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을 해 본적이 있나?
어릴때 친구와 딱 한번
사실 싸운게 아니라 싸우는 척.
그러곤 해 본적이 없다.
형제도 없으니싸울 일도 없었고
내가 착해서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아니다.
난 피하고 있었던 거다.
두려웠다.
싸우는 게.
이 문제가 심각한지 나는 몰랐다.
하지만 내가 하려는 일에서는 아주 심각했다.
나는 십대 후반부터 시를 썼고 이십대 초반에는 주변 사람들한테 꽤 인정을 받았었다.
시 속에는 감정만 있지 사건이 없었고 싸울 필요가 없었다
분노는 있었지만 해결을 제시하고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몰랐다
동화를 쓰려니
쓰고 나서 듣는 합평은 늘
에피소드의 나열
사건의 부재.
아~
처음엔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그게 계속 겹치고 몇년을 계속 되니 진이 빠졌다.
그래도 몰랐다.
문제를 피하고 사건을 만들지 않으려는 내 안의 내 맘을
내 소리를.
그리고 사건을 외면하고 없는 척 모른 척하는 비겁함을.
사건의 있은 이야기를 쓰다보면 상상만으로 아프다.
아파서 한동안 아무 일도 못하겠다.
그래서 피하고 만 것일까.
책도 마찬가지다.
바빠서 읽고 픈 책 빌려 놓고 표지만 보다
한페이지 봐야지 하는데 첫 줄붙너 밑줄을 그어야 할 문장이 나왔다.
나무 소녀라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이 전쟁과 관련된지 몰랐고 그냥 제목이 맘에 들어 빌려왔을 뿐이었다.
마야 인의 전통이야기가 나와서 새롭고 재미나게 읽을 뿐이었다,
아름다운 글이 밑줄을 긋게 만들었고 참 좋은 글이다 싶었는데
입을 다물치 못하는 무섭고 끔찍한 전쟁과 잔인한 학살이야기가 나와서 밑줄을 그을 수 없었다.
읽으면서도 힘이 들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나무 소녀는 자신의 비검함을 이야기했고
비겁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나는 내 비겁함 내 삶에 있어서 나 자신의 비겁함을 보았다.
30대 후반을 살면서 그 비겁함을 내가 바꿀 수 있을까
그런 두려움까지 왔다.
내가 나를 깨야 내가 동화를 쓰고 싶고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그 꿈을 이룰 수 있다.
책을 사서 보기로 했다. 이런 류의 제목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게 필요한 듯해서.

내가 내 벽을 깰 수 있는지 아직 자신도 없고 예측도 못하겠다.
그냥 지금은 나무 소녀를 읽고 나서 나도 더이상 비겁하게 나 자신의 이야기에 부딪치지 않으려는 내 성격에 용기를 불어넣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