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전 오늘 엄청난 비가 왔다. 난생처음 내 방 물이 새서 예복으로 잘 캐켜놓은 원피스가 젖었고 난 다른 예복을 준비했다. 일어나 아침일찍 밥을 먹고 엄마 아빠 보다 먼저 집을 나섰다.
예식장으로 신부화장으로 하러 가는 길.
식장은 구의동이었다.
신혼집을 내가 다니는 회사 근처 구의동에 구했고
신랑이 먼저 들어가 살고 있어 예식장도 그곳에서 했다.
시간이 흘러 그 예식장 이름도 가물가물하다.
집에 차가 없고 택시로 가기엔 비용이 만만치 않아
까치산에서 지하철을 타고 갈아타고 가는데 엄청난 비로 지하철이 구의역까지 못가고 왕십리에서 끊겼다.
학교를 늘 다닌 길이라 몇년을 다닌 길인데 처음이었다.
내려서 택시타고 예식장까지.
눈앞이 안보일 만큼의 폭우.
그날 아침의 기억이다.
화장을 했고 모두 예쁘다고 탤런트 갔다고 해서 진짜인줄로 믿으며 입이 찢어질듯 하기도 했다.
엄청난 폭우를 뚫고 모두 많이 와 주었고 내게 말했다. 비가 그리 내리더니 결혼식시작되자 비가 그치고 해가 떴다고.
맘속으로 생각했었다
내가 해의 여신인데 해도 참석해야지.
결혼식 끝난 뒤에는 언제 비가 왔었냐는듯 맑았다.
막상 식이 거행되면 대부분 식당에 가거나 두런두런 시끄러운데 내 결혼식은 정말 성당에서나 하는 결혼 식처럼 모두 집중했고 숙연했다.
나는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아빠가 울줄 알았는데 엄마가 울었다.
그리고 동네 아줌마들이 울었다.
그래서 나는 그이후 결혼 비디오를 보지 않았다.
왜 운지 알고 보기만 해도 생각만 해도 나도 눈물 난다
하나밖에 없는 딸을 시집보내는 심정.
엄마 아빠는 서로 약속했단다. 울지 말자고.
그래서 두분은 몰래 우신다.
내가 몰래 울듯.
십년동안 좋은 기억. 얼마나 될까
앞으로 더 살면 모르지만 지금 내 상황이 좀 우울해서인지 안좋은 기억만 더 가득하다.
하지만 앞으로 좋은 기억을 만들자고 다짐한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아 나만의 기념일처럼 된 날.
옆구리 찔러 말해도 별 소용 없는 날.
사진이라도 찍자고 말하니 그다지 호응이 없다.
결혼 생활 십년 동안 5살 태은이가 보물로 내게 있다는 것.
마침 오늘은 태은이가 어린이집에서 저녁에 동시발표회가 있는 날이다 그래서 저녁조차 번듯하게 할 상황도 아니지만 지금보다 더 슬프지 않고 속상하지 않은게 아닐까.
오늘 동시 발표를 절대 하지 않겠다는 태은.
그래도 딸이 있어 엄마는 결혼 생활이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구나.
견우직녀 만나는 날처럼 결혼기념일만 되면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