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을 위한 특별한 판소리 공연이 열립니다.
소리꾼 선생님들과 함께 판소리를 배우고, 고수 장단에 맞춰 흥겹게 따라 부르는 자리입니다. 창비의 책 <판소리와 놀자!>와 ‘재미있다!우리고전’씨리즈를 통해 판소리 다섯 마당을 소개한 야외 전시도 함께 열립니다. 전시를 통해 재미있게 고전을 익히고, 판소리 공연을 통해 우리 전통을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공연 일시: 2006년 5월 5일~14일(파주어린이책잔치 기간)까지 열흘간, 매일 2시부터
장소: 파주출판문화정보단지 (주)창비 건물 뒤뜰


공연 프로그램
◉판소리로 듣는 재미있는 옛이야기
창작 판소리로 옛이야기를 듣는 시간. 재미있는 율동과 함께 ‘수궁가’, ‘흥부전’ 등의 판소리를 옛이야기처럼 들어봅니다.
◉판소리를 배워보자!
추임새, 손장단 넣는 법 등을 함께 배우고, 흥보가, 춘향가 등 판소리 중 유명한 대목을 함께 불러봅니다.
◉다 함께 노래 불러요.
우리 민요를 배우는 시간. 진도 아리랑 등 유명한 우리 민요를 함께 불러봅니다.


출연진
◉김소라
서울대학교 국악과를 졸업했습니다. 경인교육대학과 국립국악원 등 여러 곳에서 판소리와 남도민요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박은정
중앙대학교 국악과 졸업했습니다. 판소리 창작집단 ‘바닥소리’ 정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영기(고수)
송원장단 연구회 서울지부장, 공주국악원대표
◉남경호(고수)
목원대학교 한국음악과 졸업, 송원장단연구회원

공연 시간은 총 40분입니다.
야외 공연으로, 우천시 취소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출연진에 따라 다소 변경될 수 있습니다.
공연 문의: 창비 어린이책출판부 031-955-3333, 031-955-3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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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6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6-04-26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 주신님 정말 감사합니다
 

 
 
 
 
 
 
일본 풍속화와의 비교_김홍도와 샤라쿠
둘다 남성적이지만, 자연주의와 감각주의로 대별

교수신문 2006년 04월 25일   정병모 경주대 이메일 보내기

조선후기에 풍속화가 유행한 것은 조선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중국의 니엔화(年畵), 일본의 우키요에(浮世繪)와 오츠에(大津繪), 베트남의 테트(Tet)화 등 17~19세기?동아시아를 휩쓴 추세였다. 나라마다 약간 차이가 나지만, 풍속화 혹은 민화와 같은 민간 회화가 성행했다. 비슷한 시기 동아시아에 민간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민간의 문화가 발달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청명상하도 ©

중국은 이미 북송 때 수도인 카이펑(開封)의 도시풍속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그린 ‘淸明上河圖’라는 명품을 낳은 전통을 갖고 있다. 명나라 때 구영(仇英, 1494~1552?)이 다시 그린 ‘청명상하도’는 조선에 전래되어 조영석의 풍속화와 정조 때 제작된 ‘城市全圖’에 영향을 주었다. 명대에는 소설의 삽화를 중심으로 풍속화가 발달했다. 그런데 정작 청나라 들어서면서 국가의 기반을 바로 잡는다는 명목으로 퇴폐적인 소설을 탄압하는 바람에 풍속화 제작이 주춤해지고 대신 우리의 민화에 해당하는 니엔화가 유행하게 됐다. 


동아시아 국가 중 풍속화가 가장 발달한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17세기 후반 에도(江戶)를 중심으로 전개된 서민회화인 우키요에가 꽃을 피웠다. 사창가인 遊里의 遊女를 그린 미인와 가부키의 인기 있는 배우를 선전하는 브로마이드 사진과 같은 야쿠샤에(役者繪)가 에도시대(1603~1867)에 인기를 끈 풍속화의 주제다.


도슈사이 샤라쿠(東州齋寫樂, 18세기말 활동)는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호평을 받을 만큼 우키요에를 대표하는 화가다. 한 때 어떤 소설가에 의해 김홍도가 일본에 가서 샤라쿠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는 주장이 화제가 됐으나, 생애와 화풍으로 보아 그가 김홍도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지만 에도시대 최고의 미인상을 그린 우키요에 화가 기타가와 우타마로(喜多川歌?, 1753~1806)가 신윤복에 해당한다면, 샤라쿠는 김홍도에 비견할 수 있다. 우타마로의 작품이 신윤복처럼 여성적이라면, 샤라쿠의 작품은 김홍도처럼 남성적인 면모가 강하기 때문이다.

▲'오타니 오니지가 분한 하복 에도헤이' ©
샤라쿠는 강렬한 필선으로 매우 독특하고 미묘한 성격의 캐릭터를 즐겨 나타내었다. 그의 대표작인 ‘오타니 오니지가 분한 하복 에도헤이’는 금품을 빼앗으려는 악한을 그리고 있다. 음흉한 눈빛과 꾹 다문 입에서 결코 선한 배역이 아니고 목을 앞으로 쭉 내밀고 양손을 활짝 펴고 달려드는 자세에서 긴박한 순간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치카와 에비조가 분장한 다케무라 사다노신’는 가부키 배우의 내면적인 성격을 강하게 표출한 작품이다. 이마에서 미간으로 쏠린 눈썹, 은행잎 모양의 눈에서 발산되는 눈빛, 그리고 굳게 담은 입의 모습에서 강인한 인상을 받는다.


김홍도가 등장인물의 ‘관계’를 극화시켰다면, 샤라쿠는 등장인물의 ‘개성’을 표출하는데 주력했다. 전자가 질박하고 자연스러운 조형을 창출했다면, 후자는 세련되고 정제된 작품세계를 보여줬다. 조선의 사회적이고 자연주의적 미의식과 일본의 개인적이고 감각주의적 미의식이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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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리브르 박재환 대표
등록일 : 2006/04/05
누군가는 꼭 내야 할 책이라면

김성신|출판저널리스트 0183768027@naver.com

'연매출 1000억 원대의 출판사가 나와야 한국 출판이 산다' VS '출판사의 거대기업화와 이로 인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책의 다양성을 해치는 원인이 된다'.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출판계의 이슈다. 사실 출판계 사람 모두가 연매출 1000억 원대의 출판사가나오도록 열심히 기도를 한다고 해서 그런 출판사가 반드시 나오리라는 보장도 없고, 반대로 거대 기업화하려는 출판사의 발목을 잡아 그만큼의 매출을 올리지 못하도록 막을 방도도 없다. 그렇다면 이 논의에 대해 아예 관심을 거둘 것인가? 그것도 그리 옳은 자세가 아니다.

이른바 '출판거대화 찬반논쟁'이라고 명명할 만한 이번 일은 한국 출판의 5년 후를 설계한다는 사뭇 구체적이고도 거대한 논의라고 하지만, 사실 그런 것보다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출판인들에게 '출판이란 무엇인가' '책의 다양성' '지식의 독과점' '단행본의 정체성' '출판자본의 성격' 등등, 어찌 보면 출판학 개론 같은 책에서 언급될 만한 주제들을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 매력이 있다.

출판이란 무엇인가
출판은 때때로 문화 같기도 하고 장사 같기도 하다. 사실 그 점이 모호하기에 출판인이라면 언제나 경계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우리는 항상 우리 스스로에게 '출판은 무엇인가'를 되묻는다. 우리를 제외하고 도대체 어떤 산업이 구성원들에게 이런 방식으로 가장 근본적이고도 고통스러운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가?

그러다 문득 박재환이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에코리브르라는 이름의 간판을 내걸고 책을 낸 지도 벌써 5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이 출판사가 낸 책들은 모두 65권에 이른다. 규모에 비해서는 적지 않은 출간 종수다. 에코리브르의 출간도서목록을 훑어보면서 이렇게 작은 규모의 출판사가 부침없이 한 달에 한 권 꼴로 꼬박꼬박 책을 내온 것이 우선 신기했다. 또 인문, 역사, 사회, 문화, 환경, 경제 등 기획의 방향이 다양함에도 그 깊이와 수준은 일정하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에코리브르의 책은 전반적으로 지식인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기는 하다. 그러나 대중성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 면에서 웬만한 고집으로는 만들기 힘든 도서목록이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줄기차게 펴내는 환경 도서들이 우리 환경운동에 중요한 맥락을 제시하는 그야말로 좋은 책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게 잘 팔리기는 할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오늘은 그가 펴낸 환경 관련서들을 중심으로 그가 생각하는 출판이란 과연 무엇인지 직접 들어보려고 한다.

김성신(이하 김) 안녕하셨습니까?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박재환(이하 박) 춤을 배우느라 열심입니다. 아내와 함께 스포츠 댄스를 배우는데 여간 재미있는 것이 아니에요. 운동도 되고.

김   그래서인지 무척 건강해 보이십니다. 보기 좋습니다. 출판 일을 하신 지 오래되셨지요?
박   출판을 시작한 것이 93년인가 94년이니까 10년이 넘었군요.

김   첫 직장이 디자인하우스였던가요?
박   공식적으로는 디자인하우스가첫 직장이지만 그전에 작은 출판사에 잠깐 근무한 적이 있긴 하지요.

김   일반적인 출판인들에 비해 상당히 늦은 나이로 출판계에 입문하신 셈이지요?
박   35세에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와서 2,3년 있다가 시작했으니까 37, 38세 정도에 출판을 시작한 것이지요.

김   다자인하우스에서 근무하다가동문선 출판사로 옮겼고, 그 다음부터는 직접 출판 경영을 하셨지요?
박   21세기북스 자회사인 이끌리오였지요.

김   그리고 2001년도에 에코리브르를 창립했지요? 에코리브르 창립 첫 책이 『인터넷 심리학』이었던가요?
박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있다』가 한 달 빨랐어요. 그 책이 2001년 6월에 출간되었고 『인터넷 심리학』은 2001년 7월입니다.

김   제 기억으로는 창립 직후부터 그 책들을 포함해 거의 한 달 간격으로 문제작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제가 미리 자료조사를 좀 해봤는데, 창립 첫 해에 나온 책만 7권이더군요. 『패스트푸드의 제국』 『나는 왜 역사가가 되었나』 『거울의 역사』 『독서가 어떻게 나의 인생을 바꾸었나?』 『돈의 감성지수』까지, 이 책들이 모두 창립연도에 출간되었지요? 사회문화사와 인문역사 분야에서 사회적 화두가 될 만한 책들이 2001년에 줄기차게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박   대부분이 이끌리오에서 출간하기 위해 기획했던 책들입니다. 이끌리오를 그만둘 때 그 기획들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하면서 본사의 양해를 구했지요.

김   에코리브르 하면 환경도서가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릅니다. Ecolivre라는 출판사 이름부터가 환경생태학 책들에 대한 출간의지를 담고있는 듯 보이는데, 그런 출판사명에 맞게 중요한 환경 도서들을 여러 권 펴냈지요?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를 비롯해 『회의적 환경주의자』 『요람에서 요람으로』 『아침의 붉은 하늘』을 거쳐 최근에 펴낸 『환경경영리포트』에 이르기까지, 흥미롭게 읽은 환경 도서들의 리스트가 떠오릅니다.환경 관련서로는 세계적인 문제작들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항상 드는 생각이 '이런 책들이 어떻게 이제야 소개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서유럽에서는 이미 수년, 수십 년 전에 출간되어 전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책들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떻습니까? 한국에서 환경 도서들에 대한 반응이.
박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전히 어렵습니다. 환경에 대한 우리의 대중적 인식과 관심은 과거에 비해 크게 증폭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관심이 책을 통해 지식을 축적하는 방향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환경 책이 팔려나가는 부수를 보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00-3000부 팔기도 힘들어요. 때때로 1000부 이하도 있어요.

김   그런 상황에서도 꾸준히 환경 도서들을 기획하는 것은 보통 뚝심이 아니지요. 그런데 좀 세밀하게 보면, 에코리브르의 환경 도서들은 환경이론서 쪽이 많은데요. 일반대중들의 실생활에 밀접한 것이기보다는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쪽이지 않습니까?가령 환경보호의 당위성을 사회학적 측면에서 분석하는 책이거나 통계학적 자료들을 동원하는 책들이 주종을 이루는데, 이런 책들은 환경 문제를 이론적이고 체계적으로 공부하려는 사람들 외에 대중들 입장에서는 어려워 보입니다. 대표적인 책이 『회의적 환경주의자』가 아닌가 싶어요.1068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 책 가격이 무려 5만 원이지요. 이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할인도 많이 안 하더군요. (웃음) 이런 책은 아무리 환경에 관심이 많다고 해도 선뜻 구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환경 도서가 전반적으로 안 팔리는 것이 아니라 에코리브르의 환경 이론서가 일반독자들에게 너무 고압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박   그래도 누군가는 꼭 내야할 책이라는 생각에 기획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출판사들은 잘 안 팔리기로 유명한 환경 도서들을 꾸준히 출간했습니다. 고급 교양도서를 출간해온 기존 출판사들도 간간이 중요한 환경생태 도서들을 출간하면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고, 그 중에서도 그물코 같은 출판사는 굉장한 의지를 가지고 환경 도서만을 줄기차게 출간하고 있지요. 아주 고무적인 일입니다. 같은 출판인 입장에서 존경스럽기도 하고요.
우리 출판사가 내는 환경 도서들을 한번 살펴보십시오. 말씀하신 대로 대체로 환경 이론서들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환경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책이라는 것에 대해선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이 책들은 우리의 환경 생태운동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책들이기도 합니다. 우리 출판 시장의 사이즈를 감안해볼 때 상업적인 이윤이 보장되기 어려운 책들이기는 합니다만, 그렇게 때문에 '내가 지금 내지 않으면 당분간 나오기 어려운 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손해 본 책들을 볼 때 마음이 편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후회하거나 중단할 생각은 없습니다. 출판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저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책들이니까요. 그렇다고 저희가 펴낸 환경 도서들을 아무도 안보는 것은 아닙니다. 환경 도서 출간에는 나름의 경영 노하우가 있지요.

김   그 경영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박   꾸준히 환경 도서를 내다보니 시장 사이즈에 대한 통계가 있습니다. '이 책은 얼마만큼 나가겠구나' 하는 예측이 있다는 것인데요. 대체로 맞아떨어집니다. 때때로 '이 책은 500부만 팔겠다. 그럼 500부에서 손익분기점이 나오도록 하자' 이런 식의 전략을 세웁니다. 그리고 기획 단계부터 그만큼의 분량을 소화하는 데 홍보와 마케팅 전략의 초점을 맞춥니다.

김   에코리브르의 책들이 전반적으로 가격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군요.
박   판매에 욕심을 부려 무리하면 경영 전반에 문제가 생기겠지요. 저희는 절대 무리하지 않으면서 시장의 순리에 맡긴다는 것이 전략이라면 전략이지요. 할 일이 많은데 천천히 가야지요.

김   『회의적 환경주의자』는 구체적으로 어땠습니까?
박   『회의적 환경주의자』는 처음부터 500부만 팔 계획이었습니다. 분량이나 가격 면에서 봤을 때 그 정도면 대성공이라고 봤지요. 지금도 간간이 주문이 오고 결국 예상 판매량을 뛰어 넘었으니 경영상으로는 성공작이지요.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그 책이 매우 논쟁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음에도 생각만큼 쟁점으로 떠오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서유럽에서는 환경 위기론이 60년대부터 시작되었죠. 우리는 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환경에 대한 담론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후 대세를 이루는 논의는 환경 비관론, 나아가 일종의 미래 종말론이었어요. 그런데 『회의적 환경주의자』는 이 논의의 비과학성과 불합리성을 방대한 자료와 통계학적 수치를 통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환경의 실제 상황을 놓고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고 설파했습니다. 환경운동의 목적이 옳다고 해서 비과학과 불합리한 방법론까지 합리화될 수는 없다는 이 책의 경고는 단지 환경운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관 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문제제기는 일시적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적 경각심을 희석시킬 수도 있고, 사명감으로 환경운동을 펼쳐온 사람들의 도덕성과 존재감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는, 그러니까 매우 미묘하면서도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이 책이 던져진 직후에는 반드시 논쟁이 필요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논쟁이 펼쳐지지 않았어요.
내용에 대한 지엽적인 반박문 비슷한 글들만 몇몇 떠돌다가 대중적 시야에서 멀어졌지요.
무척 아쉬운 대목입니다.



환경 문제에 대한 다양한 논쟁 아쉬워
김   저는 그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일종의 충격 같은 것을 받았습니다. 환경에 대한 일반론적인 저의 인식을 송두리째 재검증하게 만들었는데요. 제 생각에도 논쟁이 반드시 필요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논쟁은 누가 이기고 누가 지고 하는 식의 논쟁이 아니라 논의 자체를 제대로 수용하기 위한 과정으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봐야지요. 우리는 아직도 논쟁이라고 하면 승패가 있는 게임으로만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아까 '우리 사회에 이 책이 던져진 직후에는 반드시 논쟁이 필요'했다고 말씀하셨는데, 본격적인 논쟁을 출판사가 직접 기획해보는 방향으로도 검토해 보셨나요? 가령 대학과 연계해서 세미나를 개최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말입니다.
박   여러 가지 방향으로 구상도 하고 시도도 해보았으나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에서 환경 논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어려운 이유가 또 있다고 봅니다.
아직까지 우리가 환경 이론의 생산자이기보다는 서유럽에서 만들어낸 환경 이론의 수용자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김   방금 말씀하신 그런 의미에서라도 에코리브르 같은 출판사는 한국의 환경주의자들이 진보적인 이론을 생산하고 이를 우리 사회에서 검증한 후 전세계적으로 보편화하는 교두보 역할을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에코리브르에서 펴낸 환경운동 관련서의 저자가 외국 저자 일색이었던 것에 조금은 비판적이었는데, 작년 중반기 이후부터는 국내 저자들의 책을 내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안심했습니다.
박   동감합니다. 올해 2월 출간한 『환경경영리포트― 환경이 경쟁력이다』는 환경공학자인 양인목 씨와 환경정책 전문가인 정익철 씨가 참여한 책입니다. 최근 저는 기업의 환경경영 쪽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데, 시작 단계인 우리나라 환경경영의 수준을 가늠하는 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기획한 책이지요. 작년 8월 이병욱, 황금주, 김남규 씨가 공저한 『환경경영― 21세기 신경영 패러다임』을 펴내면서 이 방향으로 책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김   지금까지 에코리브르의 책들이 환경에 대한 개인적인 차원의 각성을 촉구했다면 그 다음은 기업의 환경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겠지요. 기획의 방향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박   어쨌든 우리 환경 운동가들이 생산하는 환경 담론이 전세계 환경운동에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단순한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우리 저자들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려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그만한 수준의 환경 이론이 생산될 수 있을 만큼 우리 사회 전반의 환경 의식과 지식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   그렇죠. 선진국은 돈만 많이 벌어들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겠지요.일반 대중의 문화와 교양과 지식의 수준이 고르게 높아져야 하지요.

주목받지 못했던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김   환경경영이라는 주제 이외에도 환경에 관해서는 여러 방면으로 촉각을 세우고 계시지요? 최근 에코리브르의 환경 책들을 보면 기후나 대기 오염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은 듯 보입니다. 생태학과 생명 다양성 보호 쪽으로도 관심이 높은 것 같고.
박   2005년 5월 출간한 『아침의 붉은 노을』과 2004년 7월에 나온 『대기오염 그 죽음의 그림자』가 그 범주에 해당하는 책이지요. 사실 서울의 대기오염도는 OECD 국가 주요 도시들 가운데 최고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환경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지만 유독 대기오염에 관해서는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대기오염에 대한 언론 보도는 거의 사라졌고, 『대기오염 그 죽음의 그림자』를 출간할 당시 자료를 찾아보니 교재를 제외하고는 대기오염에 관해서 어떤 대중서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관심들이 없는 이유는 대기오염이 개인적인 관심의 대상이라기보다 집단적인 관심의 영역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기오염은 생각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우리의 건강을 해치고 있어요.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의 연구자료를 본 적이 있는데, '서울의 공기가 제주도 정도만 되어도 서울 시민의 평균기대수명이 3년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더군요. 음식을 잘 가려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만이 웰빙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숨쉬는 대기를 맑게 하는 것이 웰빙의 출발이고 기본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기획한 책들이었는데, 역시나 대중적인 관심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다른 환경 도서들에 비해서도 안 팔리더군요. 대중들은 이보다는 '먹거리의 오염'이라든지 독성물질 같이 개인적으로 체감되는 주제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대기오염은 한 개인에게만 폐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다수를 한꺼번에 위협하는 것인데, 이 불특정 다수에 자신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요. 환경 도서 출간해서 부자가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니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이 분야의 책을 계속 펴낼 생각입니다.

김   우리나라의 환경을 위해서도 결코 망해서는 안 되는 출판사가 에코리브르군요. (웃음) 그래도 걱정되니까 환경 도서들을 꾸준히 내되 좀더 대중적인 쪽으로도 기획을 해보시지요. 그런 면에서 그물코 출판사가 좋은 예가 될 텐데요.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이나 『녹색시민 구보씨의 하루』 같은 책들은 분명한 존재 이유와 대중성을 겸비한 책들이지 않습니까? 내용은 물론 좋고,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고, 따라서 가격도 싸고, 이런 요인 때문에 각종 추천도서로도 꾸준히 소개되어 판매도 지속적이고.
박   그 출판사가 좋은 환경서들을 많이 내지요.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그들은 그들이 잘하는 책을 내는 것이고 우리는 또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책을 내는 겁니다. 물론 그물코 출판사에서 나오고 있는 방향의 환경 도서들을 우리가 낼 수도 있지요. 하지만 환경 도서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게 확산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우리가 내고 있는 종류의 이론서들은 우리가 아니면 내기 힘듭니다. 그런 면에서 자긍심 비슷한 것을 느끼면서 책을 기획합니다.

김   생각은 할 수 있으나 실천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출판을 하시는군요. 후배 출판인들이 가슴에 오래 담아두고 되새겨봐야 할 출판 철학인 것 같습니다. 내친 김에 이야기를 한 가지 더 하고 싶습니다. 가령 그물코에서 2003년 말에 낸 『녹색시민 구보씨의 하루』를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국내 작가를 동원해 재구성한 『초록어린이가 발견한 7가지 물건들의 비밀』 같은 책은 기획이 좋지 않습니까? 이런 기획을 그대로 적용해 에코리브르에서 나온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나 박석순의 『살생의 부메랑』 같은 책들을 어린이 책으로 다시 기획해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어린이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운다는 의미도 있고 경영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추천 도서 등으로 선정되어 홍보가 되면 구매로 연결되거나 반응이 확실한 것은 성인물 쪽보다는 아동물 쪽이니까요.
박   좋은 생각입니다. 기획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환경 도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내고 싶은 책이 많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

기사게재 : <기획회의> 172호 만난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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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2011-02-22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공간의 생산(앙리 르페브르)이 근간으로 소개되었다고 지인이 전해주었습니다.
혹시 어떤 분이 번역을 맡으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동아일보]

“코리아에서 만들었다고요?”

서울 올림픽을 1년 앞둔 1987년. 미국의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도나 카렌 뉴욕’ 본사는 발칵 뒤집혔다. 32세의 동양인이 자기네 회사 제품과 똑같이 생긴 핸드백을 들고 불쑥 찾아 왔기 때문이다.

당당한 이 동양인은 한국의 중소 가방업체 ‘시몬느’의 박은관(朴殷寬) 회장이었다.

당시 박 회장은 “이탈리아에서 5주 걸려 만들 물량을 일주일 만에 해낼 수 있다”며 호언장담했다.

도나 카렌 측 사람들은 귀가 솔깃했다.


원가를 줄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케팅팀은 펄쩍 뛰었다.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요? 우리 고객은 ‘메이드 인 이탈리아’ 라벨을 보고 가방 하나에 700달러를 냅니다. 가격은 중요하지 않아요.”

박 회장은 우선 100개만 만들어 고객 반응을 살펴보자고 설득했다.

서울 명동의 핸드백 ‘장인’들이 만든 한국의 핸드백은 뉴욕 고급 백화점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이듬해 도나 카렌은 핸드백 전체 물량의 60%를 시몬느에 맡겼다.

지난해 시몬느는 고급 핸드백 2억5000만 달러(약 2375억 원)어치를 수출했다. 버버리, 코치, 마크제이콥스, 셀린느 등 30여 개 명품회사가 시몬느의 고객이다.

박 회장은 “직원 220명의 핸드백 제조 및 디자인 경력을 모두 합치면 2700년”이라며 “장인 정신으로 세계 최고 핸드백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아시아 첫 명품 핸드백 생산 맡아

“봉제업? 그거 하면 막차 타는 거야.”

1987년 박 회장이 가방 제조업을 하겠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이 말렸다. 그러나 박 회장은 가방 제조업에서 ‘블루 오션’을 봤다.

그는 대학 졸업 후 7년 동안 가방 제조업체에서 해외 영업을 총괄하며 명품의 위력을 실감했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먼저 적장의 목을 베라.’

그래서 회사를 만들고 첫 타깃으로 정한 곳이 미국 최고 디자이너브랜드 도나 카렌이었다. 계획대로 ‘적장’이 넘어오자 랄프 로렌, 캘빈 클라인 등 다른 디자이너들도 먼저 연락해 왔다.

명품 회사가 고급 핸드백 생산을 맡긴 아시아 회사는 시몬느가 처음이었다.

단순 하청생산이 아니라 제조업체가 디자인을 제안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방식을 자청해 주목받았다.

2000년에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명품업계의 ‘큰손’ 루이비통모에에네시(LVMH)그룹이 시몬느를 찾았다. 시몬느는 현재 셀린느, 로에베, 겐조 등 LVMH의 7개 브랜드 가방을 만들고 있다.

“요즘 이탈리아에선 45세 이하 ‘젊은’ 가방 기능장을 찾기 어렵대요. 가방 수요는 급성장하는데 유럽 제조 기반이 흔들리고 있어 생산기지를 아시아에서 찾더군요.”

아시아가 새로운 생산기지로 주목받고 있지만 수천 개의 가방공장 중에서 고급 핸드백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손에 꼽힌다. ‘메이드 인 차이나’ 가방도 알고 보면 시몬느의 중국 현지공장에서 만든 게 많다.

○명품의 조건

“원래 이탈리아는 영국과 프랑스의 하청공장이었어요. 1960년대부터 탄탄한 제조 기반을 바탕으로 정부의 지원과 문화의 상품화로 세계적인 명품이 나온 거죠.”

박 회장은 요즘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만드는 글로벌 패션 회사로 도약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이탈리아처럼 제조 인프라와 문화 파워를 적극적으로 키우면 다음 세대 정도에 세계적인 명품이 나올 수 있을 겁니다. ”

의왕=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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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水巖 > 정겨운 우리말 [90]


앙짜 : 「명」(1) 앳되게 점잔을 빼는 짓. 
         ¶  앙짜를 쓰다.
                        (2) 성질이 깐작깐작하고 암상스러운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  애기라는 아이를 보니 사실 총기가 있어 보이고 예쁘기는 하나 앙짜요 고집이 셀 것 같다. 
                         <염상섭의 "모란꽃 필 때" 에서 >

곱새기다 :「동」남의 말이나 행동 따위를 그 본뜻과는 달리 좋지 않게 해석하거나 잘못 생각하다. 
         ¶ 영감의 말뜻이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은 누가 들어도 환했으나 놈들은 억지로 곱새기며 생트집을 
            잡고 나왔다.                                                                                 
                       < 송기숙의 "자릿골의 바가" 에서 >

        출처 : 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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