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사라진 나라
후치 마치코 글, 고바 요코 그림, 계일 옮김 / 계수나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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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사라진 나라』
– 지금 우리가 잃고 있는 것들: 산황산이 되묻는 경고

그림책 『나무가 사라진 나라』는 단순한 환경 우화가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조금 더 편리하게’, ‘조금 더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을 포기하고 있는지 묻는다. 책 속 ‘쭈욱 나라’ 사람들은 숲과 더불어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다. 나무 아래서 그늘을 누리고, 열매를 따며 평화롭게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좀더나라 시장’이 나타나 “나무를 베면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설득하면서, 사람들은 하나둘 나무를 베고 숲을 밀어낸다.
그리고 그곳에 소를 키우고 햄버거를 팔생각이었다.

숲을 잃은 결과는 곧바로 드러난다. 비는 쏟아지는데 땅은 물을 머금지 못하고, 도시는 범람한다. 숲을 되살리려 할 때쯤엔 이미 너무 많은 것이 사라져버렸다.

이야기 속 풍경은 지금 고양시 산황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과 겹친다. 산황산은 해발 62m의 낮은 산이지만, 그 안에는 시민들의 오랜 삶과 계절마다 꿈같은 아름다운 순간이 살아 있다. 7월이면 산딸기가 익고, 긴꼬리도마뱀과 고라니가 숲을 지난다. 오색딱다구리는 나무에 집을 짓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하늘보다 더 무성한 잎들이 펼쳐진다. 그러나 지금 이 숲은 ' 골프장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2025년 7월 16일자 경향신문에서 김택근 시인은 이 상황을 “산황산 죽이기”라 표현했다. 이미 11개의 골프장이 존재하는 지역에 또 하나의 골프장을 짓기 위해, 시민들이 수년간 가꾸고 누려온 생활숲이 밀려나는 현실을 지적하며 “숲을 죽이는 일은 생명체들이 죽음에 이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나무가 사라진 나라』는 이 현실을 거울처럼 비춘다. 어른들은 '개발'이라는 말에 익숙해졌지만, 아이들은 이 책을 읽고 이렇게 묻는다. “왜 나무를 베었어요?”, “다시 만들 수 있어요?”
그림책 속 좀더 시장은 고맙게도 빨리 반성하고 마음을 바꾼다. 그러나 현실의 시장은 그렇지 않다.
한번 내련 결정으로.
그리고 그 결정을 취소 안하는 자존심으로 수백 년 함께한 숲이 사라진다.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 희생과 양보는 당연한 것이라는듯.
#고양환경운동연합 에서 강의하신 #조천호 교수님께서 말하셨다.
소수의 이익을 위해 왜 다수가 희생해야 하냐고.
그곳은 누구의 산이 아니라 공공의 것이라고.

산황산의 숲길은 폭신폭신하다. 나무가 잘리고 숲이 사라지고 나면, 다시 숲을 되살리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아니 수백 년.『나무가 사라진 나라』는 단지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니라, 지금 어른들이 들어야 할 현실의 경고다. 개발이 아니라 공존을 선택하는 법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나무가사라진나라
#계수나무
#산황산
#고양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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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7-18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5~60년대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은 모든 산들은 모두 민둥산이었지요.오죽했으면 UN에서도 한국의 산들에 나무가 울창하게 있는 것은 불가능하도 했을 정도니까요.박통이 여러 실정도 많지만 잘한 일들 중의 하나는 바로 산림 녹화사업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한국의 성공적인 산림녹화는 전 세계가 놀랄 일이었다고 하네요.
 
오늘 밤 꿈엔 책가방 속 그림책
최진희 지음 / 계수나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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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고백부터 하자면 나는 페소공포증이 있다. 어릴 때 잘 타던 콩나물 시루 버스도 못타고, 엘리버이터도 사람북적이는 지하철도 식은땀이 나며 심장이 두근거린다.
『오늘 밤 꿈엔』은 북극제비갈매기와 케이지 속 닭을 교차시켜 보여주며, 자유와 구속, 현실과 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갈매기와 날개조차 펼 수 없는 닭은 외형적으로는 전혀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들도 꿈을 꾼다는 것.

좁은 철망에 갇힌 채 살아가는 닭의 삶.
상상할 수도 없고 절망도 사치가 될 것같은 닭의 삶에 공감하자니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그림책은 이 케이지 안의 침묵에 질문을 던진다. 닭이 단지 ‘식재료’가 아닌, 꿈을 꾸는 생명체임을 보여주며, 동물복지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북극제비갈매기라니~~~~
그 꿈을 꾸다니.
작가는 자유로운 새의 이동과 갇힌 동물의 마음을 마치 수수께끼를 풀게하듯 시처럼 노래한다.
낭송하기 딱 좋은.
그러나 마음이 저릿저릿한 책이다.
『오늘 밤 꿈엔』은 아이들에게 동물도 감정과 권리를 지닌 존재임을 알려주는 좋은 출발점이 된다. 말이 많지 않기에 오히려 더 깊이 스며드는 그림책. 이 책은 동물복지를 넘어, 공존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조용한 선언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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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7-17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건주의자들이 육식을 하는 이들을 공격하는 대표적인 포인트가 바로 동물 복지지요.고기를 먹더라도 동물들이 편안하게 살다가 도축되어야 되는데 현재의 농장과 육가공 공장은 더무 동물에게 비인도적이라는 것이지요.그런데 동물복지를 할 경우 아무래도 비용이 올라가니 사업하는 이들 입장에선 그냥 무시해 버리는 것 같습니다.
 
배고픈 고양이 내 손에 그림책
김유미 지음 / 계수나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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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 작가의 그림책 『배고픈 고양이』는 얼핏 보면 단순히 고양이와  생쥐 사이의 유쾌한 줄다리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매우 여러 가지 해석을 불러오는 동화다. 

특히 이 동화의 끝부분이  이는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질서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제시하면서 우리 사회에 새로운 메세지를 던진다.

나는 여기서 기후 변화로 오는 위기와 돌봄 연대로 이 그림책 이야기를 풀어 보려고 한다.

고양이는 처음엔 명확한 목적을 가진다. 생쥐를 ‘먹겠다’. 그것이 고양이의 본능이고, 생존의 방식이었으며, 어쩌면 세상이 허락한 질서였다. 




갑자기 생쥐 집에 들어온 고양이가 너를 먹겠다. 라고 한다면, 이건 주거 무단침입에 강도다. 그리고 먹었다면? 엄청난 범죄가 된다.



 생쥐는 말한다. "날 꼭 먹어야겠니?" 이 질문은 단순한 생존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지금 우리가 소비를 정당화하는 말들, "원래 그래", "먹어도 되는 거야", "내 권리니까"라는 자기합리화의 구조와 닮았다.

생쥐는 ‘부탁’을 한다. "날 먹기 전에, 네 발자국을 지워 줘." "양탄자의 네 털을 치워 줘." "꽃에 물도 줘야 해." 이 부탁들은 고양이에게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하나씩 해내면서 고양이는 새로운 관계 안으로 들어온다.

결국 고양이는 생쥐를 먹지 않는다. 오히려 정원을 가꾸고, 생쥐와 밥을 나눈다. 배고픔은 식탁 위에서 나눔으로 해결되고, 파괴될 뻔한 관계는 협력과 감탄으로 바뀐다.


이 장면은 재난 속 돌봄 공동체의 가능성을 상기시킨다. 폭우와 폭염, 가뭄과 화재로 점점 잦아지는 기후 재난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털을 털어주고, 발자국을 지우고, 마당에 꽃을 심으며 살아야 한다. 그것이 함께 살아남는 방식이다.


얼마 전 고양환경연합에서 #조천호 교수님 강의를 들었다.


기후 변화와 그 위기로 식량 생산량이 줄고 폭염 노출이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오다보니 삶에 있어 불평등이 가중된다.

사람들이 살기 어려워지자 범행이 늘고, 점점 살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것을 해결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식량을 더 생산할까? 어떻게 하면 선풍기를 지원받아 어려운 이들에게 나눠줄까? 보다 함께 돌보고 연대해야 함에 답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기후위기에 대한 강의에서 돌봄과 베품으로 연대한다고? 새로웠다. 결국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연대에 있다는 거다. 


배고픈 고양이의 욕망, 우리의 소비, 우리의 과잉 생산, 우리의 과잉발전. 

누가 그 욕망을 멈추겠는가?


기후위기를 만든 주범 역시 인간의 과잉 욕망이다.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싸게. 우리는 ‘배고픈 고양이’처럼 무엇이든 삼키며 살아왔다. 그러는 사이 생쥐 같은 존재들—자연, 약자, 타자—는 삶의 터전을 잃어왔다.


 연대의 시작은 돌봄이라는 감각.


이 장면은 ‘기후 돌봄(care for climate)’의 감각과도 닮았다. 누군가의 부탁에 귀 기울이고, 눈앞의 불편을 감수하며, 당장 먹지 않고 물을 먼저 주는 선택. 이건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관계 맺기다. 생존 중심에서 ‘살림’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그리고 이 살림의 정점에는 ‘돌봄’이 있다. 함께 살아남기 위한 돌봄의 윤리. 


『배고픈 고양이』는 아이들에게 유쾌한 이야기지만, 동시에 어른들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먹고 있고, 누구를 먹고 있는가?" 그리고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각자가 할수 있는 것으로 나누는 돌봄.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나누는 돌봄. 이 김유미 작가는 돌봄의 정의조차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돌봄의 윤리'가 '생존의 윤리'를 넘어서야 한다고 말한다. 기후위기 속에서 필요한 것은 거대한 기술이 아니라, 작은 집에서의 말 한마디, 한 송이 꽃에 물을 주는 손길, 관계를 회복하는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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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7-14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돌봄의 윤리가 생존의 윤리를 넘어서야 한다는 말 깊게 생각해봐야 할 거 같네요. 좋은 리뷰, 생각 잘 읽었습니다.

하늘바람 2025-07-14 21:16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잘 지내시죠? 오랜만에 서재오니 이렇게 댓글도 주시고 행복하네요

카스피 2025-07-14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치 미국 만화영화 톰과 제리를 연상시키는 동화책인것 같네요.아이들이 읽으면서 넘 좋아할 듯 싶어요^^

하늘바람 2025-07-14 21:18   좋아요 0 | URL
와우 감사합니다
톰과 제리같지만 좀 달라요. 톰과제리는 쫓고쪼기는 속에서 늘 당하는 톰이 나오는데요.
여긴 서로를 위하게 되는 게 있답니다.
그나저나 카스피님 넘 반갑습니다
 
배고픈 고양이 내 손에 그림책
김유미 지음 / 계수나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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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이 서로 돌봄의 친구가 되다니? 이게 가능해?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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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어땠어?
김민지 지음, 김남희 그림 / 계수나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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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어땠어?

가족들의 안부를 물어보며 산다고 생각했지만 속상한 마음, 화나는 마음, 부끄러운 마음을 다 말하지 못했다.
말하지 못해도 가족들 마음을 눈치 채고 알고 있는 이가 있다면? 퀴즈처럼 질문을 하면 어떤 답이 나올까? 과연 답을 맞출 사람은 몇이나 될까?
답은 세탁기다.
가족들이 갈아입은 옷과 양말을 빨아주는 우리집 세탁기는 들리지는 않지만 가족들에게 넌지시 묻는다.
세탁기는 건이에게 묻는다. 오늘 하루 어땠어? 축구를 했는데 한골도 못 넣었어. 유치원생 동생에게는 오늘 하루 재미있게 놓았니? 유치원에서 오줌 쌌어요. 아빠의 양말은 설거지까지 마치고서야 세탁기 안에 들어온다. 하루 종일 엉덩이 붙일 시간도 없었다고 양말은 말한다.
누나의 교복은 수학학원까지 다 끝나고 나서야 들어온다. 누나의 교복은 깜빡 졸다가 버스에서 못 내릴 뻔했다고 한다.
세탁기는 마음을 다 들여다본다.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시간, 세탁기 안에서 모두 흠뻑 젖습니다.
세탁기가 돌아가고, 6단계별로 흔들고, 툭툭 털고, 짜며 옷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맑고 보송보송하게 빨아줍니다.
그림책을 보다가 우리집에 있는 세탁기는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내 마음을 세탁기는 알아줄까? 아이들 속사정까지 세탁기는 알아줄까? 왠지 아닐 듯해서 그림책 속 세탁기를 데려오고 픈 마음까지 듭니다.
가족들의 빨래를 하며 마음까지 빨아주고 보송보송 향기까지 입혀주는 세탁기.
우리집 세탁기가 내 마음을 알아준다면, 마음을 털어준다면 생각만 해도 든든합니다.
세탁기가 물어주는 오늘의 안부.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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