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리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이 분은 내가 오랜 기간 편애해 온 일본의 여성 작가. 문장과 문단은 소설가로서 지닌 능력에 의심이 가게 만든 적이 있지만, 상상력과 동화 분위기를 만드는 소질과,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는 이야기를 세심하게 끌어가는 능력은 정말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조그만 사물에도 관심을 가지며, 순수한 감성으로 많은 교훈을 남겨준다고 나름대로 평가하고 있다;

일단, 암리타는 엄청나게 두꺼운 장편소설이다(;;)그래서 읽는 기간이 상당히 길었던 소설로 기억하고 있다. 이야기 자체는 어려운 게 아니라 오히려 아름답고 흥미롭고 신비감마저 들지만, 왠지 소중하게 조금씩 느껴보려 했다 할까, 아무튼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을 가지고 책을 읽어왔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데서 오는 가슴 속 허무함, 상실감을 딛고 어느 날 문득 찾아든 만남으로 열정을 쏟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가며, 때로는 소중한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그 상처로 인한 슬픔을 꿋꿋이 이겨내고 과거를 돌아보며, 다가올 밝은 미래를 감지하고 세심히 준비하며, 자신의 존재의미를 새로이 찾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주위를 망처럼 둘러싸고, 끝없이 우리를 공격해올지도 모른다. 그 순간에 어떻게 해답을 찾아야하는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냥 무작정 부딪혀보는 거다. 과감히 받아들이고, 순간의 기지를 발휘하며 물리치는 거다. 번번이 피해갈 생각만 해서는 안 되고, 역경을 딛고 보람있는 한 방울의 땀을 흘릴 때, 가슴속에선 찬란한 무엇이 생겨난다. 그렇게 자신감을 키워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으며, 무수한 테마가 둘러싸여 때로는 몽환적이기까지 하지만, 따뜻하게 감싸오는 찰나의 소중한 감각을 그냥 느끼면 될 것 같다. 잔잔한 배경음악이 귓속을 파고들고, 편안하게 일상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쭉 정리하고 나서, 새 리뷰 올리겠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의 정거장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4.03.25

 

 

 

 


위태로운 생, 조각난 삶을 향해 거는 주술

전경린 소설의 테마인 것 같다. 대부분 여성의 목소리, 여성의 삶, 여성적 암시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다. 이 소설집이 아니라도, 전경린 작가 분은 어떤 구실로 상처받아 위태위태한 여성의 모습을 다양하게 그려 왔다.

"전경린의 소설을 읽는 것은 종종 금기의 위반을 향해 온몸을 팽팽하게 긴장시킨 어떤 위태로운 열정에 동참하는 일이 된다"(해설 중에서)

이전의 소설에서는 작가의 의도가 뚜렷하게 부각되진 않았단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은 다른 것 같다. 한국 여성의 삶에 피해갈 수 없는 섹슈얼리티의 문제를 끊임없이 제시하며, 또 갈구하고 점진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가고 있다.

"나의 소설들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여성이, 지극히 완강하고 평범한 삶의 구조 속에서 좀 끔찍하게 피워 올린 찬란한 무지개 같다"(저자의 말)

표제가 된 "물의 정거장"이란 소설은, 그전과 마찬가지로, 가족 결혼이라는 틀 안에서 격하게 몸부림치며, 거부하고, 이른바 일탈의 장을 향해 나아가라는 여성의 움직임을 바탕에 깔아두고 있다. 그들의 내면은 황량하기 이를 데 없으며, 상처받은 몸을 끌어안고 고통에 괴로워하고, 이쪽 삶과 저쪽 삶의 경계선에서 끝없이 갈등하는 듯하다.

"메리고라운드 서커스 여인"과 "부인내실의 철학" 두 단편은 삶의 울타리 안에 갇힌 주인공이 외부 공간을 메운 틀을 부수냐, 부수지 않느냐로 갈라진다. 처음의 소설은 자신의 내면에서 터져 나오는 욕망을 버티지 못하고, 제시하는 길을 따라 방향을 정하는 주인공이, 다음의 소설은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으면서, 결혼이외의 다른 것을 꿈꾸는 주인공의 삶이 있다.

어느 것이 최선책인지는 모르겠으나, 부수든, 부수지 않든 어느 것을 선택한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되어 있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고통까지 수반되어 처절한 몸부림을 칠 뿐이다.

유일한 남성 화자가 등장하는 "바다엔 젖은 가방이 떠다닌다"라는 소설은 결혼 제도에 관해 거부하면서도, 한 여자를 만나 그 여자가 이끄는 매력에 주체할 수 없이 빠져들고, 끊임없이 갈등한다. 열정적이고 모험을 감행해야만 하는 사랑이 주는 쾌락에 순간 헤어 나오지 못하다가, 여러 차례의 심리적 갈등을 겪고, 선을 봐서 만난 여자와 직장 상사와의 관계를 알고 나서, 그들이 주인공의 바깥에서 그를 눈여겨보고 있었고, 방황했다는 것도 눈치채고 있기에 남자는 즐길 수는 있으나, 해소할 수 없는 사랑에 체념하고, 안정적인 결혼을 선택한다.

주인공의 심리묘사 면에서는 제일 끌렸던 소설로 기억한다.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쭉 정리하고 나서, 새 리뷰 올리겠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트레인지 데이스 - 무라카미 류 걸작선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동방미디어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2004.03.25

 

 

 

 


미소수프랑 비슷한 시기에 구입했었는데, 정작 평(;;)은 이제야 쓸 준비가 된 것 같다.

무력감에 빠져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어 끝없이 방황하던 주인공 소리마치는 어느 날 편의점에서 12톤 트럭을 모는 소녀 준코를 만나게 된다. 그녀가 롤플레이를 즐기고, 그것에 꽤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리마치는 즉흥적으로 빨려 들어가듯 그녀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전체적 스토리로는 그저 지루한 시간을 흥미롭게 보낼 수 있는 구실이 될 소설일 것 같았는데, 중반쯤 접어들어 자신들의 정체성 문제로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는 장면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 그 노력을 스크린에 비추듯 뚜렷이 보이고 있었다.

보통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행위라던가 일상 속의 대사 부분은 별 생각 없이 무심코 읽어도, 곧바로 이해 가능하고, 상황 자체를 즐길 수 있었는데, 정체성의 혼란, 존재의식의 문제가 대두되면서부터는 머릿속에 약간의 복잡함도 생겨났고, 한 장을 넘기려면 수없이 되풀이해서 읽어야할 때도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나름대로 생각할 거리가 있어 좋았고, 이런 유의 소설을 즐기는 나로서는 색다른 경험이라고 말을 붙일 수도 있다.

"미소수프"보다는 그나마 시점 선택을 잘한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준코와의 의사소통이 가능했으니까.

절망하는 남자와 의지의 여자로 대비되는 두 사람은 각각 독립된 존재로 그들 나름대로 뚜렷한 특징을 보이며, 내 안에 살아 움직인 것 같다. 나를 끊임없이 소설에 반응하게 조종을 한 것 같다. 뭐, 그 느낌이 썩 나쁜 건 아니다(;;)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쭉 정리하고 나서, 새 리뷰 올리겠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뱀을 밟다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2004.03.26

 

 

이 책에 실린 3가지 단편이 가와카미 히로미님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작품세계를 뚜렷하게 만들어놓은.

"선생님의 가방"을 읽을 때는 그냥 담담하게 웃음 지으면서 읽어 나갔었는데, "뱀을 밟다"는 좀더 심층적으로 뚫고 들어가게 되었다. 일상의 괴이함을 묘사해 놓았는데, 아기자기한 스토리보다는 조금은 기괴하다고 할 수 있는 스토리라던가, 독특한 소재를 택해서인지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표현과, "뱀"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는 서로 독자적이며, 관계없는 것이 아니라, 융합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깔려 있어 이색적이다. 또한, 이른바 이성과 감성의 경계 허물기까지 시도했다고 하니, 그 과감한 도전이 본받을 만한 것 같다.

"사라지다"라는 소설은 일본 설화의 세계에서 소재를 얻어 불가사의한 존재양식을 표현하고 있다. 툭 하면 몸이 사라지는 집안 내력을 가진 주인공 집안과 툭 하면 몸이 줄어드는 집안 내력을 가진 집안과의 결혼에 관한 이야기다. 조금은 어이없고 허무맹랑하다고 얘기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누구나 쓰는 보통의 잘 읽히는 이야기보다는 낯설지만 신비롭고 매력이 있는 이야기가 더 좋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오솔길을 걷다가 4차원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거나, 신기한 모험을 하게 된다거나, 뱀과 얘기하고 싶다거나, 어릴 때 호기심과 상상력을 펼치던 시절이 떠오르고, 그런 생각을 알아차린 듯 주인공들의 손을 잡고 자연스레 현실 너머 환상의 세계로 이끌려 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를테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읽은 아동소설에 나왔던, 거울나라로 떠나는 도깨비처럼.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쭉 정리하고 나서, 새 리뷰 올리겠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V 피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 실린 단편집은 장편소설 "상실의 시대"와는 판이하게 분위기도 다르고, 소설을 읽을 때 떠오르는 생각들도 천차만별일 정도로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상실의 시대"보다는 "TV 피플"이 내 취향과 가까워 더 선호한다.(상실의 시대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냥 개인적인 생각일 뿐;) 나는 연애소설보다는 인간의 본질에 탐구하는 쪽을 더 좋아하고, 평범한 일상만 반복되는 소설보다는 현실을 뛰어넘은 진기한 이야기들을 열광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TV 피플"은 만족 90%쯤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단편집으로 하루키를 좋아하게 되어, "해변의 카프카"가 나오자마자 읽었고, 그 후에 "상실의 시대"까지 손에 쥐게 되었으므로, 내게 이 단편집은 특별한 무엇이다.

 


하루키의 작품을 읽은 후, 가슴 한 구석에서 생겨나는 허무함은 황당한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여기서 끝나는 거야"라고 말할 만큼, 어쩐지 아쉽고, 여운이 길게 남는다는 뜻일 거라 짐작한다.

 


하지만 이 단편집은 그런 허무주의를 지향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인 공포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에 그 전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다른 곳으로의 전환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것. 하루키의 발전 가능성을 전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쭉 정리하고 나서, 새 리뷰 올리겠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