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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teen_포틴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
이시다 이라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04.05.31 , 교보 제 북로그에 올렸던 것입니다.
쭉 올리고 나서, 새로운 리뷰 쓸 예정입니다.
3일 동안 오직 이 책만 붙잡고 교묘하게 빠져들었다. 짧은 문장 안에 담긴 의미를 몇 번이고 곱씹으며. 아직 책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북글로 옮기기, 약간의 흥분과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이제껏 몇 권인가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꽤 많은 성장소설을 읽어 왔지만, 이야기가 여기서 끝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심취해 있었던 소설은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 중에 이 책도 포함되어 있다.
깔끔하고 부드러운 표현과 20년 넘게 나이차이가 나는 십대를 이토록 자연스럽게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놀랐다(나오키 상 수상, 이런 것을 떠나서 다음엔 이보다 더 굉장한 것을 손에 쥐고 우리에게 보일 것만 같다, 나 말고도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나서 잠시 쉬는 동안에도 책을 들춰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으며, 마치 보물상자를 열면 그 안에 더욱 작고 호기심 유발 보물상자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4명의 소년(몸집이 작고, 얼굴의 반을 가리는 검은 테 안경을 쓴 냉정한 성격의 수재 준, 부촌 맨션에 살지만, 반백 머리의 환자 나오토, 가난한 술꾼 아버지와 함께 사는 또래에 비해 월등한 키와 몸무게의 다이, 이들과 유쾌하게 어울리는 스스로를 평범하다 생각하는 중학생 데츠로)이 벌이는 우정에 넘친 유쾌한 사건들. 8편의 연작 단편에서 톡톡 튀는 기발함으로 모험 가득한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들이 곳곳에서 발견되며, 이들은 열린 마음으로 어른의 세계로 비집고 들어가 그 안에서 대결하고, 때로는 어른들을 능가한다.
“그렇지만 밤이 문제야. 너희들은 저 소리가 들리지 않니? 지구가 맹렬한 기세로 자전하면서 하루를 새기는 구릉구릉하는 소리 말이야. 나 저 소리가 정말 무서워.”(조로증에 걸려 벌써부터 머리가 반백이 되고, 섹스 능력마저 잃어버린 "나오토"의 고백)
“내 비밀은 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는 거야. 이대로 좋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거쳐 일류기업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 칭찬을 듣는 그런 인생, 그 어디에 내가 있는 걸까? 주변사람들 모두를 속이며 사는 게 아닐까?”(냉철한 이성의 공부 잘하는 수재 "준"의 고백)
“난 내가 두려워. 미래의 내가 두렵단 말이야. 내가 정말 사랑하는 존재, 그 작은 존재, 내 자식을, 이 손으로 부숴 버릴지도 모를 내가 두려워.”(술주정뱅이 아버지를 죽인 사실과 훗날의 유전적 문제로 괴로워하는 덩치 큰 소년 "다이"의 고백)
“난 변한다는 게 무서워. 다들 조금씩 변하다가, 어느 순간 오늘 여기서 우리가 느꼈던 이 기분을 깡그리 잊어버리는 거. 우리 모두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될 거야.”(음악과 책을 좋아하는 데쓰로의 고백)
작가는 이 소설 안에서 4명의 소년 중 소설을 이끌어 갈 1인칭 시점의 주인공을 "데츠로"로 정했는데, 나의 개인적인 판단에 스스로를 평범하다, 아무리 둘러봐도 특이한 구석이라곤 없다_라고 생각하는 데츠로지만, 남은 3명의 소년이 왠지 믿고 의지할 수 있다고 믿으며, 그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어떤 일을 겪건,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안 될 거야_라는 생각을 접고, 한번 해보자는 도전 정신을 가지면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14살은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을 하기엔 좀 이른 시기, 누가 하라고 시키는 일만 하기엔 뭔가 억울하고, 넘쳐나는 힘을 공부 외에 다른 곳으로 돌려 한껏 즐거울 수 있는 시기, 하지만 어느 정도의 선은 그을 줄 알아야 하는 시기라고 감히 말한다.
문득 나 자신의 14살이 떠올랐고, 좀더 활기가 넘치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쉽다. 또한, 모든 일을 할 때 다소 짜증나는 요소는 멀리멀리 던져버리고, 유쾌함으로 똘똘 뭉친 공이라도 굴리면서 지루한 일상을 견뎌볼까, 다짐을 하며 글을 마친다(=_=;;)
<<"우리 모두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될 거야. 세상에 나가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이런 시절을 무시해버릴지도 몰라. 아무 것도 모르는 꼬마였다고. 지금부터 몇 년이 지나,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으면 오늘을 생각하자. 그때 정말 괜찮은 네 놈이 모여 있었다고, 인생의 최고 좋은 시절에는 자신도 그 그룹에 속했을 정도로 좋았다고.">>
"열 네 살은 하늘이라도 날 수 있어"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