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뒷산에 올랐다. 사실 몸이 찌뿌둥하니 자꾸 누워만 있으라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데 꾸역꾸역 등산화를 신고 등산바지를 입고 지리산이라도 가듯 옷을 챙겨입고는 물한통 비닐 하나 챙겨들고 길을 나섰다. 

새로운 길. 조금 가니 언덕위에 예쁜 벤치가 있었다. 저기 앉아서 책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있으면 바람이 불겠지. 바람이 불면 잠시 멈춰 하늘을 보겠지.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복겠지. 나도 그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볼지도 몰라. 

올라갈수록 힘이 들었다. 내려갈까. 높지도 않은 산에 컨디션이 안좋아 식은 땀이 났다. 어느 정도 몰라가 새로운 벤치에 앉아 운동하는 사람을 본다. 열심히 운동, 아무것도 하기 싫다. 아무것도.  

나는 그렇게 높지도 않은 곳에서 실갱이를 벌였던듯하다.한심하게. 

아줌마 두분이 뭘 캐기에 쯔를 달려가 뭘 캐세요 라고 물으니 돌나물이란다. 눈이 반짝 빛나는 느낌이나 난 그저 쑥인줄 알았다. 하긴 저번에도 용기내 물은 적있었는데 그때 아줌마가 캔 것은 냉이 였다.   

나도 열심히 돌나물을 뜯었다. 뿌리까지 잘려나온게 꽤 있어서 (솜씨 없는 탓) 그건 집에 가져가 심기로 했다. 집에서 기르는 돌나물(!)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쑥도 아주 조금 캐고 민들레 뿌리 하나를 캐는 데 도전했다. 민들레 뿌리가 몸에 좋아서 수시로캐어 말려 다른 약재와 끓여먹으라는 페이퍼를 언제 본적이 있는데 막상 뿌리가 어찌나 깊은지 조심조심했지만 중간에 잘렸다. 뭐 그래도 만족스럽게 집에 와서 열심히 씻어 말리는 중이다. 

지난번에 심은 쑥갓은 말라 죽어버렸다. 물을 너무 많이 주었나? 그래서 상추 씨를 뿌렸더니 싹이 났다, 상추 싹은 이게 상추 맞나 싶을 정도로 그냥 싹같다. 예전엔 상추 모종을 사다 심어서 몰랐는데 이번엔 좀 관찰하며 길러 봐야지, 비좁은 집에 뭐만 잔뜩 늘어난다고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나는 조금씩 뭔가를 하고 있다. 사실 물고기 한 두어마리도 기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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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1-05-1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에 어머님아버님이랑 시할머니시할아버지 산소에 가서 쑥을 한바구니 뜯어왔습니다 올 가을에 송편할때 어머님이 넣으신다고 해서 정말 열심히 뜯고 씀바귀도 많아서 씀바귀도 뜯어왔습니다, 아버님이 상추쌈드실때 맛나게 드신다고 해서,,
돌나물은 어 머님이 종종 동네에서 뜯어 물김치해드시더라구요, 오이랑 미나리 넣으셔셔,,
맛났었어요, 저도 잘 못하고 어머님이 하시는걸 주로 보는 스타일,
봄에는 냉이캐다 친정엄마 드리면 맛난 국끓이거나 무쳐주시고, 쑥은 부침개도 해주고 개떡도 해주세요, 옆지기가 남자 치고 나물캐고 하는것을 정말 즐기거든요,
친정에 가면 크지 않은 밭에 이것저것 심어서류가 볼 수있어서 정말 좋은데 요즘 엄마가 다리가 많이 아프셔셔 종종 우리가 내려가 농사를 지어야 할것 같아요,,

하늘바람 2011-05-19 11:37   좋아요 0 | URL
씀바귀 음 씀바귀도 함 찾아봐야겠어요 봄이 빨리 가는게 좀 아쉽네요. 우리 옆지기는 전혀 독초일지도 모른다며,ㅎㅎㅎ
돌나물 물김치요? 그건 오래 먹지는 못하겠어요.
어머니 다리가 많이 아프시군여. 그래도 옆지기님이 잘하시니 참 좋아보여요

프레이야 2011-05-19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가꾸고 키우고 정성을 쏟는다는 것 자체가 힘이 될거에요.^^
전 목소리가 아직 별로에요. 그래도 많이 나아졌어요. 곧 다 나을거에요.

하늘바람 2011-05-19 11:40   좋아요 0 | URL
님 목소리가 빨리 낳으셔야 낭송을 하실 수 있으실텐데요 님의 낭송 이야기 정말 멋지거든요

차좋아 2011-05-20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겠다 돌나물. 저 좋아하거든요. 봄나물치곤 향이 없어서 좋아요 ㅎㅎ
민들레는 뿌리체 캐서 잘 싯어서 말리면 돼요. 응달에 말리고 잘 건조시켜 두고두고 드세요. 말리기 전에 찜통에 증기를 살짝 쪼이면 좋고요. 그러면 잘마르고 말리는 도중 상할 염려가 없어져요. 살짝 아주 살짝 데쳐도 됩니다.(왕소금 조금 넣은물)
 
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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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목욕으로 치유할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있긴 하다
하지만 그다지 많다고 할 수 없다.
-실비아 플러스





<내가 20대 그렇게 열광하던 실비아 플러스를 만나고 나는 20대를 회상한다. 고독과 외로움과 열정이 존재하던 때, 많이 아파하고 나이들어 무뎌지길 바라던 그 때. 그떄가 그립구나. 실비아 플러스가 그리운것처럼, 실비아 플러스 시집 어딨더라~>-39쪽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연기를 한다. 잘 지내는 척, 바쁜 척, 부끄럽지 안은 척, 무관심한 척, 그 중의 제일은 쿨한 척이다. 먹어치운 밥그릇 개수만큼 노련해진 우리는 있는 그대로 감정을 노출했다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 참혹한 결과를 잘 알고 있다.



<나이 40이 다 되도록 그걸 몰랐구나. 노련해지지 못한 이의 한심함이여>-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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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체 몇명의 전화를 받은 걸까? 

아침에 고~작가님부터 시작하여 정말 많은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 

네 잘 지내요 그럼요 네네 

그러다 

마지막 전화는 전 유아과장님 

회사에 전화하니 디자인 과장이 그랬단다 

내가 아주 억울한 누명을 쓰고 나갔다고 

어떤 누명이냐 하니 아주 복잡하고 여러가지여서 말로 할수도 없다고 

 ...

... 

그럼 됐다. 

그렇게라도 그렇게 한심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게라도 생각해주면 차라리 되었다. 

회사를 나오는 마지막 날 

세 사람 앞에서 펑펑 울었다. 

"나를 어찌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거 아닙니다. 이 말은 해야겠기에 억울하다고. 정말 억울하다고. 실력이 없는 사람은 떨어져 나갈거라고. 나도 그렇게 평가되어 떨어져 나가면 내가 할말 없다고. 정말 억울한데 그냥 나가면 나 억울해 하는 줄도 모를 것 같다고,"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잠이 아직 안 오는 시간들 

회사 일이 아니어도 아픔이 많은 내 사연에 줄 하나 더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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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해도 괜찮아 - 꼬마 다람쥐 두리 1 사계절 웃는 코끼리 5
강정연 지음, 국지승 그림 / 사계절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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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태권도 띠 안보내줬어? 

엄마 수첩을 넣어주어야지? 

엄마 물통 넣어주라니까?  

엄마 가위 없어. 엄마 장난감 찾아줘,  

어디있지? 

요즘 잔소리쟁이 딸이 날마다 나를 부른다. 

어머 미안해. 깜박했다. 어쩌지? 미안, 담엔 챙길게. 아디 두었더라? 

한때 기억력하면 바로 나 라고 자부할 때도 있었건만 왜 그리 깜박깜박 까마귀 고기를 먹었는지  

가습기에 물넣다가 다른 거 잠깐 한다고 가서는 잊어버리고는 물 철철 넘치는 소리에 아고 하고 달려가고, 세탁기 돌려놓고는 빨래 한걸 잊고는 안 널어서 오래 시간이 흘러 다시 하고 

지갑찾고 어느날은 핸드폰을 손에 쥐고 핸드폰 찾으러 다니고. 

그런 내 모습이 아이에 어떻게 비춰질지는 안봐도 뻔하다. 

아기 다람쥐 두리 엄마 역시 깜빡이 아줌마. 

늘 깜빡깜빡. 두리는 그게 무척 속상하다. 

과자를 굽다가도 태우고 파란 멜빵바지를 어디 두었는지도 모르고. 

우리 엄마는 정말 못말려. 두리가 말한다. 

우리 딸이 몇년 후 그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게다가 친구 엄마랑 비교가 된다니. 두리가 비교한 것은 바로 리본을 좋아해서 주렁주렁 리본을 달고 있는 리본 아줌마인 미미 엄마. 

미미 엄마는 깜박하지 않고 미미를 기다리고 과자를 태우지도 않고 만들어 주고 깜빡하지 않고 미미에 대해서는 모든 걸 기억하는 미미 엄마가 부러운 두리. 게다가 미미가 자꾸 엄마에 대해 놀리자 속상해서 과자도 안 먹고 집으로 가버린다. 

집으로 가자 국자를 들고서는 국자를 찾고 있는 엄마. 

두리 엄마는 호호 하고 웃지만 두리는 아주 속상하다. 

깜박하는 엄마가 맘에 안드는 두리는 쪽지를 남기고 집을 떠난다. 

'기분이 엉망이에요. 그래서 지금은 엄마를 보고 싶지가 않아요. 비밀 기지에서 그림책좀 보다가 돌아올게요.' 

밤나무 숲길 은빛 강가에 두리, 보보, 미미가  함께 만든 비밀 기지가 있다. 

두리는 그곳에서 책도 보고 사탕도 먹다가 잠이 들었다. 

해가 니엿뉘엿 지자 집으로 돌아가려는 두리. 

그런데 집으로 난 숲길이 안보이는 거다. 두리는 점점 무서워하고 있는데 반가운 목소리, 

바로 엄마다, 

두리 엄마에게는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그건 바로 두리의 냄새를 맡는 일. 

다른 건 다 잊어도 두리 냄새는 잊지 않는다는 깜빡이 엄마 두리 엄마. 

무지무지 사랑해서 생기는 특별한 능력,  

두리는 이제 엄마가 깜빡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잊어버린건 두리가 기억하면 되니까. 

이것이 강정연 작가의 힘이 아닌가 싶다. 

이 짧은 이야기에 재미와 주제를 담아 자신만의 독특한 어조로 버무리는 것. 

재미있게 그리고 공감하며 읽었다. 

다만 숙제가 남는다 

깜빡하는 내게 특별한 능력을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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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은이는 영어 알파벳을 18개월에 다 떼었었다. 당시 영어 노래도 몇곡 했지만 지금은 많이 잊어버린듯. 영어 유치원이다, 영어 전집이다 등등 해주려하면 한도 끝도 없는데 그저 우리는 영어 동화책을 많이 읽어주고 카세트와 시디를 많이 들려주는 편. 

지난 토요일 오전에는 유아교육전에서 얻어온 비피 알파벳 포스트를 가위로 오려서 낱말카드 놀이를 했다. 원래 벽에 붙여 있던 건데 다 아는 것 같아 다르게 활용. 

 

처음에는 그림에 맞는 단어를 찾기 게임을 했는데 그담에는 스스로 단어를 먼저 정리한다. 그러고 나서 해당 단어에 맞는 그림을 올려놓기. 

아주 재미있어 했다. 

 정리하는 걸 재미있어 하는 태은이는 엉망진창인 엄마와는 다른 족속인듯하다. 오려진 단어와 그림으로 한참 놀다가 재미없어 지자 새로 낱말카드를 만들기로 했다. 해를 그리고 sun을 쓰고 나무를 그리고 tree를 쓰고 그렇게 내가 써주었는데 태은이가 하겠다고 한다, 그러더니 책을 그리고 book 이라고 스스로 썼다, 

 

한글로 써진 책은 내가 썼는데 사실 그림만 봐서는 책인지 네모인지 사슬인지 알수 없을 것같아서 였다, 다음에 태은이는 문을 그리고 door 라고 썼다. 

  

알파벳이나 한글 쓰기를 억지로 가르치려 하지 않지만 자꾸 보다보니 쓰고 싶어하고 쓰다 보니 알아맞히고 싶어하더라는. 

 

채 한시간도 안 놀았지만 아주 재미있게 놀면서한 영어 단어 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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