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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7분 드라마 - 스무 살 김연아, 그 열정과 도전의 기록
김연아 지음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스케이터다. 또래 친구들이 학생이라고 불릴 때 나는 피겨 스케이터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갖고 있었다. 아직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은지 조차 모르는 아이들에 비해 얼마나 행복한 일이냐고. 꿈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독하게 나를 단련해왔는지를 떠올려보면 매 순간 행복할 수 만은 없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부러웠다. 나는 꿈을 갖고 있었지만 꿈을 향해 직선으로 달려가지 못했다. 어쩌면 그것은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고 독하게 나를 단련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후회와 함께 김연아를 새롭게 더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성공스토리는 보통 재미가 있다. 시작은 평범하거나 남루하고 어려움을 겪었으니 당당히. 하지만 김연아의 성공스토리는 좀 다른 느낌이다. 그것은 김연아가 이제 겨우 그래 겨우 20살이기 때문이다. 그 엄청난 성공에 궁금증과 경애심이 함께 일었다.
김연아는 마치 스타 연애인을 보는 느낌이어서 김연아 책 뭐, 그저 그런, 하지만 우리 나라 사람으로써 자랑스러운 정도에 불과했다. 적어도 내겐.
하지만 김연아가 쓴 김연아의 7분 드라마를 읽으며 이 어린 소녀가 쓴 책을 나도 모르게 밑줄을 그으며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나는 잠시 책을 내려 놓은 적도 몇번 된다.
글도 이리 잘 쓸수가. 이리 자신을 잘 채찍질 할 수가 이리 귀여울수가. 이런 아줌마스런 감탄은 이미 식상하다.
못해도 돼. 그게 당연한 거야. 라며 채찍할하는 모습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자신의 부족을 인정한다는 것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무엇보다 포기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자기 자신 아니겠는가.
조금 돌아가더라도 조금 늦더라도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끝까지 가 보는 것. 그리고 그 끝에서 마침내 그토록 꿈꾸던 이을 이루는 것. 그것이 진짜 성공일 것이다.
-150p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하염없이 울던 김연아의 모습에 나도 울었었다. 그 순간을 위해 노력하고 암담한 부상과 싸우고 어이없는 심판 판정을 참아 넘기며 얼마나 얼마나 바랐던 순간이었을까?
내기에 강한 연아. 그래서 멋진 연아. 근사한 승부사.
그는 이제 수많은 사람의 바람을 부담으로 안고 또 한계단 또 하나의 기록을 깰 준비 중이다.
수많은 사람이 두근거리며 텔레비전 앞에서 혹은 쇼윈도우 영상 앞에서 라디오 뉴스에 귀를 기울이겠지. 거기에 나도 있겠지.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나도 지금보다는 더 나를 채찍질하며 살아야지.
지금 이 순간을 어찌해야 하는 이들에게 특히 연아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이 책은 더 없는 당근주스다. 아픈 것만이 휘두르는 것만이 채찍이 아니듯. 조용히 알려주는 채찍과 격려. 그리고 다짐.
지금 이순간도 최선을 다할 연아를 위해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