제공하는 일종의 광학기구일 뿐이다. 따라서
책이 말하는 바를 독자가 자기 자신 속에서 깨달을 때,
그 책은 진실하다고 입증된다.

_
프루스트.-122쪽.쪽

위대한 책의 가치는 우리 자신의 삶에서 경험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나 사람들의 묘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이들을 훨씬 더 잘 묘사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독자가 읽다가 이것이 바로 내가 느꼈지만 말로 표현을 못하던 것이라고 무릎을 쳐야 하는 것이다.-126쪽.쪽

우리의 정신은 새로 조율된 레이더처럼 의식을 떠다니는 대상들을 포착한다. 마치 조용한 방에 라디오를 가져다놓는 것과 같다.-128쪽.쪽

우리는 만화를 보면서 낄낄거리다가 어느새 만화의 권위 비판이 적절하다고 인정하게 된다.-135쪽.쪽

만화도 비극과 마찬가지로 가장 딱하게 느껴지는 인간 조건에서부터 출발한다.-139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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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거리는 음표의 행방.
흐느적거리는 몸의 움직임.
손에 밴 흔적.
흘러내리는 물방울.
미묘한 공기의 흐름.
그리고,
깊어지는 환상.
짜릿한 끝의 감각.

 
*음악을 틀어놓고,
따라서 노래를 흥얼거리다
문득 끼적거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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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료.

- 동물원에 가기.(0516~0518)
이틀에 걸쳐 다 읽었다.
어젯밤 독서 일기를 등록하려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냥 포기하고 책 조금 읽다가, 잤다. -_-;
일단, 더러 웃긴 장면도 발견되었고,
공감하여 끄덕거리다가, 또 흠칫하기도 했다.
어쩐지 강요하는 듯한 표현도 가끔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한껏 접힌 표정으로 구시렁거리면서 읽어나갔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흐뭇한 표정으로 커버를 덮기 가능했다.

- 황혼녘 백합의 뼈.

[0517]

적립금으로 드디어 구입.^^
어젯밤 11시 무렵,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섰는데,
그저께 주문한 게 벌써 도착하여 실로 놀라웠고, 또한 반가웠다.

히히, 밤의 피크닉 이후로 그녀의 소설은 두 번째였는데,
매번 읽으려다가, 번번이 넘길 수밖에 없었다.
기피증이 도진 것이다. -_-
그래도, 이제는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고,
차례차례 섭렵할 계획이다. (웃음)

[0519]

- 황혼녘 백합의 뼈.
2분의 1, 가까워온다.
짤막짤막한 문장, 스토리가 꽤 흥미진진해서
(환상적인 영상이 펼쳐지고, 가끔 섬뜩한 영상이
그 위에 겹쳐지리라 기대했다.)
빠른 속도로 읽게 되었다.
내일쯤이면,
밑줄 긋기랑 리뷰 등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준비가 철저할 경우에-_-)

[0520]
커버를 덮으며, 히죽 웃었다.
오랜만에 나 자신의 페이스, 호흡에 익숙한 소설을 발견했기에.
내내, 긴장(찌릿찌릿한 감각을 동반한 건 아니지만,
나름의 번쩍임과도 같은 긴장이랄까)을 하면서 집중했다.
결말에 가까울수록 복선이 여럿 깔려 있었다.
'와타루'라는 이름을 볼 적마다, 싱글싱글 웃다가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싶어 다시 되짚기를 반복.(-_-)

- 에르미따.
서평단 모집 도서.
지난 독서일기에 깜빡하고 안 집어넣었는데,
편집팀 서재에 서평단 모집 글을 보고,
스토리와 작가의 의도를 확인하고,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무턱대고 신청했었다.
처음으로 신청했고, 덜컥 뽑혀서 다분히 놀랐고,
몇 번 눈을 깜빡거려 확인 거듭 확인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전지적 시점을 택했는데,
스타트의 대사부터 확 끌어들이고 있다는 느낌.
개인적으로, 대사로 시작하는 걸 그리 달가워하지 않음에도,
엄청난 흡입력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부지런히 읽고 메모하고, 6월 6일 날짜를 꼭 지켜
리뷰를 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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