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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준 선물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5
유모토 카즈미 지음, 이선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5년 5월
평점 :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모르기에 어둡기에 누구에게나 죽음은 두렵다. 하지만 죽음을 지켜보거나 남겨진 사람들에게도 죽음은 두렵다. 내것이 아닌 죽음 역시 두렵다는 것이다.
함께 숨쉬고 이야기하던 사람이 이제 곁에 없고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은 두려움이다.
혹 안면만 있거나 평소 자주 이야기를 들어오던 사람의 죽음 역시 가슴이 섬짓해진다.
아이들에게 죽음은 어떻게 다가갈까?
어린 시절 죽음을 상상할 때 항상 죽은 후의 내 모습이 아니라 죽은 뒤의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과연 슬퍼 할까? 혹은 미안해 할까?
확인해 볼 수 없는 궁금증이었다.
하라, 모리, 류는 흔히 볼 수있는 하지만 참으로 예쁜 아이들이다.
어느 날 하라의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하라가 말했다.
"사람이 죽으면 불에 타게 돼. 화장터에서 관이 커다란 아궁이 속으로 빨려드어가면 '쾅'하고 문이 닫혀 . 그리고 한 시간 후에는 뼈가 되는 거야. 모두 다 불에 타고, 하얗고 버석버석한 뼈만 남아. 아주 조금밖에 남지 않았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죽어가면 어떻게 될까?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어서 마지막으로 말을 하고 싶어도 들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 말은 방안에 가득 찬 고이 속을 방황하다가 슬그머니 사라져 버릴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처럼. 죽고 싶지 않아, 괴로워, 아파, 억울해. 행복했어, 그런 모든 말들이.
아이들은 여름방학동안 곧 돌아가실 것같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관찰하기로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빨리 죽지 않았고 처음에는 서먹했다.
죽음을 기다리는 아이들은 저마다 조금씩 할아버지를 위한 생각을 해 내었고 그 마음을 안 할아버지와 친구가 되었다.
쓰레기를 버리려는 모리, 생선회를 가져다 주는 하라, 할아버지 생각을 언제나 하는 류.
할아버지를 미워하는마음을 갖다가도 돌아가셨을 생각에 금세 후회하는 아이들.
아이들과 할아버지는 자연스럽게 친해져서 지혜와 사랑을 배우고 우정이 쌓여간다. 책이 끝나갈 즈음까지 할아버지와 아이들의 우정은 참으로 자연스럽다.
그러나 자는듯 돌아가신 할아버지.
아이들은 애서 슬픔을 누른다.
편안한 얼굴 하지만 자는 것같지 않은 얼굴.
더이상 할아버지는 아이들과 이야기 할 수 없지만 아이들은 만약 할아버지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논리적으로 따기지만 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개구쟁이 아이들이 아무 연고 없는 할아버지의 쾌쾌한 집을 왜 드나들었는지
할아버지의 죽음을 왜 발견하게 되었는지
모리는 경찰아저씨에게 소리쳤다.
"그냥 오고 싶어 왔어요."
왜 사람들은 그냥을 안믿어줄까?
정말 그냥일때도 많은데
나는 책 속 아이들처럼 죽음을 신기해할 나이는아니지만 그래도 죽음은 두렵고 섬짓한 것이다.
아직 만나본적이 없어 더 그러하고 혹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만나게 될까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
하지만 책 속에서 죽음을 두렵고 슬픈 것으로 만 이야기 하지 않았다.
어둡지 않았고 담담해졌다.
슬픈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슬픈 이야기를 감동으로 담담히 전해주기는 어려울 거다.
책 속 아름다운 구절 찾기도 일품이라 곧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을 덮으며 겨울 창밖을 한참 바라보았다.
여름이 준 선물은 겨울인 지금까지도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