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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는 인물이야기 전집
공선옥·조병준 등 글 | 이지은·이승현 등 그림
각권 60쪽 내외 1세트 | 42만원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 그림책 ‘팥죽할멈과 호랑이’가 2004 라가치상 픽션 부문 우수상을 거머쥐면서 전집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팥죽할멈과 호랑이’가 웅진닷컴에서 35권으로 펴낸 전집 ‘호롱불 옛이야기’ 중 한 권이기 때문이다.
‘마주보는 인물이야기’ 역시 ‘전집은 대강대강 만든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한땀한땀 손바느질을 해 지은 치마저고리처럼 한 권 한 권에 글 작가와 그림 작가, 편집 디자이너의 세밀한 정성이 느껴진다.
40권에 이르는 이 위인전이 돋보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위인으로 선정된 인물의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하다.
뉴턴, 퀴리부인, 헬렌 켈러, 베토벤 같은 ‘고전적인’ 인물들로부터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 언론인 오리아나 팔라치, 가수 존 레넌,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바보 의사’ 장기려, 자연농법을 이룩한 농부 원경선, 음악가 윤이상에 이르기까지 분야별, 시대별 영역을 넓혔다.
둘째는 인물에 대한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엮어낸 내용의 참신함, 튼실함이다. 무조건 어린 시절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거나, 거북한 느낌이 들 만큼 미담 범벅인 기존 위인전의 상투성을 과감히 떨쳐냈다.
덕분에 세종대왕은 소심하면서도 매사에 궁금한 것이 많아 24시간 바빴던 임금님으로, 뉴턴은 무뚝뚝하고 고집스러운 꿍꿍이 과학자로, 가우디는 곰팡이 핀 옷에 먼지 수북이 쌓인 머리를 하고 다닌 거지 건축가로 묘사되며 아이들에게 친근하고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 다가선다.
글작가·그림작가의 개성이 책마다 다르게 묻어난다는 것 역시 이 전집이 지니는 미덕이다. 판소리의 대부 신재효 편을 마치 판소리 한마당을 보듯 신명나는 문체로 이끌어준 저자는 ‘남도’의 소설가 공선옥씨다.
마더 테레사의 전기는 인도 테레사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조병준씨가 조카에게 띄우는 편지 형식으로 생생히 되살려냈다. 외국인을 망라한 그림작가들 또한 다채로운 비주얼을 선보인다. 첫 권부터 마지막 권까지 비슷한 느낌의 그림을 볼 수 없다는 건 이 전집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마음에 걸리는 건 18명의 한국 위인 중에 여성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한 인물의 방대한 삶의 지평을 60페이지 안으로 줄여쓰느라 놓친 대목들도 아쉽다. 그래도 이쯤이면 전집 구입에 들이는 목돈이 아깝진 않을 것 같다.
(김윤덕기자 sio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