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선수들이 비를 맞으며 연습을 하는 장면을 보았다. 

가끔 축구를 보러가는 우리는 나는 프로축구 사태에 무척 실망을 했다. 경기를 봐도 믿을 수 없겠다 싶었다. 축구 선수의 자살. 사촌동생이 축구를 하고 축구선수를 하기 위해 얼마나 어릴 적부터 애를 쓰고 다방면에 노력을 했었는지 알기에 축구는 내게 그냥 단순한 축구가 아니었다, 

사실 스포츠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도 어느 정도 안다는 게 어딘가 싶을 만큼. 

축구 사태가 벌어지기 얼마전 상암 경기장을 갔었고 서울팀이 이겨서 응원하고 돌아왔었다. 

이제 선뜻 또 가게 될지. 

가야하고 믿어주어야 하고 용기를 주어야 하겠지만 사람 맘이란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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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학교 - 제10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5
전성희 지음, 소윤경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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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서 책에 대해, 작가에 대해 한참 생각나는 그런 책이 있다. 이책도 그런 책이긴 하나 좀 다르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무서움이 몰려왔다. 내 맘을 들킨 기분, 내 말들이 파악되는 기분이란. 쓴 채소를 씹었을 때 그리고 꿀꺽 삼켰을 때의 쓴맛의 여운이 내내 맴도는 기분. 

이책은 문학동네 수상작이고, 상을 받을 만큼 잘 쓴 작품이다, 거기에는 다른 토를 달게 없다. 책도 많이 팔려서 2009년에 초판 인쇄했는데 내가 읽은 책은 2010년 8쇄 책이다. 일년 만에 8쇄라. 몇년 동안 1쇄도 못 파는 책도 있는 출판 불황기에 8쇄는 대단한 것이다.  

또한 거짓말, 진실과 거짓이라는 우리 삶의 물과 공기, 같이 반드시 존재하는 것들을 다룸으로써 수많은 논술 수업의 교재로 사용되었을 수도 있다. 아니 반드시 토론의 대상이 한번 쯤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책을 우리 딸에게 권하지 않을 것이다. 읽으면 뺏어서 어른이 되어 읽으라 할 것이다. 어른이 되어도 30살은 넘어서 읽으라고 할 것이다.  

그럴 만큼 무섭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특수목적 학교 중에 거짓말 학교도 그런 학교다. 

공부도 잘해야하고 섬에 있어 기숙사 생활을 하며 거짓말하는 기술을 가르친다. 국비로 운영되고 대부분 나라의 인재가 된다.  

거짓말을 배우는 학교라. 

설정부터 너무 근사하고 재미나며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런데 읽는 내내 거짓말이라기 보다는 가벼운 심리학 설명서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인애와 나영 두 친구의 등장이 아주 신선하면서 서로 번갈아가며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놓게 하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을 하게 되는데 이야기 속에 빠져든다기 보다 자꾸 내가 작가의 사상에 빠져들게 되어 결국은 속게 되는 느낌마저 드는 것.  

이 작가 거짓말에 대해 정말 연구 많이 했네. 논문을 써도 될 만큼 거짓말 수법이 가지가지다. 해리포터의 마법 학교 못지 않은 갖가기 거짓말과 관련된 학문은 또 어떠한가?

나에게는 거짓말쟁이가 되는 데 큰 걸림돌이 하나 있다. 그건 발각에 대한 두려움이다.-16 p

인애에게는 거짓말쟁이가 됙 어려운 조건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발각의 두려움이 없는 사람도 있나? 시간이 흘러 점점 횟수가 늘면 두려움도 없는 척 하는 거겠지? 그러다 보면 진짜 없어질 수 도 있고. 

거짓말에 반드시 필요한 뻔뻔함과 용기에 박수-21p

거짓말 뉴스에 나온 내용이다.   

 

아빠는 내가 거짓말을 배우는 게 좋아요? 

아니 싫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싫은건 네가 능력없는 부모 만나 제대로 꿈을 이루지 못하는 거야. 

-30p 

주인공 인애는 어려운 가정 사정으로 학비와 숙식을 제공하는 거짓말 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처음에는 거짓말을 가르치는 학교인줄도 몰랐다. 

거짓말에서 배우는 학문은 일반 학문과 달라서 공부하기도 벅찼다. 거짓학, 진실학, 논리학, 심리학. 중학생 아이들이 논리학과 심리학을 배운다고? 고도의 정신 집중력과 이해력이 필요한 학문인데? 이거 너무한 설정아냐? 약간 딴지를 걸다가도 이야기 속에 빠져 들었다. 

인애가 나영에게 접근하는 장면 설명은 정말 압권이다. 우리 모두 인애에게 속았다. 독자역시 속게 만든다. 작가 역시 허구를 지어내니 거짓말쟁이라지만 속은 사람으로 속이 헛헛하다. 

인애는 나영에게 동정을 얻는 수법을 썼다. 솔직하게 자신을 내보여 동정을 얻게 만든 뒤 원하는 것을 얻는 수법. 

수법이라 하면 좀 그렇지만 나역시 그런 수법을 쓴적이 있지 않겠는가? 

작가에게 속고 아니 다시 나에게 속았다.  

절반의 진실은 어떤 상황에 대해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상대가 알고자 하는 진실을 교묘하게 가림으로써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잇는 거짓말이지요.-68p 

진실학 수업에서 나온 내용이다, 음, 마치 논리학 수업을 재미있게 듣는 느낌이 든다. 논리학의 수많은 오류를 이야기 하면서 웃거나 혀를 차지 않았던가? 

다시 작가의 약력으로 돌아가 본다. 생물학을 전공하다가 다시 대학에 들어가 철학 공부? 음 그렇군. 그랬구나 작가의 글쓰기가 이해가 된다. 

 

믿을 만한게 없어 보일지 몰라도 믿음은 있어. 믿음 없이 이 세상은 움직일 수 없지. 특히 사람의 마음은 더 그래. 모든 사람들이 날 보고 거짓말쟁이라 해도 눈군가 한 사람이라도 날 믿어준다면 그것보다 큰 힘이 되는 건 없지. -70 p 

작가가 진실과 거짓에 대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거 였을까? 제발 그러기를 바란다. 

추리하듯 거짓말 학교의 비리를 파헤치고 알고 보니 교장실에 비밀 공간이 있으며 메티스 칩이라는 칩을 넣으려고 하는 교장의 음모. 여기에 걸린 진실학 선생님의 진실.  

진실을 파헤치려다 산산 조각이 나는 아이들의 우정. 

이 속에서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잘 알 수 없었다, 혹 말하려는 게 있다하여도 그것을 말하기에 너무 많은 것이 희생된 느낌. 

산산조각 난 것은 책 속 아이들만의 우정과 믿음이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난 아이들은 대부분 마음 속에 정말? 진실일까? 진짜 일까? 하며 주위 친구를 둘러볼것이라 생각한다. 이야기꾼으로써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지만 작가는 성인 소설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동화작가이며 청소년 소설작가로써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믿음을 흐리며 만들고 의심이ㅏ는 싹을 틔우게 하는 것은 아니라 본다. 

어른인 내가 읽어도 이렇게 주변 사람을 볼 때 두려워 지는데, 

착한 척과 진실한 척에 숨이 막힌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176 p

나는 176p에서 읽은 저글에 무지 공감하고 가슴아프다, 하지만 작가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저걸 언제 느꼈냐고? 아무리 조숙하다 해도 설마 중학생 때 느꼈을까?  

착하고 진실한 척 하는 게 나쁜 것일까?  그것이 척일지언정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믿어주는 건 안되는 걸까? 

마치 열심히 말했는데 연기하지마 라는 말을 들을 때 같은 심정이다. 

마지막까지 인상깊었던 이론이라면 이론이 있는데  

정치가들이 위기에 다쳤을 때 대처하는 7단계 전략-197p 

1단계 - 사태를 전면 부인 

2단계 - 사실은 그러하나 이것은 다른 문제라고 사태를 새롭게 해석 

3단계 - 사실은 그러하나 자신에게는 책이이 없다고 주장. 

4단계 - 이 모든 사태는 이런 경우에는 옳은 일이었으며 최소한 불가피 했다고 주장 

5단계 - 비록 사태에 연루되어 있지만 자신이 원했던 일은 아니라고 주장. 

6단계 - 이 모든 사태는 어쩔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였다고 주장. 

7단계 - 앞단계 모든 사항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면 사죄. 

이건 참 가슴 아픈게 본의 아니게 내가 마치 그렇게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나도 그렇고 그런 사람으로 전략된 것같아서. 참 연구 많이 했구나. 싶다. 정말 박수를, 

푸이스트 법칙 

푸이스트라는 이름의 침팬지는 화해의 동작을 가지고 속임수를 쓰는 방법을 발달시켰다. 이 침팬지는 싸움에서 궁지에 몰리면 종종 싸움을 멈추고 팔을 천천히 앞으로 내민다. 상대방이 그런 모습을 화해의 뜻으로 알고 받아 들이려 팔을 뻗으면 푸이스트는 갑자기 상대방을 붙잡고 다시 공격을 시작한다.- 199p 

사람들의 눈빛과 말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연 느낌의 이책을 나는 언제 머릿속에서 지울 수 있을까?

나한테 혹독하게 말하는 인애 때문에 서러운 것보다 아무도 모를 거라고 믿었던 내 약한 모습을 들킨 부끄러움이 더 컸다. 200p

책을 읽고 나서나는 정말 무서웠다. 나를 들킨 것같고 서로를 믿지 못할 것같고 순수한 아이들이 정말 부모보다 친구밖에 없다고 여길 수 있는 아이들에게 불신으로 그나마를 더 외롭게 할 것같아 무서웠다. 

아이들에게 거론하지 말아야 할 것을 거론한 것이라 본다.  

분명 논술교재로 토론 교재로 쓰일 책이어서 더 무섭다.  

적어도 동화를 쓴다면 이런 이야기는 쓰지 말았으면. 아이들에게 다른 건 뺏아가도 친구를 사람을 못 믿는 마음까지 뺏어가서는 안된다. 이 작가를 알고 만난 적이 있었기에 매우 미안한 감이 든다. 그러나 이런 혹평이 오히려 스포일러가 되어 이 땅에 수많은 청개구리 독자를 자극할지 모른다는 것으로 용서해주길.  

마지막으로

제발 이 책은 어른이 되어서 읽기를. 

그리고 내게선 빨리 지워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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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니 2011-05-28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왜 마지막 말을 했는지..
저도 공감이 갑니다.
나쁜 건 안좋은 건 되도록이면 아주 천천히 늦게 알면 좋겠단 마음...
그런데 참 섬뜩하네요~~

마녀고양이 2011-05-28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책을 사놓고 아직 읽지 못 했는데
읽어봐야겠네요. 음, 굉장히 호기심이 들어요.

저는 아이를 온실 속 화초로 키우는 것은 반대랍니다.
'우리는 10분에 세번 거짓말을 한다' 라는 책이 있을 정도로
만연된 것이 거짓말이죠. 일단 읽어보고 다시 한번 하늘바람님 페이퍼를 읽어야겠어요. 좋은 리뷰입니다. ^^

2011-05-29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30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멘트 속에 튀어나온 꽃들. 노랗거나 하얗거나 작고 이쁜. 

강한 생명력의 그 멋짐. 

잡초랄 수도 있는 꽃들이 요즘 참 예뻐 보인다. 

그런데 매정한 나는 그 중 풍성한 꽃을 보면 덥썩 꺾어 온다. 

물론 한두송이지만 

(미안, 네가 어떻게 피어났는데, 정말 미안) 

집에 가져와서는 두꺼운 책 속에 끼운다. 

며칠 뒤 보면 예쁘게 마른 것도 있고 안 예쁘게 마른 것도 있다. 

이른 바 

압화. 

압화 책을 보며 압화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난 그냥 

되는 대로 책 속에 꽂아 두는데  

작년 가을에는 회사 근처에서 떨어진 낙엽들을 주워 책 속에 끼웠고 

문학상 초대장에 작가 선생님들께 보냈었다. 

아무도 그 나뭇잎의 출처를 이야기하거나 말한 사람은 없다. 

그래서 그 나뭇잎이 좋았는지 반가웠는지 소식을 알리 없지만 

내가 한 잎 한잎 주워서 말렸던 나뭇잎이란 것만 언젠가 알아주실 날 올까 하는 기대만. 

욕심일지도 모르나. 

봄꽃이 이제 조금씩 져간다. 

이처럼 봄이 아쉬워 본 적이 없다. 

곧 다가올 여름을 즐기겠지만 

책 속에 담은 봄을 어느 날 날려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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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데이지 2011-05-26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압화공예를 배워보고 싶더라구요~~책갈피에 끼워둔 꽃은 잘 말려도 꼭 장마철에 곰팡이가 나서...많이 아쉬워서요~~

하늘바람 2011-05-26 21:23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곰팡이 나면 안되는데

순오기 2011-05-27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이 편지에 넣어 보낸 나뭇잎 편지도 기억하고 보관했어요.^^
관심을 갖다 보면 '이름 모를 꽃'이 아니라 그 꽃 이름을 꼭 불러줄 수 있게 되고요.^^

하늘바람 2011-05-27 12:0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님 순오기 언니는 그러실 줄 알았어요.
안그래도 꽃이름이 궁금해져서요. 찾아보고 있어요

마녀고양이 2011-05-28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압화 전시회 갔다가 홀랑 맛이 가서 왔잖아요.
그런데 압화 만들고 작품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장난 아니라네요.
아....... 배우고 싶당~ ^^

하늘바람 2011-06-01 11:23   좋아요 0 | URL
님 잘하시는게 넘 많은데 압화까지 배우시면 넘 부러운데요
그런데 압화가 비용이 많이 드나요?
 
각도조절 다용도 우드 노트북거치대 one hole
뉴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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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거 진짜 멋지네. 편리할 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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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연필 - 2011년 제1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71
신수현 지음, 김성희 그림 / 비룡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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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친구물건을 망가뜨리고 슬쩍? 게다가 일기? 비밀일기장? 선생님의 도장?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 거짓말? 글짓기?  

읽을수록 뭐야? 일기 쓰는 이야기잖아. 평범한, 흔한, 뭐야? 선생님이 일기 검사하네. 등등 흔한 소재를 찾아가며 혀를 끌끌차게 된다. 온갖 흔하디 흔한 소재로 뒤범벅인 이 이야기에 내가 왜 매료되는지 모르면서 읽으내려갔다. 왜지? 왜 읽게 되지?  

내가 내린 답은 그거였다. 흔한데 예상을 깨고 있는 건. 흔하잖아 하면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거였다. 아, 이 작가 이런 부분은 노련하네. 용케 다르게 간단 말야. 

수아의 유리 천사를 깨뜨리고 그걸 몰래 가져간(물론 훔치려 했던 게 아니었기에) 민호는 금세 친구들의 의심을 물리친다. 하지만 선생님의 눈감는 시간.  선생님이 나중에 가방이라도 뒤져 민호한테 깨진 유리천사가 나오고 모든 아이들이 민호를 안좋게 보는 이야기일거야, 라고 생각했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무사히 들키지 않은 것.   

이제 점점 물건에 손대나? 

물론 예상을 또 빗나갔다. 

민호에게 다음날 나타난 것은 빨간 연필. 이거이거 연필 의심스럽네 연필 따라 판타지로 가는 흔한 이야기로군. 또 예상 밖. 

연필은 연필의 용도로 사용되었다. 다만 이른바 마법의 연필이란 것이 다를 뿐.  

빨강 연필은 민호를 글 잘 쓰는 아이로 만들어 주었다. 잘했어요의 빨강 도장이 아니라 늘 반대인 파란 도장만 받는 민호는 빨강 연필의 도움으로 차차 글 잘 쓰는 아이가 된다. 

민호가 쓴 글이 이달의 글에 뽑히고 많은 아이들 옆에서 쓴 글을 읽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글을 적은 것은 민호가 아니라 빨강연필이었다. 빨강 연필은 민호의 바람을 적어내는 연필이었다. 바람 속의 민호는 아빠와 야구를 하고 엄마는 쿠키를 굽는다. 또 일요일에는 주말농장에서 고구마 농사를 짓는다.  

여기에 친구 동철이도 사실이 아니냐고 묻고 민호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 거짓말은 좋아하는 수아에게도 하게 되어 민호는 점점 괴로워진다.     

사실이 아니기에 불어나는 두려움과 외로움과 그 사이에서 쿵쿵거리는 방황들이 재미나다.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으로 아빠와 떨어져 사는 민호는 일기장이 두권이다, 하나는 검사받는 일기장, 또 하나는 비밀 일기장.  

조금 씩 비밀 일기장에게 괴로움을 토로하는 민호. 하지만 진정한 괴로움은 비밀일기장에다가도 솔직하게 털어놓지를 못한다.
진정한 비밀은 마음 속에서 무르익기 때문이다.괴로워하는 민호를 먼저 알아챈 것은 재규다. 재규는 글쓰기 과외를 받고 논술학원에 다니는 아이. 작가가 되고 싶어하고 글을 잘 쓰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다. 재규는 이상하게 생각한다. 

민호는 아무리 과외를 했다해도 제 힘으로 써서 인정받는 재규를 보며 부끄러워한다. 이쯤에서 나는 주인공 민호가 빨강 연필을 버리고 혹은 필통 깊이 간직하고 자신의 연필로 글을  써서 인정 받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 다만 기회를 제공받울 뿐.

빨강 연필은 민호 스스로 버리지 못한다. 그것 역시 주인공의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기에 아쉽다. 경쟁자인 재규의 계획에 의해 소나무 숲에 버려진 것. 전국 글짓기 대회에서 빨강연필을 갖지 못한 민호는 자신이 잘쓰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악착같이 글짓기에 참여한다. 재규와의 다툼으로 손가락에 금이가고 다쳐가면서도 글짓기 대회에 참여한 이유에 그다지 정당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마지막으로 솔직하게 스스로 글을 쓰는 민호를 만날 수 있다.  

민호에게 멋진 소식이 날아든다. 바로 날아라 학교 입학. 날아라 학교는 국비로 지원되는 글쓰기 학교. 과학영재교실 같은 곳인데 바로 전국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타지 않은 민호에게 그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세상은 반드시 상탄 아이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희망 아닌 희망을 던져 준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 본다. 날아라 학교 입학을 진심으로 원하고 노력한 아이는 재규였다.

민호 꿈이 글쓰기 였나? 글을 정말 잘 쓰고 싶어 하는 아이였나? 그렇다고 책을 엄청 좋아하는 아이였나? 엄마 꿈이 작가였었고 책 사는데는 돈을 아끼지 않는 엄마를 두긴 했으나 그렇다고 민호가 정말 글을 잘 쓰고 싶다거나 본인 스스로 작가가 되고 싶어한 아이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세상은 좀 불공평하지 않나? 기회는 좀 못하더라도 정말 하고 싶어하고 간절히 바라는 아이에게 주어지는 것이 정석아닐까? 

정석을 깨는 것이 정답이라면 모를까? 이 부분은 좀 아쉽기도 하고 알쏭달쏭하기도 하다. 


글짓기에 대한 내용이 지배적으로 작용하는 글 속에서 아이들의 글짓기는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진심으로 글을 짓는 것. 그렇게 만드는 방법을 찾고 그렇게 해 주어야 할 것같다. 작가는 진심으로 쓰고 싶은 사람이 써야 하는 거 아닐까 싶어서다.  

이 책 스토리는 논술 학원에서 교재로 쓰기에 딱 알맞은 내용이다. 내게도 빨강연필이 생긴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진부하다면 최고라 자부할 질문에 딱 들어맞는 소재. 바로 유혹의 유혹. 이 유혹과의 싸움에서 주인공은 과감히 유혹을 버리고 자신이 가는 글쓰기도 버린다.  버린 이유는 진정 바라지 않게 때문이다,

그런데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버린 꿈이 자라 이루내는 것이라. 민호의 글쓰는 아이를 길러내는 '날아라 학교'  입학은 정말 글쓰기가 꿈이고 열심히 과외와 학원을 다니며 노력하는 재규와 같은 아이에게 얼마나 절망적일까.

요즘 나는 글이 잘 파악이 안되는 병에 걸렸다. 뭐 이렇게 말하면 그래도 옛날엔 잘 파악했어 라고 위로가 되니 하는 말이지만.  다 읽고 나니 또 궁금증이 찾아왔다. 그런데 왜 빨강 연필이 민호에게 나타난거지? 게다가 그 연필을 주운 다른 아이는 그 연필로 또 어떤 이야기를 쓸까?  허리우드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빨강연필 2를 암시하는 듯한 마무리는 좀 어이없기도 하다. 차라리 알고 보니 그 연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진정 글을 쓴 것은 민호였고 그런 민호의 진심어린 글쓰기가 민호를날아라 학교로 이끌었다는 것이 오히려 정당성이 있어보인다. 

마지막으로 수아도 의문이 남는다. 유리 천사가 왜 수아에게 소중한 거였는지. 수아는 왜 엄마 이야기는 안했는지. 민호 엄마가 놀러오라고 했을때 왜 주춤했는지,  

수아에게는 엄마가 없고 유리천사는 아마도 엄마와 관련된게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그렇게 소중한 물건임에도 그다지 화를 내지 않는 것도 조금 이상하긴 하다. 

쓰다만 느낌의 글이다. 

그럼에도 즐겁게 읽어간 책이어서  내가 이 책의 편집자가 아님에 감사아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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