回歸
엄마, 너무 답답했어요
선녀 보살이 그랬죠, 나무의 性을 타고났다고
그래요 매년 이맘때
유난히 목구멍에 가래가 우글거리고
정상적이던 폐가 활동을 머뭇거려 어쩔 수가 없던 걸
산란기의 연어 떼가 기억을 거슬러 남대천으로 모여들 듯.
산을 찾아갔죠. 지리산. 그 산의 공기를 다 마시고 오면 그러면
그래요 걱정하셨겠죠. 날씨까지 때를 맞춰 나빠졌으니
산에서도 번개가 치면 나무들 사이로 번쩍번쩍 했으니까
반야봉 중턱부터는 안개와 함께 산을 올랐어요.
누구였을까
뒤에서 부르는 것 같아 여러 번 미끄러진 통에
지리산 바위자욱, 단풍자욱을 두 무릎에 박아 왔죠.
내리는 비로 계곡 물은 신명나게 불어나 나를 반기고
어느 산악인의 식지도 않은 무덤
빛바랜 나뭇잎들이 눈처럼 떨어져 눈을 감았어요
슬슬 기어 나와 눈치를 보는 달팽이
저물어 가는 꽃들이 무더기 진을 치고
난 열심히 발자욱을 찍어 가는데
그들은 온몸으로 산을 지키고 있는 거예요
추웠던 산장, 축축한 침낭
아 그 침낭 속에 마른 낙엽이 구겨져 있었어요
침낭의 산 속에서 길을 잃은 모습으로
엄마 아직 지리산 바위들 사이사이 내 발자욱이 남아 있겠죠
이젠 숨쉬기가 편안해요
1996년 가을
이시로 2002년 겨울 시흥문학상을 탔다. 상금은 얼마안되었는데 뭐 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그냥 좀 창피해했던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