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금산> -이성복 , 에필로그 글 가운데서


처음 당신을 알게 된 게 언제부터였던가요. 이젠 기억조차 까마득하군요. 당신을 처음 알았을 때, 당신이라는 분이 세상에 계시는 것만 해도 얼마나 즐거웠는지요. 여러 날 밤잠을 설치며 당신에게 드리는 긴 편지를 썼지요.

처음 당신이나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전갈이 왔을 때,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득히 밀려오는 기쁨에 온몸이 떨립니다. 당신은 나의 눈이었고, 나의 눈속에서 당신은 푸른빛 도는 날개를 곧추 세우며 막 솟아올랐습니다.

그래요. 그때만큼 지금 내 가슴은 뜨겁지 않아요. 오랜 세월, 당신을 사랑하기에 내가 얼마나 허술한 사내인가를 뼈저리게 알았고, 당신의 사랑에 값할만큼 미더운 사내가되고싶어 몸부림했지요. 그리하여 어느덧 당신은 내게 '사랑하는 '분이 아니라, '사랑해야 할'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젠 아시겠지요. 왜 내가 자꾸만 당신을 떠나려 하는지를. 사랑의 의무는 사랑의 소실에 다름아니며, 사랑의 습관은 사랑의 모독일 테지요. 오, 아름다운 당신, 나날이 나는 잔인한 사랑의 습관속에서 당신의 푸른 깃털을 도려내고 있어요.

다시 한번 당신이 한껏 날개를 치며 솟아오르는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내가 당신을 떠남으로써만......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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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6-03-11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시절 그의 시집을 가슴에 품고 교정을 오르내리던 기억이 나는군요. 지금은 시를 잊은 지 오래.

하늘바람 2006-03-13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 집님 네 님 그러셨을줄 알았습니다. 아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네요.
 

사랑은

               채호기

사랑은 그렇게 왔다.
얼음 녹는 개울의 바위틈으로
어린 물고기가 재빠르게 파고들 듯이
사랑은 그렇게 왔다.
  
    알 수 없는 차가움이
    눈을 투명하게 한다.

사랑은 그렇게 왔다.
발가벗은 햇빛이 발가벗은
물에 달라붙듯이
사랑은 그렇게 왔다.

   수양버드나무의 그늘이 차양처럼
   물을 어둡게 한다.

사랑은 그렇게 왔다.
할 말 없는 수초가 말
잃은 채 뒤엉키듯이
사랑은 그렇게 왔다.

   가라앉아도 가라앉아도
   사랑은 바닥이 없다.

사랑은 그렇게 갔다.
미처 못다 읽은
책장을 넘겨버리듯이
사랑은 그렇게 갔다.

   말하려고 입 벌리면
   더러운 못물이 목구멍을 틀어막았다.

사랑은 그렇게 갔다.
날아가며 남겨운 여린
가지가 자지러지며 출렁이듯이
사랑은 그렇게 갔다.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만
   꽃들은 예쁘게 피어났다.


사랑은 그렇게 갔다.
이미 범람해버린 강물이
지루하게 제 수위를 회복해가듯이
사랑은 그렇게 갔다.

   사랑이 어루만진 부위에
   홍수가 휩쓸고 간 잔해가 남았다.

사랑은 그렇게 왔다.
사랑은 그렇게 갔다.

기포가 떠오르고
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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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6-03-10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시 참 좋네요. 목구멍을 틀어막듯이 말을 못하겠네요. 퍼 갈께요.

하늘바람 2006-03-10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참 오랜만이에요. 건강하시죠?
 
 전출처 : 승주나무 > 2Mb(메가바이트) 이벤트 셋!!!!!!!!!

어느덧 저도 2000hit에 가까워 오고 있군요.

메이크업 님에 이어 파도타기 이벤트를 시작합니다.

아마 내일 중으로 도달할 것 같은데요..

1. 2056hit(2메가바이트)을 맨 먼저 캡쳐하신 1분께 책 한 권 쏘아드립니다. (조심해욧!)

메이크업님의 속도로 봐선 오늘 저녁에 결판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물만두 님에게 고배를 마신 '엄지족'들의 재기를 기대합니다.

2. 이건 좀 어려운 건데..

제 이미지에 맞는 아이콘을 보내주시는 분께 '적절한 상품'(두루뭉실하게)을 보내드릴까 합니다.

어떤 것이 좋을까는 고민하고 있는데, 아직 비밀입니다.

3.'제이의 논술일기' 중앙일보 연재 기념 이벤트입니다.  '큰샘이의 논술일기' 안에 있는 '큰샘이'와 '바람샘'의 이미지를 보시고, 지성이와 해원이의 이미지를 그려주시는 분께 또 상품 쏩니다. 등장인물의 성격은 이미 나와 있으니 그에 맞춰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기간은 저도 일 주일로 하겠습니다.

앗! 시작이다. 모 해욧!!!

너무 짧아서 죄송합니다. 얼른 숨어서 동영상 촬영을 해야 되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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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3-09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아껴볼래요...근데 목소리가 이상해요. ㅠㅠ

paviana 2006-03-09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데려갈게요.감사히 잘 보겠어요.

paviana 2006-03-09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바쁘시지 않다면 오늘것도 부탁드릴게요.^^

하늘바람 2006-03-09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viana 님 어쩌죠? 제가 만든 게 아닙니다. 다음 텔존에 가면 있어요 낼도 올라오겠죠 다만 저는 조금 지나면 찾아보기 힘들것같아 가져왔지만 저작권 문제로 곳 보이지 않는 방으로 옮기려 합니다. 죄송해요



실비 2006-03-09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장면 봤어요.. 오늘 어케됄지 궁금궁금..^^

paviana 2006-03-10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작권 문제가 있군요.저도 보이자 않는 방으로 옮겨야 되겠네요.^^
 

세계 젊은작가들 5월 한국 온다 [06/03/08]
‘측천무후’의 샨사(프랑스), ‘일식’의 히라노 게이치로(일본), ‘나의 첫 번째 티셔츠’의 야코프 하인(독일) 등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해외 작가 19명이 5월 한국을 찾아 우리 젊은 작가들과 새로운 문학을 이야기한다.

한국문학번역원은 4개 대륙 16개국의 젊은 작가 40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문학축제 ‘2006 서울, 젊은 작가들’(2006 Seoul Young Writers’ Festival)을 오는 5월8일부터 13일까지 서울과 경북 영주, 안동 등에서 진행한다고 8일 밝혔다.

해외에서는 샨사, 히라노 게이치로, 야코프 하인 외에 계간 세계의문학 봄호에 소개된 루마니아 시인 클라우디우 코마르틴, 문학동네에서 곧 소설집이 나오는 아르헨티나 소설가 마르셀로 비르마헤르, ‘장의사 강그리옹’과 ‘해를 본 사람들’이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 프랑스 소설가 조엘 에글로프, 전 유럽이 주목하는 폴란드 소설가 올가 토카르축, 미국의 시인 피터캠피온 등이 포함됐다.

우리측에서는 박형준 성기완 등 시인 4명과 김연수 김종광 김중혁 김탁환 이기호 한강 천운영 함정임 등 소설가 17명이 참석자로 정해졌다. 국내외 초청작가 모두 196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다. 한국문학의 해외홍보와 교류를 목적으로 개최되는 이번 행사는 학술포럼 형식의 의례적 모임 형식을 과감히 탈피해 젊은 작가들이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하면서 자연스레 여러 문화를 접하고 교류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참가자들은 ‘문학에 있어 새로움이란 무엇인가?’를 라운드 테이블 방식으로 자유롭게 토론하며, 각 언어별 전공자와 대화 시간도 갖는다. 이들은 또 영주 선비촌에 머물면서 서예 강습 등 각종 전통문화 체험에 나서고 부석사, 병산서원을 방문해 우리 고유의 멋과 아름다움을 맛본다. 행사 마지막 날인 12일에는 홍대앞 클럽에서 환송파티를 연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행사를 정례화하는 한편 작가의 해외체류 기회를 제공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우리 작가의 해외 체류와 외국 작가의 국내 체류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한편 내한하는 해외 작가 중 아직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9명의 작품은 ‘세계의 젊은 작가, 젊은 소설’(가제)이라는 작품집으로 4월말 도서출판 강에서 선보인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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