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잘 팔리는 책, 얇거나 두껍거나!… [06/04/09]
잘 팔리는 책, 얇거나 두껍거나!… 두가지 모두 마니아 독자층

138g 대 1.95kg.

책도 양극화(?)의 강풍을 받은 탓일까. 신문 한 부 무게(290g)에도 못 미치는 가벼운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고, 한편에선 어지간한 아령 무게인 2kg에 육박하는 두꺼운 책들도 쏟아져 나온다. 보통 300∼400쪽짜리 책 한 권의 무게는 450∼550g 수준. 평균을 이탈해 경량화, 비대화해가는 책들은 성격도 두께만큼 다르다.

100쪽 안팎의 가벼운 책들은 인터넷 지식검색 시대를 맞아 기존 책보다 날렵한 기동성으로 시대의 현안에 대답하려 한다. 반면 1000쪽이 넘는 두툼한 책들은 디지털 데이터가 도저히 지닐 수 없는 ‘책의 물질성’에 승부를 건다. 가벼운 책의 대표 격은 삼성경제연구소가 펴내는 ‘Seri 연구에세이’시리즈. 2002년 펴내기 시작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거의 매주 한 권꼴로 새 책이 나온다. 이번 주에도 49권째인 ‘역사에서 발견한 CEO 언어의 힘’이 출간됐다. 이 시리즈는 내년 2월까지 매주 출간될 책이 이미 확정됐다.

임진택 삼성경제연구소 출판팀장은 “각 분야 전문가가 쉬운 글쓰기를 통해 대중과 만나고 한국사회의 과제에 대안을 제시하는 지식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시리즈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출판팀은 영역을 ‘좁고 깊게’ 잡아 100쪽 기준으로 원고를 받는다. 먼저 내다보는 문제제기가 이 시리즈의 강점. 고령화 사회가 본격적인 이슈가 되기 전에 ‘늙어가는 대한민국’을 펴내는 식이다. 책 주제 공모를 할 때 연구소 싱크탱크가 뒷받침이 되므로 가능한 일이다. 광고를 하지 않는데도 시리즈 중 ‘CEO 칭기스칸’은 1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지난해 나온 최재천 교수의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도 2만1600여 부가 팔렸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223권이 나온 살림지식총서도 100쪽 이내의 얇은 책으로 지식의 쉬운 전달과 기동성을 중시한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이슈가 됐을 때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섰을 때 ‘신용하의 독도이야기’를 펴냈다. 기획부터 출간까지 두어 달에 끝나는 신속함이 장점이다.

반면 헤비급 책들은 한 손으로 들기 힘들 만큼 두꺼운데도 고정 독자가 많다. 단행본 7권을 1080쪽 한 권으로 묶은 ‘나니아 연대기’는 지난해 11월 중순 출간 이후 지금까지 16쇄를 찍고 15만 부가 넘게 팔렸다. 시공주니어 박진희 과장은 “성인용으로 두꺼운 한 권을 만드는 일에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판타지 마니아 독자층이 있어서 승산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1376쪽짜리 ‘히치콕’을 펴낸 을유문화사 정상준 상무는 “책을 여러 권으로 분철하면 특유의 아우라(Aura·흉내낼 수 없는 분위기)가 없어져 한 권으로 냈다”면서 “한 줄도 빼지 않고 완역했기 때문에 원서보다 더 두껍다”고 말했다. 두꺼운 책의 효시는 들녘출판사가 2001년에 낸 768쪽짜리 책 ‘교양’이다. 당시 출판사는 책이 너무 두꺼워 분철하려 했지만 흐름이 끊기는 통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한 권으로 냈다. 이 책은 지금까지 35만 부가 팔렸다.

책이 두툼해지는 것은 얇아지는 책들이 신속한 지식의 전달에 중점을 두는 것과 정반대의 길이다. 장은수 황금가지 대표는 두 경향 모두 인터넷 시대가 가져온 지식환경 변화의 산물이라고 해석했다.

“일본에서는 현안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콤팩트한 책을 신서(新書)라고 부르는데, 인터넷 검색 지식보다 깊으면서도 미디어처럼 발 빠른 대응을 모토로 삼는 책이다. 한국에서는 경제경영서에서 이 같은 경향이 활발한데 곧 인문학, 사회과학 분야로도 확장될 것으로 본다. 반면 두꺼운 책들은 인터넷의 무료 지식으로 해소할 수 없는 앎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무겁고 펴기도 힘들지만 그렇기 때문에 책이고, 특유의 읽는 맛을 지닌다. 요즘은 책 안 읽는 사람은 떨어져 나갔지만 읽는 사람은 더 읽는 시대다. ‘정독’을 요구하는 책을 찾아 읽는 고정 독자층이 이전보다 두꺼워진 셈이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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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우린 언제나 '정직한 전기' 쓸 수 있을까 [06/04/09]
[기획] 국내 전기·평전·자서전의 현주소
제대로 비평·평가해도 문중 등에 뭇매 맞아

교과서에서 배운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큰 바위 얼굴’을 기억하실 것이다. 한 시골 사람들은 마을 저 편 산의 바위를 닮은 큰 인물을 기다린다. 돈 벌어 귀향한 장사꾼과 군인·정치인이 차례로 등장하지만 사람들은 연신 고개를 흔든다. 이때 그 마을을 지켜온 노시인 어니스트야말로 ‘그 사람’으로 칭송받기에 이른다. 전기·자서전·평전(評傳), 한데묶어 인물도서로 분류되는 책들이 다루는 대상이 꼭 큰 바위 얼굴일 필요는 없다. 위인전 식의 과대포장일 필요는 더욱 없다. 동시대 삶을 살아온 장삼이사(張三李四)라도 그 사람과 시대의 진정성만 드러나면 된다. 문제는 출판시장의 큰 영역인 인물도서가 지금까지 국내 출판의 빈칸으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그 배경 분석과 함께 신구간 인물도서 3권의 리뷰를 함께 싣는다.

저자는 인물을 칭송하거나 깎아내리려 하지 않았고, 다만 인물과 시대를 나름의 관점으로 다시 보려 했다. 그런데 책이 나오자 그 인물을 조상으로 둔 문중이 들고일어났다. 문중에 속한 학자들이 반박문을 발표했고 문중 사람 수백 명이 성토대회까지 열었다. 해외 토픽감인 이 이야기는 역사학자 이덕일이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김영사)를 내고 겪은 일이다.

조선의 유학자에 관한 책을 쓰려는 사람은 앞으로 조심할 일이다. 조심할 게 어디 그뿐인가. 육당 최남선 평전을 내고 좌파민족주의자들에게 비판을 받을지도, 그리고 사회주의 운동가 평전을 내며 보수우익인사들에게 찍힐지도 모른다. 평전만의 얘기가 아니다.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쓸라치면 어디까지 밝힐지가 고민되고, 알고 지내던 사람들도 자꾸 걸린다.

주눅든 심리가 문제고, 눈치를 주는 사회 그리고 비판과 평가를 홀대하는 풍토가 더 큰 문제다. 형편이 그러하니 구구한 이야길랑은 누구 말대로 무덤까지 갖고 가는 게 속이 편하다. 아니다. 그래도 자서전을 쓰겠다면 '러셀 자서전'(사회평론)부터 읽자. 어린 시절 유모와 한 방에서 잤던 버트런드 러셀은 유모가 옷 벗는 건 보지 못했다고 술회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프로이트 심리학자들이 나의 이런 경험을 두고 어떻게 해석해도 좋다." 러셀은 자위행위와 성생활에 관해 솔직히 털어놓는가 하면, 잠시 교류했던 작가 D. H. 로렌스에 대해 악평을 서슴지 않고, 친한 친구의 인간적 약점을 꼬집는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평전과 회고록도 출판문화일진대 우리의 그 문화는 척박하기 그지없다. 일제 강점기, 좌우 이념 갈등, 동족 상잔, 민족 분단, 군사쿠데타로 이어진 현대사가 그 문화의 토양이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 관련 도서가 50종 가까이 시판 중이라는 사실은 백범만큼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인물이 없기 때문이 아닐지…. 요컨대 전기와 평전 문화의 성숙도와 그 다양성은 한 사회의 성숙도와 다양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전기에 관한 한 우리는 '아직도 많이 배고프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는 부지기수.

좌옹윤치호문화사업회가 엮은 '윤치호의 생애와 사상'(을유문화사)에서는 개화기 선각자이자 애국인사로서의 윤치호와 만날 수는 있지만, 친일인사로서의 그에 대한 본격적인 해석과 평가는 접하기 힘들다. 차라리 1차 자료라고 할 수 있는 '윤치호 일기'(역사비평사)를 읽는 게 낫다. 무슨무슨 기념사업회에서 내는 전기는 이제 그만 했으면 싶다.

위와 맥락은 크게 다르지만, 최근 화제인 '조영래 평전'(강출판사)은 알려진 대로 조영래변호사추모사업회에서 집필을 의뢰해 시작됐다면 그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추모사업회는 일종의 조영래 아카이브 구축, 즉 조영래 변호사 관련 자료의 수집 정리 보급에 주력하고, 평전은 그런 성과에 바탕을 두어 여러 저자들에 의해 자유롭고 다양하게 시도되는 게 좋지 않을까?

무릇 평전에는 버전(version)이 있을 뿐 딱 한 권의 정전(正典)은 없는 법이다. 한편 평전에 관한 허기를 달래주는 책으로 사회학자이자 문명사가 노베르트 엘리아스의 '모차르트'(문학동네)를 들 수 있다. 한 시대와 사회의 여러 양태가 구조적 제도적 맥락에서 개인의 천재성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걸 잘 보여준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의 '청년 루터'(크리스챤다이제스트)도 압권이다. 루터라는 한 인간의 정체성이 혁명과 반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겪는 부침을 보여주는 정신분석적 전기의 백미다.

이렇듯 좋은 전기는 한 인물의 삶과 시대의 이중주 그 자체다. 그런 고난도 이중주를 위한 작가의 상상력은 집필 중에 피워 문 담배 갑의 숫자에 비례하는 '골방과 우연의 상상력'이 아니다. 조사하고 또 조사하는 발품과 공감하면서도 거리를 두려는 균형 의지에서 나오는 '정직한 상상력'이다. 그런 상상력의 작동을 방해하는 갖은 외적 조건과 맞서야 하는 미래의 전기 작가들의 노고에 미리 경의를! 그런 한국문화의 '빈칸' 전기 작가의 양성에 관심을 가질 출판사들에 미리 격려를!


(표정훈 출판평론가) = 중앙일보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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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돌 던지는 아이 중앙창작동화 1
고정욱 지음, 박지훈 그림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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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장애인이라고 한다.
그들은 일반 사람과 똑같은 대우를 받고 싶어 하고 남의 도움보다는 그들의 힘으로 살아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그들 힘으로 살기에는 여기저기 너무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만든 곳이 많다. 보도블록의 높이. 버스의 높은 승강장. 알아보기 힘든 점자표시.
일반인 차가 곽들어찬 장애인 주자장.
그리고 그들의 자리에 그들이 들어서면 우리는 얼굴을 찡그린다.
이것이 장애인 뿐아니라 장애인가족가지 불편하게 만드는 우리의 사회 모습이다.
이 책은 한 시각 장애인이 그의 가족과 함께 시골에 내려와 사는 이야기이다.
마을사람들은 마치 전염병자가 들어온 것처럼 그들의 마을에 머무는 것을 반대한다.
좀더 많은 불합리를 우리는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
장애인은 전염병처럼 옮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그런 사회적 불합리와 함께 아이와 어른들의 오해라는 소재까지 다루었다.
개인적으로 이책은 내용보다 그림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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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창비아동문고 219
유은실 지음, 권사우 그림 / 창비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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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삐삐는 나의 모든 것이었다.

삐삐 방영시간을 기다렸고 너무 재미있어 누가 불러도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책을 구하고서는 읽고 또 읽어서 책장이 닮고 닮다가 이사하던 어느 날

미처 못챙겨 사라진 걸 알자 얼마나 속상했었는지 그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린드그랜이란 유명한 작가 이름이 떠억하니 표지에 쓰인 이책을 보고는

단숨에 읽어버릴 수밖에 없었는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작가 소개를 몇번이고 다시 읽었다.


헌 책방에서 구입한 린드그랜 선생님의 책 40권이 보물1호라?


책 속에는 작가의 어린시절로 짐작되는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

혹 그러게 언니가 작가일지도 모른다.


주인공을 이해해주는 어른.


아 난 한권도 없는데


어릴적 느낀 실망감이 다시 찾아왔다.


책 속에는 정말 착하고 깨물어 주고 싶은 아이가 나온다.


특이한 아이도 아니다.


그런 아이는 우리 주위에 어디서든지 만날 수 있을것 같다.


그러나 그 아이의 생각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너무나 따뜻하고 예뻐서

내가 린드그랜 선생님이 되어 답장을 써 주고 싶을 정도다.


이 책을 읽고 나도 비오는 날 장화를 신고 퐁당 거리고 싶고

 

친구에게 물박수를 치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혼자서 헌책방을 뒤져보고 싶은 마음까지도.


현대 어린이 동화에는 늘 문제점이 제기되고 가깝한 마음이 찾아왔는데

이 책 속의 현실이 밝고 탄탄대로가 아님에도 웃음이 나오고

주인공 여자아이의 마음을 손바닥으로 쓸어주고 싶다.


나쁜 어린이표를 읽고 황선미선생님의 팬이 된것처럼

나는 이 동화를 읽고 유은실 선생님의 팬이 되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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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14
필리파 피어스 지음, 수잔 아인칙 그림, 김석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명작을 읽을 때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꽤 길고 장황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명작을 읽는 까닭은 마지막 책장을 넘길때의 그 희열. 그리고 다른 작품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탄이 아닐까?

톰은 동생의 홍역이 전염되는 것을 피해 원치 않는 이모집에 가 있게 된다. 그곳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톰.이모 집 현관에는 시계가 있다. 고장난 시계. 시계는 어느 날 있지도 않는 시간 13시를 친다. 존재하지 않는 13시. 그 시간은 톰에게 다른 세상으로 안내하는 시간이다.
중간중간 지루하다고 생가하며 한두장 대충 흘려읽었음을 먼저 후회한다.
그 후회는 이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책을 닫았을때였다.
재미있는 판타지를 읽고 나면 우선 주위를 돌아보게 된다.
해리포터가 그랬다. 모모가 그랬다. 진지한씨와 유령이야기도 그랬다.
주위에 혹시 정말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이 연결된 것은 아닌지 내 주위 사람이 혹시 하는 마음으로 한동안 들떠 지내게 된다.
톰은 과거 어느 시간의 정원으로 간 것 같다. 지금은 다세대 주택으로 사라졌지만 그 옛날의 정원을 밤마다 톰의 정원이 되고 그곳에서 만난 소녀 해티의 정원이다.
그러나 해티는 과거의 사람이 아니다. 현재 가장 가까이에 살고 있었던 주인집 할머니였던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간 과거가 아니고 꿈으로 날아간 미래가 아니라 공존하는 시간 속에서 살을 부대끼며 만난 경험들이기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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