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혹은 자전거를 타고 회사를 가는 나는
오늘 아침 친구를 만났다.
사실은 원래 알던 친구가 아니라 초등학교 1~2학년 즈음으로 보이는 여자아이였는데 차를 보더니 살짝피하면서 가는 모습이 걱정스러웠다. 그곳에서 초등학교는 꽤 먼편이다.
태은이가 학교를 가면 참 멀겠구나 생각하던 참에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엇다
어른이 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요즘이다
분명히 엄마에게 나쁜 사람이 말을 걸 수 있으니 조심하라 했을 텐데 아침부터 먼 곳으로 학교를 걸어가는 아이가 피곤할까 싶기도 했다.
"혼자 학교에 가니?"
"네"
"멀지 않니?"
"지름길로 가서 안 멀어요."
"지름길을 아는 구나."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앞서 갔다.
그런데 주책인 나는 그 아이가 어떤 지름길로 갈지 모르나 가는 길이 힘들것같아 눈물이 났다. 물론 태은이와 그 아이가 겹쳐 생각나기도 해서다.
너무 감성적인 엄마는 정말 피곤하다.
한참 가는데 뒤 따라 오던 아이가 말한다.
"우리 계속 같이 가네요?"
알고 보니 아이의 지름길은 내가 가는 길과 같은 것.
사실 지름길도 아니었던 거다.
아이는 내가 어디로 가는 지 몰라 계속 말한다
"우리 계속 같은 길로 가는데요?"
"어 그러네!'
나는 아이에게 여러가지를 묻기 시작했다
몇학년이니?
"이제 3학년이 되어요."
"봄방학은?"
"오늘 해요."
아이는 정말 또박또박 말을 잘했다.
"한반에 몇명이니?"
"30명이요."
"그렇구나. 그럼 남자아이들이 많니? 여자아이들이 많니?"
"남자아이들이 훨씬 많아서요, 남자끼리 짝하는 애들도 많아요."
"그럼 여자 친구랑 짝하고 싶어하곘네."
"그렇지도 않아요."
꼬마 친구는 나랑 이야기하는게 재미있는 것 같았다. 갈래길이 나올 때마다 내게 말했다.
"저는 이리로 가도 학교가 나오고요 쭉 가도 나와요."
"원래는 어떻게 갔는데?"
"이리로요."
나는 아이가 가던길로 갔다. 사실 그 길은 내가 가던 길이기도 했고 나 역시 어느 길로 가도 상관이 없었다.
가면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학학원을 다니고 피아노를 배운 이야기, 영어 과외를 하는데 남자 영어선생님이 스페인에 가서 클라라라는 영어 선생님으로 바꾼 이야기, 그래서 아주 복잡해요 라는 아이의 마음.
"학교가 참 멀구나. 언제부터 학교를 혼자 다녔니?"
"얼마 안되었어요. 이제는 핸드폰이 있어서 엄마가 내 위치를 다 알수 있어서 안심하고 가도 된다고 했어요."
"그럼 학교 도착하면 엄마한테 전화하니?"
"아니요. 학교에선 핸드폰을 꺼야 해요. 학교 끝나면 전화할 수 있어요."
나는 아이에게 몇시까지 가냐고 물었더니 8시 30분까지란다.
당시 시간은 8시 24분이었다.
"그럼 빨리 가야겠네. 늦곘어,"
"좀 늦어도 괜찮아요."
아이는 나와 헤어지기 싫은지 계속 따라오고 싶어했다.
" 얼른 가. 늦으면 안되지. 잘가라."
나는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고 아이는 손을 한번 흔들고는 재빨리 뛰어갔다. 아이 뒷 모습이 아쉬워 보였다.
몇년 후
우리 태은이가 보였다.
우리 태은이도 저렇게 학교에 가겠구나.
곧 초등학생이 되는 친구들을 떠올리며
마음이 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